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예술+패션= 美+재미로 ①

2009-06-01 19:17:42
우.국.원. 그 이름을 중얼거리면 우직하면서도 다부진 이름의 그림자가 그를 웅변하는 듯하다.

그와 만나 5분 정도 지났을 때 갖게 된 느낌은 일종의 유쾌한 배신감이었다. 흔히 상상하는 ‘예술가들의 세계’를 그는 어눌한 말투와 미소로 여지없이 부쉈다. 그는 갑판에 던져진 생선처럼 싱싱했지만 비린내는 없었고, 무엇보다 그 비늘이 해맑았다.

파인 아티스트로 1년 정도 짧은 시간 동안 활동하면서 패션계가 그를 자각하게 된 계기는 현재 아쉽게도 사라진 브랜드지만 컨플릭티디텐던시 때문이었다. 제일모직 정구호 상무와 평소 알고 지내던 그가 컨플릭티드텐던시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였다.

팀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어떤 그림을 그리냐’는 디자이너들의 질문에 답한다고 무심코 그린 그림이 콜래보레이션의 계기가 된 것이다. 결국 스케치북에 낙서하듯 그린 그의 ‘토끼’는 브랜드의 티셔츠 위에 고스란히 옮겨져 캐릭터 상품이 됐다.

그의 전공은 서양화였다. 그리고 졸업을 뒤로한 채 한국을 떠났다. 익숙한 것은 편안하다. 낯선 것은 불편하다. 두려움이 그 경계에 오롯이 자리했다. 그래서 선택한 일본행은 익숙한 평화를 깨고 낯선 공포 속으로 투신하고자 했던 그만의 비상구였다.

그는 6년 동안 일본에 머물며 다양한 디자인 세계를 경험했다. ‘그래픽’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디자인을 만났다. 그리고 자기의 본분인 붓을 쥐었고 ‘쿠니모토’로 불렸다. 그는 작년에 한국에 돌아와 ‘파인 아트’로 작은 전시를 열며 세상을 향해 소통을 시작했다.

동양화를 그리시며 평생을 살고 있는 아버지와 음악가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그에게 직업의 바로미터는 그림과 음악, 둘 중 하나였다. 누나가 음악을 선택해 나머지 하나인 미술을 선택해 지금까지 왔다는 농담과 진담 섞인 그의 설명이다.

아티스트로 평생을 걷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그의 아버지는 완곡하게 그를 말렸지만 그는 예술가의 DNA를 거부하지 못하고 열정으로 승화했다. 외롭지 않으면, 어리석지 않으면, 또한 스스로 가난해지지 않으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안다.

세상의 부와 명예와 화려한 가치만을 탐닉한다면 자신만의 세계를 세울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현실과 절충해 세상 앞에 선 것이다. (기사제공: 패션비즈 함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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