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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사강 “주위에 적극 권장하고 싶을 정도로 내 직업 만족도 높아”

2017-12-18 17:23:17

[마채림 기자] 뜻하지 않게 남성의 분포율이 높은 직업군 중 하나인 감독. 다소 투박하고 거친 이 세계에서 오밀조밀한 외모와 여성스러운 몸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여성 감독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2002년 감독 데뷔 당시 풋풋하고 청초한 이미지로 소녀 같은 매력을 자아내며 배우보다 예쁜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이사강. 그간 쉼 없이 달려오며 수많은 뮤직비디오와 CF, 단편 영화 등을 제작해온 그에게 이날 화보 촬영은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이슈였다.

주위에 뮤직비디오 혹은 CF 감독에 뜻을 품은 사람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전하던 이사강의 근황과 일상,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봤다.

Q. 먼저 화보 촬영 소감 부탁드린다.

평소 사진 찍힐 일이 많이 없는 데다 화보 촬영이 오랜만이어서 조금 낯설었다. bnt 화보야 워낙 예쁘게 나오지 않나. 사진작가님과 보정을 믿고 자신 있게 임했다.

Q. 최근 어떻게 지냈는지

최근 늘 하던 뮤직비디오, CF 작업을 꾸준히 했다. 지난달과 이번 달에는 친구이자 감독인 나오코 타지마와 한일 공동 제작 단편 영화를 찍기도 했는데 오랜만의 영화 작업이라 재미있었다. 네슬레 후원의 킷캣 플래그십 스토어 브랜드 필름 ‘만날 때까지’라는 단편 영화이며 아시아나 영화제와 일본 도쿄 숏쇼츠 필름 페스티벌 초청작이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됐는데도 불구 조회 수가 높아 기대 중이다.

Q. 직업에 대해 소개하자면

뮤직비디오와 CF, 단편 영화 등을 찍는 감독이다. 쉽게 말해 많은 스타들과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 오늘 화보 작업을 한 것처럼 그들을 빠르게 포착해 가장 멋진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도와주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주로 아이돌 그룹과 작업하고 있다.

Q. 중앙대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 영국 런던필름스쿨에서 영화학을 전공한 뒤 세인트마틴스미술대학원에서 미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영화학을 전공하기 전까지는 배우가 목표였나

아니다. 학과에 연기와 연출 전공이 같이 있다. 처음부터 연출 전공을 생각했고 연기를 굉장히 못해 자질이 없다는 걸 원래부터 알고 있어서 연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Q. 얼마 전 ‘비디오스타’에 출연해 드라마 ‘가을동화’ 캐스팅 비화를 들려줘 연기에 뜻이 있었나 했다.

확고하게 관심이 없었고 연기를 할 만한 성격이 못 된다. 나와 작업을 하는 아이돌 친구들의 경우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끼를 부리고 싶어 하는데 나는 그런 게 없다. 나 나름대로 개성이 강한 사람임에도 막상 주목받으면 부끄러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스타일. 성격 자체가 스태프 쪽에 더 맞는 것 같다.

Q. 언니가 이도이 디자이너다. 자매가 모두 예술 계통에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예술 쪽에 조예가 깊었나

그렇다. 어렸을 때 언니와 같이 인형을 가지고 놀면 언니는 인형 옷을 만들어주거나 머리를 커트하는 등 꾸며주는 걸 좋아했다. 반면에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그 이야기를 노트에 적거나 녹음하며 극을 완성하는 걸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부분이 극명하게 달랐던 것 같다.

Q. 부모님의 특별한 교육법이 있었다면?

아빠가 작가를 꿈꿔 국문학을 전공했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지만 졸업 이후 다가올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염려로 전공을 바꿔 치과의사가 됐다. 우리 세대에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도 생활이 가능한 세대가 왔다고 생각하셨는지 적극적으로 밀어주셨다.

Q. 예술적인 감각은 누구를 닮은 것? 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해도 되는지

아무래도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어머니 또한 예술적인 감각이 있는 편이지만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Q. 뮤직비디오, CF 감독 업무는 어떻게 진행되나

쟈니브로스라는 프로덕션 회사에 소속돼있다. 첫 직장이라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같은 친구들과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서로 뜻이 잘 통해 일의 진행이 빨라 만족스럽다. 우리 회사에는 주로 뮤직비디오 일이 참 많은데 먼저 노래를 듣고 나서 시안을 짠다. 가끔은 클라이언트나 작곡가가 원하는 시안이 있을 때 그에 맞춰 기획하기도 한다.

시안을 기획하는 시일은 통상 열흘 정도 소요되고 촬영은 보통 밤새워 하루 동안 찍거나 이틀 걸려 마무리하기도 한다. 후반 작업은 열흘 정도 소요된다. 사진과 마찬가지로 영상 또한 얼굴에 결점 하나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깝게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뮤직비디오를 보며 열심히 캡처하는 팬들을 위해. (웃음)

Q. 하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보통 한 달이 걸린다고 생각하면 되는지

그렇다. 그런데 급하게 마감해야 하는 일은 2주 안에 모든 과정을 끝내기도. 그렇게 되면 밤새워서 작업하곤 한다.

Q. 직업에 대한 만족도

굉장히 높다. 뮤직비디오 감독이나 CF 감독을 하고 싶다는 친구가 있다면 적극 권장할 거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거니와 어떤 예산이나 차원을 뛰어넘어 최선을 다하게 되는 특유의 책임감이 발휘되는 직업이다. 그 덕분에 힘든 상황에도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다. 힘든 부분이나 현실적인 문제들을 초월할 정도로 책임감이 생기는 직업이라 정신적인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것 같다.

Q. 감독 이외에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관련 직종으로는 세트장을 설계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관련 직종밖에 몰라 다른 직종에는 관심을 못 둬봤다.

Q. ‘비디오스타’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방송 출연도 꾸준히 할 계획?

출연 이후 연락이 몇 번 오긴 했는데 위에서도 언급했듯 연예인스러운 성격이 없어 힘들었다. 같이 출연한 분들이 괜찮냐고 물을 정도로 사시나무처럼 떨다 왔다. 불쌍할 정도로 떨었다고 하더라. (웃음) 집에 돌아와 ‘나는 정말 연예인은 못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에서 다른 이야기나 내 의견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직접 해야 하는 게 부끄럽고 떨렸다. 같은 회사 홍원기 감독님이 먼저 출연하신 뒤 내가 나간 거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 정도일지는 몰랐다.

Q. 출연하고 싶은 다른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전문 프로그램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내 이야기를 하는 건 쑥스럽지만 영화나 뮤직비디오에 관련된 전문 프로그램에서 내 의견을 내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내 분야와 관련이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출연할 의향이 있다.

Q. 취미나 특기도 궁금하다.

동영상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한다. 평소에도 개인적인 동영상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곤 한다. 요즘에는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아져 국가고시에 응시, 1차인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전형인 실기는 현재 공부 중이다. 스케줄이 많을 때 메이크업 공부를 병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워낙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아 몇 달 넘게 수학 중이다.

Q. 인스타그램을 보니 고양이를 기르는 것 같던데

너무 예쁘고 귀여운 조그만 고양이다. 요즘에는 왠지 우리 고양이가 천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에는 고양이가 내게 말을 거는 꿈을 꾸기도 했다. 옹알이하듯 내 이름을 부르더라. (웃음)

Q.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과 국가고시 응시는 단순한 성취욕 때문? 아니면 이를 바탕으로 다른 일을 하기 위한 것?

충동 공부였다.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아 혼자 해오다 조금 더 잘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 충동 공부를 시작했다. 메이크업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인데다 K뷰티가 붐이지 않나. 옷을 여러 벌 사는 건 돈이 많이 들고 단 몇 벌 만으로 갑자기 스타일리시해지는 게 어려운 데 비해 메이크업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스러워질 수 있어 매력적이다. 아는 만큼 예뻐지기 때문에 참 재미있는 것 같다.

과거 엘르 뷰티 에디터를 하며 메이크업 제품 종류가 많아졌다. 그때만 해도 뷰티를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하다 보니 애착이 생기더라. 화장품이 워낙 많아 우리 집에 오는 모든 친구들에게 기념품처럼 나눠주기도 하고 직접 화장도 해준다. (웃음)

오늘도 화보 촬영 이후 일정이 있어 지인들 메이크업을 해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어려웠다. 보통 행사가 있을 때 스스로 메이크업을 할 만큼 많이 배웠고 주변 사람들 메이크업까지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을 갖췄다. 돈은 전혀 벌지 못하지만 굉장히 인기 많은 사강 뷰티숍을 운영하고 있다. (웃음)


Q. 화려한 연예계 인맥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을 꼽자면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고 나면 대부분 친해진다. 한 곡을 하는 게 아니라 계속 같이 하기 때문에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작업한 그룹의 경우 더욱 친하다. 요즘엔 아이돌 그룹 연령대가 점점 낮아져 친구라는 개념에서 멀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언니, 누나였다면 지금은 부정할 수 없는 감독님의 위치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Q. 가장 편하거나 오래 보고 지낸 아이돌 그룹

나인뮤지스. 데뷔 때부터 쭉 봐왔던 그룹이라 오래됐다. 얼마 전 결혼을 하기도. 요즘에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인 ‘더 유닛’, ‘믹스나인’에 출연 중인 친구들이 많아 비수기다. (웃음)

Q. 몸매 관리 비결은

확실히 살이 찌는 체질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다이어트가 필요한 직업이 아니다 보니 열심히 관리해야 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가수들의 경우 뮤직비디오 찍기 전 보름 동안은 아무것도 안 먹고 온다고 하더라. 나는 그런 위치는 아니라 그런 혹독한 다이어트를 하진 않는데 스태프들의 말을 들어보면 내가 물을 비롯한 각종 음료를 굉장히 많이 마신다고 하더라.

겨울에는 추우니 많이 마시고 여름엔 덥다는 이유로 많이 마시는 편. 남들에 비해 물 소비량이 월등히 높다. 물을 많이 마시면 기초 대사량이 높아지고 피부도 좋아진다고 하지 않나. 아무래도 그런 도움을 받는 것 같다.

Q. 이상형은 어떤가

나와 코드가 잘 맞고 센스 있는 사람. 어떤 얘길 해도 재미있게 받아치는 사람이 좋은 것 같다.

Q. 연인, 배우자로서 특별히 원하는 직업군은?

같은 감독일 필요는 없지만 비슷한 계통인 분이 좋을 것 같다. 내가 제일 잘 알고 관심을 많이 두는 분야다 보니 함께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Q. 결혼은 언제?

결혼 생각이 전혀 없다. 마치 유행처럼 회사 사람들이 모두 줄줄이 결혼을 했다. 다 가고 나만 안 갔는데도 아직 생각이 없다. 지금쯤 되니 혼자서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내년부터는 혼자 사는 그림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야 하나 싶다.

Q. 하는 일이 워낙 많으니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

그렇기도 하다. 평소 외롭지도 않고 오래 봐오던 사람들과 작업하다 보니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내년에는 가르치는 일도 해보려 한다. 이번에 단편 영화 찍은 게 괜찮아서 그 작업을 연결해 하나 더 하게 될 것도 같다. 전체적으로는 지금과 비슷할 테지만 조금의 변화를 두려고 한다.

Q. 호흡이 긴 영화는 계획하고 있지 않은지

그간 계획만 오래 했다. 내년이나 내후년이 되기 전에는 실행에 옮기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함께 일하는 쟈니브로스 식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

능력 있는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참 좋은 것 같다. 연말이 되어가니 새삼 모든 것을 되돌아보며 감사함을 느낀다. 서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 너무 좋다. 감사하다는 마음이 커지면 행복해지는 것 같다. 감사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불평이 늘 수 있겠지만 연말인 만큼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모두 더 행복해질 거라 생각한다.

에디터: 마채림
포토: 김태양
의상: 피스비사라, FRJ jeans, 유니케, 프리뷰
슈즈: 섀도우무브(SHADOWMOVE)
주얼리: 티아도라
선글라스: 프론트(Front)
헤어: 작은차이 제레미 실장
메이크업: 작은차이 유림 부원장
장소: 쇼위플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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