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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류덕환 “연기 27년차, 여전히 궁금하고 해보고 싶은 것들 많아…앞으로 27년도 기대돼”

2018-08-20 14:36:31

[김효진 기자] “살아갈수록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욱 궁금해요. 지금도 아직 해보지 못한 것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잖아요?”. 27년을 연기했고, 앞으로의 27년에도 연기를 통해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배우 류덕환.

혹자는 ‘연기 천재’라 그를 부르지만 그저 남들보다 일찍 시작한 덕분이라고 말하며 27년차 답지 않은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류덕환은 최근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해 그가 가진 특유의 재치와 깊은 연기력를 뽐냈다. 군 제대 후 처음 하는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그의 연기는 당연히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동안 외모지만 30대를 살고 있는 류덕환은 이젠 일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즐기며 살고 싶다고 했다. 미래를 즐길 것이라 했지만, 머리 속에 연기에 대한 생각뿐인 그에게 견문이 더해지면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낼지 왠지 기대가 됐다. 볼수록 보고 싶고 알수록 재미있는 배우 류덕환이 앞으로 어떻게 시청자들을 웃고 울릴까 궁금하다.

Q.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가 끝나고 어떻게 지냈는지

“감독님 그리고 배우들과 꾸준히 연락하면서 지냈다. 평소 좋아하던 여행도 곳곳이 많이 다니고, 친구들과 술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아쉽게도 스웨덴 첫 경기밖에 보지 못하고 바로 바르셀로나로 이동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러시아에서 월드컵 경기를 즐기기도 했다. 사실 평소 여행을 좋아했지만 좋아하는 거에 비해 많이 다니질 못했다. 서른 살이 넘고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는데, 바로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 20대 때 치열하게 살았다면 30대엔 좀더 즐기며 살고 싶다”

Q. 그렇다면 꼭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몰타. 몰타는 아주 작은 나라이지만 각지에서 어학연수를 가장 많이 가는 곳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여러 민족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한 동네를 가면 다양한 출신의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며 그들의 문화 또한 엿볼 수 있다고 한다. 배우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경험해 보면 좋을 법한 요소들이 많은 곳이다”

Q. 그렇게 혼자 여행을 다닌다면, 의사소통은 어느 정도인지?

“음… 낫 배드(Not Bad) 라고 하겠다 (웃음)”

Q. 오랜만에 찾아와 반가운 이유도 있었겠지만, 드라마 속 캐릭터도 꽤 인상적이었다. 촬영 후 여운은?

“캐릭터에 몰입해 평소에도 정보왕처럼 산다거나 정보왕처럼 유머러스하진 않았다. 현장에서 많이 집중했던 것 같다. ‘미스 함무라비’ 속 정보왕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나온 인물인 만큼 조금 더 애정이 생기긴 했다. 나 혼자 고민해 탄생한 캐릭터가 아니라 상대 배우들과 소통하고 교류해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촬영이 끝난 후에도 함께한 배우들과 연락하거나 통화를 할 때마다 생각이 났던 적은 있다”

Q. 촬영장 분위기와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너무 좋았다. 처음으로 같이 연기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형이자 오빠가 됐던 촬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철없는 역할을 해야 했지만 다른 친구들이 잘 따라와 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챙겨주기 바빴다. 가장 친한 친구 역의 (김)명수와 친해지기 위해 농담을 하기도 하고 속마음을 서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일이라기보단 친구를 만나러 가는 자리가 된 것 같다”

Q. 배우들끼리 서로 꽤 친해 보이는데, 끈끈함을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

“아마 함께 술을 마셔서? (웃음). 사실 저는 낯을 가리는 성격이다. 하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역으로 농담을 하기도 하고 말을 먼저 건다. 그리고 처음으로 형이자 오빠가 되었기에 저도 용기를 내서 촬영 전 모임을 주최했다”

Q. 다들 주량이 어떻게 되었는지

“(이)엘리아는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니었고, (고)아라는 생각보단 잘 마셨다. (김)명수는 촬영을 앞두고 관리를 하고 있는데 저를 위해 먹고 즐겨줬다. 저도 잘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좋으면 계속 마시는 것 같다”


Q. 그 사이의 공백이 길어서 걱정되진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실 텐데, 제 성향 자체가 굳이 초조함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 딱히 부담감이 있었다기보단 어떻게 잘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냥 본질적인 것만 고민했다. 평소에도 그 당시에 주어진 것들만 생각한다”

Q. 범죄 드라마 속 어두운 역 혹은 사이코패스 역할 그리고 이번 드라마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 성격은 어떤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낯은 확실히 가린다. 예전엔 낯 가린다는 것을 못 숨기는 편이었는데 나이를 먹고 나선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주변에 좋은 형들과 선배님들을 보고 배운 면도 있고 유머러스하게 사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많이 봤기 때문에 달라질 수 있었다. 나를 너무 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 생각해서 요즘은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Q. 더불어 정보왕 캐릭터나 능청스러운 한진우, 위대한 소원의 고환처럼 꽤나 유머러스한 성격의 소유자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유머센스?

“많이 보고 많이 듣는 것을 좋아한다. 종종 택시 기사님과의 소소한 이야기를 녹음하기도 한다. 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녹음을 하기 시작한 건데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제 목소리도 들리고 그 와중에 라디오와 내비게이션 소리 등 사소한 것까지 다 들리게 된다. 그러면서 이 타이밍이 이 소리가 나오니깐 굉장히 재밌구나, 이때 이런 리액션이 웃기는구나!라고 생각하다 보면 저도 자연스럽게 습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나름의 유머와 센스를 쌓는 중이다. 그러면서 가끔 동영상 채널에 올라오는 개그 프로그램도 보고, 성대모사 영상도 챙겨본다”

Q. 성대모사?

“군대에서 혼자 연습하기도 했다. 혹시 모르니깐(웃음). 연극과를 나오면 기본적으로 ‘타짜’ 정도는 마스터해야 한다. 저도 아직 그 정도다”

Q. 군시절은 어떻게 보냈는지, 전역 후 달라진 점?

“한 번 더 참는 법을 배웠다. 자만에 빠지지 않게 된 것 같다. 예전과 다르게 제가 생각했던 것을 확신이라 여기기보다 남들의 동의를 얻기까지 기다린다. 어렸을 땐 무조건 저의 확신을 강요했다면, 지금은 그때와 다른 여유를 찾았다”

Q.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는데, 이유? 그렇다면 연기 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부끄럽다. 영화 ‘우리 동네’ 촬영 당시, 제 모습을 모니터링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모니터를 보는데 어느 순간 제가 저의 연기가 아닌 옷매무새와 같이 다른 곳을 보고 있단 걸 깨달았다. 이렇듯 외모에 대해 신경 쓰다 보면 연기가 아닌 멋있게 나오기 위해 포커스를 맞출 것 같았다.

연기는 누가 알려준 것에 대해 국한돼서 나의 이야기를 못 펼치는 것보다 나 스스로 습득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내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보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알 것이다. 내 표현이 아닌 것을 빌린다면 내 연기를 하면서도 남의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저 같은 경우엔 현재 방영 중인 재미있는 작품들도 많지만, 그것을 보고 연기를 하게 된다면 저도 모르게 똑같이 연기하고 따라 하게 될 것만 같다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인도 극이라든지 다른 국적의 작품들을 보고 새로운 점을 배우는 편이다”

Q. 인터뷰 기사도 안 보고, 댓글도 안 본다? 타인의 평가에는 자유로운 편?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중요한 점들은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주변에서 잘 알려준다. 하지만 제 기사는 안 찾아봐도 (정)재욱이 형 기사는 본다. 형이랑 저랑 서로 웃긴 기사 찾아서 놀리기 바쁘다”

Q. 혼자 있을 땐 무엇을 하면서 보내는지

“집에서 넷플릭스도 보고, 등산 가서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웃음). 가끔 홍대에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다 보면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럼 같이 한잔하자고 제안한다 (웃음)”

Q. 파트너 이엘리아 배우가 ‘류덕환을 또 만나보고 싶다’라고 러브콜을 보냈는데, 이엘리아가 자신을 뽑은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아마 거짓말일 것이다 (웃음). 이렇게 사람도 많고 예쁜 배우도 많은데 파트너로 만난다는 것이 보통 인연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많이 들어주고 배려하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부담스럽지 않았고 오히려 서로가 편했다. 그냥 그 이유인 것 같다”


Q. 앞으로 러브신을 함께하고 싶은 배우가 있는지

“그동안 주로 남자배우들과의 호흡이 많았다. 그래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매력적인 분들이 너무 많아서 뽑기 어렵다. 그래도 결국 이엘리아? (웃음)”

Q. 그렇다면 이성을 볼 때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본인의 아름다움을 명확히 알고, 잘 표현하는 사람이 좋다. 저는 병적으로 아름답다는 말을 좋아한다. 아름답다는 예쁘거나 화려한 것이 아닌 나다움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믿고 그걸 잘 표현한다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른다”

Q. 좀처럼 보기 힘든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모습. 이유는

“예전에 ‘택시’에 한 번 출연하고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저도 예능에 출연해서 다른 연예인분도 뵙고 싶고 웃고 떠들고 싶지만, 프로그램 속 웃긴 모습으로만 남을까 그게 걱정된다. 그래도 저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팬분들을 위해 예능 대신 SNS를 시작했다. 제가 기사 댓글을 안 보긴 하지만 알람을 통해 뜨는 댓글을 가끔 보면 다 좋은 칭찬뿐이라서 그 점이 가장 좋은 것 같다”

Q. 그렇다면 극 중 웃긴 캐릭터로 남는 것과는 다른 건가?

“저는 제 이름이 기억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류덕환보다 극 중 캐릭터로 남길 원한다. 물론 저를 기억해주시면 좋은 점도 있다. 하지만 류덕환을 기억 못 해주신다는 것은 제가 그만큼 그 역할에 가까이 다가간 거라 생각한다. 제 이름보다 제가 출연했던 작품들과 역할을 오래오래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Q. 많은 분이 ‘신의 퀴즈’ 시즌5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도 기다리고 있다 (웃음). ‘신의 퀴즈’는 자식 같은 느낌이 있다. 누구도 케이블 드라마에 대해 용기를 못 낼 때, 모두가 용기를 냈고 그 용기가 참 좋은 도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연기하게 돼서 저한테도 영광이다”

Q. 아역 배우로 데뷔해, 오랜 시간 연기 활동을 했다.

“사실 연기를 해야겠단 마음을 먹은 지도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 어린 시절엔 학교 안 가는 것이 좋았고, 그저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영화 ‘묻지마 패밀리’의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이 1번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죽을 때까지 다시 경험 못할 느낌이란 걸 알았지만, 다시 한번 비슷한 느낌을 받고 싶었다”

Q. 그동안 연기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는지

“가장 크게 한 번 있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촬영 때 (신)하균이 형한테 이번 영화를 마지막으로 연기를 그만둘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형들도 잘생겼고, 무엇보다 키가 너무 작아서 안 될 것 같다며 형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형이 버럭대며 연기는 키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다시 한번 말해줬다. 그리고 농담이긴 하지만 화면상 키는 잘 안 보인다며 어린 저를 위로해줬다. 그렇게 저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때 형의 한마디가 저에게 큰 영향을 줬듯 저 또한 후배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Q. 위로해주고 싶은 후배?

“(고)경표한테는 많은 것을 해주고 싶다. 면회도 갈 예정이다. 이번 면회 말고도 가끔 외출 나오면 함께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떤다. 절대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한다 (웃음)”

Q. 만일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어떤 배우라도 이런 생각은 한 번은 해봤을 것이다. 저는 나무를 좋아해서인지 목수를 하고 싶다. 결국은 이것 또한 연기랑 연결이 되는데 저라는 사람을 통해 무엇이 만들어지는 것이 좋다”

Q. 나무로 어떤 것들을 만들었는지

“군대에 있을 때 분리수거장을 만들었는데 그걸로 휴가까지 받았다. 더불어 폐문을 이용해 페인트 함까지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다”

Q. 류덕환을 향한 대중의 평가 중 하나가 바로 연기의 신 혹은 연기 천재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절대 아니다. 저는 천재적으로 타고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일찍 연기를 시작한 것일 뿐.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이다. 지금 막 연기를 시작한 배우분들이 ‘나는 왜 이러나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저도 아직 습득해야 할 것들이 많다. 천재가 아닌 살리에리 정도다”

Q. 데뷔 27년차, 앞으로의 27년을 생각해 본 적은?

“기대가 된다. 살아갈수록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욱 궁금하다. 지금도 아직 해보지 못한 것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잖아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운동도 하고 여행도 열심히 할 것이다”

에디터: 김효진
포토: 김연중
영상 촬영, 편집: 이재엽, 김지예
의상: FRJ jeans, 엠엠지엘, 픽하우스
슈즈: 엑셀시오르
시계: 포체밀라노
헤어: 아티스트태양 김남현 부원장
메이크업: 아티스트태양 이정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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