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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혁 “나에게 ‘너목보’란? 많은 길 열어준 인생의 터닝포인트”

2018-04-02 16:28:11

[허젬마 기자] “정말 열심히 해서 ‘제 2의 황치열’이라는 수식어대로 되고 싶어요.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언젠가는 저도 누군가에게 ‘제 2의 차혁’이라는 수식어를 줄 수 있는 가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5’ 워너원 편의 우승자로 이름을 알린 신인가수 차혁. 그는 방송 후 붙여진 ‘제2의 황치열’을 넘어서 누군가가 ‘제 2의 차혁’으로 불려지기를 꿈꾸고 있다.

두 번의 데뷔와 오랜 무명시절을 지나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그. 갑작스러운 관심이 아직은 얼떨떨하고 낯설면서도 어딘가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이 느껴진다. 그것이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당당함에서 비롯된 거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는 4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앨범을 준비중이라는 차혁. 음원 차트인을 노리는 그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가창력으로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이제 막 떼는 중이다.

Q. 근황

1월 중순에 냈던 첫 번째 앨범이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5(이하 너목보5)’ 출연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 뒤늦게나마 기대치 못한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그 성원에 힘입어 4월에 앨범 하나를 더 낼려고 준비 중에 있다. 기존 앨범이 어쿠스틱한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대중에게 좀 더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가고자 살짝 신나는 음악으로 준비했다. 비트도 있고 세션도 풍부하게 들어가서 봄에 듣기 좋을 노래다. 앨범 공개는 4월 중순에서 말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Q. ‘너목보5’ 출연 계기

처음에는 그저 막연하게 이름을 알려보자는 취지로 출연을 하게 됐다.

Q.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은 것 같나

방송 출연 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식당 같은 데 가도 혹시 ‘너목보’에 나오지 않았냐고 물어봐주시고. 앨범도 방송 출연 전에 나온 거라 원래는 사람들이 잘 몰랐었는데 ‘너목보’ 이후 조회수를 확인해보니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더라.

그중에서도 가장 피부로 느끼는 건 sns다(웃음). 방송 출연 후 댓글도 많이 늘고 무엇보다 팔로우 수가 정말 많이 늘었다. ‘너목보’ 전에 50명으로 시작한 인스타가 방송 출연 직후 만 명으로 늘었다. 또 ‘너목보’가 해외에도 송출되다 보니 해외 팬분들도 많이 찾아오셔서 응원한다는 댓글을 남겨주시곤 한다. 지금은 2만 명이 다 되어간다.

또 최근에는 행사도 잡히고 큰 브랜드는 아니지만 화장품 광고도 들어왔다. 단순히 이름만 알리자는 생각으로 나갔던 ‘너목보’로 인해 기대 이상의 수확을 얻은 거 같아 감사하면서도 가끔은 이게 진짠가 싶어 얼떨떨할 때도 있다(웃음).

Q. 최종우승까지 했는데 결과를 예상했었나

전혀 못했다. 처음에는 동생이랑 뒤에 대기실에서 1라운드만 이겨보자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1라운드에서 예상밖으로 우리에게 많은 표가 몰리면서 3라운드까지 가게 됐다. 그때도 ‘우리 그럼 5라운드까지만 가보자. 거기까지 가면 됐다’라고 이야기를 나눴었다. 우승까진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단순히 이름을 알리고 싶어서 나갔던 건데 우승까지 하게 돼서 나도 정말 놀랐다.

Q. 혹시 아쉬운 점은 없었나

아무래도 실력자로 나간 게 아니라 동생이랑 음치로 나갔던 거기 때문에 내 진짜 노래실력을 보여드리지 못한 게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다.

Q. 혹시 동생도 방송 출연 후 달라진게 있다고 하던가

동생은 원래 아예 sns를 안하다가 방송 출연 후 만들었는데 거의 나 못지 않게 인기가 많아졌더라(웃음). 항공 쪽 일을 하다 보니 동종 업계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이 찾아와 서로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 같더라.

Q. 방송에 출연한 형제의 모습을 보면서 무엇보다 부모님이 가장 많이 뿌듯해하셨을 것 같은데. 뭐라고 하시던가

촬영 후 방송이 되기까지 2주 정도 걸렸는데 그 시간 동안 부모님께는 비밀로 했다. 자꾸 결과를 물으시길래 직접 방송으로 보시라고 했지(웃음). 그리고 결국 방송으로 결과를 알게 되셨는데 최종 우승한 걸 보고 어머니가 우시더라. 많이 기뻐하셨다. 다 우시고는 치킨 시켜 먹자고 하셔서 그날 밤 가족들 다 같이 모여 치킨파티 했다(웃음).

Q. 상금은 어디에 썼나

아직 안 나왔다. 두 달 있다가 나온다고 하더라. 일단은 형이 있는 보육시설에 일부를 전달할 생각이다.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께 용돈 좀 드리고 남는 돈을 우리가 쓰기로 했다.

Q. 아픈 형의 존재를 밝히기도 했는데. 방송에서 공개를 한다는 게 꺼려지거나 하진 않았나

어렸을 땐 아픈 형이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스무 살이 넘고 나도 머리가 좀 크다 보니 이게 창피한 일이 아니더라. 지금은 형의 존재가 전혀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뿌듯할 때도 있다.

Q. 방송 후 형의 반응은?

우리 형은 정신지체 1급이라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쉽게도 대화를 나누거나 할 수는 없었지만 두 동생이 형을 위해 방송에 나갔다고 하니 정말 좋아하는 게 느껴졌다.

Q. 3남1녀라고. 막내 여동생은 뭐라고 하던가

막내 동생이 지금 중2다. 방송을 보더니 친구들한테 자랑해도 되냐고 묻더라. 마음껏 자랑하라 그랬다(웃음).


Q. 출연 당시 게스트였던 워너원과 현장에서 나눈 대화가 있는지

대기시간에 진짜냐 가짜냐 몇 번 물어보시더라(웃음). 촬영 중 별다른 이야기가 오간 것은 없고 나중에 제가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는 게 밝혀지고 나서 워너원 분들이 응원한다고 앞으로 윈윈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셨다.

Q. 워너원과의 합동무대 소감은?

영광이었다. 그분들은 워낙 유명한 분들이시지 않나. 그런 분들과 함께 듀엣 무대를 설 수 있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너목보’에 출연한 덕분에 워너원 분들과 듀엣도 하고 나에겐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Q. 처음 가수를 준비하게 된 계기

사실 원래 나는 개그맨이 꿈이었다. 워낙에 사람들을 웃겨주고 얘기하는 걸 좋아해서 어렸을 땐 개그맨이 되고 싶었지. 그런데 친구들이 개그맨을 하기엔 외모가 너무 잘생겼으니(웃음) 아깝다고 차라리 가수를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정말 가수가 되기 위해 이곳저곳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 기나긴 연습생 기간을 거쳐서 데뷔를 하게 됐다.

Q. 노래를 잘 했나 보다

꽤 했다. 사실 우리 아버지도 음악을 하시거든. 원래는 건반하고 드럼, 색소폰을 주전공으로 하셨는데 노래를 잘 하시다 보니 판소리 창을 준비하셨었다. 아쉽게도 무산이 돼서 지금은 악기를 다루시며 바에서 연주를 하신다. 내가 가수가 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Q. 그럼 아버지께서는 ‘너목보5’를 더욱 인상 깊게 보셨겠다

그런데 사실 우리 아버지도 원래는 개그맨이 꿈이셨다(웃음). 개그맨 콘테스트까지 나가려고 다 준비를 해놨는데 당일날 늦잠을 자는 바람에 못나갔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냥 이 길이 아닌가 보다 하고 접고 그 이후로 음악 쪽으로 진로를 틀게 되셨는데 사실 우리 부자의 원래 꿈은 개그맨이었던 거지(웃음).

Q. 원래 처음에는 아이돌로 데뷔를 했었다고

맞다. 내가 열 네 살 때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당시에 SM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공개오디션이 열렸었는데 내가 그걸 4년 동안 보러다녔다. 한 주도 빠짐없이(웃음). 아직도 기억난다. 청담역 7번 출구로 나가서 SM으로 향하던 길이. 그 세월이 얼마나 길었냐면 내가 처음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 맨 뒤에서 카메라 보조하시던 분이 4년 후에는 심사위원이 되셨다. 나중에 그 분께서 나를 뽑아주셔서 잠시 SM 연습생으로 있기도 했다.

당시에 SM에서 슈퍼주니어를 만들던 중이었는데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나는 당연히 내가 거기에 합류를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SM 연습생인데 언젠간 데뷔시켜 주겠지’하는 허항된 자만심에 빠져있었던 거지.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 안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있었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나는 얼마 안 있다 결국 나오게 됐다. 그 이후에도 DSP나 로엔 등 많은 엔터테인먼트를 돌아다녔고 그 중 한 회사에서 연습생 생활만 5~6년 정도 하다가 5인조 그룹으로 데뷔해 3~4년 정도 활동을 했는데 잘 되진 않았다.

Q.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구나. 슬럼프가 오기도 했겠다

중학생 때부터 가수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는데 생각보다 그 시간이 많이 길어졌다. 그래서 군대도 계속 미뤄왔는데 나이만 점점 들어가고 이뤄놓은 건 하나도 없더라. 그래서 눈 딱 감고 군대에 갔고 첫 휴가를 받자마자 회사 대표님을 찾아갔더니 전역하고 찾아오라는 말씀 한마디를 딱 하시더라. 군대 다녀와서 같이 열심히 해보자고. 그래서 그 말만 믿고 정말 전역하고 찾아가서 지금까지 온 거다.

올해로 어느덧 내 나이가 딱 서른이다. 긴 시간 동안 무명시절을 겪으면서 사실 놓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기엔 내가 여태까지 해왔던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을 위해 쏟아부은 정성과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내가 여기서 큰 별이 되보자, 이왕 시작한 거 정상은 한번 찍어봐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거지.


Q. ‘너목보5’ 의미가 정말 남다르겠구나. 방송 후 ‘제 2의 황치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

정말 좋았다. 황치열 선배님도 오랜 무명생활을 겪고 나서 방송 출연을 발판으로 잘 되지 않았나.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그런 수식어를 붙여주시는 게 감사했다. 정말 열심히해서 ‘제 2의 황치열’ 수식어대로 되고 싶은 마음이다. 나아가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제 2의 차혁’이라는 수식어를 줄 수 있을만큼 잘 성장해나가고 싶다.

Q.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전역 후 망설임 없이 다시 또 이 길로 돌아온 것. 사실 전역 전에 고민이 많았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회사원을 해야 하나, 다른 또래 친구들처럼 취직을 해야 하나 고민한 시간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좋은 대표님 덕분에 다시 이 길로 돌아올 수 있게 됐고 그때의 결정은 내가 살면서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다. 덕분에 이렇게 방송도 출연하고 그때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지 않았나.

Q. 무기로 내세울 만한 강점이 있다면?

나는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에게 고음과 음색에 대한 칭찬을 많이 받는다. 음색 같은 경우에는 나는 좀 더 중후하고 다운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고 고음은 스스로도 좀 자신 있는 부분이다(웃음).

Q. 언젠가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린 선배님. 개인적으로 린 선배님의 음색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같이 어떤 곡이라도 좋으니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Q. 취미

영화 보는 거 좋아하고 외국어 공부하는 것도 좋아한다. 일본어도 혼자서 독학으로 마스터했는데 요즘엔 중국어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는 중이다.

Q. 이상형

나는 연애를 할 때 주도적으로 리드를 하는 편이라 좀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있다. 그래서 이런 나를 좀 잘 따라와주는 여자면 좋겠고 외모적으로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선호하는 편이다.

Q.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일단 이번에 음원이 나오면 100위 안에 들어보고 싶다. 4월 중 발매하는 두 번째 앨범 순위 100위 안에 들기. 좋다(웃음).

Q. 차혁에게 ‘너목보’란?

인생의 터닝포인트. 누군가에게는 그냥 한번 출연해서 추억거리 정도로 남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에게는 추억 외에도 많은 걸 가져다준 프로그램이다. 방송 출연을 기점으로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너목보’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에디터: 허젬마
포토: 김연중
의상: FRJ Jeans, 헬븐, 스컬홍, 리쿠퍼
아이웨어: 프론트(Front)
헤어: 쌤시크 소민경 디자이너
메이크업: 쌤시크 오모레 팀장
장소: 이태원 더 방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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