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2015 F/W 서울패션위크] 신재희, 자연의 본질을 재창조하다

2015-03-16 18:40:31

[김보람 기자/ 사진 김강유 기자] 이제 봄을 만끽하나 싶더니 FW 시즌을 미리 내다보는 대한민국의 패션피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한민국의 패션 축제, 2015 F/W 서울패션위크가 다가온 것.

각각의 다양한 개성을 자랑하는 많은 디자이너들도 ‘한국의 패션’이라는 같은 뿌리 안에서 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기에 그 의미는 더욱 값지다. 그러한 한국 디자이너의 마음씨를 컨템포러리한 본연만의 색깔로 담고자 하는 디자이너가 있다.

재희신의 디자이너 신재희는 새로운 발상과 전환을 서슴지 않는다. 간혹 전혀 형식적이지 않은 이야기에 많은 이들의 눈을 희번덕이게도 뇌리에 깊은 자극을 주기도 하지만 그 자유로운 ‘비형식’은 그에게 ‘제격’이라는 관점을 선사한다.

이번 시즌부터는 본래 재희신 본연의 클래식함과 남성스러운 감각을 많이 살렸다. 품질적인 면에서도 완성도 면에서도 명품 수준 이상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 이러한 태도로 태어난 패션이야말로 아시아 디자이너의 숨결이다.


1. 서울 패션위크 6년째. 소감은.
늘 처음 하는 것 같다.

2. 이번 FW 컬렉션 콘셉트나 주제는.
이번 시즌 콘셉트는 ‘셀프 리스펙트(Self-Respect)’. 자기 자신에 대한 혹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존중을 통해서 타인과 주변 사물을 존중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늘 그랬듯이 재희신은 사회 이슈나 현대사회의 도덕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비도덕적인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러한 문제들이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 존중의 결여로 발생하지 않았나 싶었고 그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3.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
‘돌’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어떠한 돌도 서로 같은 모양은 없다는 동양 철학의 한 부분이 있다. 돌의 의미를 형상화 시켜 컬렉션 디자인에 응용한 부분도 있고 공개할 순 없지만 앞으로 쇼에서 보이게 될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형태도 자존감을 보여주는 형태로 진행할 예정이다.

조금만 얘기를 하자면 한 명의 모델이 한 벌의 의상만 입고 나와 각각의 존재감을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전형적인 런웨이 쇼의 형태가 아닌 어떠한 설치 미술의 형태로 진행된다.

4. 인스피레이션에 대한 얘기를 더 해달라.
돌과 동물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다. 동물의 초상화 사진들을 보면서 동물 자체의 존재, 원초적인 존재감과 고독함을 느낄 수 있었고 시각적인 느낌과 우리가 느낄 수는 있는 부분을 옷의 디테일과 분위기로 풀어내려고 했다.

5. 평소에는 어디서 영감을 주로 받나.
항상 사회 이슈나 현대인들의 공통적인 고민에 대해 고민을 가장 많이 한다. 그런 다음 그것들의 원초적인 해결 과정을 찾아가는 중에 영감도 찾아가는데 이번 시즌에는 돌과 동물을 보게 된 것이다. 지난 컬렉션에서 ‘딩카족’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먼저 주제에 대한 인식을 하고 나서 영감을 찾아가는 형태로 작업하고 있다.


6. 이번에 선보일 FW 컬렉션의 컬러나 소재와 같은 디자인 요소에 새로운 것이 있는지.
사실 나는 같은 블랙 안에서도 너무나 다양한 색감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늘 써도 지루하지 않았는데 블랙을 많이 쓴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이번 시즌에서는 질감과 전체적인 컬러 메인으로 블랙 화이트를 위주로 하되 와인, 그레이, 네이비를 사용했다.

재희신이 색감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비록 콘셉트는 가장 로우한 데에서 가져오지만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기 때문에 원초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컬러를 배제한다. 브라운 컬러를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아날로그적 향수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느낌이 있기 때문.

소재는 울과 실크가 들어간 자가드 원단. 원시적 패턴의 무늬가 느껴질 수 있는 터치감 위주의 수트 원단으로 송치, 가죽, 퍼 등 양피나 양털을 사용했다.

7. 이번 쇼에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가 있나.
패션쇼 장은 재희신에겐 단순 런웨이 하는 공간이 아닌 ‘재희신 유니버스’에 빠져드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한된 공간과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콘셉트를 눈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닌 향과 분위기, 느낌, 음악 등을 통해 공감각적인 부분으로까지 느끼도록 하는 것.

이번 쇼는 설치미술을 이용한 갤러리 형태를 관람하도록 하는 것이 그 포인가 될 것이다.

8. 6개월을 준비하고 20분 만에 끝나는 쇼. 피날레 때 박수를 받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글쎄… “쉬고 싶다”는 생각, 이제 좀 ‘다른 생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끝이 아닌 시작의 의미다.


9. 디자이너로서의 슬로건이 있다면.
나에게서 패션이란 ‘철학’이고 ‘태도’다. 서양은 옷을 입지만 동양은 사고를 입고 자연을 입는다. 이처럼 재희신의 패션은 어떤 의식을 입고 생각을 입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재희신만의 태도를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10. 디자이너로서의 역경이나 어려움과 같은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다.
지금도 그 에피소드 안에 있는 것 같은데 내 스스로가 드러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외형적으로는 크게 다르진 않지만 내가 추구하는 것과 현대 패션관의 내면적인 부분이 달라 풀어내는 그 과정들이 늘 에피소드가 되는 것 같다. ‘불통’이 어렵다.

예로 지난 쇼 중 패션쇼를 하지 않고 영상만 틀고 끝낸 적이 있었다. 주변의 기자분들이나 편집장님들이 걱정을 했지만 꼭 옷을 보여주는 것만 브랜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옷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숲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옷을 보지 않아도 브랜드를 본 것 같은 느낌을 전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러한 부분들이 늘 에피소드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11. 중국을 다녀왔다 들었다.
여성복 브랜드를 론칭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워낙 좋아 긍정적 분위기의 미팅을 했다. 올 하반기 32디쳄브레(32DICEMBRE) 론칭 준비는 물론 중국 내 재희신 매장 오픈 준비를 하고 있다.


12. 수년째 학생들 위해 졸업작품 준비를 이끌고 있다. 교수로서의 신재희의 삶은 어떤지.

부족하다. 부족한 것 알면서도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학생들한테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학생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느꼈기 때문이었다.

분명한 중심 철학은 서양인들은 반드시 우리에게 오리지널리티를 묻는다. 이 세상에 오리지널리티를 묻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이 사람의 뿌리가 어디인지는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학생들이 우리가 가진 문화적 뿌리 안에서 창의력을 키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그래서 그들에게 실질적인 테크닉보다는 개념적인 부분이나 패션을 대하는 태도, 그들이 꿈꾸는 미래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13. 한국의 패션을 선두하는 리더로서의 꿈이 있다면.
조급하지 않다. 당장 내일 브랜드가 알려져야 된다고 생각지 않으며 오래 두고 우리 브랜드의 가치가 드러나길 바란다. 온전하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 개인적 욕심으로는 서양 명품 못지않은 동양의 명품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이제 ‘도전’인 것 같다.

14. 10년 후 재희신은 어떤 브랜드가 되어있을 것 같나.
지금보다는 더 재희신의 유니버스가 명확해져 있을 것이며 지금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공유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이나 한국과 같은 아시아권의 명품 매장 사이에 재희신 매장이 들어가 있길 바란다.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 [Editor Pick] 구하라-서현-다솜, 女아이돌 스타일 포인트는?
▶ 신학기 개강패션 고민 No! ‘Try it 맨투맨 스타일링’
▶ 스프링 스타일! 2015 팬츠 트렌드 정독하기
▶ ‘헤드윅’, 패션에 성(性)은 없다
▶ 스타들의 ‘공항패션’ 들여다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