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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재영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한 배우 되겠다”

2017-02-14 15:10:54

[우지안 기자] 광고, 드라마, 예능은 물론 영화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며 천천히 대중에게 스미고 있는 김재영과 만났다.

영화 ‘두남자’에서 가장 나쁜 놈으로 등장한 그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신선한 연기를 선보였다. 모델 출신의 배우, 생소할 수도 있을 법한 마스크로 스크린을 꽉 채운 그의 연기가 비로소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누구나 감탄할 법한 프로포션과 외모를 소유했지만 촬영과 인터뷰를 마치고 새로 알게 된 김재영의 매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주위를 매료시키는 존재감, 은근히 건네는 친근한 농담과 연기에 대한 진중한 고민과 태도는 다음번 그가 보여 줄 무언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게 만들었다.

Q. 천천히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는 모델 겸 배우,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요.

웹드라마 ‘애타는 로맨스’ 촬영 끝나고 쉬고 있어요. 다음 차기작이 있어서 준비 중이에요.

Q. 학창시절 때는 요리사가 꿈이었다고. 지금도 ‘혼밥’을 즐기며 요리를 자주 하나요?

일식을 배워보고 싶어서 일본으로 유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요즘은 닭가슴살로 식단 조절을 하다 보니 요리는 거의 안하고요(웃음). 얼마 전 명절이어서 그때는 부모님과 같이 했어요. 전은 제 담당이에요.

Q. 모델 일은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모델이 되고 난 후 힘들었던 적도 많았을 것 같아요.

운이 좀 좋았던 케이스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모델이라는 직업이 일이 항상 고정적으로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일을 할 때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아직도 미래에 대한 초조함과 불안감은 계속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쉴 때도 온전히 쉴 수만은 없는 것 같고요. 모델 일만 했을 때는 두 달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쉰 적도 있었거든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쉬지 않고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나아졌어요.

Q. 모델 아카데미 다니기 전에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면서요. 어떤 거 해봤어요?

공장에서도 했었고 배달, 서빙, 백화점에서도 해봤어요. 공사장에서도 해보고요. 열심히 살았죠(웃음).

Q. 2013년 영화 ‘노브레싱’을 시작으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어요. 모델이 되고 난 후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예전에 출연했던 예능 중에 ‘꽃미남 캐스팅, 오! 보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연기자가 되고 싶은 친구들이 모여서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 됏던 예능이었어요. 프로그램 상에서 연기를 배우는 과정이 있었는데 배우다 보니 되게 재밌더라고요. 그전까지만 해도 화보 촬영만 줄곧 했었거든요. 영상에 비해 사진 작업은 단면적인 일이잖아요. 연기를 통해 새로운 작업을 해보니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더라고요. 그리고 그 당시 모델에 대한 한계를 좀 느꼈던 것도 있고요. 다른 모델보다 키도 작은 편이었고 스스로 다른 모델보다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선택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어요.


Q. 모델 출신의 배우, 공통점도 있겠지만 각각의 매력이 다를 것 같아요.

모델 일은 짧지만 임팩트가 강한 것 같아요. 화보 촬영이나 쇼에 서는 것 자체는 굉장히 짧은 순간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쇼에 설 때는 관객들이 엄청 많잖아요. 제가 나가는 순간은 저에게 시선이 집중되니까 그 순간만큼은 희열을 느끼죠. 연기할 때는 어떤 하나를 표현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길고 좀 더 고민을 하게 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두 가지 일 모두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요즘은 아무래도 연기 쪽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있어서 그런지 연기에 대한 흥미가 더 많죠. 하지만 꾸준히 두 가지 일 모두 하고 싶어요.

Q. 최근 개봉한 영화 ‘두남자’에서 뇌리에 박히는 나쁜 남자 역할을 맡았죠. 감독님께서 동명이인 검색 중에 재영씨를 보고 먼저 연락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원래 김재영이라는 배우님을 검색하셨다가 제 사진을 보셨나 봐요. 제 첫인상이 되게 나빠 보였고 선과 악을 모두 가지고 있는 마스크라고 하시더라고요. 모델이라 연기는 못하겠거니 생각하시고 얼굴이라도 한 번 보자는 생각으로 연락을 먼저 주셨대요. 미팅 자리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나름 악역 연기를 연습해서 갔거든요. 감독님께서 연기하는 척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지만 악역이라는 캐릭터가 사람들이 보기에는 안 좋게 볼 수도 있어서 걱정도 됐었죠. 결과적으로 연기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저에게는 득이 됐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Q. 극 중 두남자(마동석, 최민호)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민호하고는 붙는 씬이 많은 편은 아니었어요. 감독님께서 일부러 둘이 못 보게 했던 것도 있고요. 마지막 액션씬에서 합을 맞추는데 배려심이 깊고 응원도 많이 해주더라고요. 오히려 촬영 때보다 무대인사 다닐 때 많이 친해졌어요. 마동석 선배님같은 경우는 편하게 하나하나 알려주셨던 편이었어요. 아무래도 액션 연기를 잘하시다 보니 도움을 많이 주셨죠. 연기 톤에 대한 조언도 해주시고요. 영화 끝나고 나서도 제 얘기를 주변에 잘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을지 궁금해요.

날씨가 상당히 추웠어요. 일부러 추워 보이려고 옷도 얇게 입고 촬영했어요. 근데 영상으로는 그런 느낌이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저예산 영화다 보니까 찍을 수 있는 기간이 한정적이였는데 감독님께서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라 먼저 힘내자고 말씀도 해주시고 장난도 쳐주시고 분위기를 이끌어 주셨죠.

Q.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도 많을 것 같아요. 분량은 적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죠. 어떤 생각으로 연기했는지 궁금해요.

우선 항상 불만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또 감독님이랑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악역이라고 해서 마냥 센 모습만 보여주면 뻔해질 것 같다고 해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악역을 표현하려고 했죠. 나쁜 짓을 하고도 실실 웃거나 희열을 느끼는, 마냥 세게만은 연기하지 않으려고 했죠. 그래서인지 더 임팩트가 강했던 것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액션씬 때 건물에서 떨어지는 씬이 있었어요. 민호랑 떨어지면서 난관에 등이 닿아야 했던 장면인데 보호대를 하고 한번 뛰어내렸는데 아파서 더 이상은 못하겠더라고요(웃음). 감독님께서 한 번만 더해보자고 하셔서 다시 하는데 떨어지면서 순간적으로 발이 올라 간 거예요. 민호가 잡아주긴 했는데 너무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욕이 나와 버렸죠. 그렇게 두 번 만에 촬영을 끝냈어요.

또 한 번은 액션씬 하나를 3일 동안 찍었어요. 가짜 피도 입에 물고 있었는데 계속 먹다 보니 집에서 피토 한 적도 있었고요.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던 연기였던 것 같아요.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어떤 게 있을까요?

액션 느와르도 좋고 다 좋지만 로맨스나 멜로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전쟁 영화도 해보고 싶고요. 영화 ‘고지전’에서 이재훈 씨가 맡았던 역할 해보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은데 ‘연애의 온도’에서 이민기 씨가 하셨던 역할이나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조정석씨가 맡았던 캐릭터도 좋았어요. 제가 장난을 많이 치는 성격이라 되게 잘 맞을 것 같아요(웃음).

Q. 곧 방영될 웹드라마 ‘애타는 로맨스’에서 훈훈한 남사친 정현태로 열연한다고.

뒤에서 바라보고 챙겨주고 짝사랑하는 역할이에요. 지고지순한 남자로 나오죠.

Q. 실제 재영씨는 연애할 때 어떤 타입인가요?

좋으면 좋다고 말하는 편인 것 같아요. 뒤에서 바라만 보고 챙겨주는 타입은 아니에요(웃음).

Q. 로맨틱 코미디를 하게 된다면 함께 호흡 맞춰보고 싶은 배우는요?

정유미씨요.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연애의 발견’을 보면 남자도 여자도 좋아하는 역할이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 해보고 싶어요.

Q. 현재 연애 중인가요? 이상형이 있다면?

연애 중은 아니고요. 이상형은 마음이 착한 여자요. 또 저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여자면 좋겠어요. 이상형을 정해 놓기보다는 만났을 때 느낌이 좋고 꽂히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사실 외모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외향적인 것만 따진다면 바바라 팔빈도 좋아요. 물론 요즘 TV에 나오는 아이돌들도 다 좋고요(웃음).

Q. 친하게 지내는 모델 혹은 배우 있나요?

모델 조민호랑 친해요. 제가 배우분들과는 잘 못 어울리는 것 같아요(웃음). 어릴 때부터 같이 일했던 친구들이 모델이다 보니 그 친구들이랑 자주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까지 드라마나 영화 촬영했을 때 동생들보다는 선배님들과 함께해서 그런지 다가가기가 어렵고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있어서 아무래도 모델 친구들이 더 많아요.


Q.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요?

아무래도 영화 ‘두남자’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액션 씬을 준비하면서 액션 스쿨을 다니기도 했고 너무 추울 때 고생하며 촬영해서 그런지 촬영 과정도 생생하고요. 또 ‘두남자’로 연기 호평을 받기도 해서 저에게는 잊지 못할 작품인 것 같아요.

Q. 롤모델이 있다면?

이병헌 선배님이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자신만의 분위기로 너무 잘 하시는 것 같아요. 목소리도 좋으시고 눈빛도 작품마다 다르거든요.

Q. SNS를 보니 소녀팬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얼마 전에 팬미팅도 하셨죠?

1년에 한 번씩 팬미팅을 소박하게 하고 있거든요. 한 30명 정도 모여서 하는데 만나서 함께 소통도 하고 오히려 소모임이라 더 좋은 것 같아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쉬는 날엔 뭐 해요?

쉬는 날 친구들도 가끔 보고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서른이니까 남자 같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까요(웃음). 노출 있는 씬들이 있으니까 준비도 할 겸요.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요?

가식적이지 않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솔직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제 바람이에요. 연기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고 싶고요. 내공이 쌓이게 되면 이병헌 선배님처럼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저만의 색깔로 연기하고 싶어요. 단순히 역할을 소화하는 걸 넘어서 그 캐릭터가 제가 될 수 있는 연기요.

기획 진행: 우지안, 배아름
포토: 인선모
영상 촬영, 편집: 박승민, 이미리
의상: FRJ Jeans, 피스워커, 홀리넘버세븐, 써티먼스, 스타일난다 KKXX
슈즈: 팀버랜드, 푼크트
모자: 베드테이스트
헤어: 작은차이 예진 아티스트
메이크업: 작은차이 심경미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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