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프로그레시브! 수트의 대안을

2009-06-16 17:38:10

"디자이너 브랜드로 나서도 성공하겠어”, “조금만 더 일찍 준비해 서울컬렉션에 나갔어도 반응이 좋았을 텐데…” “우리 백화점 XX점포에 딱 맞는 컨셉이다”

컨셉이 확고한 신규 브랜드의 F/W시즌 런칭쇼 현장을 방불케 하는 백화점 바이어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 장소는 지난 1988년 런칭, 올해로 22년차를 맞은 남성캐릭터 워모의 F/W시즌 상품품평회 현장이었다. 이쯤 되면 브랜드의 디자인실장이 궁금해진다.

크레송(대표 신용관)의 남성캐릭터 워모를 이끄는 신용석 디자인실장이다. 놀랍게도 신실장은 국내 제도권 남성캐릭터 디자인실장 가운데 최연소이자 최단기 커리어를 지니고 있다.

1976년생인 그는 올해 나이 34세의 10년차 디자이너다. 9년차이던 지난해 말 워모의 디자인실장 타이틀을 달며 이슈를 뿌렸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디자인실장 직함은 처음이다. 또한 22년째 워모의 전개를 이어온 크레송에서도 지금까지 있을 수 없던 파격적인 인사였다.
남성캐릭터 조닝에서는 10년차 팀장급부터 브랜드의 핵심 아이템인 수트를 다루기 시작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신실장의 경우 이 연차의 절반인 5년차부터 수트를 핸들링하기 시작, 지금에 이르렀다. 그가 딱딱하고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남성복 사이드에서 항상 최연소로 기억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00년부터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그는 어바우트에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게 된다. 어바우트는 김성민 사장, 김성희 이사, 한상혁 CD 등 당시 기획 파트 전문가들이 총집합하며 관심을 모은 브랜드로, 그에게 많은 영향을 준 브랜드로 기억된다. 이후 브랜드 중단과 함께 F&F에서 전개하던 AM하우스(AM Hous)에서 이지캐주얼을 경험했다.

다시 남성복으로 돌아온 그에게 새로운 전기가 된 시기는 코모도 시절이었다. 이곳에서 현재 워모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수진 이사와의 첫 만남이 있었다. 당시 코모도 디자인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김이사는 남성캐릭터 조닝 기획자 가운데 ‘대모(大母)’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이곳에서 신실장은 스포티브 캐주얼 코모도스포츠의 런칭에 힘을 보태며 캐주얼을 자신의 제2의 전공으로 만들어 나갔다.

당시 코모도의 기획실은 워낙 적은 인원으로 꾸려 가다 보니 그에게도 남성복 정통 아이템을 맡게 되는 기회를 맞이한다. 수트는 물론 클래시셔츠와 울코트를 비롯해 가죽 데님 등 거의 전 아이템을 컨트롤하게 됐다.


이후 지오지아와 TI포맨을 거쳤다. 우연히도 코모도와 지오지아, TI포맨은 그가 거칠 때마다 실적이 좋아졌다. 코모도는 코모도스포츠로 대박을 쳤고 지오지아는 매출액 500억원을 넘기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줬다. TI포맨은 런칭 2년차 때부터 브랜드를 전면 리뉴얼, 올해 매출 200억원을 바라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가 남성캐릭터 실장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던 이유를 물을 때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넘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가장 큰 행운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이다. 그는 지금까지 워모에서 호흡을 함께 맞춰 나가고 있는 김수진 이사와 지오지아의 ‘터줏대감’ 홍민석 상무, TI포맨에서 활동하고 있는 또 한 명의 ‘대모’ 구희경 이사를 만났다. 이들 3명은 모두 남성캐릭터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로, 지금의 남성캐릭터 시장을 있게 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들을 모두 만날 수 있던 신실장의 손을 거친 워모가 이번 F/W시즌에 밝은 전망을 내놓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현재 전년 대비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워모가 신실장에게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주문했고, 아직 평가하기 이른 시점이지만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F/W시즌에 워모는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이라는 테마로 브랜드의 새로운 균형과 질서의 정립을 설파한다. 기존 남성캐릭터 조닝의 브랜드가 수트에만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레이어드와 캐주얼을 강조한 모습이다. 상품의 핵심은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라인이다.

스포츠 컨셉의 이 라인은 인체의 굴곡과 신체 부위의 운동 반경을 고려했으며, 이를 위해 4~5가지 소재를 조합해 활동 부위의 유연성을 더했다. 코팅울, 콤팩트 저지, 메모리 소재 등 기존의 남성복에서는 거의 시도하지 않던 소재의 조합이다.

오는 7월 말부터 매장에 출시될 이 라인은 별도의 라벨 부착으로 상품군 차별화를 시도하며, 앞으로 워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정립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포멀군에서는 ‘얼터너티브(Alternative)’ 수트를 출시한다. 말 그대로 ‘수트의 대안’이라는 뜻으로 기존의 슬림핏보다 진일보한 스펙임에도 허리 위치를 상향 조정하고 어깨 부분 패턴에 변화를 시도해 활동성을 부여했다.

현재 남성캐릭터 전반의 시장 상황과 워모의 현황은 녹록지 않은 편이다. 전년 대비 답보 수준에 그치는 남성캐릭터 조닝의 매출 속에 워모는 지난해에 비해 백화점 매장 7개가 줄었다. 그러나 신실장은 오히려 핵심 상권에서 확 달라질 브랜드의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상품이 좋으면 고객이 찾아오고, 고객이 찾아오면 매장은 다시 열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나에게 ‘상황’이라는 말은 항상 어감이 좋은 단어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워모의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사제공: 패션비즈 배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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