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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봄을 연기하는 배우 손수현

2017-05-04 15:37:33

[임미애 기자] “제가 한 선택에 대해서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한마디에 배우 손수현이 어떤 사람인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매 순간에 신중하고 사소한 부분이라도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사람. 손수현이 달려온 4년에 욕심은 없고 겸손만 존재했다. 그에게 배역의 크고 작음은 중요치 않다. 손수현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즐기고 있다.

손수현은 스크린, 브라운관 작품 활동이 뜸했던 기간 동안 연극을 준비하며 배우로서 실력을 다졌다. 2017년도에 그는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영화 ‘돌아온다’ 주연으로 등장, 새로운 출발선 위에 서있다.

Q. 화보 촬영 소감.

정말 오랜만에 화보 촬영에 참여해서 즐거웠다.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서 초반에는 다소 어색한 점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편안해졌다(웃음). 어느새 촬영을 즐기고 있더라.

Q. 첫 연극 작품 ‘무인도 탈출기’로 소극장에서 연기를 보여줬는데, 연극에 도전한 계기가 있나요?

저에게 연극은 모험이다. 드라마, 영화 촬영 때와는 다르게 연극에서는 동작, 대사 등 감정을 크게 표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저는 이러한 부분에서 에너지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저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부딪히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용기를 가지고 연극에 도전했다.

Q. 연극에 도전한 결과, 스스로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점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나요?

끝까지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제가 생각했던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하고 연극을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에 내심 행복하기도 했다(웃음). 연극을 하는 동안 지인들은 저를 보고 많이 밝아졌다고 했다(웃음). 무대에서 감정을 강하게 표출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엔도르핀이 생긴 것 같다 하하.

Q. 첫 연극인 만큼 관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연기를 하는 점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드라마, 영화 촬영과는 다르게 실수를 하면 바로 관객에게 보여지기 때문에 긴장이 많이 됐다. 머릿속이 새하얘질 정도로 긴장했지만 다행히도 눈치챌 정도로 NG를 낸 적은 없다(웃음). 본의 아니게 대사를 중간중간에 바꾼 적은 있지만 하하. 워낙 연습을 많이 해서 기계처럼 대사가 나왔다(웃음).

‘무인도 탈출기’는 매우 작은 소극장에서 진행돼 더욱 관객과 거리가 가까웠다. 관객석을 보면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잘 보여서 연기를 할 때 시선은 살짝 천장 쪽으로 두었다(웃음). 항상 첫 대사를 하며 등장하는 순간이 민망했다. 현재 저는 연극에 익숙해져 가는 중이다(웃음).


Q. ‘무인도 탈출기’에서 연기한 ‘수아’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미래에 대한 뚜렷한 계획 없이 살아가는 소녀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단순히 편안함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철없는 아이다.

Q. 손수현 씨와 수아의 공통점이 있다면?

저와 닮은 캐릭터는 아니었다. 왜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이런 선택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웃음). 목소리 톤부터 차이가 난다. 저는 중저음 보이스로 차분한 느낌이 나는 편인데 수아는 톤도 높고 말투도 발랄하다. 짧은 대사를 하더라도 저와 전혀 다른 스타일로 말을 해야 해서 힘들었다(웃음).

수아를 준비하면서 톤 잡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억지로 톤을 높여서 말하다 보니 목이 너무 아팠다. ‘제 본래 목소리로 연기를 할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하면 수아의 스타일이 완벽하게 표현되지 않을 것 같아서 하이톤 연기를 이어갔다 하하. 연극을 하는 동안 목 관리에 신경 썼다.

Q. 또 다른 연극에 도전할 의향이 있나요?

기회가 된다면 연극을 다시 한번 하고 싶다. 이번처럼 소극장에서 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웃음). 대극장에서 연기를 한 적은 없지만 소극장은 정말 재밌는 공간이다. 저희가 연습하고 만들어 놓은 호흡이 관객들의 리액션에 따라서 조금씩 변하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다. 관객과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기분이다.

Q. 다음 연극 작품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은지.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편한 부분에 계속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인도 탈출기’에서 제가 연기한 수아 캐릭터는 저와 성향이 달라서 힘든 점도 있었다. 목소리 톤도 높이고 동작도 크게 하면서 감정을 표출해야 했다.

또 연극을 할 수 있다면 수아처럼 저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캐릭터를 맡고 싶다. 한 번 해봤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웃음). 평소와 다른 에너지를 쓸 수 있고 감정을 크게 표현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Q. 제18회 전주 국제 영화제에 영화 ‘돌아온다’로 레드 카펫을 밟았어요. ‘돌아온다’는 어떤 영화인가요?

‘돌아온다’는 시골에 위치한 막걸리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휴먼 드라마다. 저는 그 가게를 방문하는 서울에서 온 여인이다. 저도 완성된 영화는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 본다(웃음). 주연으로서 긴 호흡을 가지고 영화를 찍은 것이 처음이라서 저도 제 모습이 어떻게 담겼을지 궁금하다.

Q. 많은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상식, 가장 인상 깊은 배우는 누구예요?

저는 기본적으로 선배님들이 어렵다. 낯을 많이 가려서 어떻게 선배님들을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시상식을 가기 전에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지금까지 공식 석상에서 만난 모든 배우들은 예쁘고 멋있었다.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배우를 실제로 만날 수 있어 영광스러웠다.

Q. 장르 불문하고 손수현 씨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OCN 드라마 ‘실종느와르 M’에서 제가 맡은 가출 소녀가 과거 제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제 사춘기 시절이 떠올랐다. 물론 캐릭터만큼 비행을 하지는 않았지만 방황하는 심정이 이해가 됐다. 저는 사춘기 때 부모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가출을 하지는 않았지만 혼자 정서적으로 힘들었다 하하.

Q.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보면서 도전해보고 싶었던 캐릭터가 있는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 선배님이 맡은 역할. 엉뚱하면서 사랑스럽다. 저도 그런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


Q.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했어요. 국악을 접고 배우가 된 이유는?

아쟁을 전공했다. 중학생 때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배웠으니 10년이 넘는 시간을 아쟁과 함께했다 하하. 국악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특별히 한 적은 없다. 다만 우연히 연기를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아쟁을 놓게 된 것. 아쟁을 배울 때는 제가 평생 음악만 하면서 지낼 줄 알았다(웃음). 고등학교도 국악과로 진학을 했기 때문에 다른 진로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었다.

배우는 매니지먼트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저는 제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도 못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전혀 생각해본 적 없고(웃음). 하지만 막상 연기를 접해보니 아쟁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재미가 느껴졌고 점점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아쟁을 그만둬서 후회한 적은 없다. 제가 한 선택을 후회를 하는 성격이 아니다(웃음). 아쟁을 계속했으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배우라는 길을 택한 점이 후회스러운 적은 없었다.

Q. 2013년도에 대성 ‘우타우타이노발라드’ 뮤직비디오로 데뷔했어요. 뮤직비디오에 출연해보고 싶은 가수가 있나요?

버스커 버스커 팬이다. 2013년도에 발매된 버스커 버스커의 ‘처음엔 사랑이란게’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는데 그때 정말 기뻤다(웃음). 음악을 좋아해서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양한 뮤직비디오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다. 섹시한 역할만 아니라면(웃음). 섹시한 스타일은 저와 안 맞을 것 같다 하하.

Q. 롤모델은?

롤모델로 삼고 싶은 분은 많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배우고 싶은 점도 다양하다(웃음).

Q. 2014년에 아시아 모델상 시상식에서 CF 모델상 수상했어요.

데뷔 초반에 감사하게도 다양한 광고를 찍을 수 있었다. 가나 초콜릿의 CF에도 함께 할 수 있었다 하하.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CF는?

화장품 광고는 모든 여배우의 꿈인 것 같다(웃음). 만약 뷰티 CF를 찍게 된다면 색조 화장품은 시크한 느낌을 살려서 촬영을 해보고 싶다 하하.

Q. 평소 메이크업을 잘 안 하고 다니는 것 같은데.

메이크업을 하지만 눈 화장을 진하게 하는 편이 아니다. 아이라이너는 사용하지 않고 섀도우로 눈두덩에 음영을 넣는 정도.

Q. 4년간 배우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저는 고집이 있는 편이다. 제가 고집을 피우는 부분이 연기를 할 때 안 좋게 작용하는 경우, 제 생각을 접고 새롭게 맞춰가야 하는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아서 힘든 경우가 있다. 물론 저만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기준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고집으로 작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Q. 배우로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포기해야 할 부분이 생기죠.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술을 마시고 SNS에서 라이브 방송도 종종 했는데 이제 안 할 생각이다(웃음). 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니다. 소주 한 병정도 마시는데 술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Q. 앞으로 활동 계획.

2016년도에 찍은 영화 ‘돌아온다’가 이번 상반기에 개봉될 예정이다. 스크린으로 조만간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겠다(웃음).

기획 진행: 임미애
포토: 김태양
영상 촬영, 편집: 이재엽, 조형근
의상: 스타일난다, 유니케, 오아이오아이
구두&백: 율이에
선글라스: 휠라 by 모다루네쯔
시계: 망고스틴
주얼리: 티아도라(TEDORA), 아가타 파리
헤어: 정샘물 이스트 은진 부원장, 태은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이스트 고연정 원장
장소: 어반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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