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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은정 “가늘고 길게 갈 수 있는 ‘방송인’ 되는 것이 목표”

2018-03-27 14:51:15

[이혜정 기자] ‘너와 함께 지내고 싶은 밤,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깜짝 놀랄 만큼 대담한 가사와 귀에 쏙 박히는 멜로디로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클레오의 채은정.

클레오 탈퇴 이후 솔로로 활동하기도 했던 채은정은 어느 틈엔가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 종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눈에 보이지만 않았을 뿐 무작정 도전한 홍콩 활동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자신만의 활동을 꾸준하게 이어갔던 그.

이제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인생 2막을 예고하는 채은정을 만나봤다. 누구보다 밝게 웃는 채은정의 새로운 도전에 큰 박수를 보내며 그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화보 촬영 소감

사진을 찍은 지가 참 오래됐다. 한국에 와서는 프로필 촬영을 간단하게 찍은 것 외에는 처음이라 굉장히 재밌었다. 메이크업이랑 헤어도 다 마음에 들어서 결과물이 기대된다.

Q. 근황

홍콩에서 8년 정도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지 1년 정도 됐다. 한국에서 다시 적응하는 일이 어려웠고 한국에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재기를 할지도 고민이었다. 삼십 대 후반에 접어 들었다 보니 앞으로의 미래도 걱정됐었고. 혼란기를 겪다가 올해 들어 조금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기에 접어 들어 본격적으로 활동에 시동을 건 참이다.

Q. 홍콩으로 활동 반경을 옮긴 계기

당시 클레오에서 탈퇴한 이후 솔로 활동이 성공하지 못하면서 좀 힘들었었다. 나는 내가 솔로로활동하면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날 줄 알았는데 잘 안 된 거지(웃음). 그러면서 좀 힘든 시간을 겪던 차에 홍콩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친구의 말이 우연히 생각이 났다.

사실 어떤 제안이 있던 것도 아니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한국을 떠나고 싶고 이 생활을 벗어나고 싶었다. 당시 계약 기간이 남아있었는데 위약금까지 내면서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홍콩으로 떠났다.

Q. 홍콩에서 굉장히 오랜 시간 체류했는데. 어떤 시간을 보냈나

2008년에 홍콩에 처음 갔는데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이 있다 보니 모델일을 주로 했었다. 사진 촬영이나 광고나 행사 같은 일. 그러다 여자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걸그룹으로 활동을 하기도 했다. 후에 한류가 엄청난 인기를 구사할 때는 한국 미디어 담당으로 홍콩에 있는 현지 에이전시에서 직원으로 2년간 일을 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바로 방송 일을 하진 않았다. 직장 생활을 했었다.

Q.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홍콩에서 어떻게 활동의 물꼬를 텄는지

처음 갔을 땐 잘 곳도 없었다(웃음). 길을 걷다 아무 에이전시에나 들어가서 유튜브로 한국에서 활동한 내 모습을 보여주며 홍보를 했다. ‘나 한국에서 활동했던 가순데 한달만 써보고 돈이 되면 나 받아줘’라고 말했다(웃음). 그러면서 잘 곳을 마련해 달라고 했지. 한참 회의를 하더니 한 달만 같이 해 보자고 했다. 한달 후에 내 활동이 마이너스면 돌아가고 돈이 좀 되면 받아주겠다고.

Q. 한 달 후 채은정이 보여준 결과물은

엄청 돈을 많이 벌었다(웃음). 음식 광고를 휩쓸었다. 내가 가장 잘 하는게 웃는 거, 통통 튀는 그런 이미지인데 그런 성격과 콘셉트가 당시 홍콩에서 잘 먹혔던 것 같다. 먹고 마시는 광고들은 내가 휩쓸었다. 오디션 경쟁률이 굉장히 높았는데 오디션에 가는 족족 붙었다. 피자헛, 맥도날드, 코카콜라… 큰 광고를 꿰찼다. 이런 게 한달 만에 이뤄낸 결과다. 당시만 해도 한국이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던 때라 내가 더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내가 또 열심히 하기도 했고(웃음). 그렇게 긍정적이고 열심히 하는 이미지를 쌓은 게 1년이 되고 2년이 되다 보니 더 활발하게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때 홍콩에서 1년 동안 번 돈이 가수 활동 10년을 하면서 번 돈보다 더 많았다.

Q. 그렇게 잘 나가던 홍콩 활동, 접은 이유는

속된 말로 뽑아 먹을 건 다 뽑아 먹었다(웃음). 광고 모델로도 걸그룹으로도 활동을 할 만큼 했더니 더는 보여줄 게 없었다. 외국이다 보니 언어적인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홍콩에서 지낸 마지막 2년간은 연예인이 아닌 한 에이전시에서 한류 행사를 주관하는 직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드가 터져 더는 한국과 관련한 일이 없게 돼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고.

Q. 홍콩 생활을 접고 한국에 온 뒤 바로 연예계에 복귀하지 않았는데

홍콩에서 하던 일을 접고 2016년 한국으로 돌아올 때부터 다시는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왔다. 너무 오래 이쪽 일을 하다 보니 지겨웠다. 하지만 다시 방송 쪽 일을 시작하고 보니 어쩌면 그때의 내 마음속에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내가 설 자리가 있을까’ 등의 불안함, 두려움…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방송일을 할 생각조차 못 하고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는 큐레이터 일을 배웠었다.

6개월 정도 그림 공부도 하고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나와 맞지 않더라(웃음). 나는 좀 흥이 있고 활발한 사람인데 갤러리 일은 너무 정적인 일이라… 그러다 친한 언니였던 지금소속사 대표님을 만나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Q. 오랜 시간 외국에 있다가 한국에 왔으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겠다

막상 방송일을 다시 하고 싶어서 예능인을 전문으로 키우는 소속사도 컨택을 해 보고 예전에 알았던 지인들을 수소문해 다시 활동을 재개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때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애매해” 였다. 지금 내 나이나 이미지, 외모, 활동 경력 등 전부가 애매하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그렇게 낙심하던 차에 지금 대표님을 만나 나름대로 활동에 기지개를 켜는 중이니 앞으로 더욱 잘 적응하고 활동할 일만 남은 것 같다.

Q. 90년대를 풍미한 클레오의 멤버였는데. 원래 꿈이 아이돌이었는지

사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길거리 캐스팅이 된 케이스다. 처음 합류하게 된 건 핑클이었다. (이)효리 언니가 들어오기 전에 그 자리로 녹음까지 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가수가 꿈도 아니었고 워낙 어린 나이인데 매일 놀지도 못하고 연습을 하고 녹음을 하고… 자유가 없다 보니 그때는 다 하기가 싫었다. 놀러 다니면서 연습 펑크를 많이 내기도 했다(웃음).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빠지게 됐는데 핑클이 잘되지 않았나. 그러면서 그때부터 꿈이 아이돌이 됐다(웃음).

Q. 최근 소식을 좀 들어보자. 교수님이 됐다고 하던데. 어떤 강의를 하나

가수 홍보, 마케팅이란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첫 강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우게 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Q. 운동 쪽으로도 취미가 있어 보인다. 필라테스 자격증을 준비 중이라고

이제 자격증 취득 막바지 단계다. 요가를 7년 정도 했었고 그 후에 필라테스를 3년 정도 했는데 정말 좋았다. 오래 운동을 하다 보니 욕심이 좀 생겨서 필라테스 자격증이 건강한 전문 방송인 이미지를 구축할 때도 어느 정도 플러스가 될 것 같아서 열심히 준비 중이다. 하루에 4시간씩 매일 연습하고 공부하면서 준비 중이다.

Q. 데뷔 한 이래 한결 같은 미모와 몸매가 눈에 띈다. 특별한 관리법이 있다면

운동만 한다고 해서 젊어지거나 어려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유전적인 게 큰 것 같다. 감사한 일이지만 아빠나 삼촌들만 봐도 너무 어려 보이신다(웃음). 그래서 내가 결혼을 못 하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소개팅을 나가도 다 우리 아빠나 삼촌보다 나이가 많아 보인다(웃음).

Q. 아버지가 성형외과 의사라고. 연예인 활동에 대한 반대가 엄청났을 것 같다

워낙 보수적인 집이다. 삼촌도 법조계 쪽에 많이 계시고 할아버지도 의사시다. 아버지도 의사고 남동생은 약사다(웃음). 나만 돌연변이다. 공부는 워낙 어릴 때부터 관심이 없어서 공부 쪽으로 뭘 기대하시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연예인 활동에 대한 반대는 있었다.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렀다 보니 그래도 이제는 많이 응원해 주시는 편이다. 또 나 아니면 우리 집에 웃을 일이 뭐가 있겠나(웃음). 내가 집안의 마스코트로 지내고 있다.

Q. 데뷔 후 첫 연기 도전을 했다고 했는데 어렵진 않았나

처음으로 연기 도전을 독립 영화로 했다. 남자 주인공이자 감독이자 연출이 잘 아는 동생이라 함께 하게 됐다. 커피를 마시다가 여자 주인공을 못 구하고 있다길래 해 보고 싶다고 내가 먼저 제안했다. 그 친구가 연기를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길래 나를 가르치면서 같이 해보자고 했지(웃음). 참 어려운 작업이긴 했다. 연기한 내 모습이 아직은 참 창피하고 차마 못 보겠더라. 사실 힘들다기보다는 내가 이렇게 연기를 못 한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나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갈 길이 멀구나 싶다(웃음).

Q.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

최시원 씨. 여자 캐릭터가 망가지거나 웃음을 줄 때 그걸 잘 받쳐주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나와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고(웃음). 코믹한 연기를 참 잘 하는 것 같아서 좋게 보고 있다.

Q. 맡고 싶은 작품 혹은 캐릭터

시트콤 같은 걸 해 보고 싶다. 좀 재미있고 웃긴? 엉뚱한 캐릭터.

Q. 도전하고 싶은 분야

결혼?(웃음).

Q. 결혼과 연애, 굉장히 하고 싶은가 보다

연애, 결혼 그런 거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웃음). 중간중간 썸을 탄 적은 있지만 연애를 안 한 지가 4, 5년 정도 됐다. 누굴 만나려면 좋아야 하는데 좋아지지 않더라. 20대 때는 다 좋아서 문제였는데 말이다(웃음).


Q. 클레오 활동 당시 인기가 높지 않았나. 남 부럽지 않은 연애를 했을 것 같은데

그때는 아무래도 걸그룹으로 활동을 하고 연예인이란 직업이었다 보니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웃긴 이야기지만 나는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남자친구가 끊긴 적이 없다(웃음). 그런데 삼십 대 들어와서 연애를 못 하고 있으니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얼마 전에 생일이었는데 그 날도 운동하고 잤다(웃음).

Q. 이상형

이상순 씨? 그런데 내가 이효리가 아니네(웃음). 가정적인 남자 좋아한다. 경제력 아예 없는 남자 좋아한다(웃음). 내가 능력을 만들어서 남자를 먹여 살리고 싶다. 남자는 나만을 위해서 무언갈 해 주고 나와 모든 걸 같이 하고 그런 스타일을 원한다.

Q. 롤모델

이유리 씨. 그분의 모든 게 참 부럽다. 결혼도 하셨고 연기력으로도 인정받고 홈쇼핑으로도 잘 나가시지 않나(웃음). 광고도 하시고 예능 MC도 하시고. 멀티플레이어처럼 활동하는 그 모습을 닮고 싶다.

Q. 연예계 생활 속에서 힘이 되는 동료

친구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다 사라졌다(웃음). 연락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내 나이가 또 결혼적령기를 넘어섰다 보니 주변 지인들이 다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는 중이라 만나기가 어렵다. 그나마 베이비복스의 (간)미연이와 간간이 연락을 하고 있다. 같이 싱글이라 그나마 연락이 되는 편이다. 황보 언니와도 친한 편인데 요즘엔 서로 바빠서 보기가 어렵다. 둘 다 워낙 정신없는 스타일이라 자주 보기가 힘들다(웃음).

Q. ‘미투운동’에 대한 생각

처음에는 굉장히 놀라웠고 내가 활동할 당시인 예전을 생각해 보니 그때도 참…어떻게 보면 그때가 참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여자 연예인들이 홛동하기 참 힘든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입 밖으로 낼 수도 없어서 묻혀있던 일들이 요즘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분위기를 응원하게 됐다.

Q. 앞으로 어떤 수식어가 갖고 싶은지

얇고 길게 가고 싶어서 ‘방송인’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싶다. 다른 수식어는 약간 부담감이 있다(웃음). 채은정을 불러다 놓으면 뭘 해도 기본은 가는, 그런 이미지가 갖고 싶다.

Q. 활동계획

운동 쪽에 집중하고 있다 보니 운동을 하면서 들을 수 있는 음원 발표를 예정 중이다. 초여름쯤 선보일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맡은 강의 일도 꾸준하게 해 보려고 한다.

Q. 2018년 목표

이제 다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다 보니 내 이름만 검색해도 사실 예전 사진, 자료가 참 많다(웃음). 옛날 사람 느낌? 클레오의 채은정, 옛날 사람 그런 이미지 보다는 그냥 채은정으로 인정도 받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고 싶다. 연애도 좀 하고 싶고(웃음).

에디터: 이혜정
포토: 홍도연
의상: FRJ Jeans, 더애쉴린, BARREL
시계: 오바쿠
슈즈: 모노톡시
선글라스: 프론트(Front), MCM
헤어: 정샘물 이스트 주다흰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이스트 김민서 팀장
장소: 미쿡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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