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SOLE, 그대 안의 블루

박찬 기자
2021-09-13 14:34:57

[박찬 기자] 쏠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모를 푸르른 자유가 스며져 있다. 깊은 나를 찾기 위한, 기쁜 나를 찾기 위한 지금의 성정.
텅 빈 밤은 현재와 과거를 교차해가며 감정적 본질을 대변하곤 한다. 겨우 지켜내 왔던 과거의 자신도, 금방 지나갈 것이라고 여기며 덮어 두었던 오늘의 사색도 이곳에선 본연의 모습으로 깨어난다. 잠잠하게 일렁이는 지금의 경계 앞에 추억은 이토록 가감 없이 뒤따르며, 시류를 초월한 그 어딘가에 들어서서 끝내 푸른 밤을 맞이한다.
파란 어둠을 배경으로 한 그 깊고도 선명한 목소리는 밤을 채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온전히 나아가는 듯했다. 때론 고요한 모습으로, 때론 격정적인 모습으로 다가선 블루(Blue)는 스며오는 것, 번져오는 것 그 이상의 실체인 셈이다.
그런 의미로 싱어송라이터 쏠(SOLE)의 음악은 한없이 푸르름에 가깝다. 노래가 시작된 직후 자신만의 호흡과 숨결로 과거를 되짚는 한편, 삶이라는 공간 속에서 어떤 문장을 안고 살아가는지 본질적으로 표현하고 증언한다. 그 목소리와 색을 한껏 담은 이번 화보 콘셉트 ‘그대 안의 블루’에서도 쏠은 스스로를 응시하고 두드릴 뿐이었다.
Q. ‘그대 안의 블루’라는 콘셉트가 꽤나 잘 어울리더라. 쏠에게 파란색을 입히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동명의 곡을 부른 모습이 상상되기도 하고
“파란색을 배경으로 촬영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꽃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있어서 더욱더 기분 좋게 임했다(웃음)”
Q. 직접 만든 ‘곁에 있어줘(Feat.원슈타인)’가 화제다. 곡을 만든 계기에 대해 ‘우울하던 도중 응원하는 댓글을 보고 따뜻해진 마음을 가사에 불어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팬들에게 곁에 있어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걸까
“물론이다. 음악적으로 한창 고민이 많던 시기였는데 팬분들의 댓글을 보고 나서 큰 힘을 얻게 됐다. 가사 속 메시지나 앨범 커버 속 새, ‘짹짹이’ 그림도 그런 의미다. 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위한 곡인 만큼 부분적인 요소 하나하나 모두 살리고 싶었다”
Q.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
“곡을 만드는 데 있어서 시도하는 색깔이 다소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내 머리 속에서 나오는 멜로디다 보니 어딘가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겠나. 그런 진부함이 느껴질 때 고민이 많다”
Q. 그러면 본인이 생각할 때 ‘곁에 있어줘(Feat.원슈타인)’는 진부한 노래가 아닌지
“솔직히 말하면 멜로디 자체는 정말 진부한 곡이다. 하지만 그 위에 뜻깊은 가사를 채우고 나니 또 다른 의미로 와닿더라. 그래서인지 몰라도 지금은 곡을 위한 애정도 무척 깊어졌다”
Q. 음악, 특히 가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가사 속 진심이다. 혼자 되뇔 때 그런 확신이 있어야만 곡을 공개하는 편이다”
Q. 곡을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기 고백이 담길 수밖에 없지 않나. 최근 특히 느끼고 있는 감정이나 사색도 있는지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항상 ‘정신 차리자’라는 생각으로 달려온 것 같다. 곧게 명시된 길만이 중요한 것이라고 느껴왔지만 사실 흘러갈 것은 어떻게든 흘러가지 않나. 조금은 흐릿한 모습으로 살아가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Q. 원슈타인에게 DM을 보내 직접 협업 승낙을 받았다고. 앞으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솔직히 말하면 원슈타인 님이 흔쾌히 승낙해주실 줄은 몰랐다(웃음). 워낙 좋은 목소리를 갖춘 분 인만큼 협업하고 싶은 욕심이 컸는데 정말 영광이었다. 메시지로 보내드린 여러 곡중 ‘곁에 있어줘’를 택해주셨고 그것을 계기로 함께 작업하게 됐다”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은 예전부터 쭉 말해왔지만 G.Soul(지소울) 오빠. 그만큼 이루고 싶은 큰 목표이기도 하다(웃음). 언젠가 기회가 찾아오면 꼭 한번 합을 맞춰보고 싶다”

Q. 쏠의 목소리에서 처음으로 가능성을 찾았던 순간은 다름 아닌 Mnet ‘슈퍼스타K 3’ 때였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음에도 ‘이소리’의 목소리에선 올곧은 목표가 돋보였다
“고등학생 때 나간 인생 첫 오디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방송 분량이나 경쟁 심리 같은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당시에는 현장의 결과를 듣고 우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게는 그만큼의 간절함이 없었던 것 같다. 그때가 오디션 붐이 한창이지 않았나. 꿈에 대한 간절함보다는 막연한 호기심으로 지원하게 됐는데 그곳까지 올라가게 된 거다. 그저 ‘재밌게 도전해보자’라는 마음뿐이었다(웃음)”
Q. 이후엔 Mnet ‘보이스 코리아 2’를 통해 파워풀한 목소리로 호평받았다. 조현아의 ‘없어’를 완창하는 영상엔 ‘쏠의 데뷔 전 무대’라며 정주행하는 댓글들이 많더라
“아 그런가(웃음)? 사실 말씀해주시기 전까지는 몰랐다. 과거 영상을 보면 조금 더 똘똘하게 임할 걸 후회될 때가 있다”
Q. 충분히 똘똘하게 무대에서 활약하던데 만족하지 않는 건가
“물론이다(웃음). 당시의 나는 똘똘함과 거리가 멀었다. 다들 주위에 엄청 잘하는 사람들만 모여있었기 때문에 기가 죽어 있었던 기억이 있다. 거기만 나가면 항상 진이 빠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슈퍼스타K 3’보다 심리적인 부담감이 컸다”
Q. 지금의 보컬 스타일과 사뭇 다른 느낌인데
“사실 난 잘 몰랐는데 그런 말을 주변에서 많이 해주시더라.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 가던 중 갖추게 된 하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계기는 딱히 없었지만 말이다(웃음)”
Q. 맑은 생각, 단단한 목소리, 자유로운 발자취까지, 쏠의 음악적 행보를 되돌아보면 유독 느끼는 감정이 많다. ‘슈퍼스타 K3’를 통해 처음으로 얼굴을 알렸던 순간엔 맑은 생각이 돋보였고, 이후의 ‘보이스 코리아 2’에서는 한층 단단해진 목소리가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지금 ‘Amoeba Culture(아메바 컬쳐)’에서 보여주고 있는 음악엔 자유로움이 선명하다
“꽤 긴 연습생 기간을 보낸 편이다. 한 연습실에서 7년이나 지내다 보니 힘들 때도 물론 많았지만 내 음악만큼은 쭉 지켜내고 싶었다. 다른 건 저버리더라도 그것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딱히 방향은 크게 잃지 않았던 것 같다. 데뷔 초엔 부담감이 훌쩍 앞섰다면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의 안정감이 생겼다. 연습생 시절엔 아무래도 내가 어느 위치에 왔고,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지 않나. 그에 비하면 지금은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진 것 같다”
Q. ‘Amoeba Culture(아메바 컬쳐)’와 함께하게 된 계기
“이전에 있던 회사에서 개코 오빠를 처음 만난 이후로 다양한 대화를 나눴고, 추후에 합류 제의를 받게 되었다. 이곳에서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다”


Q. 아티스트 생활을 지속하는 것에 있어서 그 선택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평이 많더라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다(웃음). 아티스트로서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더 의미가 깊다”
Q. ‘haPPiness’, RIDE(Feat.THAMA), ‘Slow’ 등의 곡을 듣다 보면 쏠만의 섬세한 가사와 그루비한 목소리가 느껴지곤 한다. 본인만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은데
“처음엔 곡을 완성한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음악을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 같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작곡을 시작하게 됐을 때부터는 조금씩 조금씩 부담감이 생기더라. ‘난 이 멜로디가 좋은데 대중 분들도 과연 좋아해 주실까’라는 고민이 컸다. 그러면서도 나 혼자만의 음악을 찾아가야 했기 때문에 작업 기간 또한 굉장히 길어졌고. 하루종일 만들다가도 한순간에 저버린 곡이 정말 많다(웃음)”
Q. 2018년,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진짜 내 노래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적이 있다. 지금의 쏠은 그 발자취에 어느 정도로 만족하는 편인가
“사실 내 인생에는 만족감이라는 게 딱히 없었던 것 같다. 누구든 그렇겠지만 작업하는 과정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을 항상 느끼는 편이다.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은 결과물을 보고 엉엉 운 적도 있을 정도로(웃음). 물론 지금은 어느 정도 그 부담감을 떨쳐냈지만 말이다”
Q. 음악을 대하는 모습이 단단하면서도 순수하다고 느꼈다. 자신 안에서 우러나오는 음악, 진심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음악을 강조하지 않나. 그런 의미로 ‘Slow’ 유튜브 영상에 ‘누군가는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구나, 고맙다’라는 댓글이 있던 게 인상 깊다. 쏠이 만든 진심에 누군가가 깊이 공감했다는 의미니까
“개인적으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음악을 놓지 않는 것이 목표인데 이런 댓글을 볼 때마다 그 가치관이 유독 깊어진다. ‘Slow’는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가 정말 힘들 때 만들었던 곡이다. 대중들이 곡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주셨을 때 좀 더 나다운, 그리고 진심 어린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각오가 생기곤 한다”
Q. 개인적으로 ‘음음(Prod. Cosmic Boy)’이 딱 쏠답다고 생각했다. 귀엽고 설레는 음악을 불러도 쏠만의 유니크한 내면이 돋보였던 것 같다. 여기선 어떤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이때가 코로나바이러스가 막 시작되던 시기였다. 항상 친구들을 만나고 어딘가 놀러 가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그게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지 않나. 그러다 보니 가사 속으로나마 놀아달라는 의사를 귀엽게 표현해보고 싶었다(웃음)”
Q.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변화의 기점이 됐던 순간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했을 때가 아닐까 싶다. 서울에서 음악 하는 친구들을 그때 처음 접하게 됐는데 이전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본인의 음악을 자신 있게 대하는 모습이 인상 깊더라. 서울에 올라오기 전까지만 해도 내 목소리가 좋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이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달라지게 됐다”
Q. ‘유일한, 단 하나의’라는 뜻을 가진 예명 ‘SOLE(쏠)’. 단 하나의 자신을 갖추기 위해 지키고 있는 초심이 있다면
“항상 품고 있는 가치관이 있다면 나다워야 한다는 것. 그게 음악이 되었든, 행동이 되었든 꾸며내지 않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그 모습 그대로 지키기는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Q. 지금의 쏠을 있게 한 뮤지션 세 명
“가장 먼저 비욘세(Beyonce). 어렸을 때부터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던 아티스트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같은 소속사의 따마(THAMA). ‘아메바 컬쳐’에 들어오기 전부터 같은 회사 소속이었는데 곡 작업을 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됐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죠지 또한 내게 많은 영향을 준 친구고”
Q. 더위가 한층 접어든 요즘, 9월의 밤에 추천해주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소히의 ‘산책’ 어떨까. 이번엔 백예린 님이 새롭게 내주신다고 들었다. 가을밤 분위기와 정말 잘 맞을 것 같다”
Q. 백예린의 음악도 평소에 자주 듣나 보다
“정말 자주 듣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As I am’을 가장 좋아하고. 실제로 만난 적은 아직 없지만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찾아뵙고 싶다(웃음)”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홍도연
의상: 비비안웨스트우드, 칼론
주얼리: 무화, 민휘아트 주얼리
슈즈: 레이첼콕스
스타일리스트: swey, 조정흠
헤어&메이크업: 윤혜정(프리랜서)
bnt뉴스 기사제보 parkcha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