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비범한 가치를 가진 배우 김태훈

2017-12-08 15:54:08

[김민수 기자] 대한민국의 많은 배우 중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만약 그런 이가 있다면 우려보다 기대가 앞서는 건 당연한 일. 김태훈은 그런 배우다.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

영화 ‘아저씨’ 속 낯선 캐릭터를 통해 시선을 사로잡으며 존재감을 목격했던 대중은 8년 동안 김태훈의 변주를 지켜봤다. 그리고 이제 그는 관객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비범한 가치를 가진 배우가 되었다.

2018년 개봉을 앞둔 영화 ‘펜션 : 위험한 만남’과 ‘레슬러’로 쉴 틈이 없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말하는 그. 김태훈을 이토록 바쁘게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Q. 최근 개봉했던 영화 ‘유리정원’ 문근영과의 에피소드

영화에서 근영이하고 그렇게 부딪히는 장면이 많지는 않았다. 숲에서 촬영할 때도 바라보고 관찰하는 거라서 서로가 서로의 역할에 워낙 몰입했던 상태였던 터라 딱히 말씀드릴 만큼 대단한 일은 없었다.

Q. 성격은 어떤가

생각보다 훨씬 털털하고 까칠하지 않다. 자유롭게 살려고 본인 스스로 그런 의지가 있는 것 같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동안 쌓여있는 이미지들이 있지 않나. 그래서 조심하려는 부분도 있는데 배우로서 굉장히 자유롭게 하려고 노력하더라.

Q. 영화 ‘유리정원’ 숲 속 촬영 장면, 힘들지 않았나

오히려 숲 속이 좋더라(웃음). 당시 초여름이었는데 숲 속에서 촬영하다가 식사를 하려고 주차장으로 가면 햇볕도 뜨겁고 열도 많아서 힘들다. 하지만 숲 속에 있으면 서늘하고 의외로 벌레도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불편하지는 않더라.

Q. 성적이 저조했다

어찌 됐든 관객들을 보여드리기 위한 작업이고 소통하기 위한 작업이지 않나. 어떤 지점에서건 잘 전달되지 않았던 부분이 잘못됐거나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관객 수가 많고 적음을 떠나 내 스스로 부족했던 점들 그리고 어떨 때는 나름 최선을 다해서 이 정도 했으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잘 소통이 안 될 때 이런 부분은 우리가 가져가야 할 고민거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 수가 많던 적던 앞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Q. 연기자의 길, 처음에는 부모님 반대가 심했다고

원래 연기에 관심이 아예 없었다. 형(김태우)은 어렸을 때부터 준비를 했지만 나는 아무 생각이 없던 평범한 아이였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입학할 때쯤 트렌디하면서도 자유로운 직업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당시 겉멋만 들었던 어린 마음에 광고 연출가나 광고 홍보를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신문방송학과나 광고홍보학과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러다 한양대 출신 선배들이 연기보다는 광고 쪽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들어서 나는 신문방송학과보다는 연극 영화과에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처음에는 반대를 하시더라(웃음).


Q. 결국에는 연극 영화과에 들어갔다?

내가 입학할 당시 처음으로 복수 지원이 가능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원하는 두 곳, 내가 원하는 두 곳에 원서를 넣었는데 떨어졌었다(웃음). 그런데 극적으로 입학 직전에 결원이 생겨서 입학하게 된 것이다. 안 그랬다면 내 인생은 정말 달라졌을 것 같다. 그 이후 입학해서 계속 연극만 하다가 2년 뒤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내가 고3 때 연극 영화과를 가고 싶단 말을 했다더라. 난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없는데. 하하.

Q. 형(김태우)의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봤을 때 부럽진 않았는지

형은 KBS 공채 탤런트가 됐고 ‘첫사랑’이란 드라마로 승승장구해서 영화 데뷔가 ‘접속’, 이후에는 ‘공동경비구역JSA’다. 형은 정말 엘리트 코스였고 그 안에서 노력을 열심히 하는 노력파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내가 왜 형처럼 잘 안되는지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왜 이 작품에서 연기를 이것 밖에 표현을 잘 못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매번 해왔다. 내가 잘하면 그 다음 역할 캐스팅이 되는 수순인데 못하고 있으니깐 내 스스로 불만이 생기기도 하더라.

Q. ‘나쁜 녀석들’ 오검사 vs ‘파수꾼’ 김은중 검사

‘나쁜 녀석들’ 오검사와 다르게 이번 ‘파수꾼’에서는 선하고 정의로운 검사였는데 시청자분들이 왠지 배신을 할 것 같다는 반응들이더라. 하지만 나도 이런 이미지가 편하다(웃음). 각 역할마다 다른 재미가 있어서 선한 것도 좋고 악역도 좋고.

Q. 캐스팅 제의를 받을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글을 읽고 내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는 작품이 있는 반면 납득이 가지 않고 여러 가지 설정이나 상황들이 불편한 작품이 있는데 사실 그러면 마음이 가진 않는다. 내가 자신이 없고 이해가 안 가는데 납득을 시켜하는 거 아닌가.

Q. 영화 ‘아저씨’ 형사 김치곤 역,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가

사실 이 역할이 원래 양익준이었다(웃음). 이정범 감독님은 양익준의 형사 캐릭터를 원했는데 막판에 사정이 생겨서 출연을 못하는 상황이더라. 당시 나와 함께 형사 역으로 출연했던 이종필이란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연기도 잘하고 이정범 감독님 후배니깐 캐스팅을 하게 된 것이다. ‘약탈자들’이라는 독립영화가 있었는데 아마 이 영화를 보고 캐스팅을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나도 이정범 감독님이 미팅을 하자며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이 역할을 맡으면 경찰 대학교 출신의 형사일 것 같아서 다른 색깔일 것 같다고 하시더라(웃음). 그 이후 2~3일 고민을 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셔서 결국에는 막판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Q. ‘아저씨’ 가끔 방영해주던데 보는가

나는 내가 출연한 작품은 거의 안 보는 편이다. 한두 번 정도는 모니터링할 때 빼고 내가 연기한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안 본다(웃음). 어쨌든 쑥스럽기도 하고 예전에는 신기해서 여러 번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러더라. 그리고 ‘아저씨’라는 작품이 내 첫 스타트였다. 독립영화만 출연했다가 상업적으로 데뷔한 영화다.

Q. 독립영화 ‘약탈자들’?

이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중에 이제훈, 신소율, 이희준, 박병은이란 친구까지 전부 잘 된 배우들이다. 당시 이 영화 연출했던 감독님은 ‘의뢰인’이란 영화로 상업 데뷔를 하시고 그때는 뭐랄까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었는데 다들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더라.


Q. 최근 감명 깊게 본 작품

‘모럴패밀리’라는 연극을 재미있게 봤다. 예전에 ‘응팔’에서 고경표 엄마로 출연했던 김선영이라는 배우가 현재 연극 제작사 대표를 하고 있다. 선영이하고는 ‘파수꾼’ 촬영을 할 때 친해졌는데 남편도 영화 연출을 하고 있고 물론 저예산 영화이긴 하지만 전주영화제에서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로 상도 받았다.

한성대 입구에서 20명 정도 들어가는 협소한 소극장에서 배우들 개런티도 못 받고 정말 십몇 년째 극단이 좋아 공연을 하는데 오랜만에 공연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내용 첫 시작이 밑바닥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강렬한 장면들도 많지만 중간 이후부터는 계속 눈물이 나더라. 슬프게 울리려고 하는 장면도 아닌데 진심들이 느껴져서 그날 배우들과 함께 기분 좋게 술을 마신 기억이 난다.

Q. 함께 호흡하면서 기억나는 배우가 있다면

유해진 선배님. 최근에 ‘레슬러’란 영화를 촬영하면서 느낀 건데 정말로 편하게 해주는 것을 넘어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형이란 생각이 들더라. 첫 촬영하는 날 인사드리러 갔는데 마음을 열고 대해주시고 현장에서도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 ‘펜션 : 위험한 만남’을 촬영할 때 박혁권 형이랑 모델 출신의 이영진 씨와도 촬영할 때 재미있었다. 또 작년에 드라마를 같이 촬영했던 김현주도 편하게 촬영을 잘 했었다.

Q. 주량

쉬는 날엔 특별히 하는 건 없고 예전에는 술을 많이 마셨는데 몸이 안 좋아져서 현재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부산영화제에 가서 정말 즐겁게 마셨다(웃음). 4박 5일 중 3일을 아침 6시에 들어갔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니깐 모든 것들을 놔버리고 즐기게 되는 부분들이 정말 재미있더라.

Q. 2017년은 어땠나

배우로서 사춘기(?) 같은 느낌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전진할 수 있는 배우로서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회사도 얼마 전 새로 들어갔는데 그전 소속사와 사이가 안 좋아서 헤어진 것이 아니라 좋은 관계인데도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가지고 싶어서 결정을 했던 것이다. 앞으로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2018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독자분들도 남은 2017년 잘 마무리하시고 행복한 2018년이 되길 바라겠다.

에디터: 김민수
포토: 이관형
의상: 마무트(MAMMUT), 스카티 스켈리, 비오비, 지니프
슈즈: 아식스타이거, 라파엘레 다멜리오
아이웨어: 룩옵티컬
시계: 잉거솔
헤어: 수퍼센스에이 노혜진 부원장
메이크업: 에이바이봄 유정 디자이너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