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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서형, 배우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2017-07-31 14:37:07

[마채림 기자] 참으로 자연스럽다. 그의 표정과 행동, 어투와 사상 모두 거침이 없으며 거짓 또한 없다. 그저 배우로 태어났기에 배우로 숨을 쉬며 사는 듯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의 모습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배우 김서형은 그런 사람이다.

마치 운명처럼, 숙명처럼 배우가 됐다는 그의 머릿속은 온통 연기와 작품으로 가득해 보였다. 자신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나날들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불신도 없기에 그는 단단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당당한 에너지가 바로 김서형 표 카리스마의 원천인 듯했다.

Q. 화보 촬영 소감

화보는 늘 재밌다. 안 입어본 옷도 입을 수 있고 콘셉트가 있으니까. 배우이긴 하지만 포즈를 배우 같지 않게 연출하는 것도 재미있다.

Q. 근황

영화 ‘악녀’의 무대인사 등 스케줄이 정리된 지는 얼마 안 됐다. 이후로 조금 쉬다가 최근 속초에서 서핑을 경험해보고 왔다. 영화가 마무리된 뒤 일상으로 돌아와 편하게 TV도 보고 산책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

Q. 느끼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는 이미 지나갔다. (웃음) 이슈가 돼서 인터넷에 올라와도 그저 그 순간이더라. 이슈가 되면 뭔가 부수적인 것들이 따라와야 되는 게 맞는데 딱히 그런 변화는 없다. 시나리오나 화보 촬영 등이 물밀듯 들어와야 맞는 건데 그렇지도 않더라. 그러한 관심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편이다.

Q. 영화 ‘악녀’로 칸 레드 카펫을 밟았던 게 큰 이슈였다. 그날 선보인 탄탄한 복근과 패션은 계산된 스타일링이었나

그냥 예뻐서 입었다. 칸에 간다고 하니 스타일리스트들이 많은 옷을 준비해 줬는데 그중 파란 슈트가 눈에 띄더라. 입었을 때 예쁜 옷보다 사진을 찍었을 때 예쁘게 보이는 옷을 택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저 슈트 컬러가 마음에 들었을 뿐인데 우연치 않게 그곳의 날씨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또 배우 두 명이 화이트 컬러를 준비해줘서 더 조화로웠다. 그런 다양한 도움들로 그날의 내 모습이 나온 거지 이슈를 만들려는 목적은 전혀 없었다.

Q. 멋스러운 스타일링의 여파로 tvN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 시즌9’에도 출연했다.

SNL은 내가 칸 영화제에 다녀오기 전, 화제가 되기 전에 이미 출연이 결정됐었다. 프로그램 측에서는 칸에 다녀오기 전에 출연하길 원했지만 영화 개봉과 칸 영화제 참석 후 출연하는 것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에 미루게 됐던 것.

Q. 영화 ‘악녀’ 캐릭터를 살린 코너에서는 별안간 웃음이 터져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는데

아직도 방송된 SNL을 못 봤다. 현장에서 몇 번씩이나 리허설을 하더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정식 개그맨도 아닐뿐더러 예능인들과 같을 수 없다는 생각에 리허설 후 계속 수정되는 대본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하기보다는 현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길 바랐다. 그분들처럼 잘 해내진 못하더라도 웃고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평상시에 웃음이 많은 편이고 웃음 코드가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리허설 때부터 계속 웃음이 났었다. 그 웃음이 생방송 때에도 터진 것. 사실 계속되는 리허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다들 정말 대단하더라. 다들 자기 분야가 있는 것 같다. 출연해보고 나니 내 본업에 더 열중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Q. ‘악녀’ 국내 성적에 대한 아쉬움

대중들의 반응과 결과물에 대해서는 내가 손쓸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별 수 없는 것 같다. 칸에 다녀왔기 때문에 영화가 꼭 잘 돼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다녀왔으니 잘 돼야 한다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만하면 잘 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여배우 영화’라고 일컫기도 하던데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악녀’가 여배우들이 출연해 액션을 소화한 영화로서는 선두 주자가 된 게 아닐까. 나뿐만 아니라 김옥빈 씨에게도 축복인 것 같다.

Q. ‘악녀’ 배우진과의 호흡이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옥빈 씨랑은 계속 호흡을 맞췄지만 신하균 씨와는 마주친 장면이 없었다. 성준 씨와도 자주 붙지 못해서 주로 옥빈 씨와 많이 맞췄다.

Q. 영화 출연이 참 오랜만이다. 마지막 영화 ‘봄’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였다.

‘봄’에서의 역할 또한 굉장히 멋있는 신여성 캐릭터다. 겉으로 보이는 강인함보다 내면이 강한 게 진정한 걸 크러시의 면모가 아닐까. ‘봄’의 정숙 역할을 연기하며 나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분석하지 않아도 와닿았고, 왠지 모르게 나 같았다. 큰 고민이 필요 없었으며 내내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나도 잘 모르는 내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내의 유혹’ 신애리도 악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들 악의 축이라고 말하지만 선이 있기에 악이 생기는 거라 생각한다. 가장 불쌍하고 안타까운 인물인 것 같다. 겉으로 착한 사람일지언정 너무나 답답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짜증과 화를 유발한다면 과연 그게 선일까. 진정한 악은 디테일한 감정을 그릴 필요도 없으며 기승전결 또한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연기는 참 답이 없어 어려운 것 같다. 알수록 어렵고, 연기를 할수록 습관과 버릇이 생길 수 있어 더 조심하고 섬세하게 연기해야 한다. 비슷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재차 맡았을 때 이전에 만들어 놓은 버릇대로 연기해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내의 유혹’ 신애리 이후에 그와 비슷한 악녀 역할을 맡지 않은 이유도 신애리를 뛰어넘지 못했을 때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할 것 같았기 때문.

Q. 당당하고 도회적인 이미지가 걸 크러시 무드를 자아낸다. 그런 시선에 대한 소감, 평소 성격?

다 한때인 것 같다. 걸 크러시 대열에 확실하게 합류했다고 하기엔 그에 걸맞은 시나리오가 더 많이 들어오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 나는 내 만족이 중요한 사람이라 남들의 시선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좋은 시선으로 봐주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한 마음이다.

Q. 그래서인지 다소 차가운 역할과 성공한 전문직 여성 역할을 많이 맡아왔다. 다른 역할에 대한 욕심은?

딱히 정한 건 없다. 해보지 않은 역할은 다 해보고 싶다. 한 가지만 고집하면 폭이 좁아질 것 같아 평소 무언가를 정확히 정해놓지 않는다.

나만 좋다고 해서 시나리오를 결정할 정도의 포지션이 아니다. 특정 배우를 중심으로 시나리오가 쓰여 현장 또한 그 위주로 움직일 때가 있는데,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닌 캐스팅을 당하는 입장이기에 보통 특정한 캐릭터를 두고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Q. 아직도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대단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커리어와 라이프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평소 라이프 사이클은 어떤 편?

30대 때는 일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강했다. 일을 하지 않거나 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때는 살아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 당시 예민하고 피곤하게 사는 것 같다며 조금 내려놓으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때는 일을 할 때의 피곤함보다 일을 하지 않을 때의 피곤함이 더욱 심했다. 스스로 자랑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살았던 30대였다.

40대가 되니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조금씩 내려놓으려 노력 중이다. 30대에 비해 커리어와 라이프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말하는 ‘내려놓음’이라는 건 과연 뭘까. 완전하게 내려놓는다는 건 죽음 앞에 가야 가능한 게 아닐까. 내게는 어려운 일이다.


Q.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

전부 다. 보시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배우들은 그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밤을 새우며 굉장한 애정을 쏟는다.

Q. 예술적 영감을 주는 요소

감명 깊게 본 작품 속 배우가 주는 느낌과 일상에서 마주하는 독특한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는 것 같다.

Q. 여배우들 간의 기싸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연기생활 중 겪었던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특별히 없었다. 워낙 내 것에만 집중하는 편이라 현장에서 많이 떠들지도 않는다. 남들은 차갑게 느껴 불편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저 나는 남들에게 관심이 없을 뿐. 그간 함께 했던 배우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했을지는 모르지만 나 또한 현장에서 인성을 가장 중요시한다. 아무리 다른 이들에게 관심이 없더라도 가만히 앉아있으면 인성은 평가되더라.

Q. 호흡을 맞추고 싶은 남자 배우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다. 나는 그저 캐릭터에 관심이 있을 뿐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에는 큰 관심이 없다.

Q. 만약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다. 그냥 어릴 때부터 배우만을 꿈꿨다. 운명, 숙명인 것 같다.

Q. 이상형이랄까, 사람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느낌이려나.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

Q. 현재 나이와 환경에 만족하는 것 같다. 다양한 경험으로 인해 성장하며 다듬어진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40대를 맞이하지 않은 분들에게 사랑과 인생에 대해 조언하자면

만족보다는 30대보다 지금이 좋다는 것. 20대건 30대건 열심히 부딪히고 방황해야 할 시기라면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저 겪으라고 말하고 싶다. 부딪힐 땐 부딪혀야 하며 깨지고 부서지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단, 그럴수록 자기애로 단단하게 무장할 것. 그렇다면 더 슬프진 않을 거다.

Q. 인간관계에 있어 어떤 스타일?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나름의 애정표현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아무리 애정이 담긴 말이라 한들 상대방이 잔소리로 받아들이거나 불편해한다면 삼간다. 상대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거리를 두는 게 아니라, 약간의 시간을 두고 상대방의 그런 특징까지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 사람에게 들인 정성과 시간이 아까워 처음부터 다시 공을 들이고자 시도하는 것. 이것조차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절교 선언을 하기도 한다.

Q. 언젠가 맞이할 50대 김서형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 그저 40대를 잘 살면 50대의 여배우로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당장 다가올 1~2년 뒤가 중요하지 10년 후의 내 모습을 미리 계획하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 편이다. 굳이 계획을 세워보거나 무언가를 바라자면 지금 키우고 있는 나이 많은 두 마리의 강아지들을 잘 보살피는 것.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별 탈 없이 잘 갔으면 좋겠다. (웃음)

에디터: 마채림
포토: 차케이
영상 촬영 편집: 조형근
의상: 마벳, 루트원, 르이엘, 포튼가먼트, 써틴먼스
슈즈: 렉켄
주얼리: 폴리폴리, 러브캣비쥬
헤어: 김활란뮤제네프 청담부띠끄점 양인경 원장
메이크업: 김활란뮤제네프 청담부띠끄점 류하나 부원장
네일: 김활란뮤제네프 청담부띠끄점 조은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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