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임신부도 자유롭게 치과 간다! ①

김희정 기자
2014-05-10 22:27:49
임신 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던 경우에도 임신 이후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는 등 치아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치아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해도 치과를 찾지 않고 참는 임신부가 많다. 치과 치료가 태아에게 나쁘다는 속설 때문이다. 과연 임신부 치과 치료는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걸까?

임신부 중에는 치아나 치주 질환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잇몸이 붓고 아파서 칫솔질을 못하거나 이를 닦을 때마다 피가 묻어나고 치통이 생기는 경우다. 이런 상황은 임신부들에겐 더욱 혹독한 시련이 된다. 대부분의 임신부들이 치아·치주 질환으로 고생하면서도 여간해서는 치과 치료를 받으려고 하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임신 중이라고 하더라도 잇몸과 치아에 이상이 생기면 언제라도 치료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주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올바른 생활 습관이다.

임신부 치과 질환, 왜 생길까?
임신을 하면 치아·치주 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그 이유가 임신 때문만은 아닐지라도 임신과 연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임신부의 대표적인 치아 질환은 충치다. 충치는 입안의 음식물 찌꺼기가 세균에 부패되어 생기는 산에 의해 치아의 석회 성분(칼슘이나 인)이 녹거나 파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충치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치태(플라그)다. 치주질환은 치아 주위 조직에 생기는 일체의 병을 말하며 흔히 잇몸병이라고 지칭한다. 발생 원인은 치주병 유발 세균(박테리아)에 의하여 발생하며 잇몸 출혈, 구취, 치은종창, 치은 변색, 치석 침착, 시린 이, 동통, 치아동요, 치아발거 등의 증상이 있다.

임신부에게 치과질환이 잘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임신 중에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호르몬 변화 때문에 임신부의 잇몸은 붓고 말랑말랑해지며 입안도 산성으로 변한다. 따라서 침의 산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충치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또 임신하면 체온이 상승하는데 체온 상승으로 입안의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임신부라면 한 번쯤 겪는 입덧은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하루 종일 먹을 것을 달고 사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칫솔질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충치가 생기기 쉬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출산 후에는 이러한 증상들이 감소되기는 하지만 대부분 지속된다. 따라서 임신을 준비 중이라면 미리 치과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치주질환을 야기하는 원인이 치면세균막이므로 치면세균막을 잇솔질(칫솔질+치실질)로 잘 제거하거나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저체중아 출산 확률 높이는 ‘치주질환’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임신부 역시 입속 질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통증이 느껴진다 해도 치과 방문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물론 치주질환은 임신 중일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치주질환은 심각하면 조산아나 저체중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다. 의학계는 치주질환이 생기면 입안의 세균 독소 등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이동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고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쳐 조산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임신부는 저체중아를 낳을 가능성이 높고, 치주 상태가 나빠진 임신부는 미숙아를 낳을 위험성이 더 높다는 보고도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랫동안 치주질환을 앓을 경우 구강 내 세균이 혈액을 통해 혈관에 침입, 혈관에 염증을 유발하고 이것이 뇌졸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치주질환이 심하면 활동 시 혈당을 증가시켜 합병증 위험을 증가시키는가 하면, 구강 내에 있는 세균이 폐로 들어가 폐렴 등 호흡기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분당 차병원 치과 심선주 교수는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임신부는 저체중아를 낳을 가능성이 2~3배 정도나 더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역학조사를 통해 입증된 바 있지만 아직까지 그 정확한 원인이나 기전이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라며 임신 중 치주질환의 위험성을 말한다.

임신 중 더 잘 생기는 치과질환
잇몸 질환(치은염&치주염)
임신부 치주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은 임신이 아니고 양치를 제대로 못했을 때 생기는 치태나 치석 때문이라고 한다. 임신을 하면 움직이기 쉽지 않고 쉽게 피로해지며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입덧 등으로 칫솔질을 소홀히 하게 되는데, 이것이 잇몸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또 임신을 하면 호르몬 분비의 변화로 잇몸의 혈관 벽이 얇아져 적은 양의 치태나 치석이 쌓여 염증이 잘 생긴다는 점도 치주질환을 부추긴다.
이런 이유로 대개 임신 2~3개월에 잇몸 염증이 생겨 8개월까지 심하다 9개월쯤 되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임신성 치은염이라고 하는데, 건강한 잇몸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원래 염증이 있던 부위가 심해진다. 가끔 잇몸의 한 부위가 붉게 부풀어 올라 큰 덩어리가 만져지는데, 이를 임신성 육아종이라고 한다. 이는 잇몸이 심한 염증 때문에 생긴 암적색의 큰 부종으로, 대개 임신 3개월에 생겨 시간이 지나면 감소하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충치(치아우식증)
임신 중 호르몬의 변화로 타액이 산성이 되고, 입덧의 영향으로 입속 상태가 산성으로 변하여 충치가 생길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만드는 것이지 임신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입덧을 하면 입맛이 변해서 단것만 먹다가 충치가 생기거나 구토를 할 때 나온 위산이 치아를 부식시켜 치아가 삭기도 한다. 또 만성이 되어 있는 휴식기의 충치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에 놓이면 빠르게 진행되어 심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충치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몸이 피곤하여 치아 관리를 게을리 한데 있으므로 입안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충치 예방법이다. (기사제공: 앙쥬)

한경닷컴 bnt뉴스 김희정 기자 life@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