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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없는리뷰] ‘인크레더블2’, 14년을 달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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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7월18일 ‘인크레더블2’가 개봉했다. 물론, 결말 ‘스포’는 없다.

★★★☆☆(3.2/5)

영화 ‘인크레더블2(감독 브래드 버드)’는 지난 2004년 개봉한 픽사 작품 ‘인크레더블’의 속편입니다. 14년의 간극이죠. 개발 기간만 15년 5개월에 달하는 게임 ‘듀크 뉴켐 포에버’가 떠오르는 그 시간 동안 디즈니는 픽사를 인수했습니다. 필름과 디지털을 두고 어느 쪽 영사(映寫)가 더 좋은지를 따지던 그때는 어언 빛바랜 기억이 됐고요.

속편에 인색한 픽사였어요. 영화 ‘토이 스토리2’가 전부였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카’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가 속편으로 관객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인크레더블2’는 이상적 속편입니다. ‘니모를 찾아서’의 스핀 오프 ‘도리를 찾아서’나,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퀄 ‘몬스터 대학교’와 달리 본작은 1편 끝부터 바로 이야기를 이어나가요. 짜잔. 언더마이너의 재등장 속에 ‘14년’은 찰나가 됩니다.

밥은 과거에 미스터 인크레더블이었습니다. 아내 헬렌도 슈퍼 히어로였어요. 이름이 일라스티걸이었죠. 자녀들 역시 저마다 초능력이 있습니다. 멋진 슈퍼 히어로 가족이에요. 하지만 실상은 애잔합니다. 슈퍼 히어로 덕에 목숨 건진 시민이 도리어 그들을 고소하는 매정한 세상이거든요.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슈퍼 히어로 활동은 불법입니다. 1편에서 가족은 악당 신드롬의 계략을 막았죠. 그럼에도 슈퍼 히어로 합법화는 아직 멀고 멉니다.

이때 윈스턴이 나타나요. 그의 목표는 시민과 슈퍼 히어로가 공존한 어렸을 적이죠. 그리고 윈스턴은 그 적임자로 일라스티걸을 선택합니다. 가족을 돕기 위해 가족을 떠나야 하는 상황. 결국 가정을 돌보는 일은 밥의 몫입니다. 질풍노도 사춘기를 앓고 있는 딸부터 학교에서 배운 수학을 물어보는 아들, 쉴 새 없이 새 초능력을 선보이는 막내까지. “다녀올게, 여보”. 쏜살같이 출동하는 일라스티걸을 지켜보는 남편의 얼굴엔 부러움이 가득합니다.


전작이 쫄쫄이 슈트를 벗은 현실 속 슈퍼 히어로를 그려냈다면, 속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통적-관념적 성 역할의 전복을 이야기합니다. ‘워킹 맘’ 일라스티걸이에요. 물론 내조와 외조에 얽매이는 건 고루한 일입니다. 하지만 가정과 남편의 직장에 온 신경을 곧추세우던 ‘주부’ 헬렌이 일라스티걸로 돌아온 순간은 남편의 안위에 문제가 생겼을 때였어요. 그건 마치 벼랑 끝에 선 이가 사력을 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종의 자기 방어였죠.

헬렌은 한결같습니다. 아들에게 평범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는 그는 관객을 14년 만에 만나는 자리에서도 “적응”을 말합니다. 그런 그가 슈트를 입어요. 이건 디즈니 작품에 으레 붙는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가 아니에요. 자아 실현이죠.

“결혼? 농담 마세요. 난 지금 최고예요! 다른 영웅들한테 절대 안 뒤처진다고요. 세상을 남자 손에 맡겨요? 말도 안 되지. 그럴 순 없어요.”

1편에서 일라스티걸은 그 자신을 최고라고 여기는 자신만만한 사람이었죠. 밥이 영광스러운 날에 가까워질수록 생기를 되찾았다면, 이번은 아내 헬렌의 차례입니다. ‘저번엔 아빠가 매개였으니 이번엔 엄마로’란 얄팍한 수일지 몰라요. 그럼에도 일라스티걸로 인정받을수록 웃음이 커지는 헬렌의 모습은 마냥 폄하할 수 없는 1편의 반대입니다.

일라스티걸이 전면에 나서면서 액션도 화려해졌습니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괴력과 뛰어난 반사 신경을 활용해 청각을 누르는 둔탁한 타격감을 전했다면, 일라스티걸의 액션은 마치 흐르는 물 같아요. 남편이 파도라면 아내는 바람이죠.

몸을 늘이고 줄이는 그의 공격 패턴은 앞서 한 차례 다뤄졌어요. 그렇지만 브래드 버드 영화잖아요. 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서 만난 ‘투명 벽’ ‘흡착 장갑’ 등은 지금 다시 봐도 진기한 상상력입니다. 일라스티걸이 사용하는 장비는 단 하나예요. 영웅이 제 몸에 맞는 장비를 사용할 때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이 감독의 만화적 상상을 만납니다.

전편 악역 신드롬은 ‘중2병’ 천재였죠. 폭사(爆死)로부터 구해줬더니 발명왕이 돼 돌아와 “진짜 영웅” 운운하는 꼴이라니. 속편 악당은 적어도 개연성은 갖췄습니다. “늙고 재미없어지면 내 발명품을 팔아서 모든 사람을 슈퍼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거지. 그렇게 되면 영웅은.. 이제 사라지는 거지” 하는 신드롬처럼 슈퍼 히어로 존립 자체를 혐오하는 2편 악당입니다. ‘더 세게, 더 크게’란 속편 법칙에 따라 혐오의 부피는 지독할 정도로 크고요.

1편이 직선형 영화였다면, ‘인크레더블2’는 방사형 영화예요. 집 떠나 세상에 돌아간 엄마만 다루는 게 아니라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는 아빠까지 다룹니다. ‘초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가 실제로 우리 곁에 있다면?’에 그치지 않고 ‘그렇다면 대중은 그들을 어떻게 소비할까?’를 짚고 넘어갑니다. 물론 고도화된 탓에 삐걱거리는 구석이 당연 존재해요. 이를테면 안나 윈투어를 본떠 만든 애드나는 ‘인크레더블’ 세계관의 ‘007’ Q면서 슈퍼 모델을 질타하는 데 거리낌 없는 유명 디자이너였죠. 그런 그가 갑자기 육아와 영웅을 연관시키는 기행을 보입니다. 이 밖에도 조금만 더 다듬었으면 하는 구석이 몇몇 있어요.

하지만 재밌는 영화입니다. ‘도리를 찾아서’ ‘겨울왕국’을 제치고 역대 애니메이션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고요. 주목할 점은 시작점이죠. 2004년의 풍경은 지금과 사뭇 달랐어요. 영화 ‘엑스맨’ 시리즈 및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이 큰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의 슈퍼 히어로 광풍은 없었죠.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모두가 ‘슈퍼(Super)’에 열광 중이에요. ‘슈퍼’가 흔하지 않은 시대에 태어나 ‘슈퍼’가 흔한 시대에 다시 찾아온 영화인 셈입니다.

관객은 세월을 가늠케 합니다. 한 관객은 스무 살에 1편을 본 그가 어느덧 딸과 극장을 찾은 30대 부모가 됐다는 소회를 알렸죠.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가 세대를 잇는 콘텐츠가 된 게 약 20년 전 일입니다. 다스 베이더의 기원을 찾는 새 ‘스타워즈’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공통 화두였죠. 이제 루카스필름의 길을 픽사가 따라 걷습니다.

걸그룹 여자친구는 ‘시간을 달려서’에서 ‘시간을 달리다’란 표현을 사용해요. ‘시간을 달려서 어른이 될 수만 있다면 / 거친 세상 속에서 손을 잡아 줄게’. 누군가에겐 시간을 달려서 만나고픈 영화가 14년의 시간을 건너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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