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G기자의 사만모①] 리나, 매혹적인 여우의 도도함

2020-04-30 12:09:28

[김강유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사.만.모. 서울패션위크 취재 10년 차 기자가 ‘사심으로 만난 모델’들을 소개한다.

여우는 곧잘 사람을 홀리는 동물로 여겨지곤 한다. 실제 검색해 나오는 이미지의 모습들을 보더라도 인간의 기준으로도 ‘미모’라 꼽을 만하다. 눈을 마주치며 사람을 매혹하는 여우의 이미지를 그대로 지닌 22살의 모델이 있다.

작디작은 얼굴에는 여우의 것을 꼭 닮은 눈과 귀여움을 어필하는 코, 사랑스러운 입술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목부터 팔다리와 손가락까지, 길쭉길쭉한 몸은 날렵하고 도도한 여우의 느낌을 더욱 강하게 풍긴다. 패션모델계에서 탐내지 않을 수 없는 비주얼을 지닌 모델 리나가 이번 [사만모]의 주인공이다.

불가피한 이유로 취소된 ‘2020 F/W 서울패션위크’가 아쉽게만 느껴지지만, 그래도 패션모델들은 여전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인터뷰 테이블에 마주 앉은 리나는 여유가 넘쳤다. 본인의 긴 다리에 비해 다소 낮은 소파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모습은 카메라 앞에서와는 사뭇 다른 매력을 뽐냈다.

본명이 아닌 ‘리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이름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첫 질문은 이름에 대한 거예요. 본명을 쓰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18살 때부터 20살까지 캐나다에서 유학 생활을 했는데, 그때 영어 이름이 리나였어요.”

“7살 때 다녔던 영어학원에서 영어이름을 지으라고 하셔서 리나라고 지었었어요. 사실 리나와 리아가 후보에 있었고 리아라는 이름이 더 좋았는데 가위바위보에 져서 리나를 썼죠.(웃음) 그 후에 캐나다 유학시절에 선생님이 영어이름을 물어보셔서 리나라는 이름을 썼고 그게 지금 활동명까지 오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7살 때부터 쓰고 있는 이름인거죠.”

-본명으로 활동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사실 본명을 쓰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일단 현지라는 이름이 많이 흔한 이름이기도 하고, 성이라도 조금 독특했으면 모르겠는데 성이 박 씨라서요.(웃음) 너무 흔한 이름이라서 모델치고 임팩트가 좀 없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리나가 본명인 줄 알더라고요. 이름이랑 이미지가 좀 잘 맞는다고. 잘 고른 것 같아요. (소속사)대표님도 이름 잘 바꾼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웃음)”

-데뷔가 ‘19 S/S 서울패션위크’였죠.

“네 맞아요. 스무 살 때.”

-어땠어요? 첫 런웨이는?

“그냥 그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데뷔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 물론 지금 영상을 보면 티가 많이 나더라고요. 그 당시엔 데뷔인 걸 티내지 말자, 넘어지지 말자, 어색하게 하지 말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소속사인 에이코닉에 들어와서 데뷔했나요?

“네. 부산에서 데리고 올라와주셨죠.”

-본가가 부산이셨네요. 모델 데뷔하면서 서울로 올라오신 건가요?

“(소속사)계약을 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서울에 계신 이모 집에 있었었어요. 그러다가 계약하고 한 달 후에 집을 구해서 그때 본격적으로 아예 올라왔죠. 스무 살 11월이었어요.”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서울 생활하는데 힘든 점은 없어요?

“17살 때부터 자취해서 힘든 건 없어요. 서울에서 자취하다가 18살에 캐나다 가서 혼자 살았고, 20살에 잠깐 부산에 있다가 다시 1년도 안돼서 서울로 복귀 한 거죠.(웃음)”

-자취 경력이 상당하네요. 그래도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가 있었을 것 같아요.

“캐나다 있을 때 homesick이라고 향수병이 좀 있었었어요. 3개월 정도. 그때 이후엔 아예 없어요. 그냥 그러려니. 잘 살고 있는 거 아니까. 각자 잘 살겠지.(웃음)”


-회사 자랑하는 시간을 잠깐 드릴게요. 에이코닉이라서 좋은 점은?

“저는 사실 저희 회사 좋은 얘기 너무 많이 얘기하고 다녀서 한번 씩 언니오빠들이 말리거든요. 우리 회사 아닌 사람들 착각할 수 있다고.(웃음) 저희 회사 제일 좋은 건 법적 문제가 없죠, 저희는.(웃음) 최고 아니에요? 그런 부분이 저는 좀 불안했거든요. 첫 회사고 아는 게 별로 없던 상태라서. 안 좋은 뉴스도 있고 하니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너무 안심하고 있어요.”

“직원 분들도 보면, 모델들 위해서 일도 되게 열심히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한 거죠. 어떻게 보면 우리 회사 애들을 위해서 본인이 사회생활을 하는 거잖아요. 그런 것들이 너무 감사한 거예요. 본인을 위해서라기보단 저희를 위해서 움직이는 분들이니까. 게다가 동료 모델 언니 오빠들, 동생들, 친구들도 다 사이가 좋아요.(웃음)”

-에이코닉에서만 3년차예요.

“스무 살 10월에 들어와서 연차는 3년차인데. 활동한건 1년하고 3개월 밖에 안됐어요. 연차로 계산하면 재밌는 거 같아요. 실제 경력은 이제 1년 반입니다.”

-모델을 하고 싶어 했던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저희 친척 언니가 모델 일을 했었어요. 소속사도 있던 언니였는데 그 언니가 어릴 때부터 저보고 모델을 해보라고 얘기를 많이 했었죠.”

“처음 아카데미에 갔을 때는 워킹슈즈가 뭔지 몰라서 운동화를 신고 갔어요. 보통 모델의 워킹슈즈는 힐인데 일반 워킹화를 생각한 거죠. 그 정도로 무지했던 상태였어요. 3개월 과정 중에 캐다나 유학을 가면서 1개월 반 정도 하고 그만뒀거든요. 그런데 캐나다에서 테스트 촬영하고 했던 생각이 너무 많이 나는 거죠. 혼자 워킹연습도 하고. 뭔가 ‘내가 이걸 계속 해야 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잠깐 왔을 때 그냥 정리하고 귀국하기로 하고 아카데미를 다시 다니기 시작했어요. 학원 다니려고 유학 생활을 접고 한국에 온 거죠. 그러다가 저희 회사에 들어오게 됐어요.”

-모델 리나의 시작점은 친척 언니였네요. 혹시 누군지 말해줄 수 있어요?

“예전에 DCM이라는 회사 모델이었는데, 추아림이라고 청각장애인 모델이에요. 저랑은 5촌이고, 슈퍼모델 선발대회 출신이에요.”


-모델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데님 브랜드 촬영을 했었는데 디자이너 선생님이 다섯 분이셨어요. 그 중에 여자 옷을 만드시는 분이 세 분이었는데. 세 분 스타일이 다 다른 거예요. 어떤 분은 약간 페미닌 데님이고, 어떤 분은 틴에이저 데님 스타일이고, 어떤 분은 완전 클래식 데님이고. 그래서 촬영 순서가 뒤죽박죽이었죠.”

“저는 촬영을 할 때 분위기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화내는 느낌이나 짜증내는 느낌을 내야 된다고 하면 실제로 좀 짜증을 내기도 하고, 참한 느낌의 콘셉트면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난 참하다’ 하면서 자기세뇌하고 들어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콘셉트가 계속 왔다 갔다 하니까 감정도 계속 바뀌고, 그게 여러 번 반복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배우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웃음) 감정이 바뀌어 가는 게 되게 재밌더라고요.“

-연기 쪽도 욕심이 있으신 건가요?

“기회가 돼서 하면 좋은데, 아직은 모델 일이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사진 찍히는 게.”

-리나가 생각하는 패션모델의 가장 큰 매력은 뭐예요?

“제 생각으로는, 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제 3자의 시선이나 전문 포토그래퍼 분들의 시선은 다르잖아요. 사진이든 영상이든, 그런 걸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되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들이 오픈되면 제 지인들이 볼 수도 있고 절 아예 모르는 분들도 볼 수가 있잖아요. 그런 부분도 되게 신기한 것 같아요. 아직도.”

-프로 모델로 활동했던 1년 동안 촬영은 많이 해봤어요?

“저는 일을 되게 많이 하고 있는 편이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럼 아직 해보지 못한 것들 중에 욕심나는 콘셉트가 있다면요?

“제가 기본적으로 좀 무거운 느낌을 좋아해요. 너무 하드코어는 아니고 뭔가 나만의 느낌을 가지고 있으면서 안개 낀 듯 몽환적이고 그러면서 무게감 있는. 그런 느낌이 제가 별로 없어서 좀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아니면 아예 아이돌 스타일? 모델은 그런 스타일을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느낌이 다르니까. 블링블링하고 예쁘고, 이런 것들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본인만의 매력 포인트를 꼽아주세요.

“눈이라고 많이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눈이 콤플렉스였는데, 모델 일을 하면서 너무 좋아해주시는 거예요. 크고 나서 외모 칭찬을 더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예의상 ‘너 예쁘다’ 이런 게 아니고... (기자: 패션계에서 선호하는 프로필이죠) 이 직업을 고를 때 그거에 많이 혹했어요.(웃음)”

-모델 일 말고 재능이 많다고 들었어요.

“취미가 좀 많아요. 다 어릴 때부터 하던 건데. 그림도 그리고, 바이올린도 한 7~8년 했고, 보컬리스트 공부도 좀 했고, 영상 편집이랑, 사진 보정. 다 얘기하면 끝이 안나요(웃음)”

-다양한 경험을 선호하는 편이네요.

“네. 제가 좋아하는 선 안에서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 아마추어 대회에 나간 것도 좀 있었었어요.”

-모델 말고 진출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을까요?

“연예계?(웃음) 무대나 콘서트 같은 것도 해보고 싶긴 해요. 원래 제가 하고 싶어 하던 분야여서.”


-캐나다 유학을 간 것도 본인이 희망해서였나요?

“제가 어릴 때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못해서 유학을 가고 싶어 했었어요. 그러다가 서울로 전학 오고 나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저희 부모님 면담을 하셨어요. 그때는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잘 지내던 상황이었고 이제 적응을 좀 했다 하던 타이밍이었는데, 선생님께서 면담하시면서 ‘현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학생은 한국에서 적응하기가 좀 힘들 타입이다’라고 부모님을 설득하셨나 봐요. 얘는 아마 해외를 보내는 게 더 잘 맞고 스트레스 안 받을 거라고. 그 후에 부모님도 계속 고민만 하시다가, 방학 때 부산에 내려갔는데 엄마가 TV보고 있다가 갑자기 ‘너 유학갈래?’ 이러셔서 ‘어 갈게’(웃음)”

-되게 쿨한 가족이네요.

“제가 좀(웃음)”

-하나 있는 딸을 해외로 보내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이미 서울로 보냈는데 뭐.. 그 돈이나 그 돈이나 똑같다고 생각하셨대요. 여기 보내나 저기 보내나. 엄마 미안.(웃음) 근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어느 면에서 도움이 됐나요?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잖아요. 캐나다는 정말 느려요. 서류 하나 떼려면 일주일 걸리고. 또 버스 타고 가다가도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기사 바뀐다고 하시고 중간에 내려요. 그리고 갈아 탈 사람 갈아타고 기다릴 사람 기다려라 하면서 그냥 가세요, 버스 놔두고. 그 정도로 느리고 개인주의 성향이 좀 있는 나라였던 것 같아서 도를 많이 닦다가 왔어요.(웃음) 제가 성격이 원래 엄청 급하고 빠르고, 생각도 빨리빨리 많이많이 해야 되는 성격이었는데 거기 갔다 오고 나서는 많이 바뀌었다고 그래요, 많이 느려졌다고. 성격적인 변화가 엄청 커졌어요.”

-마인드 적으로 변화가 있었네요.

“네. 굳이 빠르게 갈 필요 있나. 그냥 제 시간에만 가면 되지. 이렇게 좀 많이 바뀌었어요. 생각도 좀 덜하게 되고. 도 닦다가 왔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절에 갔다 온 느낌.(웃음)”


[G기자의 사만모①] 리나, 매혹적인 여우의 도도함 (기사링크)
[G기자의 사만모②] 리나, 한계를 모르는 성장형 다재다능 (기사링크)

*의상협찬: 디앤티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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