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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MZ세대가 세상을 바꾼다] 대학만 3번 국내 및 해외 춤대회 우승. 그러나 춤 버리고 연기로 인생 전환 서울예대 연기전공 천혜지(27세) 그의 미래는? 과감히 내려놓는 것도 잘하는 MZ

2021-11-09 13:09:00

[연중기획 ‘MZ세대가 세상을 바꾼다’]
[김기만 기자 유통경제팀장 kkm@bntnews.co.kr]
-세계 춤대회∙국내 춤대회 1등
-'아무도 모르던 작은 미생춤꾼'이 월드스타 K춤꾼으로 성장하는 내용의 드라마가 나온다면 주인공으로 제격이지 않을까?
기가 막힌 춤꾼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어 춤추는 걸 할 수 없이 봤는데 춰도 너무 잘 춘다.
사실 춤에 대해 전혀 관심 없던 기자로서는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그의 유튜브도 보여 달래서 많은 영상을 봤다.
해외 춤대회 동영상은 춤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던 기자의 뇌를 바꿔 놨다. 프리스타일 춤도 아름답고 감동을 줄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해 줬다.
국내 해외 대회 1등 경험도 많다. 그런 그가 춤이 아닌 연기에 매진한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일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는 거다. 그래서 연기로 전공을 바꿔 대학을 3번째로 들어가고, 이제는 서울예대 27살의 졸업반이다.
MZ세대들은 하나에 집중하기는 것도 잘하지만 과감히 버리기도 잘 한다. 그런데 그가 춤을 버리는 게 많이 아까워 보였다.
혹시 아무도 모르던 작은 '미생춤꾼'이 '월드스타 K춤꾼'으로 성장하는 내용의 드라마가 나온다면 주인공으로 제격이지 않을까? 속으로 생각해 보면서 그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저는 5살 때부터 춤을 추며 heyz라는 댄서 네임으로 활동했었습니다. 한림예고 실용무용과를 일산에서 왕복 5시간씩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면서 무사히 졸업하고 당연한 수순으로 대학교도 춤으로 진학을 했어요.
춤으로 안정적으로 저의 이름을 알려가며 한국에서 많은 베틀에서 우승하고 6th Gastby competitiom 퍼포먼스 대회에서 1등을 하여 외국에 초청 받아 한국대표로 대회에 참여하는 좋은 기회를 얻었었죠.
그러던 어느 순간, 너무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일이었고, 몇년간 제대로 잔 기억도 없이 매일 새벽연습과 온몸에 드는 멍을 보며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과부하가 오더라고요”
- MZ 천혜지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그래서 대학교를 돌연 자퇴를 하고 캐나다로 떠났죠. 사실은 춤을 그만두고자 떠났던 캐나다인데 결국엔 저는 또 거기서 춤을 추고 있더라고요.
부모님 몰래 어학원이랑 기숙사비 환불받고, 혼자 영어도 못 하는데 이사하고, 저에게는 꿈과 같은 왁킹 창시자 Tyrone Proctor 가 심사인 캐나다 댄스 베틀에서 우승도 하는 행운을 얻으며 캐나다 댄서들에게 티칭도 할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다시 춤을 춰보자 마음을 먹고 1년 뒤에 한국에 돌아왔는데 제가 본래 춤을 췄던 댄스팀이 해체되어 돌아갈 곳이 없더라고요.
그때는 방황을 했죠. 후에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춤 다음으로 좋아하는 옷을 팔아보자는 마음으로 쇼핑몰도 차려서 운영도 해 보고, 사진도 배워보고, 패션디자인도 배웠어요. 그렇게 쇼핑몰을 운영하던 평범한 날,
옛날에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끼를 방출하던 때가 생각이 번뜩 들면서 쇼핑몰은 내가 나중에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무대에 올라설 수 있는 것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과 동시에 캐나다에서 댄스퍼포먼스를 하다 만나게 된 캐나다지사 중국CCTV 국장님께서 저한테 연기 제안을 해주신 게 머릿속에 스쳤어요.
춤으로 빛나 봤으니 연기를 통해 무대에서 빛나보자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바로 다음날에 입시연기를 시작해서 23살에 두 번째 대학교를 연극영화과로 입학하게 되었다고 한다.
MZ세대는 매우 과감하다. 그리고 생활자체가 소설책을 읽는 느낌도 든다.
“두 번째 대학교에서 좋은 동기들과 교수님 덕분에 연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사실 제가 옛날부터 마음속에 있었던 서울예대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정말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입시 지원과 함께 대략 한달반 정도의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 두 번째 대학에서 배우고 연습한 연기와 특기인 프리스타일 춤으로 25살에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학인 서울예대에 오게 되었습니다.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입시에서 모르는 노래로 프리스타일로 특기를 했었다고 하니까 다들 놀라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서울예대에 와서 좋은 연기는 절대 혼자서 할 수 없고 동료들과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서 나온다는 것을 배웠어요.
좋은 배우가 되려면 연기 뿐 아니라 열린 마음과 열린 귀를 갖고 있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가장 어둡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돌아보니 정확한 제 인생에 목표지점의 길을 밝혀주는 기분이에요. 그 목표점에 끝에는 배우라는 길이 있고요”
드디어 제 인생 마지막 학교졸업을 하게 되는데 지금까지의 춤과 연기를 통해 배웠던 것이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 대학만 3번 입학, 20년 가까이 해온 무용을 포기하고 연기에 도전

∙2014 : 한국예술원 실용무용과 입학
∙2017 : 예원예술대학교 연극영화과 입학
∙2019 : 서울예술대학교 공연학부 연기전공 입학
-학교생활이나 유학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라…
제가 캐나다 유학시절에 CCTV 국장님한테 연기 제안을 받았었는데 그 얘기를 좀 더 자세히 해보면 제가 캐나다에 있었을 때 정말 여러 곳에서 댄스 공연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CCTV 신년 축제 공연이었어요.
거기서 저를 보시고 연기 제안을 해 주신 건데 그 당시에 중국어도 전혀 못 했고 연기라는 분야는 접해본 경험도 없고 이제서야 캐나다에 적응을 했는데 덜컥 중국을 간다는 게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거절을 했는데 문득 ‘아… 그냥 해 볼까? 가서 못 하겠으면 돌아오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며칠 뒤 다시 컨텍을 했는데 국장님이 딱 그 전 날 새벽에 이미 중국으로 떠난 후에 제가 연락을 드린 거죠.
그렇게 그 기회는 제가 놓쳤는데, 이후 연기를 제대로 시작하고 나서 중국어도 혹시 모르니 공부해놓자 싶어서 상해 교환학생도 다녀왔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직도 무슨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설 때면 그 당시를 생각하면서 대부분 일단은 하고 보는 것 같아요. 후회는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 춤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한다면?
“스스로를 너무 혹독하게 몰아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건 춤 뿐 만이 아닐 것 같은데. 저는 너무 스스로한테 거는 기대가 커서 항상 절벽 끝에 있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살다보니 누가 밀지도 않았는데 제 발로 낭떠러지에 떨어져 버렸거든요.
좀 더 넓게 봤다면 절벽이 아닌 예쁜 꽃이 피어있는 곳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건 그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선택을 할 일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꿈을 지키는 방법엔 정말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항상 본인이 더 오래 더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 꿈을 계속해서 지켜나갈 수 있도록 이요.”
- 스스로가 그리고 생각해보는 미래는 어떤 큰 꿈이 펼쳐질까요?
“대중들에게 가까이에 있는 실력 있는 연기자가 되어 있다면 좋겠죠? 하지만 연기는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실력은 너무 당연하고 기회도 타이밍도 많은 부수적인 것들이 따라줘야 하는 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저는 모든 걸 해낸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런 미래가 만들어졌을 때 더욱 반짝반짝 오래 빛날 수 있도록 현재 사력을 다해 고생도 해보고 부딪히면서 달려 나가는 중이에요.”
20대 MZ을 만나 자세한 인터뷰를 해봤다. MZ세대가 그야말로 주목받는 시대가 됐다.
거침없고, 후회 안하고, 버릴 땐 버리고, 과감한 도전도 즐기고 하는 이들. 또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사활을 다하는 기업들.
인터뷰를 마치면서 MZ세대는 결국 세상을 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천혜지 배우 인스타그램: heyz_be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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