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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률의 히말라야 다이어리 ⑪] 히말라야 개, 길을 안내하다

2014-09-26 09:45:44


ABC에서 MBC로 그리고 다시 하루 밤을 더 보내게 될 데우랄리로 돌아왔다. 고도가 많이 낮추어졌는데도 머리가 멍한 상태는 계속된다. 저녁식사를 간단하게 들고 방으로 돌아와 침낭에 들어간다.

10시경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밤 12시. 가슴이 조금 답답해서 손을 왼쪽 가슴에 대어보니 심장이 쿵쿵 뛰고 있다. 가만 생각하니 어제 데우랄리에 도착했을 때부터 서서히 고소증세가 시작된 것 같다. 타이레놀을 두 알 먹고 2시까지 뒤척이다가 간신히 두 어 시간을 더 자고 5시에 일어났다.

아침에도 입맛이 없어 밥을 한 숟갈 뜨는 둥 마는 둥하고 데우랄리를 출발한다. 일행 중 한 명이 내 얼굴을 보더니 "어제 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다"며 위로를 해준다.

오늘 목적지는 지누단다. 해발고도 3,140미터인 데우랄리를 떠나 고도 2,190미터인 지누단다까지 이동하게 되니 고도가 960미터나 낮아지게 된다. 이동거리도 올라갈 때보다 훨씬 길다.

데우랄리 롯지를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세파트 크기만한 검은 히말라야 개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나를 앞장서서 걸어간다. 처음에는 단순히 같은 길을 가는 줄로만 여겼다. 그러나 그 개는 내가 쉴 때 따라 쉬고 다시 일어나 이동하면 또 다시 앞장서서 길을 가는 것이었다. 신기한 개도 다 있다는 생각에 두 번째 쉴 때에는 먹을 것을 조금 나누어주었는데 이 개는 말없이 간식을 받아먹고는 또 앞장서서 걸어갔다.

일행들은 참 신기하다면서 그 개를 신통해 했다. 결국 히말라야 개는 데우랄리 조금 지난 곳에서부터 시누와까지 약 2 - 3시간을 따라왔다. 항상 앞장서서 걸으며 길을 안내한 그 개는 일행의 찬사를 들었지만 결국 “식사시간에 털을 날린다”는 이유로 시누와 롯지에서 주인에 의해서 쫓겨났다.

TV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할만한 이 놀라운 개처럼 히말라야 개가 트레커들의 앞장을 서서 길을 안내(?)하는 경우가 아주 드문 것은 아니라고 한다. 히말라야 개는 경험(?)으로 외국인 트레커들을 안내하면 그 대가로 먹을 것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히말라야 개가 영리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멍청하거나 게으른 개라면 결코 그런 이치를 터득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히말라야 개가 트레커들을 안내하는 것은 아니다. 네팔사람들은 히말라야 개가 길을 안내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행운의 징조로 받아들인다.

히말라야 개 덕분이었을까? 물론 고도가 낮아진 이유였겠지만 시누와에 이르기 훨씬 전부터 나는 예전의 컨디션을 100% 회복할 수 있었다.














>>>1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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