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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OAD] 1월의 여행 - 삶이 묻어나는 거리를 산책하다(1)

2015-02-26 16:37:17
[bnt뉴스 조윤정 인턴기자] 무채색의 겨울 거리는 황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 차갑지만 맑은 공기 등을 느끼다 보면 겨울 거리 나름의 운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K-ROAD’는 당신의 운치 있는 겨울 산책을 위해 서울시의 길들을 차례로 소개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로 소개할 곳은 한국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정동길이다.


▶다 같이 돌자 정동 한 바퀴

정동길은 덕수궁 대한문에서 신문로까지 이어지는 길로, 구한말 한양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과거와 현대가 함께 숨 쉬는 이 길은 최고의 역사탐방코스이자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산책코스다.

정동길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겨울이라는 계절은 꽤나 잘 어울린다. 아울러 씁쓸한 우리의 근현대사가 담겨있는 역사의 현장들이 더욱더 고독하게 보이기도 한다.

수문장 교대의식이 거행되는 덕수궁의 대한문부터 한국 최초의 서양식 개신교회인 정동교회, 덕수궁의 별채이자 황실도서관으로 사용됐던 중명전, 고종이 피신해 머물렀던 아관파천의 현장 구 러시아 공사관 등 한국 근현대사를 오롯이 기억하고 있는 곳들을 둘러보며 정동 한 바퀴를 돌아보자.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사실 정동길보다는 덕수궁 돌담길이라는 이름에 더 익숙한 이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노래에 등장하고 이곳을 걸은 연인은 곧 헤어진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소문이 돌기도 했기 때문이다. 소문이야 어쨌든 덕수궁 돌담길은 사랑하는 사람과 걷고 싶을 정도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곳이다. 그리고 이 길을 따라 역사의 거리, 정동길이 시작된다.

❚정동의 랜드마크(정동교회, 정동극장,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세 갈래의 갈림길이 나온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동교회가 위치해 있다. 정동교회는 1897년 지어진 최초의 서양식 개신교회로, 독립선언문을 비밀리에 찍어내는 등 일제강점기 항일 활동의 거점이 된 곳이다. 순국한 유관순 열사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른 곳도 바로 이곳 정동교회다.


정동교회 옆에 자리한 정동극장은 한국 최초의 현대식 극장인 원각사를 복원한다는 의미로 1995년 6월 개관한 곳이다. 현재 전통예술, 음악, 무용, 연극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개최되는 복합 공연장으로 쓰이고 있다.

또한 정동극장은 2015년 2월 22일까지 근처 서울시립미술관과 서울역사박물관을 방문한 후 스탬프 투어 맵을 완성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스탬프 투어 맵 완성 시 소정의 기념품을, 공연 관람 시 서울시청 스케이트장 입장권을 제공하고 있으니 일석이조의 기회를 놓치지 말 것.


정동교회의 맞은 편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옛 대법원 청사를 새로이 단장해 2002년 문을 연 곳이다. 이곳은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미술을 널리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서울의 대표 미술관이다. 현재는 ‘로우테크놀로지: 미래로 돌아가다(~2/1)’ ‘아프리카 나우: Political Patterns(~2/15)’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등을 무료관람으로 전시하고 있다.

❚아픈 역사의 현장(중명전, 구 러시아 공사관)

정동극장 옆 좁은 길 깊숙한 곳에 자리한 중명전은 1897년 대한제국 선포 후 경운궁(덕수궁)의 황실 도서관으로 사용된 서양식 건물이다. 1904년 경운궁 화재 당시 고종이 머물렀고 1905년 을사늑약, 1907년 헤이그특사 파견을 겪으며 대한제국의 좌절과 국권을 지키려는 의지가 담긴 곳이다. 현재는 전시관으로 운영 중이며 일제 강점기에 부를 버리고 독립운동에 생을 바친 우당 이회영과 6형제를 기리는 전시(~3/1)가 진행되고 있다.


구 러시아 공사관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 이후 고종이 1년간 피신해있던 곳이다. 원래 건물은 3층의 벽돌 구조로 된 르네상스식이었는데, 1950년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전체가 파손됐다. 현재 남아 있는 망루는 뼈대만 남아있던 것을 1973년 복원한 것이다. 이를 등지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동공원, 네덜란드·노르웨이·뉴질랜드 대사관, 예원학교 등 정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 그 외 볼거리?
→경운궁 양이재

1904년 경운궁(덕수궁) 화재 이후 중건할 당시 궁 안에 새로 세운 건물이다. 대한제국 시기에 황족과 귀족 자제를 위한 근대식 교육기관인 수학원의 건물로 사용됐다. 그러나 고종황제 승하 후 경운궁이 나뉘는 과정에서 성공회성당에 매각돼 1927년 현재의 자리에 옮겨졌고, 현재는 대한성공회 주교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배재학당 동관

1885년 감리교 선교사인 아펜젤러 목사에 의해 세워진 배재학당은 한국 최초의 신식 교육기관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배재학당 동관은 1916년 건립된 건물이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시인 김소월, 한글학자 주시경, 독립운동가 지청천 등이 배출된 당시의 명문학교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정동
*찾아가는 방법: 1호선·2호선 시청역 2번 출구 – 덕수궁 대한문을 마주보고 바로 왼쪽 골목길로 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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