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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스타 디자이너] ① 바네사브루노

2009-07-13 21:09:17

“어포더블 럭셔리로 레벨업”

시크함이 물씬 풍겨나는 사무실에 들어서자 바네사브루노만의 향기가 오감을 자극한다.

화이트 컬러로 뒤덮인 오피스 내부 곳곳에 설치된 작은 양초들이 잔잔한 멋을 풍겨낸다. 예상대로다. 밝은 피부와 헤어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파란 눈의 고혹적인 그, 바로 바네사 브루노다. 그의 첫인상은 ‘오묘함’이다. 다른 디자인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는 디자이너로서의 고혹함과 더불어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들이 풍기는 강렬함과 차분함이 색다른 매력으로 표출된다.

CEO 겸직 디자이너라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영역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이에 대해 그는 “두 가지 영역의 업무는 성격이 다른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디자이너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며,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즐겁다”면서 “컬렉션이 있어야 비즈니스도 할 수 있다. 따라서 CEO이지만 포커스는 디자이너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바네사 브루노는 이성과 감성에 대한 양쪽의 감각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녀의 디자인 철학에서도 자유로운 그녀의 사고방식은 그대로 반영된다. 바네사 브루노는 “디자인은 만화가 아니다. 아름답지만 입을 수 없으면 그것은 만화일 뿐이다. 꿈을 현실에 담은 것이 옷이다. 모든 여성이 입었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브랜드 바네사브루노 또한 역시 예술과 현실적 요소가 자유롭게 매치된다. 컨템포러리 열풍을 몰고 온 바네사브루노는 오트쿠튀르는 아니지만 충분히 열정적인 디자인 감성과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바네사브루노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그는 “진정한 파리지엔 스타일에 대해 여성들은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면서 “파리지엔으로 살면서 느껴온 모든 부분이 바네사브루노의 오리지널리티다. 콘서트 컨템포러리아트 등 경험한 모든 감성에서 만들어진 파리지엔 스타일이 곧 이 브랜드의 생명력이다”고 설명했다. 진정한 파리지엔 스타일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파리는 패션역사가 길다. 코코샤넬 마들렌비요네 이브셍로랑 등 대표적인 디자이너를 배출한 곳이다. 따라서 주변의 모든 것이 곧 문화이다. 문화를 즐기는 시크한 라이프스타일의 주자들이다”고 답했다.

바네사 브루노는 최근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다. 바네사브루노를 중가 컨템포러리 브랜드에서 어포더블 럭셔리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특히 브랜드의 이원화는 눈여겨볼 점이다. 그녀는 이미 바네사브루노의 인기에 힘입어 좀 더 젊고 대중적인 세컨드 브랜드 아테바네사를 런칭했다. 이제 바네사브루노는 어포더블 럭셔리 마켓으로 한 단계 이동하며, 아테바네사는 기존의 컨템포러리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까지 컨템포러리는 인터내셔널 감성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지칭했다. 컨템포러리는 변화하고 진화하는 브랜드다. 하지만 요즘 컨템포러리의 의미를 따져보면 동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것이 컨템포러리인 것 같다”면서 “더욱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한 어포더블 럭셔리에 도전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바네사브루노는 S/S시즌 컬렉션에서 프리미엄 컬렉션 라벨 10개 모델을 선보였다. 이 컬렉션에는 그녀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더욱 압축됐으며, 도전적인 디테일이 가미됐다. 매우 크리에이티브하면서 웨어러블하다. 하지만 그녀가 바네사브루노로 하이패션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포더블 럭셔리이다. 런칭 때와 마찬가지로 웨어러블한 의상을 만들며, 가격대는 올리지 않았다. 좀 더 소피스티케이트 패션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더욱 섬세하고 정교한 쿠튀르 감성을 접목한 스페셜 스타일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옷에 녹아든 액세서리의 유니크한 터치가 주목할 점이다. 컬러 사용도 더욱 다채롭다. 머스터드 그린 블루 등 기존 라벨에 비해 과감해진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화려하거나 과한 느낌을 주는 군더더기는 없다. 특별하지 않은 특별함을 선사하는 것이 바로 바네사 브루노의 터치감이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그녀의 도전에 대한 전 세계 바이어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이번 시즌에 바이어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받은 평가는 ‘혁신적이다’, ‘진화했다’이다.

그녀가 바네사브루노의 컨셉과 방향성을 한 단계 높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 즉 카피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바네사 브루노는 “그동안 카피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 결론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가장 자신있는 것은 바네사브루노에 대한 철학과 아이디어다. 이번 S/S시즌에 컬렉션 라벨을 만들고 패션쇼를 진행한 것도 바네사브루노의 철학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변화한 바네사브루노가 여전히 한국 여심을 잡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바네사 브루노는 “자신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은 흥미롭고 중요한 마켓이다. 한국 패션피플은 패션과 관련한 이해력이 정말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에 진출한 지난 5년간 한국 마켓은 매우 빠르게 변했다. 반면에 일본은 그들만의 ‘키치’ 감성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다. 한국은 새로움을 충분하게 즐길 수 있는 고객층이 두텁다”고 덧붙였다. 화려한 디자이너로서, 명석한 CEO로서 완벽하고 스마트한 행보를 보여 준 바네사 브루노, 그녀의 도전과 자신감에 베팅해 본다. (기사제공: 패션비즈 파리현지 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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