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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9년 만의 청불 ‘마약왕’, 광주 간 ‘택시운전사’는 잊어라 (종합)

2018-11-20 18:07:55

[김영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겨울에 ‘마약왕’이 온다.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의 제작보고회가 11월19일 오전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우민호 감독,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김대명, 김소진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 ‘마약왕’은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 송강호와, ‘청불(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최고 흥행작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의 만남이 눈길을 한 데 모은다.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내부자들’로 약 9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일명 ‘연출왕’ 우민호 감독은, 암울한 시대였으나 동시에 찬란한 시대였다고 1970년대를 소개했다.

“‘마약왕’은 ‘잘 살아보자’는 미명 아래에 마약왕으로 살았던 한 사람의 희로애락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작품을 설명한 우민호 감독은, ‘청불’ 등급에 마약이란 소재까지 얹어진 것에 관해 “무거움과 다크함이 없을 순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캐릭터도 영화도 너무 무겁게 표현되지 않게 노력했다”고 걱정을 불식시켰다.

우민호 감독은 “영화가 변화무쌍하다. 인물이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영화도 따라가야 했다. 이두삼의 마약범 성장 과정을 변화무쌍하게 따라간다”며, “일종의 모험담처럼 느껴지더라. 70년대를 관통하는 모험담 같은 이야기”라는 말로 기대를 고조시켰다.


송강호가 부산의 하급 밀수 업자로 생활하다가 마약 제조와 유통에 눈을 뜬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을 연기한다. 이두삼은 부와 권력에 대한 욕망을 바탕으로 뛰어난 처세술과 위기 대처 능력을 활용, 단숨에 대한민국과 아시아 마약 업계를 장악한다.

“원래는 여름에 개봉하려다가 영화의 분위기 등을 이유로 이 시기에 개봉하게 됐다”는 말로 여름 개봉 예정작이 겨울에 관객을 만나게 된 배경을 설명한 송강호는, “우민호 감독님의 심혈이 기울어진 작품이 아닐까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배우는 이번에 선에서 악으로 변화해가는 인물을 그려낸다. 송강호는 “소시민적인 느낌? 이웃사촌 같은 느낌을 많은 작품에서 보여 왔다. 때문에 ‘마약왕’이 관객 분들께 남다르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린다기보다, 배우로서 색다른 얘기를 만난 셈”이라며, “그 얘기를 통해서 작품의 영화적 매력을 충분히 선보일 수 있다는 게 기쁨”이라고 관객이 연기 변신보다 ‘마약왕’의 재미에 집중하길 부탁했다.


김소진이 마약왕 이두삼과 우여곡절을 함께하는 조강지처 성숙경을 연기한다. 성숙경은 이두삼 대신 가장 노릇을 하며 가정을 꾸려가는 인물. 남편의 위험천만한 행보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지켜보며 두려움에 빠진다. ‘마약왕’의 배경은 1970년대 부산. 이날 김소진은 “사투리 연습을 많이 했는데 쉽진 않았다”며, “생활에서 편하고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호흡을 표현해야 했다. 단시간에 디테일한 뉘앙스를 찾아내기가 많이 어려웠다”고 했다. 사투리를 익히지 못할 경우 현장서 심히 고생할 미래가 배우의 뇌리를 스쳤다.

이에 남편 역의 송강호가 김소진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전언. 김소진은 “다행히 촬영하기 전에 강호 선배님께서 나와 (김)대명 씨에게 시간을 내주셨다.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됐다”며, “배우 분께서 사투리를 가르쳐 주시니까 말이 단편적이지 않더라. 선배님께서 말에 다채로운 정서를 실어주셨다. 그 말을 녹음해서 계속 듣고 연습했다”고 했다.

송강호는 “코칭은 아니었다”며 손사래를 친 뒤, “너무 좋아하는 후배들이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그 핑계로 만났다”는 말로 수줍음을 보였다.


배두나가 맡은 역할은 1970년대 사교계를 주름잡은 로비스트 김정아다. 일본 저명한 사업가의 양딸이자 4개 국어에 능통하기까지 한 김정아는 갓 마약 유통을 시작한 이두삼이 보여준 무식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고 그의 성공을 꿰뚫어본다.

이날 배두나는 김정아가 다국어를 구사하는 것에 관해 “다른 나라 영화를 찍으면서 공부한 게 잘 발휘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렵진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영화 안에서 영어 하고 일어 하고 불어도 한다”며, 취재진에게 4개 국어 인사를 짧게 건넸다.

영화 ‘코리아’ ‘터널’ 등에서 화장기 없는 민낯을 보여준 배두나다. 이번엔 로비스트로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 배두나는 “평범한? 내추럴한 모습의 역할을 기존에 많이 했기 때문에 너무 재밌게 촬영했다”며, “의상 팀께서 70년대 빈티지 의상을 공수해서 입혀주셨다. 메이크업도 70년대식으로 했다. 그래서 되게 재밌고 신선하게 찍었다”고 했다.

배두나와 로비스트의 연관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자유분방한 이미지의 그와, 팜므 파탈을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로비스트는 어쩌면 대척점에 서있다.

배두나는 사람의 혼을 빼놓는 언변과 미보보다 “열심히 사는 여자, 열심히 영업하는 여자,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에 집중했다고 주안점을 소개했다. 또한, “감독님께서 로비스트 역할에 나를 부르셨을 때 ‘전형적인 로비스트를 원하시는 건 아닌가 보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섹시 스타, 미녀 스타가 아니다”며, “‘뭔가 재밌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마음대로 했다”고 배두나와 로비스트의 결합이 만들어낼 시너지를 궁금하게 했다.


1970년대 공무원 얼굴이 조정석에게 있다? 이날 우민호 감독은 “분명히 봤다”며, “정석 씨에게 말했다. ‘당신에게 그런 얼굴이 있으니 같이 합시다.’”라는 말로 웃음을 불러 모았다. 이에 조정석은 “레트로 조정석”이란 추임새와 함께 쓴웃음을 내비쳤다.

극중 조정석은 마약 근절을 목표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열혈 검사 김인구를 공연한다. 김인구는 신혼집 전세금도 빼면서까지 맹렬히 마약 조직을 파헤치지만, 이미 매수된 부산 경찰 때문에 번번이 마약왕 이두삼 검거에 실패한다.

조정석은 “2 대 8 머리를 하고 영화에 나온다”며, “2 대 8 머리는 다른 데서 몇 번 해봤던 적이 있다. 근데 김인구의 머리는 내가 봐도 70년대 헤어스타일처럼 보이더라”고 했다. 70년대로 채색된 현대인 조정석을 기대케 한 것. 또한, 2 대 8 가르마는 배우 본인의 제안이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정말 열심히 했다”고 외형까지 바꾼 배우의 노력을 강조했다.

한편, 송강호는 영화 ‘관상’ 이후 약 5년 만에 조정석과 재회했다. 배두나와의 재회는 약 12년 만이다. 두 사람은 ‘괴물’에서 남매를 연기했던 바 있다.

송강호는 “다시 만난 조정석 씨는 펄떡 뛰는 활어로 성장해 있더라. 굉장히 반가웠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항간에 ‘여두나 남정석’이란 말이 있다. 충무로 가장 바쁜 두 배우를 지칭하는 말이다. 아까 대기실에서 생겼다”고 소위 ‘아재 개그’를 안겼다. 그는 “두 사람이 왕성하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하다”고 묘목의 바른 성장에 기쁨을 내비쳤다.


마지막 인사에서 송강호는 “1년 4개월이면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거 맞죠?”란 말로 주변의 동의를 구한 뒤, “조심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한다”고 관객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이어 “두 시간 동안 영화적 매력에 푹 빠지게 할 수 있는 영화로 관객 분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성원을 소원했다. 송강호의 ‘청불’ 등급 영화 출연은 ‘박쥐’ 이후 약 9년 만이다. 12월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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