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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동현 “연극 아닌 드라마와 영화서도 주연 맡는 것이 꿈”

2017-08-04 15:54:30

[마채림 기자] 참 오래도 갈고닦았다. 무대를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를 만큼 수많은 무대 위에 올라 연기 열정을 불태운 채동현.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탓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는 그는 TV 뉴스와 드라마를 보며 심심함을 달랬다고 전했다.

텔레비전 속 배우의 대사와 표정을 따라 하며 자연스레 배우의 꿈을 키운 그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최근 무대가 아닌 드라마로 발길을 돌렸다. ‘굿 와이프’로 시작해 ‘귓속말’, ‘내일 그대와’, ‘쌈, 마이웨이’에 이어 ‘품위 있는 그녀’까지. 섬세한 연기력과 강한 인상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로 인생 2막을 맞이한 배우 채동현. 그의 역사와 철학에 귀를 기울여 봤다.

Q. 올해 ‘귓속말’ ‘내일 그대와’ ‘쌈, 마이웨이’에 이어 ‘품위 있는 그녀’까지 꾸준히 TV에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품위 있는 그녀’는 사전 제작이라 이미 다 찍었고, ‘쌈, 마이웨이’는 이미 끝났다. 지금은 ‘너도 인간이니’라는 작품을 하면서 그동안 못 봤던 공연을 보러 대학로를 자주 찾고 있고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Q. 최근 떠오르는 신스틸러로 주목받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각인될만한 특징을 지닌 캐릭터를 연달아 맡는 비결

원래 그런 캐릭터가 아닌데 내가 맡아서 그런 것 아닐까. (웃음) 농담이다. 내가 맡았던 역할들은 그 자체로도 매력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역들을 맡았는데 그러다 보니 잠깐이더라도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 고민하게 되더라. 그래서 같은 악역을 해도 다른 연기를 보여드리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굿 와이프’나 ‘매일 그대와’에서는 사투리를 구사하기도 했었고, 다음 작품은 표준어로 연기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들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

Q. ‘굿 와이프’로 브라운관에 데뷔한 걸로 알고 있다. 지금껏 드라마에서 맡았던 배역 중 가장 연기하기 어려웠던 캐릭터가 있다면

어떤 배역이든 처음 맡았을 땐 그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 탓에 어려운 면은 있다. ‘굿 와이프’ 경우 처음 만난 상대가 전도연 선배님이라 많이 긴장 됐다. 막상 만나 뵙고 나니 워낙 편하게 해주셨고 저 또한 무슨 이유인지 생각보다 떨리지 않아 마음껏 연기했다.

Q. 반대로 표현하기 수월했던 캐릭터

특별히 쉬웠던 캐릭터 또한 없다. 다만 ‘내일 그대와’에서 황비서라는 역할을 연기할 때 감독님이 굉장히 편하게 해주셔서 수월했다. 작가님도 반 농담처럼 대사 프리 패스를 주겠다며 애드리브를 허용해주셔서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편했고 즐기면서 임할 수 있었다.

Q. ‘귓속말’ 속 악역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악역을 잘 살리는 비결이 있다면

악역이라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정적인 시선을 유발해야 하기 때문에 외모와 풍기는 이미지 등을 모두 그런 느낌으로 가기 위해 노력했다. 살을 많이 빼서 얼굴을 수척하게 만든다든지 더 앙칼진 모습을 연출할 수 있도록 외형부터 신경을 쓰는 편이다. 연기는 악역 주인공이 아닌 이상 매일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등장할 때마다 상대방을 가장 화나게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했다.

Q. 해보고 싶은 배역이나 장르

악함의 끝과 선함의 끝. 악하다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악인과 그야말로 천사처럼 착한 인물, 두 종류의 연기를 해보고 싶다.

Q. 로맨스 장르에 대한 관심은?

많다. 대학로에서 공연을 할 때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를 가장 많이 했다. 공연을 많이 봤거나 공연 분야에 몸담고 있는 분들은 내가 요즘 TV에 나와 선보이는 연기를 낯설어 하기도 한다. 로맨스 장르를 연기할 기회를 얻는다면 나름 재미있게 잘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해보지 않은 역할을 모두 해보고 싶다.


Q. 수많은 연극에 출연했다. 섬세한 연기력은 연극의 산물?

연극 경험과 연기력에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극을 하지 않아도 훌륭한 배우는 많고, 연극을 했다 한들 아직 그 빛을 못 본 안타까운 분들도 많다. 연극은 타 장르와 다르게 기본적으로 무대 위에서 배우가 표현해야 한다. 뮤지컬 같은 경우는 아주 슬프거나 감정의 절정의 순간 노래가 나온다. 연극은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도 노래가 나올 수 없기에 디테일로 결정적인 장면을 해결해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는 카메라 무빙 등 다른 장치로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지만 연극은 온전히 배우가 해내야 된다는 점이 다르다.

연극을 하다 보면 어떤 톤으로 어떻게, 어떤 감정을 그려야 그 장면이 살아 숨 쉴 수 있을지 고민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 나 같은 경우 작품을 워낙 많이 해본 데다 캐릭터들의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역할들을 해봤다. 매 작품마다 크게 변신을 해야 했기에 작품 속 디테일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지더라. 디테일을 잘 살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참 오래 했다. 그런 과정들이 드라마를 할 때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Q. 배우로서 느끼는 연극과 영화,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

차이가 있다.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서 관객에게 직접 박수를 받는 그 짜릿함은 여타 장르들은 따라올 수 없는 것 같다. 공연은 주역으로서 극을 끌고 갔던 경험이 많았는데 책임감이 굉장히 많이 따르더라.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만큼 관객들과 호흡하고 나면 더욱 짜릿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경우 팀워크보다 자기 몫을 잘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을 맡게 되면 극을 끌고 가야 하는 것에 있어 책임감을 느끼게 되겠지만. 장르마다 매력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영화는 찍으면서 바로 확인할 수 있고 또 드라마는 시청자와 굉장히 가깝게 느껴진다는 특성이 있더라.

Q. 앞으로는 드라마에 집중할 계획인지

현재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에 전념을 할 계획이다. 꼭 드라마나 영화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꼭 해보고 싶은 무대나 작품이 생기면 스케줄을 잘 조율해서 무대 위에도 오를 생각이다.

Q. 무대 위에서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가끔 대학로에 나가면 많은 분들이 ‘이제는 할 때가 되지 않았니’라고 말씀하신다. 배우 형님들이나 연출자분들도 ‘너 돌아와라, 많이 변했다’라고 농담처럼 말씀하시는데 내게 무대란 고향 같은 곳이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돌아갈 생각이 있다.

Q. 주연에 대한 욕심은?

무대 위에서 20여 메이저 작품을 했는데 두세 편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주인공이었다. 주인공으로서 극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에서 오는 매력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주연에 대한 욕심이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주연으로서 극을 끌고 가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지금도 배우를 하는 중요한 이유다.

Q.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많은 배우들을 만나왔다. 지금껏 봤던 배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 실물이 가장 예뻤다거나 인품이 훌륭했다거나

실물이 정말 예뻤던 건 신민아. 많은 여배우들과 호흡해보진 못했지만 사석에서 볼 기회가 많은 편이다. 여배우들이야 다들 예쁘지만 그 중에서도 민아는 ‘실물 깡패’다.

인품 면에서는 전도연 선배님.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또 남자 배우라면 한 번쯤 함께 연기하면 영광일 거라 생각하는 위치에 올랐는데도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어주며 배려를 참 많이 해주신다. 되게 멋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깜짝 놀랐다.

또 한 명을 더 꼽자면 최근 함께 작업했던 이제훈. 잘생겼고 멋있는데 약간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나. 그런데 너무나 따뜻하고 주인공이라고 거들먹거리는 것 또한 전혀 없었다. 애드리브를 하면 기분 나빠하는 배우가 있는데 ‘형, 마음대로 하세요’라며 웃어줬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정말 괜찮은 아이 같다.


Q. 배우로 살아가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됐을 때 집안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내가 집에 경제적인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이 와 버린 거다. 그런데도 여전히 연기가 좋아 연극 무대를 돌아다니던 나였다. 상황이 더 악화되자 가족들에게 자연스레 연기를 접겠다고 말하게 됐다. 힘든 와중에도 어머니와 누나가 조금 더 견뎌볼 테니 아직 그만두지 말라며 만류하더라. 워낙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해와서 그런지 ‘네가 연기를 하지 않는 모습이 상상이 안된다’고 얘기시면서.

그때는 TV에 나올 때도 아니고 연극 무대에서 조연을 맡을 때였는데도 믿어주셨다. 뭔가 보여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때다. 이렇게 집안 사정이 어려운 와중에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면 이분들에게 나중에는 꼭 좋은 결과로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가족이 제외된 부분에서 힘든 건 누구나 다 힘들 거라는 생각에 굳이 힘들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스스로 굉장히 노력하고 있는 것들과 그 가치들이 인정받지 못할 때 가장 힘든 것 같다.

Q. 친하게 지내는 동료 연예인

김민교 형과 워낙 친하다.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 충신으로 나왔던 윤경호 배우와도 친하다. 경호와 민교 형은 무대 위에서부터 친분이 생겼다. 김수로 등 형님들과도 친하다. 최근에는 ‘내일 그대와’에서 호흡을 맞췄던 친구들과 가까워졌다. 강기둥, 김예원, 박주희 등과 친해져서 종종 만나고 있다.

Q.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

한석규 선배님. 어릴 때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다. 존경하는 배우가 있냐고 물으면 아주 예전부터 늘 한석규 선배님 이름을 댔다. 물론 송강호 선배님, 황정민 선배님 등 출중한 연기력을 지니신 분들, 함께 연기한다면 영광일 분들이 아주 많지만 내게 한석규 선배님의 존재는 남다르다.

원래 무대 위에 서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우연히 한석규 선배님이 나오는 ‘서울의 달’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영화 ‘쉬리’를 보고 나서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을 만큼 영향력이 컸다. 당시 90년대 일반적인 배우들과는 다르게 자연스럽고 독특한 연기를 보여줬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 하고 싶다.

Q. 대구 출신임에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 비결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는데 집에 있는 동안 뉴스와 드라마를 심하게 몰입해서 봤다고 하더라. 말려야 될 정도로 집중해서 보는가 하면 TV 속 배우들의 대사와 표정을 따라 하기도 했다고. 중학교 들어갔을 때 또래 친구들이 표준어를 쓰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서울말을 쓰는 걸 보고 서울에서 전학 왔냐고 묻기도 했다. 그게 내게 굉장히 큰 자산이었다. 경상도 사투리를 고치는 게 굉장히 힘든 편인데 그러한 과정 없이 바로 연기 연습에 돌입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을 얻었다.

Q. 영감을 주는 것들

평소 다큐멘터리를 많이 본다. 자연인, 농촌 다큐멘터리, 다큐 3일 등.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표현되는지 유심히 관찰한다. 어떠한 누구의 연기보다 다큐멘터리 속 일반인 분들의 모습에서 가장 큰 영감을 얻고 자극을 받는 편이다. 또 특정 역할을 맡게 됐을 때 그런 직종에 종사하는 분이나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을 직접 만나보기도 한다. 내게 영감을 주는 것은 ‘사람들’이다.

에디터: 마채림
포토: 윤호준
의상: 스컬홍, 매료, STCO, 제로라운지
슈즈: 수페르가, 골라클래식, 에이레네
헤어: 정샘물 이스트 태은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이스트 장정금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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