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디자이너 정미선, ‘노케’ 그 안에 여자를 담다

2017-03-30 17:28:09

[박승현 기자/사진 김강유 기자] 여자 안의 모든 것. 아름답지만 강하고 때론 차갑기 그지 없지만 또 한 없이 뜨거워지기도 하는, 여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디자이너 정미선을 만났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당당함과 아름다움. 바로 그 아름다움 속 강인함을 가장 진솔하게 녹여 낸 노케(Nohke)의 ‘뉴 우먼(New women)’.

2017 F/W를 앞두고 있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와 나눈 대화의 끝은 간단하고도 명료했다. 여자를 위한 옷을 만든다는 것, 그것은 판타지가 아니라 당신의 온전한 삶이 담길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란 것을.

Q. 노케(Nohke)라는 브랜드에 대한 소개 먼저 부탁 드려요.

노케는 여성복 브랜드이고요(웃음). 저처럼 혹은 제 친구들과 고객들처럼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에요.

Q. 우선 이번 17 F/W 컬렉션은 어떠한 컨셉으로 준비하셨는지 가장 궁금해요.

이번 컬렉션 타이틀이 ‘뉴 우먼(New Women)’인데요. 슬로건으로는 ‘슈퍼 우먼(Super Women)’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진행을 했어요. 영감을 받았던 인물들로는 캐서린 헵번이나 마돈나 등 그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 중에서 에너지가 가득했던 그리고 그 시대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여성상을 줬던 그런 인물들을 통해 영감을 받았고 여성상의 재해석과도 같은 부분으로 접근을 했어요.

디자인적으로는 남성적인 수트에서 변형을 주고 여성적인 디테일을 섞어서 재미있게 표현을 해봤어요.

Q.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아이템이 있다면

기존에는 페미닌한 커팅과 라인이 들어간 여성적인 패턴을 많이 사용 했거든요. 이번에는 남성적인 패턴에서 시작을 한 옷들이 꽤 있어요. 남성들의 셔츠에서 변형을 해서 페미닌한 디테일을 넣고 실루엣을 변형 시켜서 입을 수 있는 그런 아이템들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옷을 만들면서 저 역시도 많이 입을 것 같다고 느꼈고 사람들도 많이 입을 것 같은 그런 아이템이기도 했죠. 보시면서 재미가 있다고 느끼실 수 있는 그런 아이템이에요. 남성 셔츠지만 페미닌한 요소가 공존해 있는 그런 느낌이 있어요.

Q. 지난 시즌에서는 노케만의 역설적 실루엣 등을 보여주는 것, 구조적 특징을 보여줬던 것과 동시에 독특한 원단이나 실험적인 드레이핑을 선보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시즌의 색다른 도전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저의 개인적인 취향에 관한 문제이기는 하지만(웃음), 제가 지금까지 브라운과 네이비 계열의 컬러와 단추를 절대 사용하지 않았어요. 그런 컬러가 제게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색감이지만 사실 세련되게 풀어내기가 참 어려운 컬러라고 생각했거든요. 또 단추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단추의 모양이 불완전하다는 느낌을 받았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한번도 사용을 안 했죠.

이번에는 역으로 제게 도전적인 과제를 준다고 생각하고 스스로가 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보자 라는 생각에 단추를 굉장히 많이 사용하고 브라운과 네이비 컬러를 사용했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에서 벗어나 역동적으로 움직여보고 싶어서 시도를 많이 했어요. 아마 저와 노케를 아시는 분들은 그 차이를 재미나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Q. 쇼를 준비하며, 주제를 택할 때 어떻게 영감을 받으시는지도 궁금해요.

사람들에게 가장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때로는 특별한 아티스트일 때도 있지만 어떤 때에는 제가 자주 접하는 사람들에게 받기도 해요. 친구들을 보며 ‘여자의 삶은 저렇게 변하는구나’를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렇다면 옷은 이렇게 변해야 쉽고 편하고 예쁘게 입을 수 있겠다’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이 제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물론 여행을 가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등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영향을 주기도 하죠.

Q. 이번 컬렉션도 그런 연장선에서 이어졌겠네요.

개인적으로는 30대가 넘어서면서 저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삶이 많이 변화 하는 것 같았어요. 20대 때는 커리어에 집중을 하면 되는 반면에 30대에는 가정도 꾸려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고 그러면서 또 커리어는 한 단계 발전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여자의 삶이 참 복잡하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삶을 진취적으로 살았던 인물들을 보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이 멋있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그런 여성상을 표현해봤죠.

Q. 디자이너로서 옷을 만듦에 있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요.

전 근사한데 편안한 것을 추구해요.

물론 겉으로 보여지는 노케란 브랜드의 이미지가 한껏 세팅을 해 놓은 것 같고 또 차가워 보이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사실 저희 옷을 입어보면 정말 편하거든요. 저도 그렇고 실제로 일을 할 때는 편하게 일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지금 이 시대를 살아 가면서 일하는 여자들은 멋있게 보여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편안해야 일을 잘 할 수 있으니까 근사하면서도 편안한 옷을 추구하게 되는 거죠.

사람마다 체형도 다 다르고 또 그렇게 각자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드러내기에 불편해 하는 부분은 있잖아요. 예를 들면 팔뚝 살이나 엉덩이처럼(웃음). 조금 더 길고 가늘어 보이길 바라는 것은 많은 분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제가 디자인을 하면서 커팅을 많이 쓰는 이유도 여자들의 예쁜 부분을 부각을 시켜주기 위해서 에요.

저도 제가 제 옷을 입어보고 거울을 보곤 하는데 여자들이 팔목, 발목은 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예쁜 부분을 최대한 길고 더 예쁘게 보이게 하고 신경을 많이 쓰죠. 노케의 옷을 입었을 때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옷을 만들고 싶어요.


Q. 디자이너로서의 창의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어려우리라 생각이 되는데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패션은 사람들이 입어야 하는 것이잖아요. 상업적이란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 생각해요. 그게 없으면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의 일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패션에 관해서라면 큰 자본이나 큰 시스템 속에서 가지지 못한 감성을 제가 표현하고 그걸로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받지 못했던 것을 저희 옷으로 인해 만족하고 충족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누가, 어디에 갈 때 우리 옷을 편하게 입을 수 있을까를 늘 신경 쓰면서 만들고 있고요.

컬렉션을 만들면 그 시즌 전에 제가 샘플을 많이 입어보거든요. 제가 조금 불편하다 느끼면 정말 그 옷은 잘 안 팔려요(웃음). 제가 많이 입는 것은 베스트셀러가 되고요. 저도 이 시대를 사는 평범한 사람 중 하나니까 그런 부분들이 많이 반영 되더라고요.

Q. 디자이너로서 정미선이 뮤즈로 삼고 있는 아티스트

많다면 많은 것 같아요. 최근에 함께 작업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선생님도 제게는 뮤즈이고요. 한 여자로서 살아온 삶이 제게는 영감이 되었던 것 같아요. 연세가 있으신 편인데도 늘 8시간씩 독방에서 연습을 하시고 자기관리가 정말 철저하시더라고요. 어떤 부분에서는 그런 선생님의 모습이 좋은 영감이 되기도 하고 또 틸다 스윈튼처럼 아름다운 배우들도 뮤즈가 되곤 하죠.

열심히 자기 일에 푹 빠져서 사는 그런 여성들,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품고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그런 분들이 제게는 뮤즈인 것 같아요.

Q. 세컨드 레이블 런칭 여부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준비만 하고 아직 펼쳐내질 못해서(웃음). 저희 옷을 입는 분들 같은 경우엔 일을 하시면서 중요한 모임에 가야 할 때 많이 오시거든요. 체면이 구겨지지 않는 옷이라고 간혹 말씀 하시는데 그러면서 줄곧 들었던 이야기가 ‘매일 입기에는 디자인이 조금 세다’라는 이야기였어요. 회사에서 입고 싶은데 베이직하게 안되냐고 하셔서 맞춤을 해드리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우리 브랜드에서 할 수 있는 커머셜한 라인은 일하는 여자들의 이런 감성을 좀 더 베이직하고 편안하게 담는 것’이었죠. 그런 생각을 한 후로 직장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하면서 입을 옷이 정말 없다고 하더라고요. ‘백화점은 너무 비슷하고 또 비싸기도 하고 SPA 브랜드는 너무 많고 거기에 일도 많고 아기도 봐야 하고 패션을 공부할 시간이 없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 것을 해소해주는 브랜드가 나오면 좋겠다고 하셔서 저희도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많아져서(웃음). 대신 조금씩 에디션의 개념으로 선보이고 있고 체계적으로 준비가 되면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구상은 늘 하고 있으니 올해 안으로는 나오지 않을까. 하하.

Q. 더불어 정미선이란 디자이너의 눈으로 보는 남성복도 꽤나 궁금해지더라고요.

남자 옷도 너무 재미있죠. 제가 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된다면 당장이라도 하고 싶은데 여성복 같은 경우는 제가 입어보면서 하다 보니까 빠르게 추진이 되는 반면에 남성복은 그게 어렵더라고요.

물론 제가 남자 옷도 맞춤을 하거나 지인들에게 부탁을 받아 라이더 재킷을 남성 버전으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그랬지만 제가 바로 못 입어보니까 누군가에게 입히면서 정돈을 해 나가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이 분야는 좀 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풀 컬렉션을 하는 남성 컬렉션은 빠른 시일 내에는 힘들 것 같고 라이더 재킷 같은 경우는 유니섹스로 만들어서 진행을 해보고 싶어요.


Q. 노케의 옷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여성스러움 속에 남성적인 느낌도 보여서 그런지 남성복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젠더리스가 시류긴 하지만(웃음). 사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젠더리스가 아니거든요. 성의 구별이 없는 중성적인 것이 아니라 굉장히 여성스러운 모습과 또 굉장히 남성스러운 모습이 공존해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라 생각을 했어요. 여성들의 경우 가정을 보살피는 모습과 또 사회에 나가 일을 하는 상반된 모습이 있잖아요.

Q. 매 시즌마다 다양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또 사라지곤 하는데 디자이너로 정미선이 생각하는 올 S/S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물론 지난 컬렉션에서 보여준 의상들에 그 생각들이 담겨 있겠지만.

실루엣은 편안해지지만 여성스러움이 공존해 있는 그런 것이 메가 트렌드인 것 같아요.

저희 브랜드에서 제가 굉장히 좋아했던 원피스가 있었는데 지난 17 S/S 오프닝에 소라씨가 입었던 강렬한 레드 컬러의 원피스에요. 그 의상이 저희 브랜드가 시작하고 몇 년 안 돼서 나온 스타일이거든요. 앞은 살짝 붙어있고 뒤는 열려 있는 그런 디테일이 있는데 사실 원피스가 온몸에 달라 붙으면 부담스럽잖아요. 그래서 드레이핑으로 몸을 감싸면서 팔이나 발목의 가는 라인을 보여줘 옷은 편하고 또 볼 때는 드레서블한 느낌을 주는 옷이죠. 시즌을 거듭하면서 점점 발전이 됐고 실제로도 많이 팔렸던 의상이에요.

지난 시즌 컨셉에 맞게 컬러나 원단을 바꾸고 디테일도 커팅을 변형해서 선 보였는데 해외 유명 백화점에서도 바잉을 많이 했고 한 달도 안돼 솔드 아웃이 되어서 리오더도 들어오더라고요. 제가 제일 많이 입었던 옷이기도 해서 역시 다들 같은 마음이구나 그랬죠. 하하.

Q. 노케의 옷, 어떤 사람들이 입어줬으면 하는지

모든 여성들이 입으면 정말 좋겠죠. 하하. 자기 삶을 열심히 사는 여성들이 입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입혀서 내 옷이 예뻐졌으면 좋겠어’ 그런 마음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입어서 작게라도 돋보이고 위안이 될 수 있는 옷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의상을 만들면서 재미있었던 부분이 옷이란 게 물론 모델이 입으면 보기에는 제일 예쁘지만 사실 그 옷을 사는 손님들이 한 분 한 분 모두 다르잖아요. 체격도 다르고 또 ‘난 키가 작아서 이런 스타일이 안 어울려’ 그러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데 다들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입으시더라고요. 모양마다 느낌이 다르고 또 다른 표현력을 가지고 입으셔서 그런 분들을 보는 게 큰 재미와 도전이기도 했어요.

옷을 입으면서 단순히 보기에 아름다워지는 문제가 아니라 본래 가지고 있던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을 더욱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 참 흥미롭고 저에겐 큰 보람이었죠. 여성들에게 그런 것을 해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고 누구라도 저희 옷을 입고 그런 사소한 즐거움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Q. 17 F/W 쇼 이후 활동 계획은 무엇이 있는지

쇼 마친 후에는 상해 패션 위크가 있어서 준비에 들어가고요. 4월 중순 경에는 홍콩 I.T 아울렛에서 팝업 스토어를 준비해요. 9월에 런던의 셀프리즈에서 팝업 스토어를 준비하고요. 계속해서 바쁘게 지내게 될 것 같아요.

Q. 노케와 정미선

최근 브랜드가 5, 6년차가 되어가면서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처음에는 뭔지 모르고 무작정 재미있고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그 시기가 지나고 나니까 ‘내가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 걸까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란 고민을 하게 되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생각을 하게 된 게 패션이 가진 허영이란 것은 제가 좋아하는 속성이 아니라는 거였죠.

제가 평생 동안 열심히 할 이 일이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고 빨리 사라지는 소모품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고 싶은 패션에 대해 정리를 해보니 판타지는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모델들이 입고 화보에 멋있게 나오고 실제론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이 환상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게 제가 하고 싶은 패션은 아니었고, 저는 지극히 평범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입었을 때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옷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컬렉션을 하는 브랜드로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새로운 영감을 줘야 하고 또 그렇지 못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리얼 우먼’을 위한 옷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노케란 브랜드는 멋있어 보여야겠지만 접근하기 힘든 패션 피플들만이 입는 옷이 아니라 나도 저 옷을 입으면 좋고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또 중요한 일에는 저 옷을 입고 가서 근사해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그런 브랜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또 저 역시 그런 여자의 마음을 잘 알고 이해하는 디자이너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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