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인플루언서는 멋지다! 행복을 전달하는 그들] 연중기획. 멋지고 근사한 만능스포츠 우먼&행정가 ‘스포츠봉’(33세). 2020년 ‘3일간 혼수상태+죽음의 문턱+1달 입원+계정해킹’ 멘탈과 사진까지 모두 잃어. 그러나 그녀는 모든 걸 다시 복구

2022-03-08 16:39:20

[김기만 기자∙팀장] 죽음의 문턱에 선 상태에서 인스타그램 해킹을 동시에 당한다면 그야말로 벼랑 끝이다. 만일 인플루언서에게 닥친 일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녀는 2020년 여름 촬영 도중 높은 곳에서 하강을 하며 장 파열로 큰 수술을 받았다. 수술과 동시에 3일간 의식을 잃고 있다가 간신히 회복했다. 정신력이 강하게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힘든 입원 생활 중에 간신히 몸을 추스르면서 인스타그램에 슬픔을 의지하고 있던 차에, DM 하나를 받으면서 너무나도 힘들 블랙홀이 동시에 시작된다. 해킹을 당해 그녀의 행복공간이던 피드의 컨텐츠 500개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과정은 피싱과 비슷하다.
인스타와 구글 본사를 사칭한 누군가가 DM을 보내 ‘지금 귀하의 계정이 해킹에 노출이 되어 즉시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영어 메시지였다.
큰 부상으로 한없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겁이 덜컥 난 그녀는 메시지에 달린 링크로 들어간다. 페이지기 너무 잘되어 있고 누구도 본사 페이지라고 안 믿을 수가 없는 정갈한 화면이라 그녀는 아무 의심 없이 아이디 비번을 치고 비번 수정작업을 했다.
즉시 비번을 바꾸고 안심하던 차에 이상한 느낌이 뒤늦게 들어 개인 피드를 체크해보는데 열리지 않는다. 아차 해킹 같았지만 이미 늦었다.
몸도 힘든데 소중했던 추억마저 없어진 느낌에서 그녀는 너무 힘이 들었다고 한다. 이때 도움이 된 게 바로 사이클을 중심으로 인연이 된 인스타그래머 지인들이었다.

그녀에 따르면 운동 분야 인스타 동호인들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경쟁 구도도 아니고 서로서로 의지하는 진정한 동료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걸 반영해주는 점이 팔로워들 역시 찐팬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해킹으로 모든 컨텐츠를 날리고 추가로 기진맥진해 있던 그녀가 괴로워하는 시점에 지인 인스타그래머들은 진정한 위로를 해주고, 그녀의 안타까운 사정을 여기저기 알리고, 다시 컨텐츠를 하나씩 만들어가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매일 응원의 글을 올려주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 응원과 마음의 지원만으로 나름 유명했던 스포츠 인플루언서가 원래 모습과 원래 자리로 되돌려질 수 있을까?
그녀의 슬펐던 이야기를 들어보자.

1.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시죠.
안녕하세요. “스포츠봉”으로 스포츠 쪽에서 다양한 SNS 활동을 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봉은지입니다.
저의 인생은 지금까지 스포츠 없이 안 되는 삶을 살아온 거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체육학과를 전공해서 비인기 종목이지만 ‘플로어볼’이라는 국가대표 선수 활동도 했었습니다.
비인기 종목인 경우 개인의 삶과 선수의 삶을 병행하고 선수활동비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 비용으로 투자하고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프라이드 하나만으로 활동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 때 스포츠 관련 활동을 다양하게 접하고 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가지 스포츠강사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름에는 수영 또는 수상스키를 배우고 겨울에는 스키강사 활동을 하며 틈나는 시간에는 운동선수 활동을 하면서 대학 생활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스포츠산업의 현실을 보게 되고, 스포츠 쪽으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체코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까지 도전을 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국제대회를 뛰고서 지금은 스포츠행정가로서의 꿈을 찾아 스포츠행정가로서 본업에 충실하며, 여유 있는 시간에는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 스포츠 분야에 일을 한다는 게 일반인이 보기에는 멋있어 보이는데, 현역 스포츠인으로 운동을 한다는 점이라던가 대학 졸업후의진로라던가 좀 더 알기 쉽게 이야기를 해주시죠.
잘 모르시겠지만 운동선수는 ‘엘리트 종목’ 즉 요즘 많이들 보신 스피드 스케이트나, 손흥민 선수의 프로축구라던가, 유명 농구선수라던가 이런 분야는 인기종목인데요. 사실 제가 했던 ‘플로어볼’처럼 비인기 종목은 최고가 되지 않는다면 수명이 매우 짧습니다.
코치나 강사 활동도 있지만 제가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재능이 있었던 건 아니었기에 미래에도 스포츠에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스포츠산업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지금은 국가기관 체육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안전 파트를 담당하고, 국민이 안전하게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컨텐츠 제작 현장안전점검 등 국고 사업으로 운영되는 기관입니다.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제 삶의 스포츠라는 영역이 저의 전부라고 지내다 보니 인생이 즐겁기도 합니다.
메인으로는 사이클, 스키를 즐겨하고 이 외 골프, 러닝, 등산, 수영, 당구 등 스포츠라이프를 즐기고 있어요.
이렇게 열심히 활동했던 대학교 생활 덕에 “만능 스포츠우먼”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고 제 본명의 성과 함께 스포츠봉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3. 그렇군요. 지금은 스포츠 인플루언서로도 유명하신데 인플루언서로는 어떤 생활을 하고 계신가요?
사이클은 아마추어팀(말로야에이블팀)이라는 곳에서 활동하고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말로야에이블팀은 MCT 아마추어 대회를 나갈 수 있는 팀이에요. 아마추어 선수등록을 통해 대회에 참여할 수 있죠.
여성 팀원들이 너무 잘 타서 함께라도 하고 싶어 자전거 시즌에는 열심히 타보려고 하고요. 이 외 골프, 스키 등 다양한 스포츠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패션(디스커버리), 골프(타롯골프) 스키·스키부츠(노르디카), 스키복(쉐펠), 스키폴(레키), 사이클의류(BWS), 사이클클릿슈즈(BONT), 사이클고글헬멧(SMITH) 이 밖에 다양한 스포츠 및 패션의류 협찬 등 광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의 에너지를 보고 같이 공감되고 정보도 공유하고 활력을 얻을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면 저는 정말 의미 있는 스포츠인플루언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정말 궁금한 내용이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던 큰 부상을 당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사고는 정말 너무 허무하게 다가오는 거 같아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수상레저(수상스키 및 레저편) 촬영이 있어서 가평에 물놀이 시설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다양한 레저들을 모두 경험하는 거였습니다.
수상스키, 땅콩보트 등 블롭점프라는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블롭점프란 널뛰기처럼 사람이 뛰어내리면 그 무게로 제가 위에서 떨어지는 건데 생각보다 높게 뜨게 되었고 물에 떨어질 때 수면과 복부가 정면으로 부딪쳤습니다. 이로 인해 장 파열 사고가 벌어졌어요.
저는 안에 내출혈로 인해 급하게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수술도 안 될 뻔했는데 정말 운 좋게 응급수술을 하게 되었고 깨어나 보니 3일 의식이 없고 양손이 묶여있었어요.
그렇게 건강했던 제가 기도삽관을 통해 기계로 숨을 쉬고 있더라고요. 너무 괴롭고 힘든데 목구멍에 기계가 들어있어 말도 못 하고 그렇게 한 달 가까이 중환자실에서 보냈습니다.
심지어 코로나가 뭔지 가족들 얼굴도 면회도 못 했고요. 하루는 어찌나 졸리는지 계속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너무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약해졌을 때였어요. 숨쉬기도 답답하고.
그날 잠들면 간호사가 계속 깨웠던 날이 생각납니다. 심박수가 자꾸 내려간다고 깨웠었는데 정말 사람 죽는 건 한순간이구나 싶더라고요.
그래도 밖에서 울고 있을 가족들 생각하면서 “나는 강하다” 혼자 리마인드 엄청 했고요.
중환자실에서 회복하기 시작했고 호흡기를 떼고서 가족들 목소리 듣는데 울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일반실에서는 못 움직였던 몸을 움직이면서 재활을 시작했어요.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면서 응원의 메시지와 위안을 삼았는데 해킹까지 당했던 거죠. 진짜 이때 생각하면 멘탈 탈탈 털렸던 것 같아요.

5. 그 이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로 수술 흉터에 고민이 많았을 텐데 지금은 당당히 수술 자국을 오픈한다고 들었습니다.
수술 자국을 볼 때마다 예쁜 옷도 입는 게 싫어지고, 수영복은 특히 비키니도 못 입게 되었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운동 관련 스포츠룩도 못 입는다고 생각하니 운동하기도 싫어지고 삶의 에너지가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당당하게 한번 올려보자는 심정으로 운동복 그대로 흉터 신경 안 쓰고 올리게 되었고, 반응이 ‘징그럽다, 안쓰럽다’가 아닌, 응원 메시지와 강한 제 의지를 더 멋지게 봐주더라고요. 너무 고맙게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의 DM이 왔는데, 본인도 아파서 개복을 했고 큰 상처가 있어서 우울하고 창피했는데 저로 인해 용기를 얻었다고 하는 메시지를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어떠한 고통도 이길 수 있겠구나 싶었고요. 더 강해졌다고 생각해요.

6. 해킹을 한 사람들은 어떤 목적이었을까요?
해킹하는 사람들은 보통 외국인이에요. 제 해커도 터키인이었고요,
보통 해킹을 하면 제 팔로워들을 이용하기도 하고, 홍보 계정으로 돈을 받고 돌리기도 하고 계정주인한테 돈을 요구하기도 하죠. 결국은 돈이죠.
7. 해킹당한 피드 내용을 되찾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들었는데 어떤 과정으로 다시 찾게 됐나요?
정말, 해킹 계정을 찾기 위해서 별짓을 다 했던 것 같아요.
아픈 몸을 이끌고 PC방가서 오기로 하루 종일 정보를 검색한 적도 있고요, 울면서 인플루언서들에게 프로그래머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하기도 했어요.
근데 결론은 인스타(페이스북 본사)는 한국처럼 상담원이 있거나 친절한 서비스가 되어있지 않아요. 전 세계인이 저처럼 당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저도 수십통 메일을 보냈는데 결론은 매크로 답변이더라고요. 컴퓨터에서 자동적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그 답안에 들지 못하면 찾지를 못해요.
알아보니까 몇백만원 받으면서까지도 해결해준다는 사설업체도 있더라고요. 미국에 본사가 있다면서. 아마도 돈 받고 미국에 지인 누군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운이 좋았는데 지인이 페이스북(본사) 직원을 알고 있어서 소개받아 3개월 만에 겨우 되찾았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한 덕에 그 지인까지 닿았던 것 같아요.
해킹을 당하면 시스템이 메일로 오는 코드 번호+본인 사진을 찍어서 종이 인증을 하고, 그걸 매크로가 얼굴을 대조해보고 최초가입 이메일로 인증 코드를 보내주게 되어있어요.
근데 저는 사진도 다 지워졌고, 최초가입 이메일은 변경된 이메일이 아닌 최초가입자라는 부분을 유일하게 인증하는 단계인데, 하필 예전 휴면계정 메일을 써서 찾을 수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인 찬스 아니었으면 전 아예 못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 최초 가입 메일이 중요하군요. 다시 시작해서 한 달 만에 팔로워 1만 명을 만든 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이렇게 3개월 동안 방황할 때 점점 더 패닉이 왔고 몸은 완치가 안 되고 우울증이 오기 전에 정말 의리 있게도, 저랑 같이 운동했던 많은 인플루언서 언니, 동생, 친구들이 도와줄 테니 다시 시작하라며 연락이 왔습니다.
새로운 계정을 만들고 다시 시작하라고요. 진짜 다시 제로부터 시작하는 게 저한테 쉽지 않았고 그래도 도와준다는 지인들이 너무 고마워서 해보게 되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이 저에 새로운 계정과 제 사진을 피드에 올려 홍보를 해주었고 이로 인해 진짜 놀랍게도 한 달 만에 1만 가까이 팔로워가 늘었어요.
물론 스포츠인들은 또 시장이 좁아서 기억해주는 찐팬들이 많기도 하고요. 저한테 정말 잊지 못하는 감동이었습니다.

8.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2개 운영하게 되었군요.
그래서 기존 @SPORTS_BONG 인스타그램을 되찾고는 새로 만든 계정을 버릴 수가 없어서 현재는 @daily_bong으로 운영 중입니다. 운동과 일상 계정 2개를 운영하는 기회가 되어버렸네요^^
9. 기자가 인터뷰 요청을 할 때 다른 분들에 비해 노출이 적은 점도 작용을 했습니다. 지금 인스타를 운영하는 일종의 철학은 어떤 것일까요?
흠, 저는 운동을 정말 사랑하고 운동을 즐기는 데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으로서 헬스나 바디를 키우는 운동이면 다르겠지만 섹시한 컨셉보다는 정말 에너지 넘치고 생동감 있는 피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노출을 할 만한 스토리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 섹시한 옷보다는 건강한 운동복을 즐겨 입어서요.
두 번째로는 사람과 의리입니다. 저는 스폰서(업체)든 인연이 된 사람들은 변하지 않고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편이에요. 앰배서더 같은 경우도, 업체를 바꿀 수도 있지만 초창기에 인연이 된 업체랑 몇 년간 함께하고 있습니다.

10.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언제까지 이렇게 역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세월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체력에 맡게 인생에서 운동은 빠질 수 없을 것 같아요.
또 그 나이에 맞는 활동을 하면서 스포츠 정보공유 등 동기부여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관련 사업을 할 수도 있고요! 현재는 국가기관에서 스포츠산업 관련 업무도 너무 흥미가 있답니다.
앞으로의 제 미래가 저도 궁금합니다. 응원해주세요!
(사진촬영 장소제공: 웰카페 중계점, 사진제공: 스포츠봉)
인플루언서 스포츠봉 인터뷰 후기
스포츠봉을 인터뷰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인스타를 하는 이들에게 줄 좋은 팁도 생겼다.
어릴 때 태권도를 시작으로 체육학과->대학원->정부출연기관취업->장 파열(죽음의 문턱)+해킹이라는 과정에서 정신력도 빛을 발하고 멘탈도 부여잡고 무엇보다 밝은 미소와 아름다움을 되찾았다는 점은 가히 놀랄 일이다.
예쁘고 아름다운 그녀에 대한 세상의 시샘은 작지 않았다. 배에 생긴 큰 흉터(수술 칼자국)까지 덤으로.
그녀는 그동안 창피하던 배의 큰 상처를 이젠 당당하게 오픈한다. 멋지다.
존경스럽고, 당당하고, 근사한 스포츠행정가 ‘스포츠봉’
만능 스포츠행정가인 그녀를 응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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