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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아진 “세상에 필요한 소금 같은 배우 되고 싶다”

2017-11-24 16:18:09

[허젬마 기자] “18살에 데뷔해 어느덧 20대 후반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저를 학생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역의 한계를 느끼면서 원치않는 공백도 겪어야 했고 점점 더 자신을 잃어갔죠. 긴 고민 끝에 ‘나답게 연기하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다양한 장르를 나답게 소화하며 세상에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던가. 작은 체구에 유난히 앳된 얼굴을 가진 배우 이아진은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데 서슴 없었다. 오랜 시간 연기자로서 자신이 가진 한계에 대한 고민과 갈등에 몸소 부딪혀 가며 얻은 통찰 덕분이리라.

호시절도 분명 있었다. 2008년 18살의 나이로 데뷔한 그가 이듬해 드라마 ‘보석비빔밥’의 끝순이 역을 맡으며 한때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것. 이후 다양한 작품에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사이사이 원치않는 공백을 가지며 그는 자신이 가진 이미지의 한계를 ‘나답게 연기하자’는 결론으로 귀결지으며 다시금 연기에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배우로서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그저 오랫동안 대중 곁에서 연기하며 살아가고 싶다던 배우 이아진과의 솔직담백한 이야기.

Q. 화보 촬영 소감

첫 화보촬영이라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했는데 스탭분들이 잘 이끌어준 덕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긴장했는데 그래도 두 번째 콘셉트부터는 조금씩 몸이 풀렸던 거 같다.

Q. 평소 사진 촬영을 즐기나

사실 사진보다는 영상에 강한 편이라(웃음). 영상이 더 편한 느낌은 있다. 사진은 실제보다 볼살이 너무 통통하게 나와서(웃음).

Q. 얼굴 중 가장 자신 있는 부위

눈? (웃음) 어려서부터 눈이 선하고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Q. 수술 안 한 건가?

안 했다. 아빠께서 눈이 부리부리하니 큰 편인데 아빠를 닮았다.

Q. 활동을 오래 쉬고 있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요즘엔 옛날 명작 영화에 빠져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등 멕 라이언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연기를 보면서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평소에 시 쓰는 걸 좋아해서 시도 틈틈이 쓰고 있다.

Q. 시 쓰기가 취미라니 흔치 않은 취미인데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시 뿐만 아니라 가끔씩 시나리오도 쓴다. 주변에 유쾌하고 웃긴 친구들이 많은데 어느날 문득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를 글로 남겨놓으면 나중에 시트콤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부터 친구들과 웃긴 일들이 생기면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Q. 글 쓰기에 재능이 있나 보다

중고등학교 때 다른 상은 못 받아봤는데 글짓기 상은 항상 받았었다. 평소에도 느끼는 감정들을 말보다는 글로 풀어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Q. 2008년 청소년 드라마 ‘나도 잘 모르지만’으로 데뷔를 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어렸을 때 한창 싸이월드가 인기를 끌던 당시 ‘투데이멤버’에 선정이 된 적이 있다. 이후에 미니홈피에 몇 만명씩 방문자가 들어오면서 어느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다. 본가가 대구라 이런 쪽을 접할 기회가 잘 없어 고민을 좀 하다가 꿈을 가지고 서울에 올라와 연기를 시작해 18살에 데뷔를 하게 됐다.

Q. 얼짱 출신이었나 보다. 성형수술은 아예 안 한 건가?

치아 말고는 안 했다(웃음). 그런데 서울에 올라와 보니 너무 예쁜 사람이 많더라. 지금은 명함도 못 내민다(웃음).


Q. 거의 10년에 가까운 결코 짧지 않은 연기자 생활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는데.

맞다. 사실 내 나이가 어느덧 20대 후반에 이르렀는데 여전히 나를 학생의 이미지로 보신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내가 아역 출신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때 데뷔를 했고 이후 고등학생 역할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 시청자들의 인식 속에는 아직도 마냥 어린 아이 같은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

오디션장에서도 감독님이나 관계자분들도 비슷하게 인식하고 계신 거 같은 느낌이 들다 보니 아역 출신은 아니지만 아역 배우들이 겪는 고충을 똑같이 겪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원치 않는 공백도 겪어야 했고. 하이톤 목소리나 어려보이는 외양이 장점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역의 한계를 느끼면서 점점 자신을 잃어갔다. 그러다 보니 내 색깔도 점점 흐려지면 좀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 결국엔 ‘나답게 연기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목소리나 얼굴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오히려 다양한 장르를 나답게 소화해보자는 목표로 지금은 열심히 연기공부를 하고 있다.

Q. 연예계 데뷔를 후회한 적은 없는지

한번도 해본 적 없다.

Q. 슬럼프를 이겨내는 방법

아까도 말했다시피 슬픈 감정에 사 묻힐 때면 시를 쓴다. 이게 정말 좋은 게 내가 느낀 슬픔 감정을 꾹꾹 눌러담아 시로 완성하면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뿌듯함이 있다. 슬픔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거지 않나. 또 그 외에는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풀고 그런 와중에 웃긴 에피소드가 생기면 집에 와서 또 글로 남기고. 그러면서 푸는 것 같다.

Q. 기억에 남는 작품 혹은 캐릭터

아무래도 연기를 하면서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보석비빔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서끝순 역의 말괄량이 고등학생 역을 맡았었는데 나의 실제 성격과도 많이 비슷했고 지금껏 살아오면서 대중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때라 아직까지도 그때의 기억이 정말 좋게 남아있다.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일단 내가 지금까지 한번도 로맨스를 해본 적이 없다. 늘 고등학생이나 부잣집 막내딸 같은 역할만 맡아봐서 로맨스 코메디 장르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올초에 JTBC에서 방영했던 ‘힘쎈여자 도봉순’ 같은 드라마도 재미있을 거 같고. 또 내가 항상 생각하던 게 있는데 언어장애를 가진 여자 역할을 해보고 싶다. 말하지 않고 눈빛과 몸짓으로 연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 않나.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Q.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류승범 선배님. 선배님을 보면 연기가 텍스처 안에 갇혀있지 않은 모습에 감탄을 많이 한다. 또 사실은 8년 전 어느 인터뷰에서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내가 류승범 선배님을 꼽은 적이 있다. 그 이상이 아직까지도 유효해서(웃음). 만약 같이 작품을 하게 될 날이 온다면 좋아서 기절할 지도 모르겠다(웃음).

Q. 어떤 점이 좋은 건가

유쾌하고 멋있고 존경할 수 있고.

Q.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 실제로 보면 얼음될 거 같다(웃음).

Q. 친한 연예인

바빠서 자주는 못 보는데 배우 임수향과 진현빈 오빠, 강별 이렇게 친하다. 셋 다 연기를 하기 전부터 알던 친구들이라 아직까지 끈끈하게 지내는 편이다.


Q. 롤모델

앞서 밝혔듯이 근래 이런 저런 고민을 깊게 하면서 나다운 연기를 하자고 결론을 내렸을 때 본보기로 삼았던 분이 바로 황정음 선배님이었다. 황정음 선배님의 트레이드 마크가 바로 하이톤 목소리와 동안 얼굴 아닌가. 그런데도 ‘지붕 뚫고 하이킥’이나 ‘그녀는 예뻤다’에서 밝고 명랑한 역으로 선배님 이미지와 비슷한 역을 누구보다 잘 소화해내시는 한편 또 ‘비밀’에서는 사연 있고 무거운 캐릭터도 완벽하게 소화해내시지 않나. 어떻게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들을 다 가지고 계시면서도 그걸 연기로 승화시키면서 이미지의 한계를 깨부숴주신 분이라 롤모델로 삼고 있다.

Q.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소금이 되고 싶은 바닷물? 아직은 바닷물에 불과하지만 정제되고 걸러져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소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Q. 이름 앞에 달고 싶은 수식어

글쎄. 딱 뭐가 떠오르진 않고 그냥 사람들에게 인정 받으면서 오랫동안 배우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취미

내 좌우명이 ‘낭만 있게 살자’인데 그래서 비슷한 맥락에서 시 쓰는 걸 즐겨하는 것도 있다. 그 외에도 내가 좀 집순이 스타일이라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그냥 늘어져 있는 게 아니라 이것도 했다 저것도 했다 혼자 분주하다(웃음). 그리고 최근에는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푹 빠져있다. 내가 원래 한번 꽂히면 끝까지 파는 타입이라서 수영도 2~3년 정도 했다.

Q. 활동을 오래 쉬면서 그만큼 수입도 적었을 텐데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하나

아무래도 기본적인 건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데 공백이 5~6년씩 길어지면서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 그래서 중간중간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 치과에서 보조로도 일하고 인포메이션이나 레스토랑에서 서빙 일도 하고. 여러 가지 많이 했다.

Q. ‘그래도 내가 배우인데’ 이런 생각이 들 법도 한데

그런 건 없다. 배우도 직업이지 않나. 현재 내가 일을 오래 쉬고 있고 돈을 못 벌고 있는데 한마디로 백수이지 않나. 없으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연말 계획

매년 연말마다 친구들과 파티를 열어서 아마 이번에도 친구들이랑 모여서 파티를 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외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시간이 나면 본가에 다녀올 계획이다.

Q. 남은 20대에 이루고 싶은 목표

일단 제일 큰 목표는 나에게 잘 맞는 캐릭터를 만나 대중분들에게 하루빨리 인사를 드리고 싶고. 소소하게는 매순간 허투루 보내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 지금처럼 열심히 살면서 아버지께도 효도할 수 있는 딸이 되는 게 목표다.

Q. 예정된 질문은 아닌데 아버지께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해달라

안그래도 아버지께 화보 찍는다는 소식을 들려드리니 너무 좋아하셨다. 지금까지 아버지 덕분에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연기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 어서 꿈에 도달해서 아버지의 믿음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

Q. 대중들에게 한마디

예전에는 그저 밝고 어린 신인배우 이아진이었다면 이제는 제법 시간도 많이 흘렀고 나이도 어느덧 스물 일곱 살의 아가씨가 되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도 많이 성숙해졌고 이제는 보다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의 밝고 명랑한 이미지를 버리겠다는 게 아니라 그 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다양한 모습을 더욱 깊어진 연기력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신인배우 이아진이 될 테니 잊지 않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에디터: 허젬마
포토: 박정석
의상: 맘누리, 유니케, 피스비사라
슈즈: 섀도우무브, 모노톡시
주얼리: 바이가미
선글라스: 프론트(Front)
헤어: VT101 하영 실장
메이크업: VT101 서울 실장
장소: 이태원 더 방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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