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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없는리뷰] ‘마녀’, 혐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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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6월27일 ‘마녀’가 개봉했다. 물론, 결말 ‘스포’는 없다.

★★★☆☆(3.2/5)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는 ‘밀정’ ‘싱글라이더’ ‘VIP’ ‘챔피언’을 잇는 워너브러더스 다섯 번째 한국 영화예요. 워너브러더스픽쳐스가 제공을 맡았고,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배급을 책임졌죠. 다시 말해 ‘마녀’는 할리우드 자본으로 한국 스태프가 만든 묘한 영화입니다.

물론 자본 속성을 따지는 일이 무의미한 시대긴 합니다. 대한민국 4대 배급사 중 하나인 NEW의 2대 주주는 중국 1위 드라마 제작사 화책미디어예요. 유정훈 전(前) 쇼박스 대표는 중국 화이브라더스가 모기업인 화이브라더스코리아와 함께 새 판을 짜려고 준비 중이고요. 근대 한반도가 생각나는 미(美)-중(中) 열강의 등장입니다.

이 가운데 충무로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워너브러더스의, 로고 아래 약 2시간여 상영된 ‘마녀’는 박훈정 감독만의 알찬 미스터리 액션 영화였습니다.

감독의 말처럼 ‘마녀’에서 액션 신은 서사의 도구일 뿐입니다. 바꿔 말하면 ‘마녀’의 강점은 서사에 있어요. 주인공의 이름은 자윤(김다미)입니다. 10년 전 사고 후 피범벅이 된 그를 거둔 노부부의, 사랑 아래 어느새 고등학교 3학년으로 자란 자윤입니다.

여기서 전진할 수 있는 갈래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감성을 자극하는 ‘친부모’ 찾기고, 둘은 자윤이 겪은 ‘10년 전 그 사고’의 재회죠. 물론 ‘마녀’는 후자 속에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자윤을 “마녀 아가씨”라고 부르는 귀공자(최우식), 자윤에 대해 “통제될 애가 아니”라고 묘사하는 미스터 최(박희순), “내가 다 기억나게 해줄게” 하는 닥터 백(조민수). 자윤은 “다들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기억을 잃은 자윤을 보며 배우 지나 데이비스의 영화 ‘롱 키스 굿나잇’이 떠올랐습니다. 기억 상실로 과거를 잃어버린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평범과 대척점에 서게 되는 그 영화요. 모종의 시설을 탈출해 농장에 간 주인공의 모습은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 언뜻 스쳤고요. 목장 배경에 관해 감독은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핏빛 후반부와 대비되는 녹음(綠陰)의 전반이라고 했지만, ‘마녀’에는 전반적으로 할리우드의 잔상이 옅게 묻어납니다.

언론시사회서 박훈정 감독은 고전 ‘프랑켄슈타인’서 ‘마녀’가 시작됐다고 밝혔어요. 한 인터뷰에선 재패니메이션 설정으로 극을 채웠다고 했고요. 종합하자면 ‘마녀’는 비빔밥입니다. 박훈정이란 젓가락으로 요래조래 비벼진 비빔밥이요. 그는 영화 ‘신세계’에서도 ‘무간도’ 등 다수의 언더 커버 영화를 잘 버무렸던 바 있습니다.

‘마녀’는 ‘신세계’만큼 잘 비벼진 비빔밥은 아닙니다. ‘마녀’는 비교적 한정된 예산(65억 원) 내에 제작된 미스터리 ‘액션’ 영화예요. 결국 액션에 방점이 찍혀야 하는 탓에 부가적 면이 희생된 모양새입니다. 해외여야 할 장소가 제주도로 바뀌고, 세트를 짓는 대신 방송사 스튜디오를 섭외하고. ‘할리우드였다면?’을 생각케 하는 부분이죠. 예산을 액션 신에 모은 덕에 ‘액션 영화’로 홍보 중인 ‘마녀’의 특징은 거짓보다 참에 가깝습니다.

액션을 행하는 이는 남성 아니고 여성입니다. 피해자에 국한된 여성 등장인물, 불필요한 여체 노출 등의 이유로 전작 ‘VIP’가 휩싸인 ‘여혐(여성 혐오)’ 논란이 ‘마녀’엔 없어요. ‘마녀’는 “걸크러시 페스티벌”이란 배우 박희순의 말처럼 다수 여성이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여성을 위한 서사인진 모르겠습니다. 이창동 감독은 한 인터뷰서 “여성 주인공이 나와 액션을 하고 복수를 한다고 해서 여성 중심의 서사는 아니다”라고 했죠. 그럼에도 수동성을 벗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마녀’는 ‘여혐’을 부르짖은 그들이 제법 만족할 영화입니다.

흥미로운 건 ‘마녀’가 감독이 ‘신세계’와 영화 ‘대호’ 사이에 쓴 사니리오란 점이에요. ‘마녀’ 대신 “좀 더 큰 영화” ‘대호’를 택한 감독은 2016년엔 ‘VIP’와 ‘마녀’ 사이서 ‘VIP’를 택했고, ‘마녀’는 2018년에야 관객을 만났습니다. ‘여혐’을 의도적으로 의식해 자윤과 닥터 백 역할에 여성 배우를 기용한 게 아니란 소리죠. 그리고 김다미는 배우가 자윤을 얼마나 잘 연기하냐에 따라 작품 흥망이 갈릴 수 있는 가운데 신인임에도 훌륭한 몫을 해냅니다.


‘마녀’는 익숙한 기승전결을 보여줍니다. ‘프랑켄슈타인’이 재패니메이션을 만났을 때의 결과 값은 이 땅에 없던 무엇이 아니라 전에 있던 것의 일신(一新)이죠. 이런 영화에서 배우는 부품입니다. 감독이, 각본이 의도한 바를 연기로 구현해내는 시계의 톱니바퀴요. 주인공은 착해야 하고, 악인은 악랄해야 하죠. 김다미에 관해 ‘몫’을 언급한 이유는 그가 기억을 잃은 목장 소녀를 잘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으로 착각할 법한 앳된 외모를 자랑하는 이 20대 배우를 통해 관객은 자윤의 성장에 깊은 몰입을 경험합니다.

박훈정 감독, 조민수, 박희순, 스태프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종 오디션을 통과한 김다미는 웃음의 반전을 표현해야 했어요. 감독은 배우에게 연기로써 반전을 표현하는 대신 그저 동일한 웃음을 표현해달라고 주문했고요. “배우는 그대로 있고 우리가 만든다는 계획”에서 아마 김다미는 배우 그 자신을 표현하지 못했을 겁니다. 김다미가 자윤을 정확히 연기한 데는 그가 가진 자윤과의 일치성, 아직 신인이라 그의 색을 표현하지 못한 것이 작용했을 테죠. 추측을 더 하자면 이것이 그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증명하진 않을 겁니다. 기억 상실 ‘반전녀’ 말고 조금 더 배우를 알 수 있는 역할로 그를 만나보고 싶어요.

‘마녀’는 관객이 가장 선호하는 서사인 주인공의 성장을 다룹니다.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노래까지” 잘하는 열아홉 효녀 자윤이 예상하지 못한 무엇으로 거듭나는 순간 부제 ‘전복’은 카타르시스가 되죠. 그래서 ‘마녀’는 어떤 정보도 접하지 않고 봐야 가장 재밌는 작품입니다. ‘성악설’ ‘초월적 존재를 향한 두려움’ 같은 철학적 물음이 부(附)라면, ‘마녀’의 주(主)는 자윤이 “마녀 아가씨”를 깨달아가는 과정이에요. 전반부 느린 호흡은 그 과정을 단단히 다져 후반에 폭풍처럼 휘몰아치기 위한 일종의 준비 운동이죠.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조민수는 취재진에게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연신 물었습니다. 무려 네 번씩이나요. 대답하자면 ‘마녀’는 그가 소원한 재밌는 영화입니다. 작가주의와 상업주의 가운데 잠시 방황한 ‘독전’과 달리 조타대를 썩 잘 잡았어요.

‘신세계’ 이후 박훈정 감독을 수식하는 단어는 늘 ‘신세계’였죠. 앞서 말했듯 ‘마녀’는 ‘신세계’만큼 잘 비벼진 비빔밥이 아닙니다. 그래도 맛은 있어요. 박훈정이란 주방장이 요리할 다음 번 음식을 기다리게 만들죠. 누적 관객수 208만 명(7월12일 기준)을 넘어선 ‘마녀’의 손익분기점은 230만 명입니다. 혹 다음 편이 제작된다면 2편의 부제는 ‘충돌’이고요. 신작 홍보 때마다 ‘신세계’ 이야기를 꺼내야 했던 박훈정 감독입니다. 이제 그에게 새 프랜차이즈가 생겼습니다.(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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