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프랑스 스타 디자이너] ⑪ 라파엘 카발리

2009-07-13 21:15:33

프렌치 시크 7인방 중 ‘파리지엔 스타일’그룹과는 조금 차별화한 색깔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있다.

프랑스어로 ‘호수가’라는 의미의 브랜드명에서 엿볼 수 있듯이 코텔라크(Cotelac)는 신선한 자연의 향기와 모던함이 잘 혼합된 어번내추럴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코텔라크는 산과 들로 둘러싸인 프랑스 남부 낭튀아의 호수 옆 전원주택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며 작업하는 디자이너 라파엘 카발리와 브랜드 설립자이자 그녀의 남편인 피에르 베르노가 1993년에 런칭한 프랑스 컨템포러리 브랜드다.

아기염소(?)와 개를 나란히 데리고 산책하는 것이 요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라며 목젖이 보이도록 호탕하게 웃어보이는 디자이너 라파엘 카발리. 꼬불꼬불한 긴 곱슬머리를 한 그녀의 천진난만함은 바로 오늘날 코텔라크만의 유일한 아이덴티티를 있게 한 샘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패션도시 파리가 아닌 염소 개 닭 고양이 등을 애완동물을 키우며 시골 낭튀아의 호수가에서 브랜드를 런칭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남편이자 코텔라크의 최고경영자(CEO)인 피에르 베르노는 프랑스의 유서 깊은 낭튀아의 양말 공장을 부모로부터 물려 받아 테엥(Tehen)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테엥으로 첫 성공 신화를 이뤄낸 뒤 회사를 매각하고 곧 코텔라크를 설립했다. 피에르 베르노는 공장 근처에 집을 샀고 지금까지 산 좋고 물 좋은 낭튀아에 거주하면서 평화롭게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리옹 국립미술학교 섬유학과를 졸업한 라파엘 카발리는 코텔라크 런칭 전에 남편의 회사 테엥에서 2년간 직물 디자인을 담당했다. 그녀의 전공답게 직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테크닉을 라파엘 카발리는 즐긴다. 이것이 코텔라크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기도 하다. 라파엘 카발리에게 코텔라크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그녀는 ‘주름(브랜드의 마스코트 제작 방식), 자유 분방함, 보헤미안, 어번 내추럴’이라는 단어들을 차례대로 던졌다.

“역사적으로 직물산업이 발달된 리옹 지역에서 50km 떨어진 곳에 사는 덕분에 구식 제직기가 더 이상 필요없게 된 업계 사람들에게 무료로 기계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점점 사라져가는 장인기술을 보존할 수 있는 구식 직물 주름기들을 이용해 직물을 변화시키는 작업 과정이 아주 즐겁다”


시골에서 자연과 어울려 사는 삶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 그녀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양을 돌보는 목장주인이었다는 대답으로 인터뷰에 동참한 홍보부 직원들을 정신없이 웃게 하는 다정하고 순수한 그녀다. 라파엘 카발리는 어릴 적부터 악기를 연주하거나 그림 그리기 등 예술적 소질을 보였으며, 유독 직물을 여기저기서 찾아내 옷 만들기에 열정적이었다.

“12살 때부터 여동생을 피팅모델로 이것저것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항상 내가 만든 옷을 입고 나가게 했다. 대부분 동생은 웃는 얼굴로 외출했지만 가끔은 이런 걸 입고 어떻게 나가느냐며 찌푸린 얼굴을 하던 적도 없지 않았다”며 어릴 적 추억을 회고한다. “창의하는 일에는 틀이나 정해진 방식이 없다.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있고 어떤 형식으로든 그것을 표현해 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런 라파엘 카발리의 자유로운 삶의 방식과 사고가 코텔라크 제품 한 피스 한 피스에 묻어난다.

몸을 단단히 졸라매고 있던 코르셋에서 여성을 해방시키고 편안하고 자연스럽지만 매력적인 여성의 실루엣을 소개했던 1930년대 의복 스타일을 가장 좋아하는 라파엘 카발리는 같은 디자이너로서가 아니라 한 시대를 사는 여성으로서 동료 프랑스 디자이너들의 옷을 즐겨 사서 입는다고 한다.

“디자이너마다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제품을 통해 제대로 설명되기 때문에 다른 디자이너의 옷을 자주 사 입는다. 프렌치 시크가 세계시장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보기에 아름다울 뿐 아니라 입기에도 편하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환상을 충족시켜 주는 옷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의 만족감과 아름다움을 위해 탄생된 옷이기 때문에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텔라크 마케팅 전략도 컬렉션 이미지와 정확히 일치하여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스토어 비주얼 머천다이징, 광고캠페인, 제품이 삼박자를 이루고 있어 로열티 높은 고객들이 유독 많은 브랜드로도 소문이 나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초콜렛은 물론 콜래보레이션을 맺은 음악 밴드의 CD와 엽서를 고객들에게 선물로 나눠 주기도 했다.

또한 초현실적 분위기로 일상을 담아내는 유명 사진작가 엘랭 쿠이에 의해 촬영된 아티스틱한 터치가 돋보이는 브랜드 화보 역시 이미지 포지셔닝에 상당히 큰 영향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텔라크 파리 스토어 건축과 인테리어는 라파엘 카발리의 남동생 뱅상 카발리가 맡았다. 부티크 쇼윈도 디스플레이, 판매직원, 스토어 규모와 내부 모습 등이 함께 잘 어우러져 컨템포러리한 브랜드 감성을 반영한다. 공간을 잘 이용해 고객이 스토어를 통해 제품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

목재와 메탈을 주재료로 사용해 자연과 인공이 강렬하게 보이도록 대비시켰다. 또한 부드러운 곡선이나 미니멀리즘을 적용해 공간 속에 일정한 방향을 강조하고 더욱 밀도가 높은 영역을 만들어 고객들이 소비심리를 자극하도록 힘썼다.

올해로 네 번째 생일을 맞는 코텔라크의 세컨드라인 아코테(Acote)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라파엘의 어시스턴트로 있던 레미 레가조니가 세컨드라인을 맡고 있다.

“코텔라크와 비교했을 때 더욱 심플하고 무난한 스타일, 부담없는 가격, 면 소재를 이용한 제품이 다수이며 컬렉션 수가 적다. 세컨드라인 아코테는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니즈를 날카롭게 겨냥한 상업적 라인이다” 라파엘 카발리가 초기 1년간 브랜드를 맡고 있다가 코텔라크에서 그녀와 함께 일한 실력있는 디자이너 레미 레가조니에게 일을 넘겼다.

상트오노레의 숍 1층에서 아코테 라인, 2층에서 코텔라크 라인을 각각 선보이고 있다. 아코테 단독 매장도 오픈해 10~20대 초반 여성들까지 더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파리는 두 달에 한 번 간다. 당연히 파리에 갈 때마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많은 영감을 얻지만 코텔라크는 도시 여성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출근 차림이나 일상, 여행지에 챙겨갈 수 있는 편안하고 센스 있는 제품을 만날 수 있는 브랜드이다”

그녀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낭튀아에서 조용하게 작업에 전념하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코텔라크만의 오리지널리티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의 영감에 가장 기여하는 취미는 독서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으며 영감을 받는다. 책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삶이나 스토리가 여러 아이디어를 던져 준다”

코텔라크는 프랑스에 직영점 41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 가운데 6개 스토어는 파리 상트오노레, 마레지구, 루 몽마르트 같은 보보스(부르주아 보헤미안) 커플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최상의 상권에 위치해 있다. 벨기에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스위스 미국 대만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 있으며, 한국 이촌동에서 코텔라크 부티크를 만날 수 있다. (기사제공: 패션비즈 파리현지 심용승 리포터)

한경닷컴 bnt뉴스 패션팀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