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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스타 디자이너] ④ 로르 & 다비드 파시앙트

2009-07-13 21:10:05

요즘 파리 패션 피플들이 가장 궁금해하며 만나보고 싶어 하는 패션 디렉터가 있다.

오랜 패션역사를 자랑하는 파리에서 인기있는 패션 디렉터라면 어떤 인물일까. 100년의 역사를 뛰어넘은 정통성을 이어받은 인물 또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주인공은 놀랄만큼 의외의 인물이다. 디자인도 그림도 공부한 적이 없는 국제경영학과 출신의 서른살 동갑내기 부부인 아내 로르와 그녀의 남편 다비드 파시앙트다.

이들은 아메리칸레트로, 조에티, 마이러블리진 등 3개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맡으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프랑스에 직영점 3개점과 150여 개 편집숍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전 세계 500여 개점에 3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2002년 회사 설립 이후 8년만에 쾌거를 올렸다. 특히 프랑스뿐 아니라 해외 마켓에서도 이슈로 떠오른 브랜드로 인정받는다. 전체 매출 중 60%가 해외 마켓에서 일어나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하지도 않은 이들이 깐깐하기로 소문난 파리 패션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와 소통하는 결정적인 눈높이를 갖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로르는 “우리는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직원들에게 이야기해서 작업지시서를 만든다”면서 “옷을 만드는 기술력은 없지만 소비자가 어떤 옷을 사고 싶은지 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로르는 진정한 쇼퍼홀릭이다. 다비드는 “로르는 패션을 즐기는 소비자였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큰 강점이다. 기획자와 소비자에게는 언제나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녀의 패션 구매 행동은 지금의 아메리칸레트로 브랜드를 존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로르의 패션 감성은 어릴 적부터 패션 마켓에서 성장해온 다비드와 그레고리 형제에 의해 완성됐다. 다비드와 그레고리는 나프나프 창립자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8년 전부터 zoe’s jean을 미국 데님 브랜드로 유통했으며, 청바지와 함께 판매할 옷 20피스 정도를 구비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의류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로르와 다비드가 패션 디렉팅에 전념하고 있다면 전체적인 회사 운영은 그레고리가 만들어 간다.

로르와 다비드의 삶의 방식은 그대로 3개 브랜드에 전달된다. 로르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있다. 평소에 좋아하는 것은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 심플한 액세서리로 코디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티셔츠 중심의 조에티와 데님 마이러블리진을 차례로 선보였다. 가죽팬츠를 입고 싶다면 그것을 만든다”고 말했다. 로르와 다비드는 젊은 감성의 디렉터다.

그들이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은 ‘건강한 사고와 건강한 몸’, ‘즐거움(Just Fun)’이다. 그들은 박물관 미술관 프리마켓 음악 여행 등 많은 것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는다. 그 가운데 여행은 그들에게 가장 큰 감동을 주는 코드다. 뉴욕 홍콩 도쿄를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귀띔했다.

25~35세의 패셔너블한 도시 여성을 메인 타깃으로 하는 아메리칸레트로는 1970~1980년대 런던 스타일을 보여 준다. 이 브랜드에는 로르와 다비드가 열렬히 사랑하는 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로르는 “난 음악과 함께 살아간다. 롤링 스톤스, 마돈나, 디스코드, 데이비드 보위 등 좋아하는 뮤지션이 많다”면서 “음악에서 받은 느낌을 디자인에 많이 활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트렌디하고 페미닌하며 동시에 섹시함까지 겸비한 ‘배드걸’로 알려진 패션 모델 오마히라 모타를 롤모델로 하고 있다.

최근 아메리칸레트로는 상품적으로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빈티지 & 아티스틱’을 컨셉으로 전반적인 컬렉션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워낙 다양한 소재의 조합을 보여 준 로르는 올 F/W시즌에 더욱 다채로운 소재 믹스를 보여 준다.

울 체크나 램스킨 등이 대표적인 소재다. 또 로르와 다비드는 가죽이나 체크로 만든 상품을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꼽았다. “23세 때부터 시작해서 현재 우리의 나이는 30세다. 우리는 런칭 초기에 비해 성숙해졌다. 소비자를 이해하는 눈도 달라졌다”고 이 부부는 답했다.

그들이 선보인 두 번째 브랜드 조에티는 파리에서 화제의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이 브랜드는 저지로 만든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캐주얼한 티셔츠를 만드는 소재로만 활용된 저지로 로르이 처음 선보인 것은 롱 드레스였다.

특히 오가닉 소재를 활용해 웰빙 트렌드를 강조한 것도 한몫 톡톡히 했다. 로르가 초점을 맞춘 것은 저지로 선보이는 컨템포러리룩이다. 풍성한 실루엣과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로르는 “소프트 코지 베이직을 테마로 하는 저지 전용 브랜드이다”면서 “티셔츠를 너무 좋아해서 만든 브랜드다”고 전했다.

젊은 패션 피플답게 마케팅 활동도 이색적이다. 런칭 때부터 지금까지 아메리칸레트로, 조에티의 광고비주얼 모델은 로르이 맡고 있다. 로르는 “처음 컬렉션은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를 보여 주기 위해 직접 모델로 나섰다”면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모델로 활동하고 싶다”며 미소를 건넸다. 그뿐만 아니라 조에티 상품에 달린 모든 태그에는 활짝 웃는 귀여운 아기 사진이 있다. 그 아이는 바로 로르와 다비드의 첫째 아들 조이다.

다비드는 “파리의 가장 핫한 장소에서 비주얼을 촬영한다”면서 “아티스트 감성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이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들이 추구하는 웰빙 라이프와 동물애호가로서의 역할도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최근 누키즈 팬더 동물보호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로르는 “내가 만든 옷을 많은 사람이 입는 것을 꿈꾼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사제공: 패션비즈 파리현지 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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