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fe

먹으면서 힐링 하는 영화 세 편, 슬로우 라이프를 맛보다

2015-10-26 14:41:47

[김윤정 기자]무더위에 달아났던 식욕이 가을이 되니 돌아와 입맛을 돋운다. 가을은 풍성한 먹거리뿐만 아니라 책 한 권 읽기도 좋은 날씨라 몸도 마음도 살찌우기 좋은 계절이다. 그래도 역시 책이나 멋진 그림보단 맛있는 음식 한 접시가 더욱 구미를 당기는 건 누구나 똑같을 터.

요즘은 맛집 블로거, 먹스타그램 등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문화가 만연하다. 이 흐름을 따라 소박하고 정갈하며 푸드 플레이팅까지 예쁜 가게들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좋은 사람들과 그런 곳을 찾아 맛있는 요리 한 입 하는 게 힐링하는 방법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특히 일본 영화는 이런 요소들을 잘 녹여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장면 속에 평범한 음식과 평범한 사람들을 조명해내는 특유의 감성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를 볼수록 침샘이 고이는, 화면 속 요리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그 속의 감동까지 느낄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준비해 봤다.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An, 2015)


납작하고 둥글게 구워낸 빵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드는 일본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 가게. 이 곳에는 손가락이 불편하지만 팥소를 정성스럽게 만들어내는 도쿠에 할머니와 앙 만드는 데는 영 소질이 없는 점장 센타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하는 여중생 와카나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담겨있다.

도쿠에 할머니는 어릴 때 앓았던 한센병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살아야 했지만 흩날리는 벚꽃 잎, 보글보글 끓어가는 팥에게 인사를 해줄 만큼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무료하게 살아가던 점장과 스스로 벽을 쌓아두고 있었던 여중생은 그녀를 통해 차차 삶의 의미를 배워간다.

팥이 자라면서 받아온 햇빛, 바람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맛있는 팥소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 도쿠에 할머니. 사람은 꼭 무엇인가 되지 못해도 다 의미 있는 존재라고 다독여주는 영화이니 미래가 불안하고 하루하루 걱정만 늘어간다면 단팥 인생 이야기에 귀를 한 번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 카모메 식당 (Kamome Diner, 2006)


슬로우 라이프 하면 떠오르는 북유럽. 그 중에서도 핀란드 헬싱키 주택가 한 켠에 자리잡은 조그만 일식당이 배경이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교류하고 정을 나누는 것이 주된 스토리이지만 침샘을 자극하는 요리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다.

카모메는 일본어로 ‘갈매기’라는 뜻인데 부둣가를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보며 어릴 적 키웠던 고양이가 떠올라 식당 이름으로 정했다는 주인공. 매일 장을 보고 닦았던 식탁을 또 닦아보지만 그녀의 식당을 찾는 손님은 없다. 그러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빵 시나몬 롤을 만들게 되면서 하나 둘씩 그녀의 식당으로 발을 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관광지에 식당 광고를 싣자는 제안을 거절한 채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카모메 식당을 운영해나가는 그녀. 손님이 찾지 않아도 잘 될 거라고 믿으며 따뜻한 미소를 건네는 주인공의 긍정적인 마음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당신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라본다.

▶ 우동 (Udon, 2006)


우동을 모르면 일본에 대해 안다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이며 지역마다 우동을 만드는 방법이 달라 지역 우동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르다. 영화 ‘우동’ 역시 그런 소울푸드의 면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

전 세계를 웃기겠다는 목표로 미국으로 날아갔던 청년 마츠이는 별다른 성과 없이 작은 시골마을인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우동집을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가 있지만 가업을 이을 생각은 없는 그는 조그만 잡지사에 취직을 하게 되고 우연히 아이디어를 얻어 고향의 숨겨진 우동 가게를 찾아 다니며 취재기사를 쓰기 시작한다.

일명 ‘면통단’을 조직해 취재를 다니면서 마츠이는 전통 음식인 우동을 만들며 고향을 지키고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새로운 면을 깨달아간다. 영화 중반부까지 코믹적인 요소로 전개되다가 후반부에 밀려오는 감동은 쫄깃한 우동 면발만큼이나 영화를 맛있게 만들어준다. (사진출처: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카모메 식당, 우동 영화 포스터, bnt뉴스 DB)

bnt뉴스 기사제보 life@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