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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토이스토리 ‘나는 오늘도 피규어를 수집한다’

2015-11-06 15:02:34

[신현정 기자] 어떤 한 가지 일에 몹시 열중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마니아. 과거 마니아는 지나치게 하나의 대상에 탐닉하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지만 용어의 이미지는 달라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라도 몰입할 취미와 취향은 존재하기 마련이며 이를 통해 일상의 무거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인식하게 된 것. 모든 이는 마니아로 불릴 수 있다.

특히 요즘 뜨는 마니아의 영역은 피규어·아트토이 등 어른들의 장난감이다. 광팬을 일컫는 ‘오타쿠’에서 온 말인 소위 ‘덕후’들의 세계로 이해되었던 시장이 대중적인 양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 장난감 마니아 셀러브리티


이제 피규어, 아트토이 등을 모으는 주소비층은 어른이다. 히어로물의 주인공 피규어, 어린 시절 추억을 담은 애니메이션 토이 등을 수집하는 취향이 트렌드가 됐다.

흐름에 불을 지핀 것은 셀러브리티의 역할이 한 몫하기도.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인 허지웅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밝힌 대로 피규어를 모으는 피규어 광으로 이름 나 있다. 자신의 SNS에 피규어 청소를 끝내고 찍은 사진을 올릴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

배트맨, 아이언맨, 자동차, 고양이에 이르기까지 수집 범위도 다양하다. 스타워즈 피규어 수집 중 가장 비싼 것은 300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고 밝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배우 지진희는 오래된 레고 마니아로 유명하다. 그는 아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레고에 발을 들인 뒤 마니아 수준까지 오르게 됐다.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하며 레고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건물을 만드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가수 서태지는 모형비행기와 무선조종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게 취미, 배우 이시영과 조민기 등은 특정한 만화 캐릭터의 모형을 사 모으는 것이 일상이다. 어린 시절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호기심이 샘솟도록 하는 마력이 있는 장난감은 어른들의 전유물이 되기에 이른 셈이다.

▶ 마니아 세계의 결정체, 피규어뮤지엄W


이에 박물관까지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개관한 ‘피규어 뮤지엄W’가 실험성의 결정체.

고고한 박물관의 이미지와 키치적인 비주류 감성으로 이해됐던 피규어의 이미지가 결합해 신선함을 낳는다. ‘피규어 수집은 건전한 취미를 넘어 럭셔리한 취미로까지 타인에게 비춰지는 시대’라는 점을 정확히 간파한 것이다.

일단 지상 6층, 지하 2층짜리 건물에 들어서면 방대한 피규어 콜렉션에 압도된다. 개인 소장품을 전시한다는 특징을 떠올려 볼 때 이 내실 있는 콜렉션이 모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기억이 축적된 것일까라는 물음에 당도한다.

실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피규어 전시에 대한 문의를 끊임없이 한다고 전해진다. 유병수, 임정훈 두 뮤지엄 공동대표 역시 어린 시절 장난감을 마음껏 누릴 수 없었던 아픈 기억을 안고 3000여 점의 피규어를 모았고 그 중 1000여 개를 전시하는 것이다.

보는 이도 역시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촬영에 쓰인 자동차 모형, ‘터미네이터 2’ 촬영 당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입은 가죽 의상을 걸치고 있는 실물 크기의 피규어, 그 밖에 헐크, 건담, 아톰 등 캐릭터를 접하며 다양한 기억의 회로를 켜게 된다.

장난감 그 이상의 의미. 비주류 광팬이 전문가로 인정받고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주류가 된 ‘유쾌한 반란’을 경험하고 싶다면 국내 최대의 피규어 전시장을 오늘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출처: 허지웅 인스타그램, 피규어뮤지엄W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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