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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희경 “항상 떠오르는 태양만 있을 순 없어, 인생은 최선 아니어도 차선 존재해”

2018-06-27 15:52:48

[오은선 기자] 다양한 작품 속 진희경을 대한 시청자 입장에서 그는 차갑고 도도한 여배우로만 느껴졌다. 만나는 순간 누구보다 밝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를 외치던 그의 모습에서 모든 생각이 편견이라고 생각됐다.

욕심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사는 그는 어떤 질문을 해도 “항상 주어진 것에 감사할 뿐”이라는 대답으로 이어졌다.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알고, 맡은 배역을 묵묵히 행하는 그의 모습에서 어느 배우보다 신뢰가 가기도 했다.

“항상 떠오르는 태양만 있을 순 없다. 인생엔 최선 아니어도 차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하고 즐겁고 행복하면 다음 스텝 또한 그렇게 행복할 거라고 믿는다”라고 말하던 그의 모습에서 마가렛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 당찬 성격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모습까지 비친 바, 겉모습과는 정말 다른 진희경을 만나봤다.

Q. 화보 촬영 소감

“오랜만에 화보를 찍으니까 재미있었다. 과거 모델 시절에는 굉장히 재미있는 화보 작업을 많이 했다. 다음에는 더 새로운 콘셉트를 해보고 싶다. 쁘레따 뽀르떼가 아닌 오트 쿠튀르같은 느낌으로 특이한 콘셉트 위주로 파격적이고 하이패션 느낌 쪽으로”

Q. 평소 패션 스타일이 궁금하다

“평소에는 항상 츄리닝과 운동화. 아무래도 촬영장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니까 위로 벗는 옷보다는 단추로 오픈하는 옷을 선호한다. 티셔츠의 경우 갈아입는 도중 머리와 화장이 망가질 수 있으니까”

Q. ‘진희경’하면 걸크러쉬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아무래도 키도 크고, 맡았던 역할들이 순종적이기보다는 리드하는 캐릭터라서 그런 이미지가 생기는 것 같다. 실제 내 성격도 그렇다. 주변 사람들도 잘 챙긴다. 감독들이 나의 그런 아우라를 보고 그런 배역에 나를 넣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날카로운 성격은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한다. 남과 의견 차이가 있어도 잘 수용하는 스타일이다. 털털하다”

Q.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나는 무언가를 의도하고 덤비는 스타일이 아니라 주어지는 대로 하는 스타일이다. 그 당시에도 모델로 행복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위에서 배우를 권유하더라. 또 모델도 대사가 주어지지 않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짧은 시간 동안 그 옷을 표현해내는 연기를 하니까. 그래서인지 카메라 앞이 당황스럽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으니까 더 잘할 수 있었다. 물론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한 스텝씩 오르면서 발전하지 않았을까(웃음)”


Q. 배우로 전향하고 아쉬운 점은 없었나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나는 모든 지나온 일을 돌이켜 봤을 때 안타깝거나 후회한 적이 없다.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하고 즐겁고 행복하면 다음 스텝 또한 그렇게 행복할거라고 믿는다. 모델 당시에도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지금도 매우 행복하다. 내가 쓰임이 있고 나를 찾아준다는 것에 감사하다. 항상 떠오르는 태양만 있을 수는 없지 않나. 매 순간이 감사할 뿐이다”

Q. 그렇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 중 가장 나다운 역할은

“어떤 캐릭터든 내가 조금씩 들어가 있다. 이런 질문에는 늘 지금 하는 것, 직전에 했던 캐릭터라고 대답한다. 지금 현재의 내 모습이 가장 투영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KBS ‘슈츠’ 속 강하연이다”

Q. ‘슈츠’는 원작이 굉장히 인기 있는 작품인데 부담감은 없었는지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원래 내가 좋아하던 드라마다. 특히 제시카 역을 정말 매력 있게 생각했는데 내가 맡게 돼서 기뻤다. 40대 여배우는 거의 다 하고 싶어 할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다. 만일 한국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라면, 캐릭터 성격이 굉장히 강해 남자 배우가 맡지 않았을까. 미국 드라마 원작을 그대로 끌고 온 것이기 때문에 여자 배우가 맡게 됐다. 나에게는 행운이었던 것 같다”

Q ‘슈츠’가 최근 종영했다. 분위기, 호흡 등 전체적으로 어땠나

“우선 너무나 좋은 팀워크였다. 김진우 감독님이 굉장히 섬세했다. 캐릭터를 자세히 만지는 작업을 오랜만에 한 것 같다. 원래 드라마 촬영은 숨 가쁘게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상 주인공 캐릭터에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김진우 감독은 캐릭터 하나하나 모두 다 감독하고 이야기하며 함께 고민하고 신경 썼다. 이 부분에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함께 출연했던 박형식, 장동건의 경우에는 열 마디면 열 마디 다 높여주고 싶은 좋은 배우다. 좋은 배우이자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이다. 그들 모두 한 회당 끌고 가야 하는 양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도 단 한 번도 피곤한 내색이나 지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들이 이 현장을 얼마나 존중하고 배려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애티튜드가 대단하다. 리스펙 한다. 그 외 모두가 힘들고 지칠만한 상황에서도 너무나 서로를 배려해줬다. 건강하고 좋은 현장이었다. 모두 좋은 사람들 때문인 것 같다.

최근에 채정안이랑 식사를 하는데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항상 밝냐”고 하더라.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나도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늘 서로가 서로에게 칭찬하는 현장이었다. 정말 좋았다”

Q.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는지

“기준을 정해놓고 꾀하는 성격이 아니다. 기준 자체가 없다. 어차피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역을 내가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지, 그 이야기를 내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등 이런 고민을 할 뿐이다. 동시에 작품이 들어오는 경우에는 본능적으로 끌림이 있는 이야기를 고르게 된다. 드라마라는 작품에는 큰 돌과 작은 돌이 다 필요하지 않나. 내가 어느 돌이 되든 잘 쓰였으면 좋겠다.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내 위치에서 묵묵히 내 역을 다 하고 싶다”


Q. 그렇다면 출연하고 싶은 장르나 맡고 싶은 배역이 있는가

“주어지는 역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어차피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웃음). 주어지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현재는 정말 좋은 작품을 정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잘 끝냈으니 자연인 진희경의 모습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좋은 사람들,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미있는 영화도 보고 그런 소소한 일상이 내겐 힐링이다. 그렇게 잘 지내다 보면 또 좋은 일이 있지 않겠나(웃음).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인생은 최선이 아니어도 차선이 있는 거니까”

Q. 앞으로도 쭉 연기 생활을 이어갈 텐데, 선배 배우 중에 닮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정말 많다. 누구 한 분을 꼽기보다는 여러분에게 여러 가지 요소가 많다. ‘어벤저스’라고 불리는 배우들이 있지 않나(웃음). 현재 활동하고 계시는 배우들이 모두 내 롤모델이다. 지금 신뢰받는 배우들의 발자취를 잘 따라가고 싶다”

Q. 10년 전과 지금 행복에 대한 기준이 조금 다를 것 같다

“중심은 같지만, 디테일이 달라지는 것 같다. 나의 성향을 봤을 때 큰 것을 바라거나 큰 것에 행복을 느끼진 않는다. 소소한 일상에서 얻는 행복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까도 말했듯이 모델 활동 당시에도 정말 많이 행복했다. 내가 가진 능력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배우로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소소한 모든 것에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Q. 가정에서, 와이프로서 진희경은 어떤 사람인지

“글쎄 잘 모르겠다(웃음). 이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신랑을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고, 신랑도 나를 많이 사랑해준다. 자세히 말하기는 쑥스럽다”

Q. 자기관리도 굉장히 열심히 할 것 같다

“과거 모델 활동을 할 땐 활동량이 많아서 살이 찌질 않더라. 거의 쉬는 날 없이 일해서 살이 찔 틈이 없었던 것 같다. 또 내가 원래 몸 쓰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크로스핏, 부트캠프 운동도 일주일에 4~5번 했다. 관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재미있어서 즐기면서 한다. 요즘에는 운동 방법을 바꿔서 줌바, 발레핏, 필라테스 쪽으로 운동을 한다. 아주 재미있다(웃음). 신나는 음악에 재미있게 춤을 춘다. 1:1 PT보다는 GX가 잘 맞는다. 많은 사람과 함께하면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같이 어울리는 것이 정말 좋다. 회원님들과 아주 친해서 운동 끝나고 수다도 떨고, 서로 반찬도 가져다준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가는 편이다

피부 관리로는 건강한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먹는 것. 내가 예민하지 않다 보니 스트레스가 딱히 없다. 맛있는 음식도 자주 먹고(웃음) 그래서 그런지 피부 트러블도 잘 나지 않는다”

Q 2018 하반기 계획은

“아직 이야기 중이다.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웃음). 좋은 끌림이 있는 작품으로 만나 뵐 것 같다. 언제나 내 옆에 있는 스태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현재 매니저도 나와 18년 째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싶다”

에디터: 오은선
포토: 김태양
헤어: 아티스트태양 김남현 부원장
메이크업: 혜림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ARA 조아라
장소: 파티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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