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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델 이현석 “목표? 강남역 대형 전광판에 내 얼굴 실리는 것”

2017-12-01 15:23:30

[황연도 기자] 가장 먼저 스튜디오 안으로 걸어들어온 사람은 14년 차 모델 오혜지. 뒤이어 앳된 얼굴의 7개월 차 모델 이현석이 총총 따라 들어섰다. 둘의 모습은 누가 봐도 능수능란한 베테랑과 어리숙한 신인이었다.

더불어 촬영 직전 “떨린다”며 연신 걱정하던 모델 청년의 말에 혹여 주눅 드는 건 아닐까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했다. 셔터가 터지는 순간 돌변하던 그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말이다. 긴장은커녕 커플 촬영을 능수능란하게 리드하더니 솔로 촬영에선 속된 말로 ‘날라 다니는’ 것이 아닌가.

틀을 깨는 움직임이 빠른 속도로 카메라에 담겼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유롭던 이현석. 문득 이 무서운 신인이 앞으로 바꿔놓을 모델계가 궁금해져 목표를 물으니 “5년 뒤 이태원에 맥주 가게를 여는 것”이라는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다. 해맑은 미소와 함께.

Q. 화보 촬영 소감

화보 촬영을 많이 해봤지만 오늘처럼 떨리고 설렜던 적은 처음이다. bnt 화보는 워낙 유명한 분들이 많이 찍어서 내가 찍어도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즐거워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사진도 잘 나온 것 같아 너무 기쁘다(웃음).

Q.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

마지막 체크무늬 슈트 콘셉트가 가장 좋았다. 평소 내가 즐겨 입지 않는 정장 분위기의 의상이라 새롭기도 했고 화보가 흑백으로 진행돼 더 그윽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Q. 모델 대선배 오혜지와 화보 촬영한 소감은?

사실 회사 대표님과 어린 시절 함께한 사이라고 들었다. 대표님을 통해 오혜지 선배님을 만나 뵙게 됐다. 나는 아직 신인이고 선배님은 10년 넘게 모델 활동을 하신 대선배님이 아닌가. 항상 칭찬과 격려를 해주셔서 감사한 점이 많다. 오늘 촬영에서도 먼저 챙겨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다.

Q. 오혜지는 어떤 선배인가

촬영할 때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선배님의 최고의 모델이시다. 내가 후배이지만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도록 편한 무드를 만들어주시는 점이 감사하기도 하고 본받을 점이라 생각된다.

Q. 근황

데뷔 7개월 만에 처음 휴식기를 갖고 있다. 그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만나고 최근에 시작한 연기 공부에도 열중하고 있다.

Q. 모델 데뷔 계기

20살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했다. 대학 입학까지 내정돼 있는 상태였고 프로 축구선수로 데뷔하기 직전의 단계까지 갔었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입었던 부상이 심해져 그만두게 됐다. 축구선수 데뷔를 포기한 이후 1년 정도를 방황했다. 그러다 우연히 매거진에서 김원중 선배님을 보게 됐다. 그때 “모델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고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Q. 이제 데뷔 7개월 차임에도 2018 S/S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많은 브랜드 패션쇼에서 러브콜을 받았더라

데뷔 직후 패션위크에서 9곳의 무대에 올라 벅차고 기뻤는데, 이번 패션위크에서도 총 8곳의 디자이너 브랜드 무대에 섰다. 스케줄이 서로 맞물려 아쉽게 서지 못한 쇼도 있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일정이 정말 촉박해서 패션위크 직전까진 지옥 같은 스케줄을 맛봤다(웃음). 그런데 신기한 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재미있고 행복하더라.

Q. 데뷔하자마자 많은 업계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나의 매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가끔 일본인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한다. 이국적인 마스크를 조금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독특한 헤어스타일도 한몫했다. 일명 할머니 펌이다 하하. 파리의 패션위크를 보면 펌 헤어스타일의 모델들이 많더라. 그래서 도전해봤는데 감사하게도 반응이 좋았다. 근데 시즌이 지나면서 비슷한 스타일의 모델들이 많아지기도 했고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들어서 머리를 짧게 잘랐다.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눈길을 끌기보단 또 다른 나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Q. 이 정도면 모델계 ‘할머니 펌’ 선구자가 아닌가(웃음). 데뷔할 당시엔 펌을 한 모델들이 없었나

선구자는 아니다. 우리나라엔 이미 많은 어르신들이 하고 계신 헤어 스타일링이 아닌가(웃음). 물론 모델 중에선 없었다. 그런데 요즘엔 많이 하시는 걸 봤다.


Q. 무대에 설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나보단 의상이 돋보일 수 있도록 포커스를 맞춘다. 무대에 설 때마다 “1년 동안 수고해 만드신 디자이너 선생님들의 의상을 멋지게 보여주자”라는 생각으로 워킹을 한다. 나 자신이 멋있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패션쇼에서는 의상을 질감이나, 소재, 디테일을 잘 표현하는 데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

데뷔한지 7개월이 됐다. 첫 데뷔쇼인 한현민 디자이너 선생님의 브랜드인 뮌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데뷔쇼라 그런 것도 있지만 선생님의 의상을 입고 워킹을 하면서 멋진 모델이 된 것처럼 느껴지더라. 데뷔 후 두 시즌에 걸쳐 선생님의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Q. 데뷔쇼에 설 때 긴장도 많이 했겠다

살면서 그렇게 긴장했던 적이 없다. 너무 떨어서 무대 내려오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을 정도다. 그래도 무사히 잘 마쳐서 다행이었다.

Q. 가장 서보고 싶은 디자이너가 무대가 있다면

급작스러운 질문이라 잘 떠오르지 않는다(웃음). 그런데 꼭 한번 다시 서보고 싶은 무대는 있다. 한현민 선생님의 뮌과 강요한 선생님의 참스다. 기회가 된다면 매번 서고 싶다. 두 브랜드의 멋진 의상과 퍼포먼스 모두 인상적이었고 무대가 끝나고도 여운이 많이 남더라.

Q. 해외 진출 의향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 일본 톱 여배우 타마시로 티나와 패션 브랜드 화보를 찍었다. 다양한 일본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다음 시즌은 도쿄 컬렉션에 처음으로 도전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된다.

Q. 체중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심심하면 하는 정도(웃음). 장난이고 사실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다. 오랜 기간 운동선수로 활동했기 때문인지 기초체력이 좋은 편이기도 하다. 따로 관리를 하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맨손운동이나 유산소 운동을 한다. 식단 관리도 따로 하진 않는다. 먹는 걸 그리 즐기지 않아 소식을 하는 편이다. 사실 외모나 체중 관리보단 포즈나 워킹 연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웬만한 모델들의 사진들은 거의 다 찾아보는 것 같다. 아직은 익혀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Q. 노력파인가 보다

그런 편이다.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 남들에게 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웃음).

Q. 외모 중 가장 자신 있는 부위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사실 외모에 자신이 없다. 그래도 하나 꼽자면 눈빛인 것 같다. 주변에서 눈이 초롱초롱하다고 많이 말씀해주시더라 하하.

Q. 학교 2017에 출연했다. 첫 연기 도전이었나. 소감

정말 좋은 기회로 KBS2 ‘학교 2017’을 통해 처음 연기를 도전해봤다. 현장에서 많은 배우들과 감독님 덕분에 많은 공부가 됐다. 16부작을 무사히 마친 것만으로도 정말 기뻤다(웃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

Q. 전교 꼴등 고진식 역할,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던가

이렇게 말해도 될까 싶지만 고진식은 나의 학창시절 모습 그대로다(웃음). 운동을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공부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하루 종일 운동을 했고 시간이 있으면 고진식 처럼 많이 자기도 했던 것 같다 하하. 비슷해서 그런지 고진식을 연기하는 내내 즐겁고 행복했다.

Q. 앞으로도 연기에 도전할 의향이 있나

당장은 아니지만 도전해보고 싶긴 하다. 아직 부족한 게 너무도 많다. 현재 홍기준 선생님께 연기를 배우고 있다. 처음 뵀을 땐 어렵고 무서웠는데 너무 편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많이 질문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진심 어린 조언과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연기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추후 어느 정도 준비가 된다면 꼭 도전하고 싶다.

Q.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다면

리얼한 생활 연기나 코믹스러운 연기를 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시트콤에 출연하고 싶다. 역할은 주인공 어머니의 아들을 해보고 싶다(웃음).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이종석 씨같은 역할 말이다.


Q. 모델 최예나 씨와 공개연애 중이다.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아는 지인의 소개로 만났고 내가 먼저 대시를 했다. 털털하고 꾸밈없는 매력에 반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너무 예쁘다(웃음).

Q. 연애 스타일은

달달 로맨스 쪽은 아니다(웃음). 털털한 편인 것 같다. 2년 동안 만나면서 싸운 적이 한 번도 없다. 서로 배려하고 이해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트러블이 생길 것 같으면 둘 중 한 명이 먼저 양보를 한다.

Q. 함께 패션 브랜드 커플 화보 촬영까지 했더라. 실제 연인과 촬영해보니 어떤가

호흡은 말할 것 없이 좋다. 현장 자체가 즐겁고, 포즈를 취할 때도 서로 불편함이 없고 자연스러워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 같다.

Q. 같은 직업을 갖고 있어 좋은 점도 많을 것 같다.

너무 많다. 포즈나 워킹, 표정 같은 것들을 연구할 때 많은 도움을 준다. 여자친구가 모델로선 선배인데, 보면서 많이 배우고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

Q. 모델과 연기 외에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5년 뒤에 이태원에서 맥줏집을 오픈할 거다. 평소 맥주를 정말 좋아한다. 언젠가 맥주에 대한 공부를 할 것이다. 주량은 맥주 500ml 10캔 정도. 소주는 아예 못 마신다. 바로 기절해버린다(웃음).

Q. 출연하고 싶은 예능

기회가 주어진다면 ‘런닝맨’과 ‘정글의 법칙’ 예능 프로에 나가고 싶다. 말보단 몸을 쓰는 활동적인 부분에 자신이 있다. 아마도 운동을 오래 해서 그런 것 같다.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 ‘런닝맨’같은 프로그램에 나가면 우승할 자신이 있다.

Q. 롤모델이 있는가

롤모델을 정해두면 그 위치 이상으로 못 올라갈 것 같아 정하지 않았다. 나만의 이미지를 찾고 만들어나가고 싶다. 훗날 훌륭한 선배님들처럼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누군가의 롤모델로 불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앞으로 대중들에게 불리고 싶은 수식어가 있나

그냥 노력하는 이현석. 그리고 눈빛이 멋진 이현석이 되고 싶다. 대중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 사람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Q. 연말 계획

연말에 일본에 가서 내년 시즌에 있을 광고 및 화보 촬영 미팅을 하러 간다. 사실 미팅이라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무엇이든 시도해보고 도전하는 일은 늘 즐겁다. 오디션에서 떨어지더라도 앞으로 있을 더 좋은 경험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Q. 목표

가장 큰 목표는 강남역 빌딩 대형 전광판에 내 얼굴이 실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더 큰 목표는 아직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 많이 부족해 더욱 열심히 커리어를 쌓아야 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줄 수 있는 모델로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현재 연기 공부를 하고 있는데, 작은 역할이라도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나 배우로도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 또 한 가지 바람이 있자면 5년 뒤 오픈할 백줏집이 잘 됐으면 좋겠다(웃음).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지만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에디터: 황연도
포토: 차케이
의상: 피스비사라, FRJ Jeans, 옥토버써드, 살롱드서울
슈즈: 섀도우무브(SHADOWMOVE), 라파엘레 다멜리오, 아식스타이거
선글라스: 프론트(Front)
액세서리: 만치노
헤어: 작은차이 제레미 영 실장
메이크업: 작은차이 김연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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