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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훈 “새해 목표? 대중 앞에 모델 아닌 연기자로 서는 것”

2018-01-19 17:39:18

[허젬마 기자] “올해는 한국이든 어느 나라에서든 연기자로서 대중 앞에 서는 게 목표예요. 아직까지 타이틀은 모델이지만 2018년에는 연기에 좀 더 포커스를 두고 활동을 펼쳐나가고 싶어요”

구렛나루부터 턱수염까지 이어지는 친커튼 수염이 트레이드 마크인 모델 이정훈. 2009년 스물 여섯 살이라는 꽤 늦은 나이에 모델계에 입문해 쟁쟁한 모델들 사이에서 철저한 자기관리로 한국을 비롯한 홍콩, 중국 등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던 그가 이제는 다시 연기자로서의 도약을 위해 신발끈을 고쳐매는 중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연기자로서 조금씩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의 롤모델은 생활밀착형 연기의 대가인 배우 송강호. 상남자 이미지이면서 취미가 피아노 연주인 그에게는 아직 못다 보여준 모습이 많다. 앞으로 런웨이가 아닌 브라운관에서 연기자로서 펼쳐나갈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Q. 화보 소감

스모그를 연출한 마지막 컷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다들 옆에서 잘 도와주신 덕분에 즐기면서 재미있게 잘 촬영한 것 같다.

Q. 평소에 즐겨입는 패션 스타일

원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수트 차림이다. 그런데 내가 외모가 좀 강하게 생긴 편이라 그런지 수트를 입고 다니면 주변에서 왜 이렇게 꾸미고 다니냐고들 하더라. 그래서 평소에는 그냥 트레이닝 복을 입고 다닌다. 그래도 중요한 약속이 있거나 포멀한 자리에는 꼭 수트를 입는다.

Q. 수트는 몸매 좋은 남자의 특권 아닌가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나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게 운동인데 아침에 한번, 밤에 한번 매일 두 번씩 꼭 간다. 이런지 꽤 오래돼서 이제는 이틀 정도 빠지면 불안하다.

Q. 굉장히 부지런한가 보다

글쎄. 생활이 좀 규칙적이긴 하다. 보통 12시쯤 자서 새벽 4시에 일어나니까 평균적인 수면시간이 4시간 정도 된다. 밤에 몇시에 잠이 들든 꼭 새벽 4시가 되면 눈이 떠지더라. 그럼 일어나서 커피도 내려마시고 이것 저것 하다가 6시에 운동을 가서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 정도 운동하고 돌아온다. 이런 생활을 한지가 거의 10년 정도 돼서 이제는 습관으로 굳어진 것 같다.

Q. 의외다. 외모에서 풍겨지는 이미지(?)와는 다르다

사실 내가 생긴 것 때문에 손해 보는 스타일이다(웃음). 사람들은 내가 술을 되게 자주 마시는 줄 아는데 실제로는 한 달에 한 번 마실까 말까 하는 정도다. 나가 노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사실 이런 습관이 자리잡힌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내가 남들보다 데뷔를 늦게 한 편이라 그들과 똑같이 노력해서는 안 될 것 같더라. 또 어렸을 때 운동을 해서 그런지 원래는 몸이 좀 운동선수 체형이다. 남들보다 더 관리가 필요한 몸인 거지. 그래서 술자리에 가더라도 남들 술 마실 때 나는 혼자 그냥 물 마시거나 차라리 밥을 먹는다.

Q. 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것 같다

내가 운동 외에는 자기관리하는 게 별로 없는데 이런 수염을 물려주신 아버지께 정말 감사하다(웃음). 내 캐릭터에서 빠지면 안 되는 존재다. 나처럼 턱선을 따라 쭉 난 모양을 가리켜 친커튼 수염이라고 하던데 덕분에 패션이나 헤어스타일 외에 내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Q. 처음 모델로 데뷔하게 된 계기

어렸을 때 우연히 쇼핑몰 모델 일을 하게 됐다. 모델의 ‘ㅁ’자도 모르던 내가 처음으로 피팅모델이란 걸 하게 됐는데 이왕 시작한 거 나름대로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쇼핑몰 남자모델 시장에서 나름대로 좀 알려질 만큼 크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친구들과 모여있는 자리에서 현역 패션모델로 활동하는 분 입에서 쇼핑몰 모델을 무시하는 발언을 듣게 됐다. 이후로 몇 차례 비슷한 상황을 겪고나자 오기가 생기더라. 그 후 준비를 해서 모델 세계에 입문해 2009년 스물 여섯 살에 데뷔를 하게 됐다.

Q. 어려서부터 모델을 꿈 꾸거나 하진 않았나

전혀 아니다. 어려서는 사실 운동선수가 꿈이었고 대학에서는 실용음악과 재즈피아노를 전공했다.

Q. 반전이다. 여러 재능이 있었나 보다

그런 건 아니고 원래는 중학교 때부터 복싱을 했는데 중간에 부상을 당해 쉬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재즈카페에서 한 맹인 분이 피아노 치시는 모습을 보게 됐는데 너무 멋있어 보이는 거다. 어치파 재활하는 중이라 운동도 못하니 취미로 피아노나 배워볼까 하고 시작했던 게 푹 빠져서 입시까지 준비하게 됐다.

Q. 근성이 대단하다. 지금도 피아노를 치나?

그냥 근성이라기보다는 승부욕이 좀 강한 편이다. 피아노는 지금도 자주 친다. 피아노만 세 대다.

Q. 활동을 하다보면 원치 않는 공백기를 겪게 되기도 할 텐데

이미 워낙 긴 공백기도 가져보고 해서 이제는 공백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방황은 없다. 그리고 평소에 즐기는 활동들이 많아서 딱히 공백기랄 것 없이 바쁘게 지내는 편이다. 운동이나 피아노를 중심으로 드라이브도 좋아하고 계절 스포츠도 즐기는 편인데 남들이 보기엔 노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이 모든 경험들이 다 연기자로서 도움이 되는 경험이라 생각해 자기계발 혹은 수련의 시간이라 여긴다. 훗날 이러한 경험이 필요한 연기를 하게 될 때 몰입도를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Q. 외국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향수나 슬럼프도 많이 겪었겠다

엄청났다. 다른 것보다 영어 때문에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홍콩에 갈 때 정말 ‘쏘리’, ‘땡큐’만 알고 갔거든. 일할 때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니 오디션에서도 최종까지 갔다가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홍콩은 일할 때 매니저가 따라붙지 않는 시스템이다 보니 더 힘들었지. 고향도 그립고 친구도 너무 그리웠다.

Q. 힘들었겠다. 어떻게 극복했나?

그런데 내가 또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웃음). 독하게 마음 먹고 영어공부에 매진했다. 정신없이 공부하다 보니 향수를 느낄 겨를도 없더라. 그러다 보니 일도 따내고 하면서 점차 괜찮아졌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모 화장품 브랜드의 월드와이드 인터내셔널 광고를 홍콩에서 찍게 된 적이 있는데 당시 내가 운 좋게 CF 주인공의 남자친구 역할을 맡게 됐다. 그 중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무대에서 멋있게 피아노를 치며 여자에게 고백하는 신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바라봐줘야 하는 신이었다. 어떻게 좀 사람들을 모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피아노 앞에 앉았는데 왠지 모르게 아리랑이 치고 싶더라.

나름 재즈피아노 전공이다 보니 아리랑을 재즈 버전으로 바꿔 갑자기 즉흥 연주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누가 노래를 따라 불렀다. 알고 보니 홍콩에 여행 온 한국 관광객이었는데 내 연주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더니 거기 있던 몇몇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 상황을 지켜보던 감독님이 그대로 슛을 들어가 촬영을 했더라.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나름 국위선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그 날 나름 뭔가를 한 것 같아 뿌듯해서 그 기억이 오래갔다.


Q.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섬세한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있다. 요리도 좋아해서 집에서 자주 해 먹기도 하는데 사실 해주는 걸 더 좋아한다. 특히 김치볶음밥은 가장 자신 메뉴인데 나만의 레시피가 있다. 또 집에서 요가도 하고 요새는 캔들 만드는 걸 배워볼까 생각 중이다. 이런 내 모습 때문에 간혹 성적취향을 오해 받기도 하는데 나는 정말 여자를 좋아한다(웃음).

Q. 연애스타일이 궁금하다

원래는 한 여자한테 빠지면 좀 올인하는 스타일이었다. 연애기간도 길고. 그런데 최근 몇 번 상처를 받으면서 그냥 자유롭게 즐기자는 주의로 바뀌었다. 그런데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상황만 허락하면 가능한 빨리 결혼을 하고 싶다. 더 이상 여러 사람한테 감정소모를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좀 일이든 사랑이든 하나만 파는 스타일이라 이제 어린 나이도 아니니 내 감정을 한 사람에게만 쏟고 싶다.

Q. 이상형

사람들은 내가 눈이 높을 거라 생각하는데 정말 그렇지 않다. 특히 서른 중반이 되고 나니 대화가 안 통하면 호감이 아예 생기질 않는다. 어렸을 땐 나도 얼굴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에게 당연히 시선이 갔지만 모델일을 하고 나서부터는 늘상 멋있고 예쁜 사람들을 보다 보니 무뎌진 것도 있다. 몸매가 글래머러스 하다거나 얼굴만 예쁜 거 말고 이제는 대화를 할 때 공통점이 있고 생각의 방향이 일치하는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Q. 그래도 외모와 몸매 중 하나만 꼽자면

아무래도 내가 운동을 오래 한 사람이다 보니 얼굴보다는 몸매에 호감이 간다. 얼굴은 사실 수술로도 충분히 바꿀 수 있지 않나. 몸매도 물론 그런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자기관리의 지표가 되는 셈이니. 그런데 그 몸매란 게 글래머러스하거나 그런 몸매를 말하는 게 아니라 자기 체형에 맞게 자기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Q. 결혼하면 가정적인 남편이 될 것 같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부모님을 보시면 그럴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잘 하시는 편이라(웃음). 그리고 내가 고2때 서울에 올라와 그때부터 혼자 살기 시작해서 외로움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가정이 생기면 애착이 클 것 같기는 하다.

Q. 모델이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최근에 비슷한 생각을 해봤었는데 아마도 음악을 계속 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인생을 살면서 이 악물고 했던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음악, 그러니까 피아노였다. 사실은 아직까지도 못 놓고 있다. 모델이 돼서도 촬영에 들어갈 때 주어지는 시놉을 본 뒤 머릿속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음악을 상상하면서 촬영을 하곤 한다.

Q. 가수가 될 생각은 안 했나?

사실 준비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스스로 판단했을 때 내 가창력이 그만한 달란트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웃음).

Q. 이정훈을 행복하게 하는 세 가지를 꼽자면

부모님, 음악, 그리고 승부욕? 부모님은 어려서 사고를 너무 많이 쳐서 아직도 죄송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 이제는 정말 좋은 거 많이 해드리고 싶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열심히 살자는 게 내 인생 목표이기도 하다.

Q. 조금씩 연기활동을 펼쳐가고 있는데 배우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송강호 선배님. 정말 선배님의 작품은 매번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이게 정말 사람이 어디까지 빠져야 저런 연기가 가능한가 싶은 생각이 든다. 심지어 난 연기를 하면 안 되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 정도니 말이다. 내가 지향하는 생활연기를 누구보다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것 같다. 정말 심하게 존경하는 롤모델 선배님이다.

Q. 앞으로 활동 계획

작년까지 중국에서 연기활동을 하다가 국가 간 문제로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올해는 한국이든 어느 나라에서든 연기자로서 대중 앞에 서는 게 목표다. 아직까지 타이틀은 모델이지만 2018년에는 연기에 좀 더 포커스를 두어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활동을 펼쳐나가고 싶다.

에디터: 허젬마
포토: 윤호준
의상: 쥬욕(ZOOYORK), BOB, 트렁크프로젝트, 포튼가먼트
슈즈: 부테로
아이웨어: 프론트(Front)
헤어: VT101 소룡 디자이너
메이크업: VT101 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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