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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F/W 서울패션위크] 조고은 디자이너 “진심을 담은 옷 만들고 싶다”

2014-03-22 12:00:18

[최소담 기자/ 사진 김강유 기자] 떠오르는 신진 디자이너 조고은. 2010년 파리 ‘후즈넥스트’로 데뷔해 2014 F/W 서울패션위크로 국내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는 그의 브랜드 ‘고은조’. 뉴욕패션스쿨 FIT를 BFA로 우등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즐겁고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라며 수줍게 미소 짓는 모습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작업실에는 남편 이성수 화백과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곁에 있어 영감을 받아 조고은의 옷들이 탄생한 것 일지도. 다채로운 컬러를 이용해 추상적인 패턴에 미니멀하고 구조적인 형태로 디자인된 형태의 브랜드 ‘고은조’의 옷들이 작업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필자는 그의 옷을 보고 일상의 편안함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조고은 그 자체 였다. ‘고은조’의 옷들은 짜임새 있는 소재를 사용해 중력에 저항하지 않고 몸을 따라 흐르면서 자연스러운 조각적 연출을 보여줬다.

아티스트이자 남편인 이성수 화백의 예술 작품들을 이용한 프린트와 조각적 볼륨감을 가진 패턴들이 상상력을 자극했다. 차례차례 단계를 밟아 이 자리까지 올라오게 됐다는 디자이너 조고은. 그를 만나 옷에 대한 생각과 브랜드 ‘고은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PART 1. 디자이너를 꿈꾸다.
“고3, 런웨이 쇼를 보고 벅차올라 디자이너가 되기로 했다”


디자이너를 꿈꾸게 된 시점은 두 번으로 나뉜다. 아버지 때문에 어릴 때 외국생활을 해야 했다. 당시 동양인이고 영어를 잘 못하니까 친구들이랑 어울리기 어려웠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 예쁜 옷을 입고 가면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그때부터 슬슬 옷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보그, 엘르 등 패션매거진을 보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어릴 때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옷 그림을 그리고 놀았던 모습이 있다.(웃음)

그렇게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한국에 왔을 때는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에 매달려야 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디자이너에 대한 꿈을 잊고 지냈다. 어느 날 고3 시절에 엄마와 백화점에 갔는데 행사 런웨이 쇼를 보고 그냥 눈물이 났다. 울컥 가슴속에서 뭔가 차오름을 느꼈고 그때 ‘디자이너가 돼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당시 대학을 갈수 있는 성적이 아니었다.(웃음) 유학생활 경험이 있었으니 미국에 있는 패션학교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뉴욕에 있는 FIT 학교에 원서를 넣었고 치열한 원서 경쟁을 뚫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하게 됐다. 학교생활은 너무 재미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디자인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인정을 받으니 너무 행복했다.

PART 2. 남편 이성수 화백 그리고 시어머니 드맹의 문광자 디자이너.
“남편과 시어머니를 통해 오리지널리티를 찾게 됐다”



당시 시어머니의 성경공부 인도해주시던 목사님이 뉴욕에 계셨다. 어머니가 뉴욕 전시를 위해 일이 있으셔서 목사님께 연락해 우연히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오셨다. 신랑이 목사님께 소개팅을 요청했고 고민 끝에 신랑을 만났는데 맘에 들었다. (웃음) 신앙이나 성품이 잘 맞아서 남편 뜻에 따라 한국에 오게 됐고 결혼을 하게 됐다.

제가 본 시어머니는 디자이너로서 가정을 잘 꾸려온 분 이라 배울게 많고 존경스러운 분이다. 임신하셨을 때 집안에서 살롱 운영하실 정도로 옷에 대한 열정이 있으시다. 정말 배울 것이 많다. 평소 일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도움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어머니께서 ‘한 가지 일을 여러 세월 해와도 하면 할수록 새롭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대학시절에 처음 디자인한 자료들을 계속 보게 됐다. 저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계속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와 예술을 같이 할 수 있어 더욱 행복하다.(웃음)

PART 3. 고은조를 세상에 알리다.
“ 내 손으로 내가 직접 만든 옷이니까”



처음에 친구와 브랜드를 함께 내서 제가 디자인을 하고 친구는 디자인한 옷을 납품했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 출산을 앞둔 상황이어서 서로 어려워졌고 친구는 도매 유통쪽으로 길을 찾게 됐다. 그러다 보니 친구와 함께한 브랜드가 자연스레 없어지게 됐다.

옷은 만들었는데 전시 할 곳이 없어 힘들어 하고 있을 때 그 당시 남편이 청담동에 쇼윈도가 있는 작업실을 가지고 있었다. 남편의 권유로 쇼윈도에 제 옷을 걸어 두기로 했다. 내가 만든 옷의 이름을 뭐라고 할까 하다 ‘고은조’라고 제 이름을 내걸게 됐다.

내 이름을 내걸고 ‘고은조’ 라는 브랜드를 론칭한 이유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내 손으로 내가 직접 만든 옷’이니까.(웃음) 브랜드 론칭 후 ‘고은조’의 이름으로 남을 예쁘게 꾸며주는 것, 새로운 창작을 하게 되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또 제 손으로 직접 내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며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PART 4. 2014 F/W 서울패션위크에 함께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2014 F/W 서울패션위크에 참여 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콘텐츠 지원금을 받아 좀더 창의적으로 할 수 있었고 편안한 환경에서 옷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하나하나 꼼꼼히 디자인을 하는 컬렉션을 준비하는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다.

평소 핏한 옷 보다 박시하고 루즈한 실루엣을 좋아하는데 이번 컬렉션 옷들은 다른 것들에 비해 슬림한 디자인이다. 물론 다른 디자이너들보다는 루즈한 편이긴 하지만(웃음) 미니멀하고 구조적인 형태의 옷을 디자인 했다.

학교 다닐 때는 예술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옷을 만들었다. 결혼 후에는 신랑의 작품을 통해 끊임 없이 영감을 받고 있어 행복하다. 신랑의 작품에서 제 옷과 디자인에 대한 오리지널리티를 찾은 것 같다.

이번 시즌의 패턴프린트로 사용된 작품 역시 남편 이성수 화백의 도움을 받아 작업했다. 평소 초 현실주의적인 옷을 좋아해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옷을 만드는 편이다. 이번 시즌 옷은 심리검사에 사용되는 로흐세크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로 초현실적 연상을 유도하고 자동기술기법이 적용되는 단순하고 추상적인 문양들이다. 세련되고 간결하면서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연상을 하게해 궁금증을 유발하는 매력을 지닌 패턴들로 디자인해 옷을 만들었다.

PART 5. 디자이너 조고은이 꿈꾸는 미래.
“한국에 있는 디자이너로 한국을 알리고 좋은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다”



컬렉션이 끝나면 첫 번째로 아이들과 여행을 갈 것이다.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엄마인 만큼 일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 주고 싶다. 또 개인적으로 2014 S/S 옷이 잘나와 만족하고 있다. S/S 옷들이 유통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많이 입혀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옷이 특이하다. ‘여기는 이 옷이구나. 편안한 디자이너 옷. 눈으로만 예쁜 것이 아니라 입었을 때도 편안한 매력을 줄 수 있는 브랜드’로 인식되고 싶다. ‘고은조’의 옷은 자신을 표현하면서 입을 수 있는 옷. 또 편하고 오래 입을 수 잇는 옷으로 기억 되길 노력 할 것이다.

앞으로도 신랑의 작품을 통해 영감을 받아 옷을 예쁘게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디자이너로, 한국을 알리는 좋은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다. 단순히 옷을 만들어 수익 창출을 쫓기 보다는 옷으로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다. 다른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팔기 위한 옷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옷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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