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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푸들’, 전도연이기에 가능했던 연기 변신

2020-02-19 00:18:53

[오서린 기자] 칸의 여왕 전도연이 기존의 작품들을 뛰어넘을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완벽 변신했다. 거부할 수 없는 독보적인 매력을 가진 연희, 그 자체로 돌아온 전도연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배우 전도연과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언론시사회 후 만난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개봉일을 미루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럼에도 작품이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을 함께 드러냈다.

“언론시사회하고 몇몇 시사를 했는데 감동적이었어요. 좌석이 다 꽉 차 있더라고요. 당연히 이 시점에 개봉이 미뤄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객석이 꽉 찬 걸 보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욕심인 걸 알지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개봉이 미뤄지는 게 아깝다, 이렇게 사랑받는 영환데’. 그래도 저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전도연은 이번 작품을 통해 지금껏 보여준 모습 중 가장 강렬한 카리스마와 걸크러시 연기를 펼쳤다. 매력적인 연희로 변신한 그는 처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시나리오를 받고 독특한 구성에 끌려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구성이 독특했어요. 전면적으로 보면 새로울 것도 없을뿐더러 식상한 이야기인데 구성이 독특했고 매력 있었거든요. 더 큰 매력은 한 인물이 아니고 그 많은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끌고 가서 결국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는게 매력이 있었어요.”

전도연이 연기한 연희는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거액의 돈을 노리는 인물이다. 소시오패스 같은 면모를 보이는 연희를 연기하며 그는 최대한 힘을 빼고 캐릭터가 가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연기했다.

“사실 연희보다 미란 캐릭터가 훨씬 다양한 요소를 보여줄 캐릭터라 생각해요. 너무 격렬하고 센 신이 많아서 그냥 힘을 빼고 그냥 있어도 연희겠구나 싶었어요. 그렇게 만드는 시나리오여서 힘을 최대한 빼고 촬영을 하자고 생각했죠. 다른 캐릭터는 만들어가는게 있었지만 연희는 이미 만들어져 있었어요.”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연희의 첫 등장은 영화의 중반부, 독보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인물 중 키를 갖고있는 연희는 예고편에서도 나왔듯 “니가 먼저 쳤다”며 상대방의 머리를 술병으로 내려치는 모습은 누구보다도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저는 연희의 등장에 대해 감독님이 이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더 고민하지 마시라고 했어요. 많은 인물의 이야기가 연희가 키를 갖고 가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거거든요. 등장에서부터 밸런스나 최대한 연희는 한 발자국 물러서도 연희겠구나 싶었어요. 시나리오가 좋은 건 제가 처음부터 안나와서 너무 좋았어요. 그런 영화를 안해보기도 했었고 처음부터 안나온다는게 매력적이었어요. 관객들도 그런 점을 매력적으로 봐주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전도연은 그동안 많은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독보적인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다. 그런 그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통해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정우성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전도연은 정우성과 첫 촬영을 회상하며 “당황했었다”고 말했다.

“진짜 어려울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정우성 씨가 연기한 캐릭터에 당황한 것 같아요. 너무 익숙한 연인인데 그 익숙함이 정우성 씨가 구현한 태영을 현장에서 봤을 때 적응이 안됐었거든요. 그래서 어색하게 한 것 같아요. ‘밥 먹고 얘기하자’ 하는데 그 대사를 너무 못해서 몇 번을 했거든요. 그렇게 힘든 신이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정우성이 하는 태영이라는 캐릭터가 재미있었어요. 그 재미를 느낄 때쯤 끝내서 연희와 태영의 이야기로만 해서 영화 한 편 찍어도 되겠다 싶었어요.”

정우성이 연기한 태영과 오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것도 주목할 점이지만, 극중 연희에게 의지하고 그의 도움을 받는 미란(신현빈)과의 케미도 새롭다. 미란을 연기한 신현빈에 대해 “궁금했었다”고 말한 그는 후배 배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저도 오랜만에 머리를 짧게 잘라봤어요. 현빈 양이 안 자를 줄 알았는데 자르겠다고 해서 이 친구가 몸도 마음도 준비된 친구구나 싶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예뻐보였고 처음 찍은 게 차 가지고 와서 따라오라고 하는 장면인데 감정적으로 많은 기복이 있는 신이었는데 최대한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존중해주자였어요. 연희는 연희 자체로 존재감이 커서 강렬한데 최대한 존중해주자였죠. 지켜봐주고 기다려주고 그렇게 한 것 같아요.”

앞서 다수의 작품에서 신인 감독들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전도연은 이번 작품을 통해 김용훈 감독과 작업한 것에 대해 “100% 믿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만들어낸 김용훈 감독에 대해 배우로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저도 궁금하긴 했어요. 모든 배우들이 같이 만나서 호흡을 맞춘 게 아니고 몇몇 배우와 호흡을 맞춘 거잖아요. 감독님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하나의 이야기로 묶는다는 게 쉬운게 아닌데 선택했지만 100% 믿지는 못했거든요. ‘이걸 진짜 담아낼 수 있을까, 이 이야기를 하나의 영화로 담을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끊임없이 들었어요. 그런 부담을 감독님은 더 많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전도연은 작품의 흥행 여부만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배우로서의 욕심과 코로나 바이러스 뿐만이 아닌 앞으로 생길 위험에 대해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시기적으로 걱정되기는 해요. 영화의 흥망성쇠를 떠나서 걱정이 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나면 괜찮아질거야‘가 아닌 새로운 바이러스에 노출됐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언가 계속적으로 새로운 게 나타날 것이고 그런 것에 준비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있을 거거든요. 그런 준비들을 하고 있으면 보는 시각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랜 경력과 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전도연은 현장에서 어떤 모습일까. 작품에 임할 때마다 감독과 먼저 소통하고 현장에서 습득하는 것이 많다고 밝힌 그는 어떤 작품이든 기대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저는 작품적인 이야기는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과 끝내는 편이에요. 현장에서는 습득되는 것들이 있어서 그런 것에 집중해요. 막상 현장에 들어가면 저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호흡을 맞춰야 하니까요. 그러면서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나와서 작품적인 이야기가 아닌 현장에서 많이 습득하고 집중하는 편이에요. 제일 좋은 건 계속 적으로 저 배우가 나오는 작품을 보고 싶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 영화를 가지고 외국 가서 인터뷰를 하다 보면 ‘거기 나온 배우가 이 배우여서 놀랐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작품에 대한 기대를 주는 배우이고 싶어요.”

한편,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19일 전국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다.(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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