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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윤 “연출부 막내로 일하다가 캐스팅 됐어요”

2017-11-08 15:46:11

[김민수 기자] 이 남자의 매력은 참 아리송하다. 말없이 묵묵하다가도 가끔씩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인상을 남기는 배우 고윤. 최근에는 tvN 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를 통해 이한 역을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의 호감을 넘어선 신뢰를 안겨준 배우로 각인시켰다.

특히 그는 데뷔 4년차 신인배우임에도 드라마 ‘몬스터’, ‘오늘부터 사랑해’, 영화 ‘인천상륙작전’, ‘오늘의 연애’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연예계에서 주목하는 연기자로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요즘 조급함이나 성급함보다는 자신의 스쳐가는 상황을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할지 그리고 그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얼마나 보여줄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배우 고윤. 그와의 인터뷰 현장은 그렇게 기대감에 부풀었다.

Q. 간단한 화보 소감

화보 촬영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오늘 수월하게 잘 리드해줘서 재미있게 잘 마무리한 것 같다(웃음). 그리고 첫 번째 콘셉트는 꼭 한번 연출해보고 싶었는데 아까 모니터링 할 때 좋더라. 감사하다.

Q. 평소 스타일은

굉장히 미니멀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원래 내 스타일 자체가 약간 프레피 룩(?)을 선호하는데 이런 스타일이 고등학생이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남성들에게 어울리는 패션이다. 그런데 난 희한하게 미니멀한 룩에 관심이 가더라.

Q. 성격

좋게 말하면 진중한 편이고 나쁘게 말하면 재미없는 스타일이다(웃음). 밝거나 에너지가 넘치는 성격은 아니고 항상 진지한 편(?)이다. 그래서 현장에 선배님들 계시면 항상 먼저 다가가서 깍듯이 인사하고 예의 있게 행동한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이 처음 만나면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긴 하는 편인데 대신 가까워지면 더 깊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Q.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 이한 역,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지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데 처음 보는 시청자 분들한테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캐릭터이지 않았나 싶다. 미국판 ‘크리미널마인드’의 캐릭터와 다르게 이한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감독님이 정신과 상담을 소개해주시기도 했는데 결국 이 병에 대해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다.

Q.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1~2화가 방송이 되고 나서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반응과 더불어 미국판과 비교했을 때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떨어진다는 뭇매를 맞았다. 그래서 캐릭터의 서사를 보여주기보다는 에피소드 위주로 진행시키자는 방향으로 바꾸었는데 사실 5~6화 이야기가 이한을 다룬 내용이었다. 이미 촬영을 끝낸 상태였는데 방송에 나가지 못해 조금 아쉽기는 하더라.

Q. 이한을 연기하면서

내가 어떻게 조현병을 앓게 되었는지 왜 성격이 이렇게 됐는지 시청자 분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니깐 1~2화 이후로 똑같이 연기를 할 수가 없더라. 그때 손현주 선배님과 대기실을 같이 썼었는데 당시 선배님이 이왕에 이렇게 된 거 편하게 연기를 하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 외에도 많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다.

Q. 함께 호흡하면서 가장 생각나는 배우

준기 형.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주연으로 해야 할 것들을 다 갖춘 사람이더라. 예를 들어 트러블이 생기면 본인이 직접 다 중재시키고 모두 만나서 대화를 해본다거나 스태프 분들에게도 전부 따뜻하게 대해주고 사실 이렇게 하기 힘든데 모든지 적극적으로 책임감이 강하더라.

그리고 엄청 철두철미한 사람이다. 계산적이거나 차가운 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따뜻함이 있더라. 진중함 속에 장난기도 있고 그래서 현장 분위기도 항상 활기차고 밝게 만들어준다.

Q. 연기하면서 NG도 많이 냈을 것 같다?

내가 캐릭터들 중에서 전문용어를 가장 많이 말하는 역할이다(웃음). 그래서 보통 1~2줄 대사가 나는 8줄 대사라서 한 번에 하다 보니깐 처음에는 NG도 많이 내고 힘들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암기 훈련이 돼서 금방 외워지더라.

Q. 이번 드라마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사실 내가 메인 6명 중에서 가장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지 않나. 그 팀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많이 배웠다. 늘 함께 움직였기 때문에 너무 큰 경험이었고 감독님, 작가님 그리고 스태프 분들까지 좋은 사람들을 알게 돼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Q. 차기작품에서 맡고 싶은 역할

다음 역할이 주어진다면 금융권에서 일하는 악역(?)(웃음). 차가운 역할을 해보고 싶은데 잘할 자신 있다. 예전에 영화 ‘클래식’이랑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에서 이기우 선배님이 출연했었는데 그 역할도 한 번 해보고 싶고, 반대로 사람들이 추천해준 캐릭터가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윤계상 선배님이 하셨던 한의사 역할이 있다. 약간 어벙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역할인데 주위 사람들이 잘할 것 같다고 하더라.


Q. 이쯤에서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연기자의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부가 나한테 너무 어려웠다(웃음). 회계학을 공부했었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회계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예전에 굉장히 우연한 계기로 고3때 연극을 한 적이 있었다. 학교 연극은 아니었고 백인 마을에서 하는 연극이었는데 당시 셰익스피어의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이란 연극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집중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이때부터 연기의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Q. 본격적으로 연기에 대한 도전을 생각했을 때

군대에서 상병 정기휴가를 나왔을 때였을 것이다. 당시 연극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봤었는데 그때 조정석 선배님이 출연해 연기하는 것을 보고서 연기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 이후 전역을 하고 복학을 했는데 회계학 공부가 도저히 집중도 안 되고 어려워서 휴학계를 내고 한국에 혼자 오게 됐다. 그때가 24살이었다.

Q. 첫 데뷔

처음에는 영화 연출부 막내로 시작했다. 아르바이트 겸 막내 스태프로 일을 했었는데 제작사가 ‘가문의 영광 4–가문의 수난(2011)’이란 영화를 준비했던 곳이다. 일본에서 촬영을 했을 때였는데 해외에서 촬영을 할 경우 지나가는 단역은 현지 섭외가 어려워서 스태프들을 출연시킨다.

그때 감독님이 나를 대사 한 마디 있는 싸움꾼 역할을 시켰는데 정말 만족해하셨고 연출부 스태프 분들도 그 모습을 좋게 봐주시더라. 그리고 그 이후, 제작사에서 준비했던 다음 작품이 ‘아이리스2’였다. 여기서 조단역으로 출연해보라는 권유로 데뷔를 하게 된 것이다.

Q. 영화 ‘오늘의 연애’

이 영화에 출연했을 때 박진표 감독님이 조건을 걸으시더라. 영화에 참여하는 대신 회사에 매일 출근하라고 말이다. 그래서 대사 수정부터 콘티, 장소 헌팅 등 영화에 대한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너무 감사한 작품이다.

Q.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

김혜수 선배님. 예전부터 팬이었다. 그리고 김혜수 선배님만의 아우라를 느껴보고 싶다. 정말 대단한 분이신 것 같다.

Q. 배우 고윤은?

평소 요리하는 거 좋아하고 혼자 시간 잘 보낸다(웃음). 운동도 자주 하며 오랜 유학 생활로 친한 친구들은 전부 미국에 있다. 그리고 술을 좋아한다. 하나만 더 말하자면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예능에 출연을 하고 싶다. 일상적인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Q. 하고 싶은 말

이번에는 장르물을 통한 모습을 보여줬으니 다음에는 가족적이고 연애 이야기(?) 내 성격과 가장 가까운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다. 그리고 비록 조연이지만 지금까지 겹치는 캐릭터가 없었다. 다양한 역할들을 해냈으니 앞으로 고윤이라는 배우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제나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여드릴 테니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에디터: 김민수
포토: 홍도연
의상: FRJ jeans, 써틴먼스, 지니프, 비아바이이정기
슈즈: 라파엘레 다멜리오, 아식스
아이웨어: 프론트(Front)
시계: 오바쿠
선글라스: 에르하트 by 모다루네쯔
헤어: 헤움 윤보라 부원장
메이크업: 헤움 노화연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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