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패션

카이아 거버, 오프 듀티 룩을 부탁해

박찬 기자
2021-01-14 11:40:56
[박찬 기자] 화려한 모습만이 패션의 전부는 아니다. 특히나 지금은 인위적인 스타일링보다 친근하고 익숙한 차림새가 오히려 각광 받는 시대. 어쩌면 ‘패셔너블하다’라는 표현은 컬렉션 위에서만 통용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2021년 패션 트렌드는 여느 때보다 담백하고 풍요롭다. 기본 디자인에 디테일 한 스푼만 더했을 뿐인데 어딘가 모르게 완연해 보이기까지. 그 시작점 ‘오프 듀티 룩(Off Duty Look)’을 향한 찬사는 좀처럼 끊이질 않는다. 지지 하디드(Gigi Hadid)와 켄달 제너(Kendall Jenner) 등 수많은 셀럽들이 ‘원 픽’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중 Z세대 대표 모델, 카이아 거버(Kaia Gerber)가 유독 눈에 띈다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니 안심하자. 누구보다도 드라마틱한 비율과 아우라를 갖춘 그인 만큼 오프 듀티 룩을 근사하게 소화해내니까 말이다. 하이 패션 브랜드의 얼굴로 런웨이를 누비곤 하지만 카이아의 진가는 무대 밖에서 실현된다.

그의 이름을 처음 접했다면 사실 조금 늦은 감이 있다. 90년대 패션계 아이콘이었던 신디 크로퍼드(Cindy Crawford)의 딸인 그는 데뷔하자마자 라프 시몬스(Raf Simons),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모스키노(MOSCHINO) 등 내로라하는 디자이너의 패션쇼에 섰으며 광고 캠페인 모델로도 활약 중이다. 얼마 전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보그(Vogue)지 커버를 완성했다니, 이제는 ‘뉴 스타일 아이콘’에 등극했다는 부분에서 그 위용을 알 수 있다.
매력적인 비주얼만큼이나 흥미로운 건 집 밖을 나서는 그의 담백한 패션. 덕분에 카이아가 외출할 때마다 그 아웃핏은 연일 화제에 오를 만큼 대중의 관심은 뜨겁다. 과연 그가 선호하는 착장은 무엇일까. 하이패션도 능숙하게 곧잘 소화하지만 이제는 그 범위를 넘어서 유스 컬처 시장까지 발돋움했다.

그런 카이아 거버가 가장 사랑하는 스타일은 바로 오프 듀티 룩. 공적인 업무 이후 자유롭게 매치한다는 개념으로 캐주얼한 멋에 현대적 실용성을 더한 게 특징이다. 하이 패션 모델로 매번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곤 하지만 여가 시간 속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링 또한 그에 못지않다.
클래식한 데님 팬츠를 필두로 화이트 셔츠, 컨버스 스니커즈 등 다양한 아이템을 매치하는 카이아. 우리 눈앞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아이템을 선호하며, 딱 맞기보다는 넉넉하고 여유로운 사이징을 택해 편안함을 강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레더 재킷 #비니 #부츠

무대 위에서 성숙하게만 보였던 그가 때로는 이렇게 귀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사실 ‘레더 재킷’ 그 자체는 매니쉬하고 센슈얼한 아이템의 대명사지만 카이아가 보여준 스타일링은 잔망미가 가득하다. 그 이유는 바로 비니가 균형감을 잡아주기 때문. 덕분에 의외의 재치로 유니크한 모습을 선보였다.
크롭 데님 팬츠에 앞코가 둥그런 닥터마틴(Dr.Martens) 부츠까지 더한 모습은 ‘톰보이 룩’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랑스러움은 유지하되 내추럴한 모습으로 유치함을 덜어낸 결과. 평소 레더 재킷 패션을 갈망했지만 그 무게감이 부담스러웠다면 한번 참고해보자.
#체크 패턴 코트 #볼 캡 #컨버스

그런가 하면 체크 패턴 코트로 집 밖을 나서는 차림새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클래식한 이미지로 남겨졌던 코트를 젊고 쿨하게 변모시킨 것이 그 이유.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의 팬이 아니더라도 저 볼 캡 앞에서는 다들 주목하게 되지 않을까.
이제는 스테디 아이템이 되어버린 컨버스(Converse) 스니커즈와 볼 캡의 컬러감을 통일시켰다는 것도 큰 특징. 무릎이 파인 연청 데님과 블랙 컬러 이너 티셔츠로 그 청키함을 마구 극대화한 모습이다.
#카디건 #스카프 #선글라스

‘뉴트로(New-tro)’ 열풍이 아직도 강세다. 단순히 ‘복고 운동’이라고 칭할 수도 있는 트렌드가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다면 그건 아마 신예들의 반란이 뜨겁기 때문일 것이다. Z세대 아이콘들은 본인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패션에 대한 동경과 관심을 한데 모아서 뉴트로를 이룩해낸다. 카이아 거버도 마찬가지.
라벤더 컬러의 카디건 위에 패턴 스카프를 무심하게 걸친 카이아는 갖가지 아이템으로 80년대 패션을 연출했다. 그 컬러감 또한 다양하다. 레드 컬러 숄더백부터 시작해서 블루 컨버스 스니커즈, 오렌지 틴트 컬러의 선글라스까지. 물론 그 중심엔 언제나처럼 데님 팬츠가 있다.
#울 코트 #니트 톱 #부츠

네온 그린 컬러는 언제 봐도 대담하고 아이코닉하다. 지금의 경우엔 더더욱 흥미로운 시점. 캐멀 컬러 싱글 코트와 딥한 데님 팬츠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자칫 잘못하면 유치해 보일 수 있는 니트 톱 컬러를 아우터와 팬츠 컬러로 중화시킴으로써 오히려 새로운 활기를 불어놓았다.
평소에 스니커즈를 즐겨 신는 카이아지만 이번 만큼은 앵클 부츠를 통해 모던함을 강조했다. 길어진 코트 기장만큼 데님은 짧게, 부츠는 높게 설정하는 것도 영민한 방법 중 하나다. 기다란 실루엣 위 모습을 드러낸 상체가 착시 효과를 일으켜 보다 날렵하게 보였을 것. (사진출처: 하퍼스 바자 UK, 보그 UK, Who What Wear 공식 홈페이지, 카이아 거버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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