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프랑스 스타 디자이너] ⑧ 알렉산더, 로랑, 라파엘

2009-07-13 21:13:24

프랑스 패션업계와 쇼핑 애호가들에게 주목받는 6개월차 신생 브랜드가 있다.

이 브랜드는 상품 디자인도 하기 2달 전부터 이미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으로 프랑스 패션피플들의 신비감과 호기심을 최고조로 달궈 놓았다. 게다가 런칭 반년 만에 프랑스 전역 21개의 단독 매장을 오픈한 더쿠플스가 그 주인공이다.

잘 나가던(?) 브랜드들도 숨죽이는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도 신생 브랜드 더쿠플스를 위해 지갑을 여는 고객이 많아 즐겁다는 그들이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당당하게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콩투아르데코토니에르의 설립자 토니 엘리샤의 아들 삼형제가 힘을 모았으니 겁날 것이 없을 만도 하다.

아버지 사업을 도와 지난 15년간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일본 도쿄를 내 집처럼 드나들며 패션사업에 대한 기본을 익히는 것은 물론 새빌 로의 런던 테일러드들이 만들어내는 핸드 메이드인 3000파운드(약 6700만원)짜리 맞춤(bespoke) 수트를 입고 자란 그들이니 더쿠플스에서 그동안 보여 준 이색적이며 개성 있는 데뷔는 준비운동으로 보면 된다.

“현대 쇼핑애호가들에게는 브랜드 이미지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구매에 결정적인 요소다. 우리 형제들은 핫하고 쿨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우리의 이색적인 광고 캠페인을 통해 이것이 잘 전달되고 있다” 화보에 등장하는 9 커플은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 거리에서 캐스팅한 브랜드의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스타일시한 일반인 커플들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화보 촬영지에서 새로운 커플들과 또 다른 스토리를 찾아 광고 캠페인을 이어갈 것이며, 이는 브랜드 더쿠플스만이 가지는 독창적인 마켓팅 전략이다.

더쿠플스는 프랑스어와 영어를 합성한 ‘커플’이라는 뜻을 가졌으며, 젊은 커플끼리 서로의 옷을 골라 주거나 같이 입을 수도 있는 중성적인 스타일의 제품 컨셉이 특징적이다. 이들은 스키니진, 빈티지카 코트, 체크셔츠 등 남녀를 위한 라인을 한 스토어에서 동시에 선보인다.

“시장에 나와 있는 브랜드 비율을 보면 여전히 여성 브랜드에 비해 남성 브랜드의 수나 활약이 저조하다. 반면에 남성 소비자들의 수요와 시장 잠재력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더쿠플스는 댄디보이(멋쟁이 남성)들이 그동안 꿈꿔왔던 머리끝부터 발끝 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는 이상적인 브랜드로 단단히 포지셔닝 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첫째 알렉산더가 전했다.


알렉산더(33세)와 둘째인 로랑(32세)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맡고 있으며, 막내인 라파엘(22세)은 브랜드 이미지와 캠페인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물론 이 삼형제가 회사의 오너이므로 경영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도 대단하다. “브랜드 런칭 초기 단계여서 수면시간이 엄청 짧아졌다”는 그들은 잠은 줄여도 옷을 근사하게 차려 입을 시간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하루도 빠짐없이 시크하고 패셔너블한 차림새로 출근한다. 브랜드 이미지는 브랜드 화보에 등장하는 모델뿐 아니라 회사 직원들과 매장 직원까지 자연스럽게 배어나와야 한다는 게 경영철학이다.

프랑스 브랜드들은 디자이너의 체형이나 성향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방향에 바로 영향을 미치도록 디자이너에게 철저한 자유를 준다. 패션과 함께 태어났고 패션과 함께 자란 그들은 이제 그들이 입고 싶은 옷과 친구에게 입히고 싶은 옷을 디자인한다. “피팅모델 역시 우리 삼형제가 맡고 있다. 톰 포드가 만드는 옷 사이즈는 큰 키와 근육질의 남성들에게 맞도록 제작되지만 더쿠플스는 피팅을 하는 우리 형제들이 가는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타이트하게 입어야 멋스러운 사이즈가 된다”

프랑스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성공도를 꾸준히 달리는 데 있어 근본적인 이유로 알렉산더는 “브랜드마다 고유의 스타일과 강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과 함께 약간씩의 변화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 브랜드만에서 찾을 수 있는 스타일로 변함없이 꾸준히 사랑받는 것이 핵심 비결이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여성라인으로 시작해 남성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는 반면에 더쿠플스는 남성라인 비율이 강하고 여성라인이 오히려 부가적인 역할을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하고 있다. 2009 춘하 컬렉션에서는 밀리터리룩, 롱부츠, 재킷과 반바지, 레이스와 저지가 혼합된 드레스, 빈티지 진, 가죽제품 등 로큰롤한 브리티시 스타일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새빌 로 양복점에서 피팅해 온 더쿠플스의 남성 양복 한 벌은 500유로(약 99만원)로 리즈너블한 편이다.

“빈티지숍을 동생들과 꾸준히 찾아 다니며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고 외국잡지와 서적들을 많이 본다” 알렉산더는 또한 런던 도쿄 뉴욕 등 패션도시들을 지난 15년간 1년에 네 번 이상은 여행하며 꾸준히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패션업에 종사하는 우리에게는 여행을 통해 거리 사람들의 유행과 경향을 공부하는 일이 가장 기본이다. 패션을 좋아하고 스타일이 독특하며 가끔은 쇼킹하기까지 한 일본인들을 만날 수 있는 도쿄여행은 디자인 영감을 위해 언제나 효과적이다. 또한 더쿠플스에 있어 일본시장은 아주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오랜 기간 고객으로 지내던 새빌 로의 양복점이나 형제들이 액세서리를 맞춰 온 더 그레이트 프로그와 이제는 사업 파트너로서 손잡고 일해 작업 속도와 완성도 또한 높다. 메탈리카와 케이트 모스의 남자 친구 피트 도허티 등 많은 록그룹 주얼리 디자인을 맡아 유명한 런던 로큰롤 주얼리 브랜드인 더 그레이트 프로그와도 콜레보레이션을 맺고 더쿠플스만을 위한 다섯 피스들을 독점적으로 제공받고 있다.

더쿠플스의 공격적인 유통 확장은 앞으로 계속 진행된다. 3월 말에는 프랭탕 백화점 더쿠플스 숍인숍이 오픈될 예정이다. “벌써부터 전 세계 바이어와 유통업체들의 쏟아지는 러브콜로 행복한 우리지만 현재는 프랑스시장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 더쿠플스를 사랑하고 잠재력을 믿는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면 해외시장 확장 기회에 대해 적극 고려해 볼 용의가 있다” 내년 1월까지 프랑스 전역 35개의 스토어를 오픈, 2013년까지 120개의 스토어 오픈을 계획하고 있는 더쿠플스. 경제 침체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있게 출발한 패션피플 삼형제가 키워가는 고가 캐주얼 웨어 브랜드 더쿠플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기사제공: 패션비즈 파리현지 심용승 리포터)

한경닷컴 bnt뉴스 패션팀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