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어버리고 슬퍼하는 것은, 깨어진 관계를 영영 놓칠 것 같은 절망 때문… 아닐까?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잘 가꾸고 유지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부부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아내들은 자신이 남편을 좋아하는 것보다 남편이 나를 더 많이 좋아해야 안심이 된다는 말을 한다. 부부생활이란 평생 동안 긴밀한 접촉이 이루어지는 관계로, 갈등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부부생활에서 발생하는 변화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 문제가 드러나는 현실상황(생활장면)을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갈등은 나로부터 조성된다
남편이 밤늦게 들어오는 날이 있다. 이때 아내들은 그가 야근을 하느냐, 술을 마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분을 느낀다.
야근 사실도 모르는 채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가 있다. 그런데 드라마 시청 중 우연히 남자가 외도하는 장면을 보았다면, 당분간은 그 장면이 연상되며 찜찜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부부생활에서 변화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 문제가 드러나는 현실 상황을 먼저 살펴보고 그것들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조건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봐야 한다.
부부들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조건들이 달라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부부관계 안에서 빚어지는 상황들을 적절히 다룰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그 상황을 구성하는 조건이 어떻게 조건화되는가를 알아낸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조건화’란?
여성들은 심리적으로 아름다운 CF모델이 선전하는 세탁기를 쓰면 자신도 우아해 보일 것 같은 생각에 그 제품을 구입한다고 한다. 한 밤중 요란한 전화 벨소리에 잠을 깨면 불길한 예감이 드는 등등의 일들을 ‘조건화’라고 설명한다.
‘조건화’는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가 개의 타액반사를 연구하다가 발견한 원리다. 먹이를 보면 침을 흘리는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소리를 들려준 다음, 나중에는 먹이를 주지 않고 종소리만 들려주어도 침을 흘리는 현상을 파악하였다고 한다. 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배운(학습된) 반사행동이며 이를 ‘조건화’라고 한다. 즉 종소리와 먹이가 연합하여 조건화된 현상인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TV 드라마를 보면서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가 느끼는 찜찜한 기분이나, 남편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아내의 기쁨도 조건화로 설명할 수 있다. 남편의 늦은 귀가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하자가 없기를 기대하므로 TV 장면을 연상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찜찜함을 느끼게 된다. 기다림에 짜증스러웠을 아내가 장미꽃을 받고 좋아한 이유는 평소에 남편으로부터 꽃을 받고 싶었던 기대가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아름다운 CF모델이 선전하는 세탁기를 쓰면 자신도 우아해 보일 것 같은 생각에 그 제품을 구입하는 심리도 조건화라고 할 수 있으며, 한 밤중 요란한 전화 벨소리에 잠을 깼을 때 불길한 예감이 드는 현상도 조건화라는 말로 설명한다.
이런 결과를 볼 때 우리는 자신의 행동(상황)이 어떻게 조건화 되는지 즉, 그 내면의 기대는 무엇과 연합되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조건화를 만드는 기대 그리고 기대와 연합되는 어떤 것(연합요소)을 알아낸다면 문제를 만드는 원인을 파악하여 문제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 (심리치료사 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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