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패션계 ‘그때 그 사람들’ 지금은? ①

2009-07-13 21:16:54

한국 패션 30년사를 이끌어 온 주역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이 있었기에 한국패션산업은 30조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들의 희로애락이 있었기에 세계적 패션 브랜드들이 한국 패션시장을 넘봐도 우리는 우리의 것을 지켜내면서 나아가 세계시장을 향해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됐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 패션이 존재하며,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원평 전 데코 회장, 김정은 전 풍연물산 회장, 신홍순 전 LG패션 사장, 조학수 전 네티션닷컴 사장, 박명수 전 동양어패럴 사장, 임소숙 전 모리스커밍홈 사장, 이석화 전 지엔코 사장 등. 본지는 창간 22주년을 기념해 지난 30년 동안 한국패션을 이끌어 온 주역 가운데 최근 변화가 있는 인물 중심으로 그들을 기억해 본다.

신홍순 전 LG패션 대표(67세)는 패션계 최고경영자(CEO)의 로망이다. 90년대 중반에‘패션코리아’를 외치며 LG패션과 패션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킨 주인공인 동시에 은퇴 후에도 다각적인 활동으로 문화계와 학계에 영향력을 발휘해 지난해 7월부터 예술의전당 사장을 맡으면서 부러움을 샀다. 특히 예술의전당 사장을 맡은 것은 기업인 출신으로 처음 있는 일로, 그 의미가 크다.

신홍순 사장, 예술의전당 CEO로 변신
문화예술적 감각과 경영노하우를 모두 지녀 적합한 인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임한 인물답게 신사장은 35년간의 LG맨 생활 이후에도 컬쳐마케팅그룹(대표 김묘환)의 문화마케팅 고문을 맡으면서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겸임교수 및 예원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장, 한국오가닉협회 회장 등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특히 재즈 보급을 위한 공연에 관심을 기울여 컬처마케팅그룹과‘재즈파크’행사를 꾸준히 개최하는 등 문화 예술에 대한 사랑과 함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이원평 회장, 귀국 후 중국문화 전도사

이원평 전 데코 회장은 데코를 떠나 약 2년 동안 부인과 함께 중국에 머무르다 귀국했다. 그는 중국에서 베이징 칭화대 국제경영대학원에서 못다한 ‘중국 공부’에 몰두하는 등 야인으로 생활하면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패션 관련 일을 연결하거나 주선하는 역할을 했다. 가끔 전 데코 직원들을 비롯해 가까운 지인들과 만남을 갖는 정도이며, 귀국 후에도 톰보이 고 최형로 회장과 가장 가까운 관계여서 톰보이 관련 일이라면 언제나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중간쯤 눈에 띄는 편집숍 533갤러리가 있다. 김정은 전 풍연물산 회장이 운영하는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 수입 편집숍이다. 김 전 회장 역시 풍연물산 부도 이후 긴 시간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 운영하는 편집숍의 실무는 조카가 맡고 있으며, 김 전 회장은 조카와 함께 해외 출장 때 브랜드를 결정하거나 상품 바잉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조학수 전 네티션닷컴 사장, 건축업 실패
조학수 전 네티션닷컴 사장은 2006년 2월 회사를 이랜드에 매각한 이후 ‘경영고문’ 타이틀로 잠시 네티션에 몸을 담고 있다가 급작스레 회사를 떠났다. 이후 조 전 사장은 새롭게 투자한 건설 부문 사업이 성공적인 호조세를 보여 새로운 패션사업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건설업 실패와 함께 사기로 거액의 부채까지 떠맡게 됨으로써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갖은 소문뿐 그의 거취를 정확히 아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조 전 사장은 회사 매각 이후에도 네티션닷컴의 성장에 기여한 디자인실장 이사들과는 정기적인 만남을 가졌다. 방미애 현 제일모직 상무, 이지연 전 네티션닷컴 이사, 이경희 전 아비스타 상무, 김수경 전 네티션닷컴 이사 등 자신이 아낀 여성복 디렉터들과는 종종 만나면서 이들 디렉터에 대한 신뢰와 함께 패션사업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조차 조 전 사장의 현재 정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고 있다. 한때 국내 여성복 업계를 풍미하면서 여성복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패션사업가의 초라한 말년이 안타깝기만 하다.

시대적으로 그 시대에 적합한 비즈니스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었다는 면에서 그는 전문가로서 이름을 남길 만하다. 또한 기인에 가까웠던 그의 생활태도와 행동양식은 늘 화제가 됐지만 그와 함께 참모로 일한 사람들은 지금도 그의 정확한 패션 안목과 해박한 지식, 풍부한 감성에 대해 ‘많은 것을 일깨워준 전문가였다’고 그를 평가한다. 현재 그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그가 했던 국내 여성복 업계에서의 기여는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박명수 전 사장, 10년 만에 귀국 ‘재기 노려’
1990년대 중반까지 셔츠시장의 쌍두마차 가운데 하나로 꼽힌 동양어패럴을 이끈 박명수 전 사장은 2007년 중반에 귀국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박 전 사장은 셔츠 제조업이던 가업을 20대 초반부터 이어 받아 셔츠시장 마켓셰어 2위로까지 끌어올리는 등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그뿐만 아니라 찰스주르당을 토털 남성복 브랜드로 런칭하는 등 활발하게 사업을 펼친 경영인이었다.

특히 프랑스 디자이너 마틴싯봉을 점 찍어 이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을 일찍이 추진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IMF 사태를 맞아 활발하게 추진하던 사업 확장이 오히려 화근이 돼 부도 후 프랑스로 건너가서 10년 만에 귀국했다.

파리에 머무르는 동안 박 전 사장은 보성그룹을 마틴싯봉의 투자자로 유치해 인수하면서 파리지사장 격으로 파리 행정을 관장했다. 보성 부도 이후에는 쌈지를 투자자로 유치하기도 했다. 쌈지가 마틴싯봉을 접자 노벰버(November)로 슈즈 라인을 런칭하고 화장품 브랜드도 준비했다.

귀국 후 현재 동생인 박영수 사장이 전개하고 있는 남성복 씨저스의 상품기획과 영업망을 재정비하는 일을 돕고 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보고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인수합병(M&A)해서 직접 사업을 펼쳐 볼 계획으로 여러 대상업체를 놓고 조율하고 있다.
(기사제공: 패션비즈 민은선, 김숙경, 문명선 기자)

한경닷컴 bnt뉴스 패션팀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