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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민아 “인생 목표? ISU 심판 자격증 취득, 10년 걸릴 것 같아”

2017-09-21 15:46:36

[마채림 기자] 하나의 분야의 선구자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유지하며 겸손함을 지킨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2007년 MBC 스포츠 플러스 공채 아나운서로 시작해 대표적인 1세대 스포츠 아나운서로 자리매김한 김민아. 명성이 무색하리만큼 겸손하고 진솔했으며 한없이 담백한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었다.

“이미 나를 뛰어넘은 친구들도 있고 차차 나의 기량을 넘어 더욱 활약할 친구들도 많을 거라 확신한다. 소위 ‘똥차’인 내가 빠져줘야 될 때 같다”

스포츠 아나운서가 아닌 김민아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몹시 어색하고 서운한 일임에도 불구 그는 자신이 지키던 자리에서 차근차근 내려올 채비를 하며 제3의 인생을 시작할 준비 중이다. 어린 시절 피겨 스케이트 선수로 활약하며 은반 위를 수놓았던 그가 그라운드의 여신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까지 들을 수 있었던 그때 그 시간으로 초대한다.

Q. 화보 촬영 소감

bnt는 주변 후배들뿐만 아니라 워낙 유명한 분들의 화보를 많이 찍지 않나. 기회가 된다면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번 기회에 찍게 돼서 즐거웠다.

Q. 근황

야구 시즌에는 쉼 없이 매일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활동을 병행하는 건 어렵다. 때문에 최근에는 거의 야구 방송 위주로 진행했었다. 이번에 SBS골프 스포츠 프로그램 ‘체인지’에 합류하게 됐는데 1박2일 이틀 동안 진행을 하느라 주말마다 보성에 가고 있다.

Q. 주말마다 남편과 떨어져 지내는 건가

그렇다. 너무 좋아하더라. (웃음)

Q. 탄탄한 몸매 관리 비결

살이 잘 찌는 체질이어서 웬만하면 살이 붙지 않도록 조심한다. 한 번 식욕이 왕성한 시기가 되면 남자보다 많이 먹어 주의해야 한다. 조금 쪘다고 생각했을 때 더 찌우지 않는 게 포인트다. 요즘은 탄수화물 흡수를 억제하는 영양제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운동을 하러 간다. 라운드 숄더라 어깨 라인을 위한 운동과 하체 운동을 하고 있다.

허벅지 근육 운동이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가장 간단한 방법이 ‘스쿼트’라기에 열심히 하고 있다. 피트니스센터에 가지 못할 때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홈트레이닝을 하는 편. 몸매에 대한 칭찬을 받은 지는 얼마 안 된 것 같다. 원래는 통통한 편이었는데 최근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아 기분 좋다.

Q. 어렸을 때 피겨를 했다고. 원래 운동이 관심이 많았나

친구들에게 체육인으로 불릴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고 잘했다. 대회 나가서 받는 메달이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됐었다. 10년 가까이, 8년 정도 꾸역꾸역 운동을 했다.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대표가 되기 쉬운데 그러한 타이틀과 전국체전, 해외 전지훈련 등 모두 즐겁기만 했다. 당시에는 김연아 같은 선수도 없었던 터라 피겨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운동했었다.

Q. 피겨를 중도 포기한 뒤 불어불문학을 전공했는데

피겨는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월경이 시작돼 체형 변화가 오기 전에 기술적인 모든 것들이 연마돼야 하는 스포츠다. 체조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학교 1학년 정도에 일정 바퀴를 돌지 못하거나 트리플 점프를 완성하지 못하면 더 이상 배울 수 없다. 나 같은 경우 중학교 2학년 때 급수도 많이 따고 성과가 좋았는데 3학년이 되니 자꾸 넘어지고 살도 많이 쪄 못 하겠더라. 자연스럽게 그만두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Q. 야구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입사 후부터 본격적인 관심이 생겼다. 어릴 때 스케이트장 옆에 야구장이 있었는데 내 기억 속 스케이트장은 춥고 컴컴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이었다. 당시 피겨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비인기 종목이었고 우리나라에서 최고가 되더라도 올림픽에 나갈 수 없는 선수들만 양성됐었다.

그에 비해 야구는 항상 밝은 불빛 아래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흥겨운 멜로디와 함께 즐기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내가 직접 할 순 없는 스포츠라 동경만 했었다. 내가 몸을 풀고 있을 때 옆에서 이승엽, 양준혁 선수도 함께 몸을 풀었던 적이 있다. 그 모습을 지켜봤던 기억도 난다.

그때는 운동을 서른, 마흔까지 할 거란 생각을 못해서 ‘저 아저씨들은 어떤 아픔이 있어 평생 운동을 하나’ 생각했었다. (웃음) 그런데 알고 보니 수억을 버는 프로 스포츠 선수였던 거다. 내가 하는 종목은 열다섯, 열여섯에 최고의 기량을 보이지 않으면 기회를 잃는 스포츠였던 터라 당시에는 스포츠 시장에 대한 눈이 없었다.

Q. 스포츠아나운서에 도전하게 된 계기

어렸을 때부터 야구에 대한 꺼지지 않는 불씨가 있었나 보다. 그런 것들이 스포츠 아나운서를 지망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처음에는 박지성 선수가 한창 골을 넣을 때라 EPL을 하다 야구를 접하게 돼 야구 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된 것.


Q. 베테랑임에도 아직까지 힘든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생방송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마치 매일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다. 어느 날 문득 뱉었던 이야기가 팬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데다 생방송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지 않나. 그런 특성 탓에 늘 오늘 방송이 나의 마지막 방송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앞으로 더 나아가는 건 어려운 것 같다. 지금의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Q.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을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

야구에 빠진지 8~9년 정도 됐는데 야구 경기를 보기 시작하고는 몇 년간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본 것 같다. 덕분에 야구의 전반적인 히스토리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야구 프로그램 시청자 중 오늘부터 야구 경기를 보기 시작한 분, 오늘 야구 경기를 보지 못해 하이라이트를 보기 위해 시청하는 분 등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방송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네 시간의 야구 경기를 모두 본 뒤에 하이라이트를 꼽는 터라 그 시각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너무 전문적이고 낯설게 느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매일 야구 경기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선수가 어제 잘했는지 못 했는지 알 수 없는데 ‘모두들 알고 있죠?’라는 뉘앙스로 진행하면 귀에 잘 들리지 않을 수밖에 없다. 내 시각에서는 평범했던 순간일지라도 ‘예전에 그 선수가 그랬잖아요’라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니 시청자분들이 더욱 편안하게 즐기시는 것 같더라.

Q. 1세대 스포츠 아나운서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 비결

선배가 나밖에 안 남아있어 유일하기도 하고 회사 선배라 꼽았을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선배라는 존재가 주는 의미를 되새기고자 언급한 게 아닐까. 나도 내 위로 선배가 있었을 때 그 선배를 뛰어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선배가 그 자리에 있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후배들도 다 알 거다. ‘김민아 선배는 1세대기 때문에 많은 기회를 얻었고, 세대를 잘 타고난 데다 잘 거쳤기 때문에 지금까지 롱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그런데 그 위치를 유지하는 과정을 지켜봤고 결혼 이후에도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과 타 방송사로 이직을 한 뒤 한두 해만 활동하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지만 따라가야 할 길이 되기도 하니 가끔은 힘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미 나를 뛰어넘은 친구들도 있고 차차 나의 기량을 넘어서 더욱 활약할 친구들도 많을 거라 확신한다. 우선은 소위 ‘똥차’인 내가 빠져줘야 되지 않나 싶다. (웃음)

Q. 아직도 김민아 아나운서의 팬이 많은데 ‘똥차’라니

팬들이나 주변에 평가를 떠나 앞으로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지 굉장히 궁금하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매일 평가받는 입장이고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입장이지 않나. 사실 더 욕심도 없고 지난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 지나고 났을 때 미련 없이 무언가를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찬바람이 불면서 ‘이쯤이면 됐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 햇수로 십 년을 채우기도 했고.

2007년 9월에 뜻밖에 아나운서가 됐을 때엔 막연히 ‘서른 전에 시집을 가겠지?’라고 생각하며 스포츠 아나운서 자체를 단기 목표 혹은 내 인생의 짧은 직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인생의 1/3을 이 일을 하며 지냈지 않나. 예전에 스케이트를 관둘 때 ‘더 이상은 못 하겠다,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없어’라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를 인정하고 내려놓는 서글픈 마음이 들었었다. 지금은 서글픈 마음보다는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해도 괜찮아, 또 다른 삶이 있겠지’라는 생각이다.

예전에 화~일요일 내내 방송을 하다가 화~금요일까지 방송을 하다 지금은 화~목요일 방송을 한다. 갑자기 금요일에 석양을 보는데 그 풍경이 가슴속에 다 들어오더라. 차가 너무 막혔던 그때 시계를 보니 오후 7시였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저녁 7시의 정체였다. 지난 몇 년간 항상 사무실과 야구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석양이 낯설고 황홀하게 느껴졌던 거다.

지금껏 스포츠 아나운서를 둘러싼 나만의 공간에서 머물렀지 않나. 지금은 다른 곳에 가는 것이 겁나더라도 막상 그곳에 가게 되면 금세 또 하나의 내 세상과 패턴이 만들어질 것 같다. 어디서든, 뭘 하든 열심히 할 것 같다. (웃음)

Q. 눈에 들어오는 후배가 있다면

아무래도 같이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진달래, 김세연. 두 친구가 잘 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 밖에 최희, 김선신 아나운서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잘하고 있어 특별히 누군가를 꼽는 건 어렵다.

스포츠 아나운서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열 명이 채 안 된다. 그렇기에 이 직업의 고충에 대해 서로 너무 잘 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때의 기쁨을 나누는 게 아닌 늦은 밤 혹은 새벽에 퇴근할 때의 쓸쓸함과 허전함, 공허함 등을 말하지 않아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든든하다.


Q. 주로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나 롤모델

정우영 캐스터 등 같은 회사 분들에게 많이 듣는다. 그렇지 않을 땐 대구에 계시는 엄마께 조언을 구하는 편.

Q. 친하게 지내는 스포츠 선수

없다. 오히려 더 친하게 지내는 게 꺼려진다. 그들도 싫어할 것 같다. (웃음) 해설위원님들과 친하게 지내는 편이고 선수들은 원래 안 친하기도 하지만 어렵다. 좋은 사람들이지만 친해지지 않도록 더 애쓰고 되도록 아는 척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스포츠 아나운서와 스포츠 선수와의 교제를 두고 ‘사내 연애’라고 표현한다. 가깝게 지내지 않아도 좋은 관계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남편은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나? 취향이 맞는지

남편과 내가 골프를 좋아한다. 골프장 데이트를 하다 가까워졌다.

Q. 결혼 생활 이야기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나는 성급하고 늘 하고 싶은 게 많고 가만히 있지 못 하는 성격에 성취욕, 전투력이 뛰어난 성격이다. 그에 비해 남편은 조용하고 고요하고 정적이다. 그런 모습이 참 좋더라. 서울에 올라온 스무 살 때부터 정착하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두리번거리며 열심히 살았다. 새로운 커피숍이나 음식점이 생기면 다 가봐야 하고 다 먹어봐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활동적인 편이다. 그 친구는 참 소탈하고 무덤덤하다. 말수도 없고… 그런 성격이 좋았던 것 같다. 결혼한 지 3년 지났다.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매력 포인트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자세. 평소 ‘전투력’이라고 일컫곤 하는데 여자가 전투력이 있기 쉽지 않지 않나.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스포츠 아나운서로는 성공한 걸로 보인다. 아직 못 이룬 꿈이 있다면

골프 선수가 되고 싶어 골프를 미친 듯이 쳤다. 선수로는 단념했지만 티칭 프로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다. 가르치는 건 지금도 많이 가르치고 있다. 프로는 돈을 받고 가르쳐주지만 아마추어는 무료로 조언을 하지 않나. (웃음)

친한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김 선생님’이라 부르며 즐겁게 지낸다. 장난으로 ‘내가 증이 없어 너희에게 무시당한다’라고 말하기도. 골프로 돈을 벌고 싶다기 보다는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결과물을 얻고 싶은 마음이다. 마흔 전에는 이루고 싶다.

스케이트 국내 심판 자격증은 이미 가지고 있고 현재는 ISU 심판 자격증에 도전 중이다. 국내 심판은 1급 심판이고 인터내셔널 다음 ISU다. 명확하고 꼭 이루고 싶은 아주 큰 목표인 만큼 앞으로 10년 정도는 걸릴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아직도 신기하다. 나를 알아본다는 것, 대중 앞에서 내가 하고픈 일을 하고 산다는 게 아직까지도 특별하고 신기한 것 같다. 대중 앞에서 사라지게 될 시점에 대해 걱정하며 전전긍긍 살아왔는데 이제는 다시 대중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지 않은 시점이 온 것 같다.

언젠가 그 시기가 찾아오더라도 누군가가 손뼉 쳐주는 인생, 또 다른 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하는 인생을 보여주고 싶다. 내 인생은 아직도 많이 남았으니까…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 오늘 이렇게 bnt와 인연이 닿아 화보를 찍게 돼 정말 행복했다.

에디터: 마채림
포토: 홍도연
영상 촬영 편집: 조형근, 이재엽
의상: 맘누리, FRJ Jeans, 르이엘
슈즈: 모노톡시
주얼리: 해수엘
헤어: 보보리스 영남 실장
메이크업: 보보리스 서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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