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프랑스 스타 디자이너] ③ 프레데리크 트루로이

2009-07-13 21:10:12

한 예술가의 마음이 전 세계 여심을 잡았다.

여성복 마누슈(Manush)를 런칭했으며, 현재 이 브랜드의 디자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프레데리크 트루로이가 바로 여심을 잡은 주인공이다. 동화 속 공주의 옷장에서나 나올 법한 화려한 레이스나 프릴이 가득한 원피스, 강렬한 핑크색 점퍼, 황금손이 달린 레인부츠, 과감한 호피무늬에 로맨틱 디테일이 절묘하게 만난 버버리…. 이 상품은 모던 & 시크 무드로 사로잡힌 21세기와도 다소 상반된 프레데리크의 디자인이다.

남다른 그녀의 아이디어와 발상은 모더니즘에 빠진 요즘 패션계에서 오히려 색다른 아름다움을 전해줬다. 벼룩시장에서 가방을 만들어 팔던 젊은 이 여성은 이제 320여 개 매장에서 자신의 창조적인 패션 스타일을 만들어가면서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 주고 있다. 그녀를 디자이너로 채용하며 마누슈를 의류 브랜드로 런칭한 마누슈는 5년 만에 파리 마레지구에 빌딩을 보유한 탄탄한 패션 컴퍼니로 성장했다.

마누슈의 성공은 다른 브랜드와 조금 다르다. 한편으로 현실성이 부족한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굉장히 강렬한 상품력이 트루로이를 성공한 디자이너 대열에 올려 놓았다. 사실 그에게 디자이너라는 표현은 너무 한정적이다. 그녀는 진정한 패션 아티스트다. 독특한 마누슈의 상품력 원천은 그녀의 예술가적 감성과 활동에서 비롯된다. 눈여겨볼 점은 트루로이의 개인 관심사와 브랜드 마누슈의 상관관계다.

트루로이가 말하는 마누슈의 아이덴티티는 ‘오리엔탈&로맨틱’이다. 하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그녀의 오리엔탈 감성은 아프리카 북서단에 위치한 모로코를 근원지로 뒀다. 트루로이는 모로코와 열렬한 사랑에 빠졌다. 어릴 적부터 모로코를 비롯한 오리엔탈리즘에 빠져 산 그녀는 마누슈를 런칭한 뒤 이 브랜드의 곳곳에 모로코의 문화 요소를 심어 놓고 있다.

국내 마켓에서도 마누슈의 모로코적 감성은 충분히 화제로 떠올랐다. 그것이 진정한 모로코의 감성이라는 것을 대중이 모를 뿐이다. 가끔 마누슈 의류에 장식되거나 태그나 쇼핑백에 붙여진 황금색 손 문양이 바로 이 브랜드의 진정한 모로코 감성이다. 참으로 독특한 황금 손은 모로코의 전통 문양인 ‘파타마의 손’에서 차용한 이미지다.

여성들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속설 때문에 모로코 여인이라면 이 문양으로 된 장식품을 한 개씩 소유하고 있다. 모로코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단순히 아이디어 차용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트루로이는 모로코에 자신의 집을 마련했다. 주말마다 찾는 그 집은 그녀의 삶의 안식처이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작업실이기도 하다.

트루로이는 “마누슈의 오리지널리티는 오리엔탈에서 시작된다. 모든 컬렉션에서 디자이너만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오리엔탈에 대한 동경이 담겨진다”면서 “특히 내 오리엔탈의 중심지는 모로코다. 모로코와 소녀적 취향이 믹스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 마누슈를 본 고객들은 그녀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파티마의 손은 아랍이나 중동의 종교적 문양으로 오해받았다. 프랑스 문화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마누슈 매장에서 베이직을 찾는 손님은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그녀를 아트디렉터로 인정하는 점은 자칫 식상할 법한 강렬한 모로코 감성을 시즌 컬렉션마다 색다른 모습으로 보여 준다는 것이다. 오리엔탈리즘이 언젠가 중심을 잡아주고 있지만 이외의 색다른 것들이 새로움을 전해 준다. 그도 그럴 것이 마누슈의 오리지널리티인 오리엔탈리즘은 트루로이가 매년 느끼고 접하는 새로움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트루로이와 마찬가지로 마누슈는 오리엔탈에 대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2009년 F/W시즌 마누슈 컬렉션의 키워드는 ‘집시’다. 오리엔탈리즘과 영국적 감성이 한데 어우러진다. 아이템은 배기팬츠 스타일을 눈여겨볼 만하다. 또 강렬한 핑크 컬러로 걸리시룩의 터치감을 완성했다. 매시즌 마누슈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핸드메이드 스팽글 장식이 올해 F/W시즌에는 더욱 화려해진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작업으로 만든 아름다운 장식물도 원피스나 아우터에 매치된다.

그녀의 모로코 감성에 있어 다양성은 어디까지일까. 트루로이는 “매시즌 새로움을 가미한다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 매일 고민한다. 머리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그것을 완전한 상품으로 만들기까지가 가장 힘들다. 생산 가능한 품목일지도 의문이다”면서 “하지만 많이 보는 것이 해결책이다.

모로코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 그곳에 삶의 터전을 만들었다. 또 런던 뉴욕 등 해외를 많이 다니며 새로운 빈티지를 찾는다 앤티크를 좋아한다. 오리엔탈 감성이 믹스된 가구 자수 원단 등을 많이 접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트루로이는 스스로를 아트디렉터라고 지칭한다. 그녀는 “나는 디자인과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사람이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다. 전반적인 실루엣의 흐름은 반영하지만 오히려 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데 힘을 쏟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녀는 내년 S/S시즌 컬렉션에 집중하고 있다. 빈티지가 전체적인 트렌드이다. 빈티지 무드에 1960~1970년대 문화를 믹스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오리엔탈의 매력에 흠뻑 빠진 트루로이는 한국의 멋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첫 한국 매장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동대문쇼핑몰에서 다양한 소품을 구입했다. 큐빅으로 장식한 일명 나비핀을 여러 개를 구입했으며, 한복에 어울리는 하얀 고무신을 한 켤레 샀다. 그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즐거웠다. 특히 흰색 여성용 고무신이 너무 아름다웠다. 앞코 부분의 날렵한 선의 아름다움이 신선했다. 언젠가 마누슈 컬렉션에서 꼭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루로이는 디자이너이지만 아트디렉터 예술가와 같다. 그는 자신의 창조적인 행보에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현재 옷을 디자인하고 있지만 앞으로 옷은 물론 인테리어에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현재 마누슈의 독특한 매장도 그의 감각이 곁들여진 것이다.

그는 “집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많다. 아직 바빠서 많은 일을 벌이지는 못했다. 쿠션에 파타마의 손 자수를 넣는 정도이다. 패션은 인테리어와도 직결된다. 앞으로 마누슈의 다양한 라인을 선보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사제공: 패션비즈 파리현지 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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