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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법 노래 좀 부르는 : 명품 보컬 더 레이

2018-02-05 11:06:32

[김민수 기자]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더라. 12년째 한결같은 목소리로 감동을 전하고 있는 명품보컬 더 레이의 음악을. 조용하거나 혹은 잔잔했던 그의 음악과는 별개로, 사실 필자에겐 이렇다 할 그의 인상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13년차 가수 더 레이의 모습은 반전이었다. 묵묵할 것만 같던 그는 왁자지껄 목소리를 높이며 ‘와하하하’ 크게 웃거나 어느 정도 농담도 잘하며 삶에 대한 고민도 깊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음악 작업으로 보낸단다.

그는 확실히 변해 있었다. ‘곧 좋은 음악을 들려줄 것’이라며 스스럼없이 말하던 그가 밉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그와 마주 앉아 꽤나 깊은 이야기를 나눴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Q. 첫 화보, 어땠나

데뷔 이후 처음이다. 걱정도 많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많이 되더라. 그래서 후배 가수들 화보도 참고 하면서 이것 저것 찾아봤는데 오늘 정말 재미있었고 편하게 작업했다. 다들 감사하고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하고 싶다(웃음).

Q.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13년차 가수이지만 아직 뭔가 제대로 해본 것 같지 않는 느낌이다. 계속 쉰 것 같은 느낌(?) 사람마다 있지 않나. 음악적인 부분도 그렇고 비주얼적으로도 나에게 가장 없었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충격을 받고 독하게 다이어트를 했다. 7주 만에 22kg 정도 뺐나?(웃음) 사람들이 놀라더라.

그리고 요새 곡 작업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 거의 일주일 동안 작업실에 있는데 무슨 공장처럼 3~4곡 씩 나온다. 나중에 들으면 깜짝 놀랄 것이다.

Q. 다이어트한 후 에피소드가 있다고

예전에 KBS 예능 ‘불후의 명곡’ 녹화 당일 현장에서 정동하 선배님을 뵌 적이 있었는데 갑자기 나에게 별일 없냐고 물으시더니 살이 너무 빠졌다면서 아픈 거 아니냐고 심각하게 물어보시더라(웃음). 걱정해주실 정도로 아파보였는지 그런 일도 있었다. 사실 노래도 노래지만 일찍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깨달았다.

Q. 본격적인 질문으로 들어가서 ‘명품보컬’ 더 레이, 명곡 ‘청소’라는 곡을 처음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원래는 ‘가슴소리’가 타이틀곡이었는데 당시 피아노만으로 노래를 불렀던 가수가 김건모 선배님 말고는 없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피아노라는 부분과 타이틀도 ‘청소’ 자체가 독특하지 않나(웃음).

그런데 그때는 노래가 좋고 나쁜 것을 떠나서 예전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던 꿈을 이루는 순간인데 얼마나 좋았겠나. 하지만 부푼 마음을 가지고 녹음실에 갔는데 한계에 부딪히게 되더라. 녹음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Q. 지금까지도 ‘청소’를 듣는 이유는

내가 그 노래만 한 달을 녹음했다(웃음). 하루에 9시간 씩 주 5일, 180시간을 한 달 동안 부른 것이다. 힘들었지만 녹음할 때는 고생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리스너들도 알아주더라. 물론 각자 타입이 있겠지만 나도 10분 만에 녹음한 곡이 있는데 들어보면 디테일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Q. 현재 본인도 계속 듣고 있는지

내 노래 중에 안 듣는 노래가 몇 개 있지만 나는 내 노래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일반 가수들은 노래방에 가면 자기 노래 잘 안 부르지만 나는 내가 불러준다(웃음).


Q. ‘청소’를 커버곡으로 부른 가수들도 많던데

나보다 잘 부른다고 생각했던 가수가 나윤권. 윤권이 형은 지금도 나랑 같은 작업실을 쓰는데 정말 잘 부른다.

Q.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은 가수가 있다면

일단 팬시차일드 친구들하고는 전부 하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후배들이고 그 친구들이 트렌드를 움직여주고 있지 않나. 계속 만나보고는 싶은데 아직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하지만 만나서 내 음악을 들려주게 된다면 좋아하지 않을까.

Q. 딘, 크러쉬, 자이언티 등 쟁쟁한 후배 가수들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솔직히 ‘배 아프지 않나’라는 말들을 많이 듣는데 그런 것은 없다. 내가 배 아파할 바에는 차라리 그 힘으로 응원을 해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이외에도 데뷔 동기들 중에 잘 된 가수들 보면 어떠냐는 질문도 많은데 그것도 마찬가지로 난 응원해주고 싶다(웃음).

Q. 동기 중에 누구?

빅뱅(웃음).

Q. 그리고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면

예전에 파일럿 방송으로 KBS 예능 ‘건반위의 하이에나’라든지 tvN 예능 ‘그 녀석들의 이중생활’에 출연하고 싶다. 그리고 ‘나혼자산다’나 ‘무한도전’은 당연히 하고 싶고(웃음) 만약 무도가요제에 나간다면 양세형 씨가 나와 동갑인데 같이 하고 싶더라.

Q. 가수 or 프로듀서

가수이기 전에 프로듀서로서 전향할 수 있는 부분들을 올해부터 해보려고 생각 중이다. 머릿속에 용량 초과가 되면 힘든데 나는 지금 넘쳐난다. 여행을 한번 가야할 타이밍이긴 하지만(웃음) 아직도 가사와 멜로디가 나온다.

Q. 발라드 곡을 써서 주고 싶은 후배들이 있다고

정승환, 한동근 그리고 황치열 형. 나보다 더 잘 부를 것 같다. 지금 몇 곡이 있는데 실제로 곡을 쓸 때 어떤 가수의 성향을 생각해서 쓴 곡도 있고 앞으로 내가 할 음악은 다르지만 발라드 곡은 쓸 계획이다. 그리고 요즘 아이돌 곡도 쓰고 있는데 그룹 세븐틴이나 SF9 같은 음악 스타일이다.

Q. 화제를 바꾸자. 어릴 적 더 레이는?

믿을지 모르겠지만 클래식을 전공했었다. 욕심이 많아 운동선수도 병행하면서 바이올린을 전공했었다. 그리고 댄스까지(웃음) 아침에는 바이올린 낮에는 멀리뛰기 선수 저녁에는 춤추러 다녔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했었다.

Q. 가수의 길은 어떻게

고등학교 3학년까지 댄서생활을 했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우연치 않게 알게 된 작곡가 누나 작업실을 가게 되었다. 김가년 누나라고 예명이 디스코파이터라는 누나다. 그 누나 때문에 가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그리고 이때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도 봤었는데 떨어지기도 했었다(웃음). 그렇게 댄서 생활을 하면서 작업실을 다녔는데 19살 때 내 가이드를 듣고 여러 회사에서 연락을 오더라. 그 중 한 회사와 계약을 한 후 22살 때 ‘청소’란 곡을 발매한 것이다.

Q. 가수 엄정화 백댄서로도 활동을 했다고

지금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서 가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그 당시만 해도 없었다. 그때는 비, 세븐 선배님처럼 백댄서로 데뷔해 가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도 중학교 3학년 때 무작정 댄서 사무실을 찾아갔는데 그 사무실에서 내가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예쁘게 봐주셨는지 운이 좋게 들어가게 된 것이다. 당시 디테일이란 팀이었는데 그 팀이 엄정화 선배님의 Escape란 곡의 댄서 팀이었더라.


Q. 더 레이라는 이름은?

원래 이름이 더 레이가 아니었다. 마왕이란 이름이었는데 그것도 어떤 팀의 이름을 산 것이다(웃음). 느낌이 뭔가 독재적이지 않나. 그런데 아버지가 목회자라 결국 더 레이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름을 The Ray에서 R이 반대(Я)로 바뀌었다. 상징적인 의미로 이름은 그대로지만 내 모든 것들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Q. 음악 그리고 대중성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서 잘 되는 것이 맞는 건지 아니면 대중이 원하는 음악을 하는 것이 맞는 건지 그동안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 자체가 비주류에서 주류로 넘어왔고 또 그 음악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삼박자가 맞으니깐 지금은 정말 행복하다.

처음에는 부정했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내 음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나는 춤을 췄던 사람이기 때문에 발라드는 힘들더라. 하지만 이제는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고 앞으로 다른 모습의 더 레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얼마 전 첫 콘서트를 했는데 정말 잊을 수가 없더라. 그리고 콘서트가 아니더라도 버스킹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 또 트렌디한 국내 가수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작업도 하고 싶다. 올해는 정말 기대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웃음).

에디터: 김민수
포토: 홍도연
의상: 트렁크프로젝트, 멜로이, 바이브레이트
시계: 리복
아이웨어: 프론트(Front)
헤어: 쌤시크 보리 디자이너
메이크업: 쌤시크 모레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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