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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민서, 선입견이라는 껍질을 벗어 던지고

2017-01-26 15:52:29

[조원신 기자] 그를 형언하는 단어는 지극히 자극적이었다. 선입견으로 얼룩진 그는 그저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였다. 연기로 새겨진 주홍글씨를 연기로써 다시 새기려는 그는 보통의 우리와 다를 바 없이 그저 열심히 살고자 하는 한 사람이었다. 배우 채민서 그리고 인간 채민서.

비운의 복서 김득구를 영화화한 ‘챔피언’에서 주연배우로서 데뷔한 채민서는 뜨거웠다. 갓 데뷔한 신인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수려한 외모는 ‘신인 채민서’를 ‘배우 채민서’로 알리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세간의 관심 속에 그는 더더욱 사랑받고 싶었고 더더욱 연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흔히 마다할 역할들로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갔고, 가릴 것 없이 해내보이고 싶었던 그에게 남겨진 건 짙은 선입견과 함께 새겨진 커다란 멍 자국 같은 것이었다.

그런 그가 믿는 단 하나는 진정성 있는 연기였고 여전히 그는 그 힘을 믿고 있었다. 머지않아 그가 벗겨 낼 선입견이라는 껍질 뒤에 남겨질 ‘배우 채민서’를 기대해본다.

-화보 촬영 소감
사진 촬영을 좋아한다. 혼자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작업을 해보고 싶다. 특히 두 번째 bnt 화보여서 더 의미가 있었다.

-첫 번째와 어떤 점이 달랐는지.
첫 번째 화보는 크리스마스 콘셉트로 찍었었다. 그때도 즐겁게 촬영했는데 이번에는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센 이미지에서 벗어나 더 좋았다. 사실 강렬한 역할을 많이 맡다 보니 어느 정도 선입견이 있는데 잠옷만 입고 슈퍼에 갈 정도로 굉장히 털털한 편이다.(웃음) 오늘처럼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의 화보는 처음이라 더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근황
차기작을 위해 시나리오 검토 중에 있다. 조만간 좋은 모습으로 찾아 뵐 수 있을 것 같다.

-배우가 된 계기
어릴 때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그런 쪽에 끼가 있었던지 광고를 찍기도 했다. 그러다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연습을 하곤 했다. 그렇게 스무 살이 되던 해, 오디션을 봤고 소속사에 들어가게 됐다. 이후 현장경험도 중요하다고 느껴 영화 ‘챔피언’의 오디션을 봤는데 운 좋게 붙어 데뷔하게 됐다.

-신인배우로서 주연으로 데뷔하는 경우는 이례적인데.
유오성 선배님의 아내 역할로 오디션을 봤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후에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시길 극중에 등장하는 아내분의 나이와 당시 내 나이가 같았고 키도 똑같았다고 하셨다. 그런 부분에서 가산점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300:1의 경쟁률이었는데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유오성과 같은 대선배와 함께 하는 연기가 녹록치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점이 되레 신인이 나로서는 좋은 점이었다. 맡은 역할에 비해 많이 부족했기에 쉽지 않았는데 현장에서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셔서 끝까지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혼자 해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감사했다.

-데뷔 후 반응
당시 감독님께서 내가 출연하는 것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게 데뷔하고 나니 신선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청초하다는 얘기도 듣곤 했다.(웃음)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그때 이미지를 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 그때는 뭘 모르고 연기했다. 어리둥절해서 맨날 연습만 하고 대본을 달고 살았었다. 화장실 갈 때도 밖에 나가 친구를 만날 때도. 여러모로 나는 행운아였다.


-수많은 필모그래피 중 기억에 남는 작품
영화 ‘가발’. 작품을 위해 삭발을 했었다. 머리가 몸의 온도 중 3도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머리가 없으니 너무 추웠다.(웃음) 또 인모로 가발을 맞췄는데 개당 천만 원이 넘는 걸 4개나 제작했었다. 그래서 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배우로서 삭발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연기의 폭을 넓혀보고 싶었다. 어차피 머리는 또 자라니까. 머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가발이 안 씌워 져서 촬영을 나가기 전 항상 샤워를 하며 머리를 밀었다. 가서는 특수 분장을 7시간씩 하고.(웃음) 첫 스릴러라 배운 게 많았다.

-열심히 연기했지만 본의 아니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망국의 이지스’라는 일본 작품을 찍었을 때였다. ‘챔피언’에서의 이미지가 좋았다며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고 일본의 명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점과 새로운 시스템을 경험해보고자 승낙했다. 하지만 때마침 일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많은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채민서 연예계에서 몰아내기’라는 사이트도 있었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억울하기도 하고 눈물도 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 공부였던 것 같다.

촬영 당시를 떠올리니 수중 신을 찍다가 사고가 나 5분간 정신을 잃었던 기억이 난다. 함께 출연했던 일본의 유명배우이자 헐리웃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나다 히로유키가 내 따귀를 때려 정신을 차렸다. 진짜 아파서 깼다.(웃음) 그렇게 고생하며 촬영했기에 그런 반응들이 더더욱 아쉬웠던 것 같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영화화해 연기하기도 했다. 이 또한 힘겹게 연기했다고.
시간이 촉박해 보름 만에 9~10kg를 감량했어야 했다. 촬영할 때도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선식만 했다. 정말 지금 보니 안 힘들었던 작품이 없었던 것 같다.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웃음)영화 ‘숙희’ 때도 그랬다. 돌산 오르막에서 성인 남자를 태운 구형 휠체어를 밀었다. 심지어 난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타고 있는 배우는 아픈 사람을 연기하니 함께 밀어주지 못하는 입장이었다. 편하게 찍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쯤 되면 일부러 그런 영화만 골라 출연하는 건지 의심이 든다.
아니다.(웃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일부러 어찌 그렇게 고르나.(웃음)

-노출 연기 또한 쉽지 않았을 텐데.
그전까지 조금씩은 있었지만 큰 노출 연기는 ‘채식주의자’에서 처음이었다. 연기라고 생각하니 창피하지는 않았다. 내가 노출할 수 있었던 건 극의 흐름과 연기를 위해서였고 더 잘해내야 노출 연기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좋게 봐주실 거라 생각했다.

그보다 바디페인팅을 해야 했던 게 정말 힘들었다. 서서 8시간 동안 받아야 되는데 번지면 안 돼 화장실도 못 간다. 보름동안 9kg를 감량해갔는데 거기서 살이 더 빠지더라. 그렇게 고생한 만큼 칭찬 받기 위해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런 점들이 노출에 가려져 안타까웠다.

-노력해온 것에 비해 빛을 못 본 것 같다.
지금 연기 생활한지 16년차 인데 ‘망국의 이지스’ 이후로 좋은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떤 기자님은 대놓고 이런 말을 한 적도 있었다. 기자들이 민서 씨 욕을 많이 하던데 어떻게 생각 하냐고. 당시에는 의연한 척 더 오래 살 거니 그렇게 하라고 답했는데 인터뷰를 끝낸 뒤 나와서 많이 울었다. 그런 점들이 더욱 더 날 힘들게 했다.

-그래도 배우 채민서 만이 지닌 연기력이 있으니 작품을 잘 골라 연기하다보면 빛을 보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작품에 캐스팅 되면 촬영에 들어가기 전 캐릭터 분석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 언제나 시나리오에 맞춰 콘티를 직접 그린다. 그렇게 동선을 짜놓으면 분석하기가 수월하다. 어떻게 보면 작디 작은 이런 노력들을 언젠가는 많은 분들이 알아봐줄 거라고 생각한다.


-작년엔 ‘LBMA 스타 어워즈 2016’에서 뉴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속사 없이 혼자 활동하고 있어서 그런지 기사 하나 찾기가 어려워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다.(웃음) 그래도 데뷔 이래 첫 수상이었기에 뜻 깊었고 감사했다.

-함께 연기 해보고 싶은 배우
배우 서영희 씨. 배울 게 많을 것 같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감명 깊게 봤다. 나 같은 경우는 혼자 따로 노는 연기를 많이 해왔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배우들과 직접 부딪히며 연기한 경험이 적다. 그래서 인지 더 많은 배우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

-함께 작업 해보고픈 감독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과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감독님. 그리고 박찬욱 감독님. 기존에 출연했던 작품들에서 노출이 있었고 센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이미지가 그렇게 굳어져 캐스팅이 어려운 것 같다. 그런 선입견을 지우고 많은 감독님들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저 여기 있어요.”

-다른 작품 중 탐나는 역할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김복남 역할. 그리고 ‘엽기적인 그녀’, ‘친절한 금자씨’에서의 여주인공 역할. 최근에는 ‘푸른 바다의 전설’을 즐겨봐 전지현 씨가 연기했던 역할도 연기해보고 싶다.

-평소 취미는 어떻게 되는지.
옷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좋아해 그런 유의 예능프로도 자주 본다. 그중에 ‘맛있는 녀석들’과 ‘냉장고를 부탁해’를 즐겨 보는데 냉부는 한 번 쯤 꼭 나가보고 싶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
애기를 너무 좋아해서 종종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안락하게 내 가정을 꾸리고 살고 싶다. 아기 옷도 만들어주고. 결혼이라는 게 때가 있는 것 같다. 사람도 많이 겪어봐야 알고.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결혼하고 싶다.(웃음)

-이상형
드라마 ‘워킹데드’에 나온 제프리 딘 모건을 좋아한다. 그가 영화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에서 연기했던 그런 푸근한 모습이 내 이상형에 부합한다. 또 내가 배울게 많은 사람이 좋다.

-올해 목표와 계획
다양하고 많이 연기하기. 올해뿐만 아니라 항상 목표였다. 그리고 이미지 깨기.

-끝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늘 옆에 있었던 것처럼 거리낌 없고 불편하지 않은 배우. 믿고 보는 배우. 현장을 가리지 않고 주눅 들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지.(웃음) 그렇게 잊히지 않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기획 진행: 조원신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태양
의상: 플러스마이너스제로, 레미떼, 아드브르
슈즈: 라니아로즈
선글라스: 라코스테
주얼리: 트윈쓰리
헤어: 보떼101 소룡 팀장
메이크업: 보떼101 정은주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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