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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OAD] 수도권 전철의 재발견 - 8호선 천호역

2015-05-13 20:37:57
[bnt뉴스 조윤정 기자] 여행 지침서 ‘K-ROAD’는 당신의 몸과 마음이 모두 편한 여행을 위해 수도권 전철 노선별 주요 역과 여행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8호선의 네 번째 주요 역으로 소개할 곳은 천호역이다.

▶1,600여 년 전 백제와 현재의 연결고리
8호선이 지나는 노선 주변에서는 백제 한성시대의 유적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석촌동 고분군, 몽촌토성, 풍납토성 등 여러 유적이 이 근처에 밀집해 있기 때문. 이와 같은 이유로 서울 송파구에서는 풍납토성을 시작으로 몽촌토성을 거쳐 석촌동 고분군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한성백제왕도길’로 지정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백제역사 여행을 권장하고 있다.


8호선 천호역을 나서면 ‘한성백제왕도길’의 시작 지점인 풍납토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풍납토성’을 중심으로 사라질 뻔한 한성백제의 역사를 둘러본 후, ‘풍납 도깨비시장’을 통해 풍납토성과 함께 어우러진 현대인들의 터전을 살펴보자.


❚백제의 기틀을 다지다(풍납토성)
백제 초기 역사는 당시 왕도를 찾는 일과 맞닿아 있다. 오랜 기간 백제의 왕성을 두고 천안 위례산성, 하남 춘궁동 일대, 서울 몽촌토성과 풍납토성 등 여러 학설이 있었지만, 여전히 명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1980년대 석촌동 고분군과 몽촌토성 발굴조사는 백제 초기 왕도가 현재의 서울에 있었음을 입증했고, 1997년 시작된 풍납토성 발굴조사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백제 유물이 출토됐다. 이로 인해 풍납토성이 백제의 첫 도읍지인 위례성이라는 설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호역 10번 출구를 나서면 곧바로 이어지는 풍납토성은 원래 둘레가 약 3.5km에 달하는 큰 규모의 토성이었으나, 1925년 한강 대홍수로 일부가 유실돼 현재는 2.1km 구간만 남았다. 한강 대홍수 당시 중국제 청동자루솥을 비롯한 유물이 출토되면서 이곳이 백제의 왕성이라는 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백제왕궁 일부로 보이는 각종 건물지와 우물, 창고, 도로 등이 발견됐으며, 각종 그릇, 벽돌, 기와, 토관, 장신구 등 유물 수십만 점이 출토됐다.

고대사회에서 이처럼 거대한 성벽을 다져쌓는 공사는 대규모 인력과 자원을 동원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강력한 행정조직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풍납토성은 백제가 3~4세기 당시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지배체제와 기술을 갖추었음을 증명한다.


현재 풍납토성과 그 주변 일대는 풍납근린공원으로 조성돼 도심과 어우러진 특별한 광경을 선사한다. 풍납을 순우리말로 하면 ‘바람드리’가 되기 때문에, 풍납근린공원에는 바람드리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풍차와 바람개비가 설치돼 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 유적이자 도심 속 녹지공간, 휴식처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풍납토성을 산책하며, 곳곳에 깃든 백제의 흔적을 찾아보자.


❚도깨비시장(풍납시장)

풍납근린공원을 따라 걷다 보면, 정겨운 풍납시장이 펼쳐진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데, 이는 50여 년 전 시장의 역사가 시작된 때에 좌판 형태의 보따리상들이 낮에 모였다가 저녁엔 사라졌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현재는 제자리에서 오전부터 밤까지 열리는 보통 시장이지만, 여전히 이곳은 도깨비시장 또는 풍납도깨비시장이라 불린다.

시장으로 들어서면, 긴 골목을 따라 채소, 과일, 생선, 육류 등을 파는 가게들이 펼쳐진다. 이와 함께 오랜 역사와 수많은 단골을 자랑하는 맛집들도 영업 중이다. 어묵, 곱창, 멸치국수 등 골라 먹을 수 있는 메뉴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한성백제의 중요한 유적인 풍납토성에 안겨있는 형태라는 것이다. 백제 한성시대의 당시 풍납토성 안 고을에도 이러한 시장은 분명히 있었을 터. 풍납시장은 머나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기에 더더욱 재미가 쏠쏠하다. 아울러 도깨비시장과 풍납토성은 영화로도 제작됐던 강풀의 웹툰 ‘바보’의 배경지로도 유명하다. (사진출처: 영화 ‘바보’ 스틸컷)


과거 백제의 도성부터 현재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적, 녹지, 삶의 터전, 문화콘텐츠 속 배경, 관광명소까지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풍납토성에서 진정한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느껴보길 바란다.

*주소: 서울특별시 송파구 풍납동
*가는 방법: 천호역 10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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