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fe

세 시간 지혈하면서 말하는 남자 ‘이승원’

이선영 기자
2009-06-09 11:25:10
MBC게임 이승원 해설위원 “세 시간동안 지혈하면서도 게임 해설 했죠”


e스포츠의 중심에는 프로게이머와 팬들이 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e스포츠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 중 하나가 방송 경기에 생동감을 더하고, 팬들이 경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해설위원들.

완벽에 가까운 해설. 프로리그, MSL, 마이너리그 등 MBC게임의 중요한 경기를 책임지고 있는 MBC게임의 버팀목 이승원 해설을 만났다.

“완벽한 해설을 하고 싶어요. 유머, 감동, 게임분석 등 게임 해설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잘 하려고 노력해요. 언제 어디에서든 어색하지 않은 해설을 하고 싶어요.”

‘승원 본좌’, ‘무당 해설’, ‘10초 빠른 해설’ 등 그의 이름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프로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그만의 해설 스타일에 열광하는 팬클럽이 있는 스타 해설위원이다. 이런 명성은 하루아침에 붙은 것이 아니다.

“좋은 해설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게임을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해요. 게임을 보다가 선수들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전화로 물어봐요. 또 해설 준비를 위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전략이나 해설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죠.”

아나운서 같이 낮고 잔잔한 목소리의 이승원 해설위원은 언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성을 잃지 않는다. 경기가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해도 정확한 예측력을 가지고 침착하게 요점을 정리한다.

MSL의 리그 방식 변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승원 해설은 최근 2년 만에 리그 방식을 변경한 MSL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새로운 변화를 꾀했어요. 선수를 배치할 때,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을 많이 확보해서 경기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하지만 예전 같은 돌풍은 많이 줄어들 거예요. 전에는 다른 리그에서 활약하지 못했던 선수가 갑자기 MSL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우승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하지만 기존의 성적을 가지고 재배치하는 시스템으로 변경되면서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활약할 만한 환경이 된 거죠.”

‘MSL은 신성의 탄생, 최강자를 가리는 공평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팬들은 신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워진 환경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던 선수들이 조금 더 좋은 포지션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력이 곧 인기거든요. 예전에는 인기와 실력이 동떨어진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인기가 많은 선수일수록 실력이 좋아요.” 실력과 인기가 비례하는 현상이 리그 방식의 변경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 이승원 해설의 설명이다.

실력과 인기가 있는 선수를 종족별로 한명씩 꼽는다면?
프로토스 유저인 김택용 선수와 저그 유저인 이제동 선수 그리고 테란 유저인 이영호 선수죠. 이 선수들은 모두 ‘본좌’라는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선수들이에요. 각 선수들의 특징을 말하자면, 김택용 선수는 멀티테스킹이 굉장히 좋아요. 이제동 선수는 저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선수죠. 또 이영호 선수는 경기자체가 굉장히 스피디해요.

강민 해설위원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데?
해설위원과 프로게이머는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친해지긴 힘들어요. 그러나 강민 해설위원과는 강 해설의 프로게이머 시절부터 친했죠. 강 해설이 신인이었을 때부터 스타가 되고, 우승을 할 때까지 함께 했어요. 당시 강 해설이 명 경기를 펼칠 때마다 제가 해설을 했죠. 그 인연을 바탕으로 지금은 MSL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해설을 하고 있어요. 인연이 참 길죠.

최근에 해설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
방송 시작하기 5분전에 이동식 카메라에 머리를 다쳤어요. 내려오는 카메라에 머리를 맞아서 피가 많이 났죠. 병원에 가야하는데 그날따라 같이 일하는 캐스터와 해설자가 동시에 감기에 걸려서 목 상태가 안 좋았어요. 목 컨디션은 제가 제일 좋아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그래서 그날 한 3시간 동안 피를 막아가면서 해설을 했어요. 상처가 깊어서 철심을 박았는데, 뽑고 나서도 한 달 반 동안 코피가 났죠. (말 그대로 투혼의 해설이다.)

팬들에게 한마디
해설을 시작한지 10년 정도 됐지만 ‘방송인’보다는 ‘직장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팬분들이 있는 것이 아직도 신기해요. 가끔 정모를 하기도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에 표정도 많지 않아서 표현을 잘 못해요. 해설을 잘 하는 것이 팬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웃음)

한경닷컴 bnt뉴스 이선영 기자 goodluck@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