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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류진, 그의 끝없는 도약

2017-03-06 16:17:07

[마채림 기자] 부드러운 미소가 매력적인 미남 배우, 류진과 만났다. 연예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데뷔하자마자 주연을 맡으며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그 인기의 기세로 연기대상 신인상까지 휩쓸기도 했던 그. 이후 꾸준히 활동하며 지금까지도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 왔다.

이번 화보 촬영에서 류진은 특유의 젠틀과 위트를 넘나들며 세 가지 콘셉트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는 프로다운 표정 연기와 포즈, 모델 뺨치는 몸매로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오랜 연기 경력에 연륜이 더해져 섹시함 마저 느껴졌던,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멋진 배우 류진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Q. 화보 촬영 소감

정말 궁금했다. ‘아빠! 어디가?’ 할 때 아이들과 화보 촬영 이후 오랜만의 작업이다. 혼자 화보를 찍은 지 오래돼 궁금했다. 사진이 잘 나오고 안 나오고를 떠나서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즐겁게 작업했다. 편하게 작업하면 대체적으로 잘 나오더라. 기대된다.

Q. 해보고 싶었던 화보 콘셉트가 있다면

여태까지 댄디한 도시남 이미지를 많이 해왔다. 예전에는 무게를 잡는, 멋진 느낌의 촬영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좀 더 위트 있는 분위기를 원한다. 자칫 느낌을 잘못 잡으면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도 됐다. 평소 진지한 배역을 맡는 외국 배우들도 그 진지함 속에 위트가 스며든 화보 작업을 하더라. 그런 걸 원했다. 내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 코믹한 모습으로 보이고 싶진 않았다. 내가 가진 이미지 안에서 살짝 변화를 주는 걸 생각하고 왔다.

Q.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

그동안 정장을 굉장히 많이 입었기 때문에 정장을 입고 작업하는 게 편할 거란 편견을 갖고 있다. 오늘은 세미 정장이었지만 정장은 항상 불편하고 포즈를 잡기 힘들다. 오히려 캐주얼하게 입고 소파에 늘어져 진행했던 콘셉트가 좋았다. 이제는 그런 게 편하다. 멋진척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어렵다.

Q. 연기하는 것과 사진 찍는 것의 차이

사진이 더 어렵다. 찍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방송, 드라마, 영화 또한 그렇긴 하다. 그런데 사진이 더욱 편차가 심하다. 예전에 유명한 사진작가님과 작업을 해봤는데 조금이라도 움직여선 안됐다. 고개 하나, 각도 차이로 연출을 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 방송은 흐름이 있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면 카메라가 잘 찍어주는데 사진 작업은 그 흐름을 타기가 어렵다.

Q. 그 어려운 사진 작업을 잘 해내는 팁이 있다면

일단 마음이 편해야 한다. 그날의 기분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현장에서도 맘처럼 잘 안 되더라. 그런 일 없이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하면 잘 되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현장에 와서 작가, 기자, 스태프에게 먼저 말을 거는 편이다. 장난치듯 말을 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편해지더라.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는 날도 있다. 농담을 했는데 받아주지 않으면 무안해서 주눅이 든다. (웃음)

Q. 근황, 어떻게 지내셨는지

일을 쉰지 일 년 반 정도 됐다. 재작년 SBS 일일드라마를 끝내고 나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었다. 이사를 했던 날도 촬영장에 가느라 아내 혼자서 정리를 했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쉬게 됐는데 그게 조금 길어졌다. 이제는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내서인지 아이들이 ‘아빠 왜 맨날 집에 있어, 왜 일을 안 해?’라고 묻는다. (웃음) 이제는 나가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Q.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계기

배우가 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군대를 다녀온 뒤 대학교 2학년 때 아르바이트로 할 게 뭐가 있을까 찾아봤었다. 보통 과외를 해서 용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그럴 능력이 안됐다. 하루에 8시간씩 커피숍에서 일하는 것도 힘들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에이전시에 프로필 사진을 돌려놓으면 모델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아무도 모르게 프로필 사진을 찍고 몇몇 에이전시에 돌렸다. 한 달에 한두 번씩은 일이 들어오더라. 가면 종일 고생하지만 현장에서 일급으로 몇십만원씩 받으니 아르바이트로 괜찮더라. 짧은 시간을 할애해서 용돈을 벌 수 있으니 좋았다.

그때 당시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도 내 프로필 사진을 줬었다. 그 친구가 아나운서가 되겠다며 방송아카데미를 다니느라 방송국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나 몰래 SBS 공채 탤런트 지원서를 낸 거다. 모르고 있다가 서류전형을 합격하고 그 친구가 얘기를 했다. 다음 전형은 면접인데 한번 가보라며. 부모님께 상의를 드렸더니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시더라. 그래서 태어나 처음 여의도 땅을 밟게 됐다. 면접을 봤고, 4차, 5차까지 합격을 하더니 최종 합격을 했다. 4기에는 김남주, 김명민이 나와 동기다. 후배는 김주혁이 있었고.

Q. 합격 당시 기분

운이 좋아 합격했다고 생각했지 앞으로도 쭉 갈 길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전공이 호텔경영이라 호텔리어가 꿈이었다. 일어, 칵테일 학원을 다니면서 호텔리어 준비를 하다가 졸업을 하고 나니 매니저 한 분이 찾아왔다. 그분이 같이 일을 해보자고 해서 그때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부터 잘 됐다. 연기 경험이 없었던 터라 실전에 뛰어들면서,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이 생겼다. SBS 주말드라마를 한 뒤 신인상을 받았고, KBS 주말드라마 이후 신인상을 또 받았다. 그때까지도 잘 몰랐는데 좋은 감독님과 KBS 일일드라마를 하게 되면서 연기에 대한 희열을 느꼈다. 참 괜찮은 직업이구나, 남들이 얻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연기가 나의 길이라고 느꼈다.

Q. 참 특별하게 데뷔한 것 같다.

그때 시험을 보러 가서 남자들이 화장을 하는 걸 처음 봤다. 그 시절은 남자들이 화장을 한다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보는 때였다. 면접장에 온 사람들 모두 정말 죽을 만큼 열심히 하는 게 보이더라. 나는 서류에 잘 하는 것, 장기를 적는 란에 아무것도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서류를 통과했고 카메라 테스트도 통과했다. 그런 것들이 신기했고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Q. 동기들이 질투를 하진 않았는지

다들 열심히 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시키면 열심히 했지만 이 길이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진 않았기에 학교생활에 더욱 충실했다. 동기들과 회식을 하면 다들 한 마디씩 던졌다. ‘너처럼 하면 안 된다, 이 바닥은 정말 힘들다’라며. 이 바닥은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곳이라는 걸 느꼈다. 내가 열심히 안 했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남들보다 덜 노력해도 운명적으로 운이 맞아떨어져 잘 되는 곳이 이 바닥인 것 같다.

당시 공채 탤런트들의 꿈은 드라마 고정 출연이었다. 운이 좋게도 은인인 구본근 감독님을 만나 드라마에 고정 출연을 하게 됐다. 이영애, 황수정 등이 나오는 드라마에서 황수정 동생 역할을 맡았다. 열심히 해서 그런지 신인상도 받았다. 아무래도 동기들이 배 아파하긴 했을 거다. 열심히 했던 사람들도 1~2년이 지나니 다 사라지더라.

Q. 친했던 동기 배우는 누구

김명민과 정말 친했다. 호수공원에서 서로 연기하는 모습을 캠코더로 찍으며 놀았다. 내가 먼저 잘 되고 나서 매니저, 대표님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그래도 진척이 없었다.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였는데 잘 안 풀려 의아했지만 결국은 잘 됐다. 본인이 열심히 연기를 하니 결국 인정을 받고 살아남아서 지금은 우리나라 대상 연기자가 됐다.


Q.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었는가

내성적이지만 여학생들에게는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소극적인 학생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지금보다 더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부모님이 SBS 공채 면접을 허락하셨던 것 같다. 지금은 끼 있는 친구들이 많지만 그때는 오로지 생긴 걸로 주목을 받았던 시대였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통통하고 키도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이 되자 갑자기 키가 쑥쑥 크고 살이 쏙쏙 빠졌다. 지금도 가끔 그 시절 사진을 보는데 내가 봐도 정말 꽃미남이다. (웃음) 중학생 당시 팬클럽도 있었다. 튀는 행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체육시간에 밖에 나가 있으면 여학생들이 창문에 매달려서 쳐다볼 정도로.

Q. 그렇게 인기가 많았는데 배우를 전혀 생각을 안 했는지

전혀. 그때 당시에는 어떻게 해야 탤런트가 되는지도 잘 모르던 때였다. 주변에서 탤런트 시험 보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냥 남의 일이었다. 연예인을 실제로 봤던 적도 없었고.

Q. 모델 뺨치는 큰 키, 연기에 많이 도움이 되는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요즘은 이 정도 키를 찾는 분들도 있다. 요즘은 평균 키가 굉장히 많이 커졌다. 옷 사이즈도 괜찮아졌고. 내가 데뷔할 때만 해도 키가 큰 게 전혀 안됐다. 카메라 앵글을 잡기도 힘들었고 의상이 가장 큰 문제였다. 바지를 다 늘려야 됐다.

더 힘들었던 건 세트장에 들어가면 조명이 보통 키 작은 사람들에게 맞춰져있다. 나처럼 키가 큰 사람들은 조명을 받기가 힘들어서 손해를 많이 봤다. 세트 구조물의 천장, 문간이 낮아서 감독님이 방에 들어가면 무조건 빨리 앉으라고 주문하셨다. 앉아서 하면 안 되는 장면인데도 무조건 앉아서 하느라 연기를 편하게 못 했던 것 같다.

차승원, 이천희, 이기우 등 다른 키 큰 배우들도 다 힘들었을 거다. 야외를 나가면 조금 괜찮다. 예전에는 170 후반이 연기하기 좋은 키였는데, 지금은 180 초반 정도가 보기에도 좋고 연기하기에도 적당한 것 같다.

Q.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의미 있는 작품

작품을 되게 많이 했더라. 대박 난 게 없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뿐이다. 모든 작품이 다 기억에 남고 의미 있다. 그중 ‘경성스캔들’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되게 진지한 드라마였다. 내가 했던 역할이 남자로서 굉장히 매력 있는 캐릭터였다. 비밀에 쌓인, 좋은 일을 하면서도 나쁜 사람처럼 보이는 그런 역할. 한준서 감독님이었고 강지환, 한지민, 한고은 네 명이 출연했었다.

Q. 호흡을 맞췄던 여자 배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 그 이유

내가 신인일 때 최지우가 정말 톱스타였다. 주인공으로 처음 데뷔했을 때 내 파트너여서 기억에 남는다. 나도 배우지만 데뷔 무렵에는 다른 연기자들을 보는 게 신기했다. 특히 여배우들에 대한 신비감은 더했다. 말 붙이기도 힘들 것 같았는데 그런 걸 깨준 사람이 바로 지우다. 당시 지우가 친근한 이미지는 아니었는데 작품을 같이 해보니 나랑 똑같은 사람이더라. 촬영이 참 힘들었는데 힘들 때 나에게 기대는 모습을 보고 여자는 여자구나 느꼈다.

그리고 술을 못하던 내게 술을 가르쳐준 배우가 염정아다. 염정아랑 되게 친하다. 정아 누나가 술을 잘 드신다. 지우는 배우로서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줘 기억에 남는다면 염정아 씨는 내게 술로써 인생을 가르쳐 줬다. (웃음)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젊은 배우를 찾게 되더라. 나이 차이가 벌어지더니 어느 순간 띠동갑이랑 연기를 하고 있었다. 띠동갑까지도 괜찮았는데 그게 더 벌어지니 감당이 안 되더라.

Q. 배우로서 고민

예전에도 그랬지만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까 늘 고민한다. 그게 쉽지 않은 것 같다. 나이도 있고 하니 연륜을 보여줘야 할 때다. 변화를 주기 위해 시트콤도 했었고 ‘국가가 부른다’라는 드라마를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었다. 시청자분들이 많이 봐주지 않으셔서 모르는 것뿐이다.

개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렇다고 정말 코믹한 이미지, 마치 차태현 같은 그런 이미지로 변화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얼마 전 영화 ‘공조’에서 김주혁이 강한 이미지로 변신을 한 것처럼. 내가 가진 것 안에서 변화를 주고 싶다. 어설프게 하려고 하면 역효과가 나거나 안쓰러워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Q. 고민 해결, 스트레스 해소법

사실 해소를 잘 못한다. 남들에게 말하지 않는 편이다. 술을 마시면서 터놓고 얘기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안에 꾹꾹 쌓아두는데 그렇다고 폭발하진 않는다. 취미생활로 푸는 편인데 주로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자전거를 많이 탔는데 요즘에는 골프를 시작했다. 혼자 사색하고 음악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또 가끔 혼자 여행을 가기도 한다. 아내가 대단한 게 혼자 여행 가는 걸 허락해준다. 다른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혼자 여행을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더라. 작품을 할 때 여유가 있으면 대본을 들고 2~3일 정도 통영이나 제천 등을 놀러 간다. 특별히 하는 것도 없다. 수산시장을 가서 회를 떠와 숙소에서 캔 맥주를 먹으며 대본을 보는 등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스트레스를 푼다. 그렇다고 인간관계가 안 좋은 건 아니다.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고 무리에서는 나름 ‘귀요미’ 역할도 맡지만 일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사람들과 공유를 하지 않는 편이다.

Q.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

예전에는 김명민과 정말 친했다. 명민이가 바빠지고 나서는 교류가 많이 줄어서 따로 연락해서 만난 지는 오래됐다. 여자 중에서는 염정아, 이보영과 친하다. 보영이 같은 경우는 수다 친구다. 유일하게 한 시간 넘게 전화 통화하고 서로 고민 얘기도 한다. 보영이가 결혼을 해서 이제는 저녁보다는 낮에 만나 점심을 먹는다.

요즘에는 조현재와 가장 가깝게 지낸다. 현재랑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서 운동도 같이 하고 고민도 많이 나눈다. 조현재, 김강우와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같이 치맥을 먹기도 한다. 일적인 고민, 사는 얘기를 나누는 유일한 친구들이다.

Q. 차기작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있다. 사실 공백이 길어진 것도 더 나은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차기작은 또 드라마가 될 것 같다. 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와는 조금 다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Q. 캐릭터로 변화를 주려는 계획인가

그렇다. 얼마 전 KBS에서 ‘다산 정약용’이라는 드라마가 편성이 됐다. 캐스팅도 다 됐었고 제작을 앞두고 있었다. 정조대왕 역할에 캐스팅이 돼 책을 3권이나 사서 읽었다. 굉장한 왕이었더라. 박식하고, 스토리도 있고. 정조대왕 역할을 맡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다. 내가 출연한 작품이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내용인 것들이 많더라. ‘다산 정약용’에 왕으로 출연하게 되면 아이들이 역사 공부도 되고, 우리 아빠가 왕으로 나온다고 얘기할 수 있어 좋을 것 같았다.

6부까지 나온 대본을 정말 달달 외웠다. 그런데 대본 연습 3일 전에 엎어졌다. 정약용 역할은 연정훈 씨였는데 엎어져서 난리가 났었다. 정조대왕 역할은 지금까지 했던 역과는 상반된 느낌이고, 복귀하기에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무산되니 너무 아쉽더라. 그 작품은 하지도 않았는데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다.

Q. 최근 작품 중 탐이 나는 배역,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

드라마 ‘미생’에 오상식 과장 역할. 작품도 너무 좋았지만 이성민을 보고 완전히 반했다. 일일드라마 하면서 제 아버지로 나왔던 이대연 씨가 계신데 이성민 씨를 아냐고 물어보니까 두 분이 친하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사인을 부탁하기도 했다. 완전히 팬이 된 거다. 그런데 어느 날 전에 출연했던 드라마 ‘오! 필승 봉순영’을 모니터 하다가 이성민이 조연으로 나온 걸 알게 됐다. 그 당시는 잘 몰랐다. 이성민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하는 연기를 하신다. 그분처럼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Q.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 혹은 눈길이 가는 후배 배우

‘응답하라 1988’ 속 고아라 캐릭터 너무 좋았다. 연기를 되게 편하게 하는 배우들이 있는데 그중 공효진과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다. 강소라도 좋고. 남자배우들은 젊은 배우들보다는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장동건, 김수로, 차승원 등 또래 배우들이랑 작품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예전에 ‘신사의 품격’ 할 때 너무 아쉬웠다. 어떤 역할이건 좋았을 것 같다. 그런 드라마가 쉽게 나오지 않으니까.

또래 배우들이 모이면 재밌을 것 같다. 다들 결혼도 했으니 가족, 육아 얘기도 나눌 수 있을 것 같고 공유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다. 젊은 배우들은 내가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술 사주고 그런 게 끝이다. 여배우는 젊은 친구들이 좋다. (웃음)

Q. 롤모델

많다. 미생을 몰아치기로 보는 동안에는 머릿속에 이성민뿐이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순재 선생님이 롤모델이다. 넘치는 에너지가 정말 멋지다.

외국 배우들 중에는 주드 로, 톰 하디. 톰 하디를 예전 배우에 비유하자면 아놀드 슈왈제네거나 실베스터 스탤론 같은 분위긴데 작품 속에서의 감성은 정말 독보적이다. 그동안 그런 근육질의 배우를 보고 울어본 적이 없는데 그 배우는 그게 된다. 그런 분들이 롤모델이다. 또 에드워드 노튼이라는 배우는 되게 유약해 보이는데 반대로 강하다. 그런 게 조화된 배우들이 좋다. 강한 사람이 감성적인 연기를, 약한 사람이 되게 강한, 센 연기를 잘 해내는 것 말이다.

Q. 아들 찬형, 찬호는 잘 지내는지, 지금도 여행을 다니는지

아이들이 여행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틈만 나면 호텔에 가고 싶다고 하고, 집을 조금만 꾸며 놓아도 호텔 같다며 좋아한다. 아내가 예전에 승무원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역마살이 있는 것 같다. 집에 붙어있는 걸 안 좋아한다. 찬형이랑 ‘아빠 어디가’를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아빠 어디가’를 했을 때만큼은 못 다닌다. 요즘은 애들이 크다 보니 학업에 집중하느라 시간이 많이 나지 않는다. 찬호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서 앞으로는 방학에 모든 걸 해야 되니까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 여행을 자주 가려 노력하고 있다.

Q. 아빠 어디가 출연 배경

방송을 통해 반강제적으로 아이들과 여행을 가게 된다는 점에 출연을 결심했다.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쌓고 싶지만 여유가 없을 때는 한없이 미루게 된다. 강제성을 띠지 않으면 가기 어렵더라.

Q. 아빠 어디가 출연 당시 에피소드, 힘들었던 점

힘들었다. 찬형이를 위해서 시도했던 일이었지만 사실 나의 도전이기도 했다. 낯선 아빠 5명과 어울려야 되는 상황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컨트롤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찬형이가 복병이었다. 그때 느꼈다. 엄마들이 정말 힘들겠구나.

시청자들은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많이 도와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지 않다. 아이에 관한 모든 건 내가 스스로 해야 했다. 애 옷이 젖으면 갈아입히고, 씻기고 밥해 먹이고. 정말 아무도, 하나도 안 도와준다. 그런 것조차 힘든데 아이들이 말을 안 듣기 시작하면 화가 난다. 방송이니까 화를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참기 힘들더라. 그 부분이 제일 힘들었다. 힘들 때는 정말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웃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모든 것들이 추억이고 보람이다. 오래도록 추억이 될 것 같다.

Q. 아빠로서 고민,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가

이젠 아이들이 마냥 어리지 않다. 찬형이도 초등학교 4학년이 된다. 이제는 아이들 몰래 내 마음대로 행동하는 건 자제해야 될 때 같다. 아이들이 내 모습을 보고 배우기에 정말 모범을 보여야 되는 시기가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나가서 일을 해야 된다. (웃음)

아이들의 기준에서 무조건 잘 놀아주는 아빠가 좋은 시기는 곧 지나갈 거다. ‘우리 아빠는 잘 놀아줘서 좋아’가 아니라 ‘우리 아빠는 이런 점이 존경스러워’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러려면 뭐든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존경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

Q. 아이들을 지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올바른 인성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요즘에 나오는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독서를 한 뒤 마치 나의 생각인 것처럼 얘기를 해주면, 아이들이 우러러보지 않을까.

Q. 쉬는 동안 아이들과 주로 어떻게 지냈는지

아내가 드라마를 열심히 보는 편인데 10시 전에 애들이 자야 편하게 볼 수 있다. 나는 국내 드라마를 잘 안 보기 때문에 자연스레 애들을 재우는 역할을 맡게 됐다. 그걸 계기로 9시 반쯤 되면 항상 애들이랑 함께 눕게 됐는데 그 시간이 너무 좋더라.

애들이 내 옆에 누워서 수다 떠는 걸 너무 좋아한다. 내가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를 술술 꺼내놓기도 한다. 내 어릴 적 얘기를 해주면 ‘아빠, 하나만 더 이야기해주면 안 돼?’라며 눈을 반짝인다. 그 시간이 내게는 너무 소중한 시간이다. 그래서 늦잠을 잘 수 있는 금요일이 좋다. 요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9시 반부터 10시 반까지다. 앞으로 일 때문에 바빠지면 이 시간이 참 그리울 것 같다.

Q. 취미

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골프연습을 많이 한다.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 참 좋다.

Q. 올해 계획

활발하게 일하고 싶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화보 촬영도 많이 하고 싶다. 돈을 버는 게 아니더라도 바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쉬는 게 지겨워진 것 같다.

Q.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가

앞서 말했 듯 이성민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단순히 훤칠하고 멋있는 배우가 아닌,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그런 배우.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기 위해 고민하다 보니 공백이 길어졌다. 앞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할 계획이니 열심히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적은 나이도, 많은 나이도 아니지만 이번 bnt 화보를 통해 내 젊음을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젊게 생각하고 젊게 살면 삶이 젊어지는 것 같다.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모두가 젊게 살았으면 좋겠다.

기획 진행: 마채림, 배아름
포토: 차케이
의상: 슈퍼스타아이, 지니프, 비에이블투, 포튼가먼트
슈즈: 푼크트, 수페르가
시계: 잉거솔
아이웨어: 룩옵티컬
헤어: 정샘물 웨스트 은혜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웨스트 황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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