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왕지원 “30대, 내면적으로 더욱 성숙한 배우가 되겠다”

2017-05-29 11:30:09

[황연도 기자] 스물아홉에서 한 살이 더해진 숫자지만 사람들은 유난히 ‘서른’이라는 나이에 많은 변화를 꾀한다. 왕지원도 다르지 않았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그녀는 한층 더 단단해졌고 능동적인 여성이 되어 돌아왔다.

그녀를 처음 본 건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에서였다. 똑 단발 헤어에 화려하고 차가운 오세령 캐릭터를 열연하며 수많은 대중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 왕지원. 엄친딸, 발레리나, 금수저 등의 수식어 때문인지 그녀는 이후로도 줄곧 도회적인 역할들을 맡아왔다.

그러나 연기의 폭을 좁히던 이런 선입견들은 적잖게 냉가슴을 앓게 했고, 한동안 슬럼프를 겪으며 비우고 채우는 연습을 거듭해야만 했다. 그렇게 한 차례의 홍역을 치르며 여유를 되찾은 왕지원은 그간의 도도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본래 색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얼마 전 KBS2 ‘해피투게더 3’에서 털털한 입담을 거침없이 선보이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으리라.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 서른, 새로운 출발선을 끊은 왕지원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Q. bnt와 두 번째 화보 촬영 소감

작년엔 20대 마지막을 bnt 화보에 남겼고, 올해는 또 30대 첫 스타트를 bnt와 함께했다(웃음). 내면적으로 더 성숙된 모습을 화보로 표현해내고 싶었다. 그런 변화들이 이번 화보에 잘 담겨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Q.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

두 번째 촬영이다. 의상이 평소 내 스타일과는 달라서 어떻게 나올지 가장 궁금하다.

Q. 평소 패션 스타일

평소 굉장히 편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화보 촬영 때 입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웃음).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를 즐겨 입는 편이다.

Q. 얼마 전 KBS2 ‘해피투게더 3’ 출연 소감

사실 처음 찍어보는 토크 예능이라 긴장을 많이 했었다. 6~7시간 정도 찍었는데 MC 분들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셨다.

Q. 국민 MC 유재석과 함께 촬영한 소감은

그때 실물을 처음 뵀다. 연예인 보는 기분이었다(웃음). 인사를 딱 드리는데 마냥 신기했고 좋았다.

Q. 예능 욕심은 있는 편인가

욕심은 있다(웃음). 그런데 혹시나 재미가 없을까 봐 걱정이 크다.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이다(웃음).

Q. 출연해보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

평소 MBC ‘나 혼자 산다’를 즐겨본다. 내가 혼자 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 번 출연해보고 싶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왕지원의 모습과 실제 인간 왕지원의 모습은 상당히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꾸밈없는 진짜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대중들이 보시기엔 굉장히 시크하고 셀 것 같은 이미지로 많이 생각하신다. 그런 모습 말고 내 주변 지인들이 알고 있는 빈틈 많고 엉뚱한 면들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Q. 한예종 출신에 로열 발레스쿨 출신. 발레를 그만두게 된 계기

5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했다. 선화예중, 로열 발레단, 한예종 영재 입학, 남들보단 어린 나이에 국립 발레단까지 들어갔었다. 그렇게 17년 정도를 발레에 몸담아왔다. 발레를 하는 친구들이 겉으론 아름다울지 몰라도 연습하는 과정에선 참 힘들고 아픈 시간을 겪어야 한다. 나 역시 발레를 하면서 어린 나이에 큰 부상들을 여러 번 겪었다. 그러다가 영국에 유학을 갔을 당시 골반뼈가 부러지는 일이 생겼고 후유증이 생각보다 커서 이 직업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되었고 이후 배우로 전향하게 되었다.

Q. 배우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예종에 다닐 때 우연치 않게 한 매거진 기자분이 압구정 길거리에서 일반인의 민낯 모습을 담고 싶다고 하셔서 찍힌 적이 있었다. 찍을 땐 몰랐는데 알고 봤더니 모델 선발대회였고, 최종 선발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그 일을 계기로 매거진 메인 모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게 되었고,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부상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였는데 모델 일을 하면서 슬럼프를 이겨내게 되었다. 그렇게 이쪽 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배우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Q. 얼마 전 ‘원라인’으로 영화에 첫 도전, 사기꾼 해선 역할 소감

첫 스크린 데뷔라서 잘 해보자는 욕심보단 그 안에서 튀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해선이라는 역할이 반전이 많은 캐릭터라 시청자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반전을 안겨줄 수 있을지 감독님과 연구를 많이 했다. 감독님께서 배우 한 명 한 명을 너무 잘 챙겨주시는 분이라 더 많은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 해선 역할을 연기하면서 드라마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다.

Q. 임시완과의 호흡

워낙 시완이가 밝은 긍정적이고 연기에 대한 욕심도 많은 친구이다. 나이도 동갑이라서 서로 연기하고 맞춰가는 게 편했던 것 같다. 긴장하면 서로 장난치며 풀어주기도 하면서 편안하게 촬영했던 것 같다.

Q. ‘원라인’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는

박병은 선배님. 굉장히 유쾌하시고 개그코드도 남다르시다(웃음). 선배님 덕분에 촬영하면서 많이 웃었던 것 같다.

Q. ‘모태미녀’ 왕지원. 학창시절 인기 많았겠다(웃음).

진짜 아니다(웃음). 의도한 게 아닌데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땐 차갑게 느껴지나 보다. 그런 부분들 때문인지 다가와서 말을 거는 경우도 없었고, 인기도 없었다. 사실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아직도 어색하다(웃음).


Q. 외모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위

눈썹이 마음에 든다. 아버지를 닮아서 눈썹이 진하다. 밑부분 잔털을 살짝 다듬는 것 말곤 원래 눈썹 그대로 둔다. 예쁜 눈썹을 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웃음).

Q. 그러다면 콤플렉스인 부위는

콤플렉스라고 생각하게 되면 계속 그 부분을 신경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촬영에 들어갈 땐 웬만하면 거울을 잘 안 본다. 원래 성격이 털털하고 남자 같은 편이라 평상시에도 거울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닌데, 연기할 땐 더 외모에 신경을 안 쓰려고 한다. 외모에 신경 쓰다 보면 연기나 촬영에 집중이 안 되는 것 같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다 기억에 남는데 그래도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가 아닐까 싶다. 일단 나를 많이 알릴 수 있었던 작품이고 아직까지도 시청자들이 오세령 역을 많이 기억을 해주신다. 오세령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당시에도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한 번씩 세령이의 대사가 생각이 난다. 이렇게 공감되고 기억에 많이 남았던 드라마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Q. 지금까지는 도도하고 차가운 역할들을 많이 해왔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보이시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커트 머리에 옷도 보이시하게 입고 말도 거칠게 하는 터프한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다. 그전 작품들 중에선 MBC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윤은혜 씨 역할도 해보고 싶고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설리 씨 역할도 해보고 싶다. ‘아름다운 그대에게’ 원작인 순정만화를 어릴 적에 정말 좋아했었다. 여자 주인공이 남장을 해서 학교에 들어가는 내용인데 참 재미있게 봤다. 이런 보이시한 역할을 연기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사실 이런 면들이 내가 일상에서 추구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지금은 비록 긴 머리지만 평소 나는 커트 머리를 굉장히 좋아하고 원한다.

Q. 엄청난 금수저 집안과 엄친딸 타이틀, 이런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많이 속상하다. 언론플레이를 할 생각도 없었고, 지인들도 내 집안에 대해서 모르는 사실인데 ‘로필3’를 할 당시 한 기자분이 갑자기 기사를 내셨다. 오랜 시간 전공해왔던 발레를 그냥 취미를 한 게 아니라 17년을 몸담다가 어쩔 수 없이 접어야 했고, 새롭게 시작한 분야가 연기였다. 그만큼 배우로서 나를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런데 제대로 시작해보기도 전에 나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집안에 대한 기사가 터졌고, 당시 정말 속상했다. 내가 먼저 알린 일이 아닌데, 남들이 봤을 땐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더 속상한 건 이런 타이틀이 붙으니까 새로운 작품이 들어가거나 인터뷰를 해도 그냥 배우 왕지원으로 봐줬으면 좋겠는데 이런 수식어가 자꾸 나를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부모님께서도 속상하셨을 것이다. 누가 집안이 알려지는 걸 좋아하겠는가. 많이 죄송했다. 부모님께서 한 번씩 악플을 읽어보고 상처받으시는 모습을 보면 딸의 입장으로서 너무 속상하다.

Q. 댓글은 좀 읽어보는 편인가

처음엔 읽어봤는데 갈수록 잘 못 읽어보겠더라. 내가 본 댓글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잊히질 않고 떠다니는 것 같아서 될 수 있으면 안 읽어보려고 한다. 악플이라는 게 어떨 땐 나에게 약이 될 때도 있겠지만, 어떨 땐 읽은 후 멘탈이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그래서 내 댓글을 잘 안 읽어보는 편이다.

Q. 몸매 관리 비결

특별하게 정해서 하고 있는 건 없다. 다만 발레를 했을 때부터 유지해오던 습관들은 있다. 예를 들면 매일 양치하고 세수를 하듯이 눈뜨면 체중계에 올라가서 몸무게를 확인한다. 내가 기준을 두고 있는 몸무게보다 위험수치라고 느껴지면 그때그때 바로 조절하면서 유지한다. 아주 혹독하고 심하게 관리하는 편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있고, 그걸로 스트레스가 풀리곤 하지 않는가(웃음). 그래서 먹고 싶은 건 먹되 좀 쪘다 싶으면 그때그때 관리를 해나가는 편이다.

Q. ‘해투3’에서 발레 하는 장면을 보니 여전히 유연하던데(웃음)

재활 개념을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그런 걸 하다 보니 어느 정도의 유연성은 유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Q. 최근에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

늘 나에겐 ‘로필3’ 멤버들이 1순위인 것 같다. 윤승아, 박효주 언니, 유하준 오빠, 소연 언니 등 로필 멤버들과 연락도 자주 하는 편이고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다.

Q. 같은 소속사인 남궁민과는 친분이 두터운가 보다

오빠와는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에 함께 출연했던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내가 완전히 신인일 때부터 만나왔는데, 연기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도 해주시고 유독 많이 챙겨주셨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이 크다. 사실 ‘로필3’ 촬영을 하면서 감독님께 많이 혼나서 더 챙겨주려고 했던 것 같다(웃음). ‘로필3’ 멤버들과는 모두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오빠와는 같은 회사가 되면서 더 식구같이 느껴진다. 가끔 만나면 상담도 해주고 격려해주곤 한다.

Q. 연애 스타일

상대적인 편인 것 같다. 상대방에 따라서 그때그때 바뀌는 편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성향이나 성격들을 빠른 시간에 받아들이고 닮아가는 편인 것 같다. 애교가 많은 스타일은 못된다. 부모님도 경상도 분이시라 무뚝뚝한 모습을 좀 닮지 않았나 싶다(웃음). 그런데 장난기가 많은 스타일이라 잘 웃고 장난도 많이 치곤한다.

Q. 남자를 만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멘탈을 보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을 만큼 강한 멘탈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옆에 있으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Q. 한때 SM 걸그룹 오디션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당시는 발레리나에 대한 확고한 꿈이 있었을 때라 그쪽으론 전혀 생각이 없었다. 노래를 못하기 때문에 참가했어도 떨어졌을 것이다(웃음). 내가 보기보다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라 가수나 걸그룹 쪽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Q. 배우 이외에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

아직까진 없다. 지금 이 일도 제대로 가고 있는 건 맞는지 모르겠다(웃음). 30대엔 연기에 모든 마음을 쏟고 싶다.

Q. 롤모델

액션물을 잘하는 여배우 분들이 멋있게 느껴진다. 장쯔이라는 배우가 하는 액션 연기를 좋아한다. 액션 연기를 할 때 동작의 선도 예쁘신 것 같다. ‘연인’이라는 영화를 인상 깊게 봤는데, 검을 쓰면서 춤추듯이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

Q. 액션 연기를 한다면 대역 쓰지 않고 직접 연기할 의향도 있는지

그렇다. 내가 직접 연기를 해야 나만의 액션 스타일이 나올 것 같다. 직접 찍어보고 싶다.

Q. 취미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애니메이션을 찾아서 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좋아하는 곡의 악보를 뽑아서 피아노를 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잠깐 피아노를 배웠었는데, 지금은 독학한다는 마음으로 연습하곤 한다.

Q. 배우로서 목표

이게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웃음). 그냥 지금보다 좀 더 낳아질 수 있는 배우가 되길 원한다. 제자리에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내공도 쌓고 내면의 깊이도 성장시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실 매년 이런 인터뷰를 할 때마다 목표가 바뀐다. 예전엔 꿈이 굉장히 컸다. 그런데 점점 말만 그럴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목표들을 정하게 되더라. 사실 나는 아직도 배우라고 말하거나 불리는 것이 어색하다. 이런 것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좀 더 단단한 연기 내공을 쌓는 것이 내가 배우로서 이뤄야 할 목표가 아닐까 싶다.

Q. 지금까지 배우 활동은 만족스러운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채찍질을 하게 된다. 가끔은 외로울 때도 있고, 난관에 부딪히기도 한다. SBS ‘이혼변호사는 연애중’를 끝내고 나서 슬럼프를 겪었던 것 같다. 지금까진 한 작품이 끝나면 1~2달 쉬었다가 다른 작품에 들어가곤 했다. 그런데 작년에 ‘원라인’을 찍으면서 드라마를 조금 쉬었다. 그때 좀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던 것 같다. 그동안 비슷한 역할을 많이 해왔지만, 그 속에서 캐릭터를 다르게 연기해야 한다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은 한없이 부딪히고 한없이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더라. 사실 그전엔 이 말을 믿지 않았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렇게 부딪히고 내려가 보니까 조금씩 단단해지는 나를 느끼게 되더라. 슬럼프를 이겨내면서 비우고 채우는 연습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Q. 올해 목표

나의 30대 첫 스타트인 만큼 내면적으로 더욱 성숙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그렇게 되기 위해 활기찬 모습으로 열심히 활동할 것이다.

기획 진행: 황연도
포토: 김연중
영상 촬영, 편집: 조형근, 강수정
의상: 맘누리, 레미떼, 토이킷
구두&백: 율이에
주얼리: 바이가미, 도나앤디
선글라스: 룩옵티컬
시계: 미사키
헤어: 제니하우스 청담힐 성은 부원장
메이크업: 제니하우스 청담힐 강예원 실장
장소: 살롱드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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