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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스타 디자이너] ⑥ 주디스 밀그롬

2009-07-13 21:12:35

‘비비드 컬러의 강렬함이나 화려한 리본 장식보다 더욱 강렬하다’

한두 번 입어보면 마치 마약처럼 내추럴로 주목받고 있는 중독성 깊은 패션키워드 디자이너가 있다.

그의 손을 거친 옷은 한두 시간 삶아 오염이 말끔하게 제거된 세탁물처럼 솔직담백하다. 컬러부터 남다르다. 빨주노초파남보 등 화려한 색상도 그녀의 손을 거치면 깨끗하게 정제된다. 과하게 꾸미지 않아도 멋스럽게 떨어지는 그녀만의 라인이 분명히 존재한다. 스타일링도 색다르다. 지난 2005년 롱니트에 원피스를 매치한 스타일을 제안한 데 이어 최근 여성스럽고도 중성적인 배기룩으로 또 한 번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내추럴 스타일을 고수하는 그녀는 프랑스부터 국내 시장까지 전 세계 12개국 150여 개 매장을 보유한 마쥬의 창시자 주디스 밀그롬이다. 프렌치 시크로 새로운 영 컨템포러리 시장을 휘어잡은 그녀는 프랑스에서 알아주는 패션 패밀리 출신이다. 어릴 적부터 옷장을 놀이터처럼 여기며 자연스럽게 디자이너의 생활 패턴을 익힌 그녀는 17세의 어린 나이로 프랑스 파리 샹티에 거리에 기획프로모션 도매숍을 오픈했다.

어린 디자이너의 존재를 능력으로 인정해 주는 파리 패션 시장의 특성 때문일까. 주디스 밀그롬은 로맨틱과 여성성을 결합한 우아한 집시 스타일을 선보이고 나서 떠오르는 디자이너 대열에 합류했다.

주디스 밀그롬이 이끌던 작은 디자이너 도매숍은 어느덧 콜레트 등 해외 유명 편집숍을 석권하는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 마쥬로 성장했다. 그녀는 경영인과 디자이너 역할을 병행하면서 글로벌 진출에 앞장선 프랑스 디자이너 가운데 한 사람이다.

지난 2007년 “글로벌 컴퍼리로 도약하겠다”는 주디스 밀그롬은 편집숍 중심 유통구조에서 최근 지역별 직영 유통체제로 바꿨다. 특히 국가별 특성에 맞는 비즈니스를 펼친 것도 눈길을 끈다. 국내 시장의 경우 겨울 아우터류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해 아이디룩(대표 조승곤) 측에게 라이선스권까지 제공한 것이 대표 사례이다.

그러나 그녀는 경영인 역할보다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더욱 큰 열정을 갖고있다. 이를 위해 최근 프랑스 마쥬 본사에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 경영인이 누구인지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디자인에 더욱 집중하려는 그녀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시신을 끌고 있다. 특히 그녀의 감성을 믿고 투자자로 발벗고 나선 후원자들도 생겼다. 최근 마쥬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마쥬가 성장하는 데 자금을 투자한 글로벌 기업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쥬의 성공에는 주디스 밀그롬이 존재하고 있다. 오랫동안 자신이 동경한 감성을 그대로 마쥬에 담았다. 그녀가 생각하는 마쥬의 오리지널리티는 무엇일까. 그녀는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있다. 시즌마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내 스타일로 풀어낸다. 그러나 고정관념처럼 굳어진 스타일은 없다”고 말했다.

주디스 밀그롬이 입고 싶은 옷은 결국 내추럴 무드로 귀결된다. 특히 ‘웨어러블’, ‘모던시크’를 키워드로 한 자유로운 믹스매치 스타일이 연출된다. 주디스 밀그롬은 “기본 감성은 자유로움이다. 자유로움을 표출하는 방식을 파리지엔 스타일로 모던하게 스타일링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웨어러블한 브랜딩을 지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쥬로 표현되는 내추럴 무드는 젊은 커리어우먼과 일하는 엄마인 그녀의 뮤즈에서 찾을 수 있다. 주디스 밀그롬은 자신의 뮤즈를 위한 실생활에서 즐겨 입을 수 있는 각각의 아이템을 제안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작업을 한다. 그녀의 웨어러블함은 아이템의 한계를 뛰어넘어 모든 상품에 적용된다. 런칭 후 2~3년 동안 사랑을 받아온 대표 아이템인 ‘페이즐리 그래픽 원피스’는 티셔츠 재킷 청바지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믹스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러나 웨어러블함도 여성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디스 밀그롬은 “아이디어는 여성성을 극대화하는 슈미즈와 볼륨 셔츠에서 시작된다. 레이스가 달린 페미닌한 아이템은 마쥬의 아이덴티티이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메가 트렌드가 ‘매니시’인 경우 주디스 밀그롬만의 스타일링이 나타나는 매니시 수트는 실용적이며 웨어러블한 색다른 룩으로 해석된다.

주디스 밀그롬은 언제나 모험을 추구하는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그녀는 여성라인에 이어 키즈라인, 액세서리 라인도 선보였다. 특히 올해 액세서리 라인은 가방과 벨트 슈즈로 더욱 풍성해졌다. 내년에는 여성들을 위한 휴식처인 스파를 오픈할 계획이다. 상품 디자인에서도 모험정신이 투철하다.

한국 마쥬 디자인실과 기획실을 이끄는 김준희 실장은 “주디스 밀그롬은 트렌드를 해석하는 눈이 대단하다. 매시즌 발빠르게 트렌드를 즐기는 디자이너이다”라고 귀띔했다.
특히 유럽 바이어들은 이처럼 시즌마다 새로움과 고유함을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주디스 밀그롬의 감성을 믿는다. 프랑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럽 대부분의 바이어들은 주디스 밀그롬이 보내 주는 대로 상품을 받고 있다. 모든 사람이 그녀의 감각을 믿는다”고 말했다.

최근 주디스 밀그롬은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편집숍 콜레트에 전시 겸 판매를 위한 별도의 ‘콜레트 컬렉션’을 제안했다. 특히 이번 컬렉션에는 프랑스에서 DJ을 하는 뮤지션 타니아와 세실이 마쥬의 컬렉션에 참여해 파리 패션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두 뮤지션은 프랑스 TV 프로그램의 음악평론을 진행하고 란셀의 가방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특히 루이뷔통, 소니아리키엘, 디젤, 미우미우 등 패션 브랜드들이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에서 디제잉을 도맡았다.

‘GLAMROCK’을 테마로 한 이번 콜레트 컬렉션에는 두 뮤지션의 크리에이티브가 담긴다. 지난 1월에 열린 전시회에서는 독창적인 윈도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 컬렉션은 국내 갤러리아 웨스트점과 현대 본점에서 10여 벌이 선보인다. 가격은 90만~100만원으로, 마쥬의 가장 고가 라인이다. 주디스 밀그롬은 “프랑스의 DJ 타이나와 세실이 디자인에 참여한 컬렉션 라인이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디스 밀그롬은 여러 국가 가운데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지목했다. 매년 두 차례 국내 시장을 방문해 ‘코리안 패션시장’과 한국 여성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한다. 그는 “요즘 유럽에서의 한국 인기가 높다. 특히 한국 고객들의 패션에 대한 열정은 젊고 다이내믹하다.

서양 복식이 출발점인 유럽 고객들이 단순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반면에 한국인들은 믹스매치와 레이어드 스타일을 좋아한다. 소재는 물론 컬러 매치가 흥미롭다”고 전했다. “한국 사람들과 마쥬 고객들이 어떤 사람들이며, 어떻게 패션을 즐기는지 알고 싶었다. 한국인을 위한 감성을 기획 방향에 반영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 패션비즈 파리현지 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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