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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S/S 서울패션위크] 맥앤로건,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2014-10-15 10:53:40

[최원희 기자] ‘한국에는 디자이너가 없나. 시상식 속 스타들은 왜 늘 해외 명품 드레스만 입고 등장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종식시켜준 디자이너 브랜드가 있다. 바로 맥앤로건. 한 영화제에만 무려 17명의 셀러브리티가 입어 시상식 드레스 브랜드로 알려지기 시작한 이 브랜드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발걸음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겹겹의 천은 한 송이의 매혹적인 라넌큘러스를 연상시킨다. 둥글지만 날카로운 한복의 고운 선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옷으로 탄생해 ‘전통성’과 ‘정통성’의 사이를 오간다.

“이제는 맥앤로건을 경청하는 브랜드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그 동안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나를 따르십시오”하고 유행을 제시했다면 우리는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인생을 옷에 묻혀 넣겠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충실히 배경이 되는 옷이기 때문이에요”

올곧은 신념에 ‘경청’이라는 방향성을 더한 브랜드는 사람과 사랑 사이의 나날들을 그려내며 우아하고도 아름다운 한국의 멋에 현대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었다. 직접적이기보다 은유적인 방법을 선택해 유미적으로 풀어냈으며 한땀한땀 영롱한 빛을 박아 심미학적인 의복의 기능을 완성했다.

준비한 질문은 쌓여 있는데 그들은 한 가지 질문에 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익숙함과 독특함의 차이,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대해서라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면 하루하고도 시간이 모자를 지경이었다.

2015 S/S 시즌 컬렉션에는 이러한 차고도 넘치는 이야기가 공존했다. “쇼장에 들어가는 모두는 19세 소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하며 짜릿하면서도 아른거리고, 나른하면서도 상쾌한 첫사랑에 대해 기억을 곱씹게 될 것을 예고했다.


브랜드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가능한 한 문장으로.

맥&로건)
경청하는 브랜드.

경청, 쉽고도 어려운 단어다.

맥)
귀를 열기까지가 너무 힘들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내 입을 닫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더 많은 세상을 보게 된 것 같아요. 이전에는 대중들에게 계속 제시를 해서 그만큼 문화적으로 끌어줘야 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많은 대중들이 이미 옷에 대해, 사회 문화적인 것에 대해 저희보다 잘 아세요.

로건) 커뮤니케이션이 이제는 너무 원활해졌고, 오히려 우리보다 더 많은 문화 지식을 가지신 분들도 너무 많으시고…. 그러다 보니 듣는 자가 이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게 우리 시대 디자이너들이 앞으로 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단지 그 사람들이 가야 하는 길에 가이드 역할을 하는 거죠. 그 사람들이 가는 길을 깨끗이 쓸어놓는 역할 정도를.

경청 후의 변화가 궁금하다.

로건)
귀를 열고나서 우리가 습득하게 된 것은 예전에는 디자인이 너무 어려웠지만 지금은 ‘우와, 너무 쉬워졌다’에요. 한국 사회에 있던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삶이던, 사회생활이던, 사랑이던 간에) 우리가 의논하고, 이야기하고, 토론하면서 이것들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로건) 요즈음에는 사랑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전 시즌은 사랑에 울고 웃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였고, 이번 시즌은 그 사랑에 울고 웃던 여자의 딸이 19세가 되면서 그 소녀가 어떻게 첫사랑을 시작하는 지에 관한 이야기에요.


2015 S/S 컬렉션의 주제인가.

맥) 우연히 여행을 갔다가 그 곳에서 첫사랑을 만나게 되는 거에요.
로건)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인 거죠. 아련한 감정들과 마주하는.

삼대 째 거슬러 올라오는 내용이 이번에는 딸에게로 간 것인가.

로건) 그렇죠. 할머니에게 갔다가, 손녀딸에게 갔다가, 엄마에게 갔다가, 다시 딸에게로 이어지는. 이 19세 소녀는 엄마의 사랑도 이해할 수 있고, 할머니의 사랑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돼요.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들였을 때 그 사랑이 얼마나 영롱하고 찬란하게 빛나는지에 대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로건) 이해도가 아주 깊은 소녀의 설레는 사랑 이야기라서.

시나리오를 구상하신 상태에서 작업을 해 나가는지.

맥) 아뇨. 이 쇼를 진행을 하면서 다음 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로건) 이번 쇼는 지난 쇼에서 이미 큰 맥락은 나왔고, 최종 주제는 지금 나왔어요. 비치 펍의 19세 소녀, 사랑을 시작하다.

맥) 사실 전체적인 느낌은 나오는데 중요한 것은 ‘이 아이가 비치 펍에 갔을까 비치 클럽에 갔을까’하는 것에 대한 정리들이거든요. 클럽은 작정을 하고 가야하는 곳이라면 펍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목적 없이 가볍게 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요. 근데 여기서 사랑을 만나는 거죠.
로건) 그게 어느 나라 남자일지, 어떤 남자일지에 대해서는 다음 쇼를 기대하세요.


다음 주제도 제시해 주는 것인가. 하하. ‘길을 찾아가는 여인’, ‘사랑은 비를 타고’ 등 늘 주제들에 깊은 감성이 담겨있다. 어느 분의 감성인가.

로건) 많이 듣잖아요. 얘기도 많이 듣고 손님들과 커뮤니케이션도 많이 하고. 항상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사람들이 삶을 살아갈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몇 가지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그 가치가 주제에 담기는 거죠.

주로 영감은 어디서 받는가.

맥)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쇼는 콘셉트를 비롯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에요, 소소하게. 인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들인 거죠.

항상 영감이 넘치실 것 같다.

로건) 모든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의 첫 사랑부터 마지막 사랑까지 들어요. 옷을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고객들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들어야 하거든요. 디자이너들에게 자신을 많이 보여줘야 하니까. 그래서 80살 누나, 15살 친구 등 다양한 친구들이 생겼어요. 이 세상의 이야기들이 지구촌 안에서 오히려 리더가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더라고요. 멀리 있는 이야기들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궁금한 것이 생겼다. 혹시 심리학 쪽도 공부를 했나.

맥)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처음에 어떤 기술도 없었을 때 나이 어린 손님이 왔어요. 그 친구가 담아두고 있는 사연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남부럽지 않은 아주 넉넉한 딸인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그 사람과 12시간의 대화 끝에 이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찾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로건) 여행이에요. 브랜드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인생에 대한 여행을 하게 된 거죠. 내가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름답고, 슬프고, 행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것을 이 세 명의 주인공들에게 묻혀서 디자인하게 되었고요.


맥앤로건을 입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는가.

맥) 자신감이 넘치거나 아예 없거나. 아예 없어서 그 옷을 입음으로써 자신감을 실어주는 거죠. 매건의 느낌도 그렇지만. 코트 하나를 입었을 때에도 그 코트를 입고 선글라스 하나를 착용함으로써 처음 시도는 내 자신을 가리면서 시작하지만, 그게 더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매건은 어떤 브랜드인가.

로건)
매건은 한 착장으로 이루어진 옷이 아니에요. 자신이 있는 옷에 매건을 더했을 때 그녀가 보이는 브랜드. 더 대중적인 가격에 다가섰고, 풀착장을 다 안 사더라도 본인의 옷과 어울리는 그런 옷.

맥) 운동화에 정장바지를 입었는데 그 위에 트위드 소재의 맨투맨. 어딜 가도 툭 하나 걸쳤지만 각 잡은 느낌이 아닌 센슈얼한 느낌. 그게 매건이에요.

두타에 입점되어 있다고 들었다. 꼭 방문해야겠다. 컬렉션 외에 맥앤로건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맥)
딸 채린이가 사무실에 와서 언니들이 하는 것을 보더니 “맥앤로건에 있어야겠어”라고 말하더라고요. 딸이 공부를 했으면 해서 “너는 다른 꿈이 있잖아”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근데 왜 나는 디자이너는 하면 안돼?” 라고 물어보는데 그 답을 찾지 못했어요. 컬렉션 후의 가장 큰 과제에요. 가족 사업은 싫어요. 딸에게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요. (사진출처: 맥앤로건 공식 홈페이지,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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