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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OAD] 수도권 전철의 재발견 - 9호선 봉은사역 여행

2015-05-15 20:44:22
[bnt뉴스 조윤정 기자] 평일 출퇴근 시간에 타게 되는 전철, 일명 지옥철은 사람을 지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서울시나 근교 여행을 할 때면 전철만큼 잠깐의 휴식을 돕는 교통수단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 ‘K-ROAD’는 당신의 몸도 마음도 편한 여행을 위해 수도권 전철 노선별 주요 역과 여행 코스를 소개할 예정이다. 9호선의 첫 번째 주요 역으로 소개할 곳은 봉은사역이다.

▶빌딩 숲 사이로 들리는 풍경 소리(봉은사)
지난 3월 9호선이 종합운동장역까지 연장되면서, 연장구간에 포함된 봉은사역이 개통됐다. 이로 인해 서울 도심 속 천년고찰인 봉은사로 가는 교통편이 수월해졌고, 덕분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1,200여 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룩해온 봉은사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활기가 넘치는 봉은사의 전경과 기타 체험 프로그램 등도 함께 살펴보자.


❚한국 불교 중흥의 주춧돌
봉은사는 신라 원성왕 10년(794)에 연회국사가 창건한 ‘견성사(見性寺)’에서부터 그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조선 연산군 4년(1498)에 성종의 계비인 정현왕후가 이곳을 인근 성종의 능(선릉)을 수호하는 사찰로 삼으면서, ‘봉은사’라고 이름을 고치고 건물을 크게 다시 지었다. 이로 인해 봉은사는 숭유억불로 불교가 탄압되던 조선 시대에도 그 사세를 키우고 불교의 맥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조선 명종 대에 이르러 실권을 쥔 문정왕후는 불교의 중흥을 꾀하기 시작했다. 그는 고승 보우스님을 등용하고 봉은사의 주지로 임명함으로써, 봉은사를 불교 중흥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도 잠시, 문정왕후가 승하하자 그가 세워놓은 불교정책이 무너졌다. 이와 함께 봉은사의 사세도 기울고, 보우스님은 제주도로 유배를 가게 됐다.


근현대에 이르러 봉은사는 여러 위기 속에서도 전통 불교의 명맥을 되살리며 사원의 형세를 정비해 나갔다. 하지만 1939년 화재를 만나 판전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전소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현재 볼 수 있는 봉은사의 건물들은 새로 다시 지어진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봉은사는 조선 시대에도 그랬듯 여전히 한국 불교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형형색색 연등은 염원을 싣고

조선 시대 불교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한 보우스님의 상이 봉은사의 정문인 진여문 앞을 지키고 있다. 이 진여문을 들어서면, 역시 봉은사를 수호하는 사천왕들이 불자와 관람객을 맞는다. 이는 다른 절에서 볼 수 있는 사천왕상들과는 달리 무서운 모습보다 온화한 모습과 미소를 갖추고 있어, 모두에게 개방된 도심 속 사찰 봉은사의 수호자답다는 생각이 든다.


석가탄신일을 앞둔 봉은사는 그 어느 때보다 오색찬란하다. 경내에는 수많은 이들의 염원을 업고 매달린 오색연등이 바람에 나부끼고, 석가탄신일 맞이 설치물들이 곳곳에 우뚝 서 있다.


특히 진여문에서 대웅전에 이르는 구간과 대웅전에서 미륵대불로 향하는 구간이 가장 화려하다. 대웅전 앞 공간에는 기도와 공양을 올리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많은 이들의 간절한 염원과 함께 향 내음, 불경 외는 소리가 이곳을 가득 채운다.

미륵대불로 오르는 길에도 형형색색의 연등과 조형물들로 빼곡하다. 봉은사 내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편액이 추사 김정희의 마지막 글씨로 유명한 판전을 지나면 미륵대불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23m의 높이와 자비로운 미소를 갖춘 미륵대불 앞에 서면 저절로 마음이 경건해지는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도심 속 전통사찰에서 체험하는 수행자의 일상

봉은사에서는 사찰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당일 및 1박 2일 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바쁘다’라는 이유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자신 그 자체를 되돌아보기 힘든 현대인들에게 ‘나’의 존재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앞으로 살아갈 방향성을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자기 성찰의 기회가 될 것. 한국의 불교문화를 알고 싶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체험의 기회이다.

1박 2일로 운영되는 ‘템플스테이’는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여유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사찰투어, 다도, 발우공양, 예불, 염주 만들기, 참선, 스님과의 대화, 108배 등을 체험하며, 나와 이웃 및 자연은 하나라는 부처님의 연기사상에 입각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일정이 촉박하거나 사찰에서 하루를 보내기 어려운 이를 위해 ‘템플라이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이는 짧은 시간에 한국의 전통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특히 외국인들이 가장 흥미를 느낄 만한 사찰투어, 다도, 참선, 연꽃 만들기 등이 준비돼 있다.

템플스테이는 전화 및 이메일로 3주 전에, 템플라이프는 전화 및 이메일로 1주 전에 예약해야 한다. 외국인 전용 목요 템플라이프는 당일 외국인안내소에서도 현장 접수를 할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봉은사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73
*가는 방법: 9호선 봉은사역 1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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